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주 이야기
새해 들어선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주가 지났다.
근년에 없는 폭설과 강추위가 신년 벽두를 꽁꽁 얼어붙게 만든다.
우리가 어릴적에는 이런 추위 정도는 보통이었는데,
이상 기온이다 뭐다하여 그동안 겨울 같지 않는 겨울에 익숙해 지다보니,
웨지간한 추위에도 몸을 움추리게 된다.
새해들어 시작한 작은 일감마져 중단한체 방안 퉁수가 되었다.
그러다 문득 미루어 놓았던 한가지 숙제가 생각났다.
오래간만에 눈이불을 덮어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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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장독대에도 소담스럽게 쌓였다 |
집안 곳곳에 진열되어있는 산약초 담근주를 정리 하기로 했다.
보통 젊어 한창 바쁜 때를 지나다 보면,
취미활동에 따른 동호회나 등산회 그리고 각종 모임이 있기 마련이다.
그중 건강과 취미를 겸한 활동 중 산에 오르는 일이 많게된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에 좋다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게된다.
이런저런 산야초에 대한 지식도 귀동냥으로 듣게되고,
또 자연스럽게 스스로 채취해보는 기회도 생기게 된다.
그러다 보면 집안 한켠에는 더덕이나 인삼 등 좋은것이 생기면,
그중 실한 것을 골라 담근주를 하여 한 두병씩 진열을 한다.
어떤이는 담그자마자 얼마 안되어 바로 먹어 없애는 이도 있지만,
보통 잘 안마시게 되고 그냥 잊어 버린 채 쳐밖아 둔다.
어쩌다 느닷없이 친구나 손님들이 찾아와 밤을 지새다보면
늦은 시각에 술사러가기 귀찮을 때 깡그리 비워지기 일쑤이다.
나의 경우 술이야 하루도 안거르고 마시지만,
어쩌다 술이 떨어지면 가게로 가서 소주를 사다 먹게되고,
담근주에는 손이 가지를 않는 편이다.
담근주는 보통 알콜이 30도 정도의 술로 담는데 맛 역시 독하다.
향도 기대만큼 약재 고유의 향보다는 뭔가 뜬내 비스름한 느낌이 난다.
그래도 좋다고 잘 마시는 이들을 보면 맛보다는 몸에 좋다는
그 효능에 끌려 그러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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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한 계절 산을 오르내리다 보면 쉽게 접할 수없는 약초 한 두가지는
채취하게 된다.
그때그때 탕제나 환으로 지어 복용할 수도 없고, 또한 버릴 수도 없다보니
결국은 손쉬운 것이 술에 담그는 방법이다.
어떨때는 그 양이 좀 많다보면 술병과 술값 역시 만만치가 않다.
그렇게 하다보니 소비는 적고 계속 늘어 나는 것은 어쩔수 없는 상황이다.
소비를 한다는 것은 결국 마시는 것인데.... 그 방법이....
오늘은 이 병을 비우고...?
내일은 저 병을 비우고...?
알콜 중독자도 아닌디....!
그렇다면!
오늘은 이 병 한잔...?
내일은 저 병 한잔....?
이 역시도 아니듯 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종류대로 한 병씩 모아 전부 혼합하는 것이다.
어차피 하나하나의 재료가 한약재가 아니겠는가?
좌로부터 돌복숭아주, 산삼주, 노루궁뎅이버섯주, 더덕주, 복령주이다. |
담근주 한병 한병이 전부 단방으로 내용물 특성의 액기스는 충분이 우러 났을 터,
그들을 전부 모아 믹싱을 하고 2차 숙성을 마치면 훌륭한 약초주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술이라 생각하지 않고 약이라 생각하고 매일 자기전에
한잔씩 음용하면 무슨 효과라도 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을 해 보았다.
비록 서로간에 성분에 의한 상쇄 작용이나 아니면 부작용 역시
간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조금은 망설여지기도 한다.
그런저런 핑계로 일이년 미뤄 오다보니,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도 없지 않아 있는 가보다.
동호회 회원들끼리 서로 중복되지 않는 약재로 담근주를 서로 모아
혼합주를 만들어 각자 가지고 온만큼 나누는 행사를 몇몇 보아왔다.
서로 나누어 마시며 좋은 효과를 봤다는 소식도 전해 들려온다.
이에 고무되어 지난해 말 실행하려다가 게으름에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은
2010년 들어서서야 행동으로 옮겨졌다.
각각 한병씩 모아 놓았다. |
우선 첫 번째로 잘 알고있는 산삼,
그리고 황철상황 및 자작나무상황.
