백두대간 제2구간 열한번째 코스-[저수재~죽령] 도상거리-20km
날짜-2001년 11월3일~4일,무박.
날씨-무지 밝은 달빛,서늘했지만 맑은 날.
*
백두대간 제2구간의 마지막 코스다.
저번코스에 비해 훨씬 길어 마음이 조금 무겁고 약간의 두려운 마음으로 동대문으로 향했다.
8시가 조금 넘었는데 아직 우리차는 없다.
할수 없이 무거운 베낭을 메고 저녁약속장소로 가니 총무님과 고래님,영택씨만이 저녁을 드시고 계신다.
어...? 다른 사람들은요...?물으니 다들 바쁘다네...
-*....것..들이 이런날에 바쁜~척~을 하고...카~악~~두~글라고...빨리 저나때려바~~!
내자기랑 앉자마자 막 걸피게 고기를 먹었더니 고래님이 좀 천천히 먹으라고 말린다.
-*나 말리지마~~! 나 어제는 고기머꼬시퍼 우렀써...! 이건 혼자사니 고기 먹꼬시퍼도 먹을수가 엄써, 생각해봐..혼자 고기지베 가서 먹글껴..아님 혼자 사다 구워 머글껴..내가 누군가와 살림합쳤다는 소리 들리믄 그건 순저니 고기 먹꼬시퍼 그런줄 아라줘...내가 어제 생각하믄 분해서라도 마니 머거야 하니 말리지 마~~~주절주절~~
-*...........???
-*아...!저나 뒀따 어따쓰려고 그러나...? 한방만 때리믄 나갈사람 마는데... 울긴 왜 우러..아나? 울게...!
-*.............
그렇게 먹다보니 재국씨가 왔고 노창현가이드님이 왔다.
재국씨는 이사를 하고 왔데나...
-*음~~드뎌 청학동과 살림 차리는겨?..그럼 나 배아파 모싸러..어디 바다에 가서 칵 빠져 주글껴..!
-*자기 우리가 먼저 확~! 합치자..에이~~씨..!
내 자기가 옆에서 한마디 거든다.
*
9시 30분쯤 동대문에 가니 아까는 몇대 없던 관광버스가 즐비하게 서 있다.
올 가을의 마지막 단풍을 즐기려는 듯 거의가 내장산으로 잡혀 있다.
오메나 어쩜 좋아~~ 내장산 무너 지것네...?!
10시 10분 동대문을 출발해 11시 50분 일죽 휴게소에서 잠시 청차, 천안 아저씨와 언니가 타시고...
어..? 근데 이번에는 권오택 가이드님이 안 오셨네...?
내가 별명하나 지어 놀려 준다 했더니 겁 먹고...........???히~~
오랜 만에 오신 천안 언니께 많이 아팠냐니까 그간 바빠서 못오셨다고...
어..? 아저씨가 아프다고 하시던데...했더니 웃는다.
0시 07분 일죽 휴게소를 출발.
모두들 자는데 또 난 잠을 못자고 멀뚱 멀뚱 차창밖으로..
늦가을 들녁을 지루하지 않게 볼수있는 풍경들이 많다.
추수를 끝낸 논에 나딩구는 볏단들도 볼만하고 철길옆에 슬프게 웃고있는 노~란 국화도 아직은 곱기만 하다.
드문 드문 보이는 농가도 지나고 마치 하얀 눈이 내린것 처럼 보이는 비닐하우스도 눈길을 끈다.
창에 성애가 끼어 바깥이 온통 안개가 낀것 처럼 보이다 손으로 휙 성애를 밖아내면 금새 안개처럼 보이던 풍경도 다시 정상적으로 보인다.
이렇게 멀었던가...?
박달재지나 제천 지나 단양지나 3시 05분에 저수재에 도착했다.
4시 부터 산행 시작이라 했으니 좀 더 시간은 있다.
모두들 코를 골며 주무신다.
어떻게 하면 나도 그렇게 잠 잘 수 있을까...
하얀색 아반떼 승용차가 급하게 우리차 옆에 섰다 다시 급하게 출발한다.
간간히 차들이 지나 다닐뿐 고요하고 적막하기만 하다.
3시 50분이 넘었는데도 차안에 불인 안켜진다.
대장님이 깊이 잠이 드셨나..?
-* 자기 대장님게 저나 해 보까..?
-*일어 나시겠지 머....
그러는데 다른 분들도 일어 나셨는지 차안이 조금 웅성웅성 해 진다.
*
4시..
또 한 구간을 밟기 위해 우리는 출발했다.
저수재에 있는 커다란 표지석옆으로 첫 산행 깃점이다.
전에 내가 장난치며 달아 놓았던 비표가 바람에 날리고 있는 것을 보며 아직 있다고 했더니 다른 분들이 "지가 달아논 것을 보고 좋아 한다" 며 웃으신다.
11월의 저수재는 쌀쌀하고 춥다.
작은 오르막을 오르니 왼쪽으로 사유지인지 철조망이 쳐져있고 우린 그 철조망따라 한참을 걸었다.
한 20분쯤 오르니 [용두공원 가는 길→]이란 표지판이 꽂혀 있고 천안 아저씨가 언니의 신발끈을 다시 매 주고 계신다.
오랜만에 산에 와서 그런지 조금 힘이 든다며 오늘 몇시간이나 걸리겠냐고 물으신다.
10시간 정도 잡았는데...고도표를 보니 오르막이 그리 심한것 같지 않아 힘은 덜 들것 같다 했더니 그래도 걱정을 하신다.
달빛이 어찌나 좋은지 랜턴을 끄고 가도 길이 선명하게 보인다.
숲이 우거졌다면 숲의 그림자 때문에 달빛이 좋다한들 소용없었을텐데..
낙엽이 모두 지고 나니 달빛만으로도 산행을 할수있어 좋았다.
별도 선명하고 차가운 달빛은 보름 전후인지 아주 밝다.
이런게 달빛산행이군아~~ 싶어 랜턴을 끄고 걸었다.
가끔 나무그루터기에 걸리기도 했지만 랜턴을 켜고 싶지는 않았다.
지구도 다른 별에게 이런 밝은 빛을 보내주고 있을까...??
서걱서걱 하는 소리에 랜턴을 켜보니...
오잉~~! 얼음이 얼었네...!
서리가 얼었는지 마치 상고대 마냥 흙을 밀어 올리고 얼음이 얼어있다.
그 얼음이 걸을 때 마다 부서지느라 바작바작하는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 정녕 겨울이 오고 있음이야...어쩌까나...
낡은 깃발 꽂힌 능선에 올라서 깃발을 보니 분명 삼각점 표시 같은데 어디를 봐도 삼각점은 없다.
그곳에서 오른쪽으로 길 좋은 능선길이 이어진다.
낙엽이 수북히 쌓여 발목까지 푹푹 빠진다.
가다 보니 선두 그룹과는 아주 많이 떨어지고 뒤에 있는 사람들도 보이지 않고...잉..! 내자기와 단 둘이...?
이런 이를 어째....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어 얼른 랜턴을 다시꺼내 켜는데...
참나무 뒤에 동그란 불빛하나가 보인다.
-*....누..구..세..요..?
잔득 겁먹고 조심스럽게 물었는데.....대답이 없다.
-*자기..? 저..거...머..야..?
-*머..? 어떤거...?
조금 지나와서 다시 랜턴을 슬쩍 비쳐보니 사람 같지는 않고...뭐지..?
갑자기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한다.
발걸음이 빨라지고 내 자기에게 빨리 가지고 자꾸 재촉하며 앞에서 부지런히 걷다 돌아 보니 내 자기가 저만치 쳐져있는게 아닌가..
조그만 오르막만 나와도 도대체 속력을 못내니...
바람이 불며 후둑~~하고 난엽떨어지는 소리에 기겁하여 빨리오라고 조심스럽게 소리질렀더니...
-*먼저가~~ 자기 메모하고 하는 사이 내가 따라 가니까....
이~~씨~~! 남에 맘도 모르고...
차라리 그 불빛이 무엇이었는지 확인을 했다면, 그랬더면 덜 무서웠을 것을...
어쩌면 등산객들이 버린 비닐이 랜턴 불빛에 반사되어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는데...