향이 좋은 사삼으로 불리는 더덕,
물감 대용으로도 사용하고 한겨울 눈속에서도 채취하는 지치,
산삼만큼 오래 살고 해독효과 및 여성에게 좋다는 잔대,
기관지 및 성대보호에 좋다는 장생도라지,
당뇨에 효과 좋다는 진삼,
머리를 검게하고 강정효과가 있다는 백하수오,
잘알고 있는 오가피뿌리며 줄기 그리고 열매,
한때 봉황삼으로 알려졌던 백선,
얼마전까지 보호 식물이었던 백작약,
참나무 정기를 먹고 자라며 일년중 채취기간이 한달뿐인 천마,
화투장에 6모단으로 불리는 모란꽃뿌리,
야관문이라 불리며 천연 비아그라라 불리는 비수리,
위장에 효과가 좋은 창출 그리고 백출,
기생식물 중 박달나무에 기생하며 열매만 달리는 꼬리겨우살이,
다섯가지 맛이나는 오미자,
키위의 토종인 다래,
그리고 고양이가 먹으면 묘한 효과가 나는 개다래충영,
술맛이 기가막힌 돌복숭아,
진이 한번 묻으면 지우기 어려운 잣,
뽕나무 열매 오디, 국산 바나나라 불리는 으름
보기좋고 맛도 새로운 서양체리,
늦은봄 온천지 꽃향기를 내품는 아카시아꽃,
강정제로 유명한 장수말벌 노봉방,
겨울 벌레 여름 식물 동충하초,
1000m이상 고지에만 서식하는 천삼,
살아천년 죽어천년의 주목나무열매,
부여 낙화암의 고란사 샘물에 있는 고란초와 한종인 일엽초,
그리고 감초와 같이 해독효과를 지닌 대추,
마시면 애기가 된다는 기동주를 담는 겨우살이,
향이 좋아 잎은 야채로 각광받는 당귀,
토사자라 불리는 새삼,
항암효과 최고라는 꽃송이버섯,
가을 들국화의 대명사 감국 과 산국
심심산골 참나무를 숙주로 자라는 노루궁뎅이버섯,
버섯하면 향과 최고가를 자랑하는 송이,
최근 당뇨에 큰효과가 있다는 소나무 담쟁이,
머리를 검게하고 강정에 좋다는 한련초,
너무나 유명한 삼지구엽초,
한겨울에도 이쁜 열매로 눈길을 사로잡는 노박넝쿨,
죽은 소나무 그루터기 땅속에서 찾아내는 복령,
봄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는 꽃 산수유열매,
이것 역시 1000m이상 고지에 서식하며 꽃이 철쭉을 닮은 만병초,
그리고 복분자, 매실, 등
주위에 흔한 재료는 가급적 배제를 하고 약 50여가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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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혼합중 상: 프라스틱 통에 모두 혼합후 우상: 담금주 뚜껑따기 우하: 걸름망에 모인 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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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군데 모아놓고 커다란 프라스틱통에 김장용 비닐을 넣고,
양파부대로 내용물을 걸러 내려 했던바 문제가 발생하였으니...
도무지 술병의 마개가 열어지지 않는 것이다.
술성분 중 설탕 등이 뚜껑과 병 사이에 응고되어 굳어있어 안간힘을
써도 열리지를 않는다. 한두병도 아니고.....
일단은 중단하였다.
추운 날씨에 바깥마루에 모아두어 더욱 그런듯하여 일단은 거실로 옮겼다.
그리고 동네 슈퍼에서 찰고무줄을 구해왔다.
그렇게해서 오전 10시부터 벌여온 작업을 저녁시간이 넘어서야
통속으로 옮겨 부었고, 빈병 또한 세척을 마쳤다.
그런후 미세한 재료 조각들을 침전시키기 위해 밀봉을 하고 하룻밤을 재웠다.
다음날 빈병으로 나누어 담았다.
좌: 바가지로 술을... 가운데위: 완성된 혼합주 오른쪽: 나누어 담기
어제는 설치다보니 맛도 못 봤었는데, 바가지로 떠서 맛을 보니 향이 좋다.
생각 할 때는 혹 한약 맛이 나지 않을까 염려 했었는데 그렇지는 않다.
빛깔 역시 검은색으로 불투명 해지지는
않을까 했는데 그 역시 적당한
갈색으로 잘익은 양주처럼 보기 좋다.
알콜 돗수도 몇도인지는 알수없으나 원액이 30도 였으나 그보다는 순한듯 싶다.
일단은 눈 코 입에서 거부 반응이 없으니 합격이라 하겠다.
그러나 아직은 한가지 더 남은 일이 있다.
2차 숙성과 내 스스로가 마루타가되어 임상에 임하는 것이다.
짭게는 한달 길게는 6개월 이상 임상섭취 과정을 거친후
이상이 없어야 가까운 사람들부터 맛자랑을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