하지만 나무 뒤에 엉큼하게 보이는 불빛을 다시 확인 할 용기가 나지 않아 그냥 줄행랑을 쳤더니..
촛대봉과 싸리밭 가는 이정표 지나 4시 44분 해발 1080m 인 투구봉에 올라 섰다.
*
그곳에 가니 대장님과 다른 분들이 몇분 더 계셨고 그제서야 조금 안심이 되기 시작했다.
지금도 낙엽지는 소리에 기겁을 한 나 자신을 생각하면 어찌나 어이가 없는지...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솟뚜껑 보고 놀란다"...는 식이 아닌가..쩝~~!
투구봉에서 5분쯤가면 헬기장이 하나 나오고 헬기장엔 억새가 하얗게 피어있는 것이 달빛에 참으로 보기 좋다.
대장님이 "별도 곱고 달빛 참~~ 좋다" 고 감탄을 하신다.
-*엉..? 대장님도 그런 말씀을 하실 줄 아신당가요?....능멸....인...가..?
-*................./)/)--"@*#%&&%##$...♨
길 좋은 곳 지나 오르막에 올라 조금 가파르게 내려가면 다시 좋은 길이 나오고 5시 21분, 또 하나의 헬기장을 지나 23분 더 가 5시 45분, 배재다.
[←싸리재950m ↗야목마을2.5km →투구봉2.6km]이정표가 있고 억새가 하얗게 핀 안부다.
대장님이 처음에는 이 구간이 13시간 걸렸는데, 지금은 길이 좋아져 10시간 정도면 될꺼라고 하신다.
배재에서 가파르게 올라1053봉을 지나 다시 가파르게 내려가면 싸리재다.
배재에서 약 25분 정도 걸린다.
싸리재에서 부터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한 4km 는 거저먹기식으로 좋은 길이다.
맞은 편 하늘이 황색으로 물들이며 아침을 준비하고 있다.
오랜만에 선명한 일출을 볼것 같다 기대감으로 자꾸 하늘을 본다.
달빛에 비친 얼룩무늬가 참으로 보기좋은 물푸레 나무 군락지를 지나 능선 올라서니 맞은 편 하늘이 선명하게 보인다.
6시 43분, 흙목 정상 이라는 이정표를 지나 일출을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장소에서 보려는 욕심으로 부지런히 걸었다.
맞은편으로 이름도 이쁜 "초항리"가 작고 아담한 것이 아름답다.
이렇게 빨리 잊혀 지는가...?언제 저런 가을 새벽하늘을 보았던가 싶게 곱게 물들어 오는 동쪽하늘..
바람이 많이 분다.
주위는 온통 진 낙엽으로 갈색이고 잠시 쉬며 낙엽위에 누우니 따뜻하다.
참 따뜻하고 좋다고 했더니 아저씨 한분이 낙엽속에 우워 있으면 얼어죽지 않는 다고 하신다..아~~ 그렇군아~~
새벽빛에 빛을 잃은 별들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달만이 혼자 아직 빛을 내뿜고 있다 그 달 마저도 아침 햇살의 찬람한에 무력하게 밀려나고....
*
6시 53분..일출이 시작되고 있다.
맞은편으로 산능선에 마치 불이 난듯..내온싸인을 입힌듯..능선이 벌것게 타 오르더니 드디어 찬란한 햇살을 내 뿜으며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선명한 일출을 보는 듯 하여 모두 함성을 지르고 기념촬영에 여념이 없다.
그저 이런 아침을 맞이하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천안아저씨가 기념이라며 사진을 한장 찍어 주신다.
산에 다니며 보는 일출은 언제나 다른 모습이다.
어느산 어떤 장소에서 보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인것 같다.
힘들지 않은 밋밋한 길이 계속 이어진다.
7시 03분 철탑지나 20분쯤 가면 헬기장이다.
그곳에서 먼저 가신 분들이 아침을 드시고 계신다.
코펠가득 라면을 끓이시는 것을 보며 날씨가 추운것이 실감이 난다.
작은 후라이 팬에 고기를 굽고 계시다 우리를 보며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하신다.
산에서의 인심은 이렇게 좋다.
우리도 아침을 먹자며 그분들 사이에 비집고 앉았다.
고기가 먹고 싶어 울었다고 우스게 소리를 또 했더니 아저씨한분이 전화하라고 배 터지게 고기를 먹여 주겠다고 하신다.....좋아해야 하는지 어째야 하는지....
찬 밥에 라면 국물을 넣어 말아 먹고, 소주도 한잔 주신다.
사양하는 척~~ 하다 조금 만 받아 마셨는데..온몸이 나른해 지며 알콜이 구석구석 퍼지고 있는 느낌이 전해 온다.
산에서의 술은 되도록이면 안 마시려고 하고 있다.
이상하게 다리가 풀리는 것 같기도 하고 힘도 드는 것 같고....
고기 먹은 죄[?]로 한 모금 마셨는데,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음~~ 한 모금 정도는 괜찮겠군....히히~~
날씨가 추워 손이 시리고 그러다 보니 몸이 차가워 지고 몸이 차가워지면 잘 안 따뜻해지는 특성때문에 얼른 일어나 후닥후닥 뛰었다.
즐겁고 맛있는 아침을 먹고 8시 05분 헬기장을 출발...
*
40분쯤 가면 모시골 정상이다.
구간구간 이정표가 잘 되어 있고 길도 험하지 않으며 구조지점도 정기적으로 표시되어 있다.
물론 산에 있는 이정표를 난 잘 믿지 않지만...
묘적봉이 바라다 보이는 봉우리에서 대장님이 저게 묘적봉이라 한 것을 난 이게 묘적봉이라 듣고 이제 거의 다 왔다 생각하며 표시기에 작은 메모를 남겨 걸어두고....
오른쪽으로 풍기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풍기...작년에 소백산에 가기위헤 기차에서 내렸던 곳을 이렇게 산위에서 내려다 보다니..
그때만 해도 백두대간이 무엇인지도 몰랐었고 내가 일년도 안지난 지금 이렇게 백두대간에 뛰어들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는데...
작은 이정표가 꽂혀있는 묘적령지나 오르막을 한번 치고 올라 가면 묘적봉이다...10시 11분에...
*
묘적봉-높이는 1,148m,묘적봉은 충북 단양군 대강면과 경북 영주시 풍기읍이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소백산국립공원 최남단에 위치한 산이다. 도솔봉(1,314m)과는 50분 거리에 있으며, 도솔봉은 소백산국립공원과 동떨어진 죽령 남쪽에 위치한다.도솔봉을 포함한 묘적봉 일대에는 취나물군락과 철쭉군락이 주능선에 형성되어 있다.
*
오늘 구간의 반을 넘게 왔다.
그리 힘은 들지 않았고 적당하게 오르막과 내리막이 있는..
거리상으로 보면 뜨악 하지만 가 보니 힘든 구간이 별로 없어 너무 겁먹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아직까지는..
묘적봉에서 조금 내려가 오늘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도솔봉을 향해 가파르게 암릉도 조금 지나면서 한참을 오르막만 이어진다.
묘적봉에서 지척으로 보이는 도솔봉이 한시간이 넘게 걸리는 것을 보며 산정상에서 바라보는 것과 직접 가 보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를 다시 한번 느끼며...
숨이 차 오르도록 오르막과 적당한 암릉을 지나니 도솔봉 정상직전에 헬기장이 있는데, 도솔봉에서 먼저간 고래님과 재국씨 승열씨가 꼭 그 헬기장을 갔다 오라고 소리를 지른다.
헬기장에 가니 까만 표지석에 도솔봉이라 써져있고 그 위에 캔맥주가 하나 놓여져 있다..
이뿐 넘들[?]이 가끔 이렇게 이뿐 짓을 한다니까...
아저씨 두분과 한모금식 나눠 마시고...
11시 22분 우리는 도솔봉정상에 올라섰다.
*
도솔봉-높이 1,314m. 경북 영주시 풍기읍과 충북 단양군 대강면 사이의 도계를 이루는 산.국망봉(1,421m), 연화봉(1,394m)과 함께 소백산 국립공원에 속한다. 북쪽 기슭의 죽령을 넘는 중앙선은 루프식 터널을 통과하여 영주에 이른다. 또한 기슭의 죽령폭포 ·희방사가 알려져 있으며, 서쪽으로는 단양팔경이 있다.
*
아무렇게나 쌓아 올린 돌탑이 있고 간단한 지도가 그려진 작은 동판이 바닥에 설치되어 있다.
왼쪽으로 장정리가 내려다 보이고, 우리의 하산 지점인 죽령 고개도 내려다 보인다.
맞은편 산에 소백산 주능선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고, 천문대가 있는 연화봉과 제2연화봉도 한눈에 들어온다.
모두들 다음에 우리가 갈 코스이므로 감탄하며 넉을 잃고 바라다 본다.
조망이 어찌나 잘 되는지 주변으로 시야를 가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뒤를 돌아 보면 또 우리가 오늘 지나온 능선이 보이고 멀리 아스라하게 보이는 철탑을 보며 우리가 얼마나 많이 걸어왔는지를 새롭게 느끼며 연신 한갈음 한걸음의 대단함에 놀란다.
진짜 그 아득한 길을 걸어서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싶다.
앞에 보이는 제법 큰 봉우리 두개를 넘어 내려가면 된다고 한다.
햇살이 따뜻하게 비치니 졸음이 쏳아진다.
쉬는 횟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도솔봉에서 가파르게 내려가 다시 오르막에서 숨을 몰아쉬며 "에고~~힘드러..!"하고 한마디 했더니 김천태 회장님이 그럼 쉬라고 하신다.
-*올라가서 쉬려고요..
-*힘들면 그 자리에서 쉬어야지....
올라가면 정상이고 내리막 쉬운 길인데 왜 올라가서 쉬냐고...조용원회장님 그러셨다며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다고 하신다.
진짜 그러네...!?!?
도솔봉에서 두개 보이던 봉우리가 하나넘고 두개넘으니 또 하나 나오고, 또 하나 나오고...사람 죽이네...!
내리막 햇살 좋은 곳에서 아저씨들이 쉬고 계시다 맨꼴찌로 오는 우리를 보고..
-* 어이..?녹수..! 여기 호스트 바야..놀다가...
-*에이..저 눈 높아요..물이 별로 안좋은데...뭐...
-*$%$%&*&*(*&%%$%........................
한사람 묻으면 딱맞은 구덩이가 하나 있고 잔디도 좋고 쉬기엔 좋다.
어르신들이 계신데도 불구하고 베낭을 베고 누웠다.
도시나 집에서는 버르장머리 없는 짓이라 생각될일들도 산에서는 다 이해되고 용서되는게 또한 산이 주시는 넉넉함이리라..
-*대장님 나 모까..여기 기냥 묻어 주세요..!
-*잘됐다 구덩이 안파도 되고 땅얼기 전에 얼른 가라...
-*................--"
어느쪽에서 오셨는지 남자분 두분이 올라오고 계신다.
오늘 산행에서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다.
*
그렇게 또 몇개의 봉우리를 넘으니 이정표가 있고 키작은 산죽밭내리막이 이어진다.
산죽잎이 어찌나 푸른지 더욱 춥게 느껴진다.
지난 가을 지리산산죽밭에서 길을 잃었던 이야기를 하며 내 자기가 다시한번 그 고생에 몸을 부르르떤다.
정말 우리가 젤로 꼴찌라며 쪼~팔려 어떻게 들어가냐고 했더니, 김천태 회장님이...
-*원래 꼴찌는 진짜 늦게 가야 하는 거야...너무 일찍 내려가면 사람들이 꼴찌로 인정을 안해주니까 아주 늦게 가야 아~~ 꼴찌가 힘들게 왔군아...하는 거야..
-*내려가지마자 픽~~! 하고 쓰려져..! 그래야 혼신의 힘을 다해 온것처럼 보이지..
대장님이 한마디 거드시니 모두 웃으신다.
-*지는 첨에는 늘 선두로 내려 갔는데...왜 이렇게 요즘은 골찌로 드가는지...--
-*다른 사람들은 다~~ 처음하고는 비교도 안될만큼 걸음 걸이가 빨라 졌는데, 녹수 너만 왜 자꾸 뒤처지냐..?
-*진짜 왜 그렇냐고요...?
에이 열받는데 담부터 내자기를 확 내삐리고 선두로 가버려....
그러다 또 니혼~! 이라고 협박하믄 어케...?
*
1시 48분, 이정표 설치되어 있고 산에서 사망한 어떤분의 추모비가 적힌곳에 오니 오른쪽으로 작은 샘이 있다.
빨간 바가지가 어찌나 예뻐 보이는지 이런데 있는 물은 마셔줘야 한다며 내려가 물을 마시고 빈 물병에 조금 받아와 내 자기와 대장님께도 드렸다.
-*바가지가 빨간것이 너무 예쁘고 기여운거 있지...
-*자기..? 산에서는 못 가져 가겠지..? 인사동이면 몰라도...
-* 자기 사람이 그러믄 안되는 거여..동업을 했으믄 나도 나눠 조야지..말여..
대장님이 무슨 말이냐고 물으신다.
-*우리가 전에 어떤 전통 찻집에 갔는데 물잔이 쬐까난갓이 너무 예쁜 거예요.. 그래서 지는 망보고 우리 자기는 슬~쩍~~
-*야~~ 너히들 내가 내려가면 고발한다...!
-*근데 그 이쁜 잔이 인사동에 가니 길거리에서 5개 천원하는거 있죠..
-*이백원짜리 두개 훔치고 가슴 두근거린거 생각하면.....그렇게 슬~쩍 한거 나 하나 안주고 우리자기가 두개 다 가졌다니까요....
-*에이~~씨...! 치사하게 그래 내가 인사동에 가서 다섯개 사 주께..!
이런~~! 우리의 깨끗치 못한 과거사가 다~~
조금 지루한 내리막을 한참 내려가 헬기장 세개지나 2시 17분 죽령으로 하산완료~!
*
죽령-높이 689 m. 대재라고도 한다. 소백산맥이 영남과 호서를 갈라놓는 길목에 해당하며, 삼국시대 이래로 봄 가을에 나라에서 제사를 지내던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죽령사라는 산신사당이 있었다. 대강면 용부원리 죽령역에서 풍기읍 희방사역으로 빠지는 중앙선 철도가 길이 4,500 m의 똬리굴(죽령터널)을 통하여 죽령 산허리를 통과한다. 단양∼풍기 간 국도가 지난다. 용부원리 쪽 죽령터널 입구 부근에 제2단양팔경의 하나로 꼽히는 죽령폭포가 있다.
*
오른쪽으로는 영주고 왼쪽으로는 단양이다.
도로 맞은편으로는 여러개의 장승이 세워져 있고 관광지도가 그려진 커다란 안내판도 설치되어 있으며 휴일이라 그런지 나들이 인파도 많다.
주막앞에서 선진이가 오라고 손짓을 했지만 골찌로 온 주제에 무신 동동주냐며 사양하고 휴게소에 있는 우리 버스로 향했다.
그곳 휴게소는 화장실 시설도 엉망이고, 일인분에 오천원이나 하는 부페도...
지금까지 먹어본 음식중에 젤로 맛없는 음식이다.
간이 맞는 찬이 하나도 없다면 믿을까 만은 진짜 간이 맞는 반찬은 하나도 없다.
그렇게 만들기도 힘들겠다 싶다.
아~` 경상도 음식 진짜진짜 그렇게 맛이 없나...?!?!?
그곳에서 쩔~때 음식 피같은 돈 주고 먹는 일이 없기를....
*
3시 25분 죽령을 출발해 중간에 휴게소에 잠깐 들렀다 일죽휴게소에 잠시 정차...
돌아오는 길은 어찌나 피곤한지 천안 언니네 가는 것도 못보고 잤으니...
서울 도착하니 9시가 좀 넘어 있었다.
차가 좀 막혔는지 거의 6시간이나 걸려 서울로 돌아왔다.
걱정했던 또 한 구간을 끝내고..2구간을 끝내고 다음부터는 3구간이다.
이제 다음에 갈때는 진자 많이 추울텐데...
지난 겨울 육십령에서의 산행을 생각하니 부르르~~
아~~큰일났다..
진짜 겨울이 오고 있는 것이다.
찬바람이 불고 많이 많이 추운 그런 겨울이....
*
2001년 11월 5일 비가 오시는 달에날 오후 늦게부터~불의날 새벽까지...
녹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