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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실금, 약이 없다? |
인구보건복지협회가 밝힌 유엔인구기금 2012년 세계인구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 수명은 84세로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어느덧 현실로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습니다. 단순히 여성들의 평균 수명 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 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선 만큼 이젠 경제적으로도 과거에 비해 윤택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여성들에게 얼마나 오래 사는가 이상으로 어떻게 오래 살 것인가도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아이들도 키워 놓고 여행도 다니고 인생을 즐길 여유가 생길 때쯤 많은 여성들에게 따라 붙는 고민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단풍을 보기 위해 등산을 계획해도 걱정이 앞섭니다. 조금만 힘을 주기만 해도 자신도 모르게 소변이 흘러 나오고 남들이 알게 될까 창피하기도 하고 그런 자신을 보면서 마음도 너무 우울해지고 실제 우울증이 오기도 합니다.
많은 환자들이 요실금 하면, 요실금 수술을 먼저 떠올리십니다. 이는 몇 년 전에 여러 실비 보험들이 요실금 수술에 대해 보험료를 지급하면서 환자와 병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갑자기 요실금 수술 건수가 급격히 증가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요실금에 대한 보다 엄격한 진단 기준의 적용과 함께 실비 보험에서 보험금 지급하는 기준도 많이 까다로워졌기 때문에 더 이상 예전처럼 ‘요실금=수술하는 병’이라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세계요실금학회 (International Continence Society)의 최근 정의에 따르면 요실금은 소변을 방광에 저장하는 기능에 장애로 인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이 새어 나오는 질병입니다. 그렇다면 요실금은 왜 생기는 걸까요? 요실금이 생기는 데는 여러 가지 다양한 원인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부모와 자녀 간에 요실금 발생에 상관관계가 있는지 연구한 바에 따르면 가족 중에 요실금이 있을 경우 다른 구성원에서 요실금이 발생할 확률이 3배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그리고 임신과 자연분만, 비만 등도 요실금의 발생에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증상은 비슷한 것 같지만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요실금은 그 원인에 따라 크게 복압성 요실금, 절박성 요실금, 혼합성 요실금의 세 종류로 구분 지을 수 있습니다.
복압성 요실금은 요도와 방광을 지지하는 골반의 근육이나 요도의 괄약근이 약해져서 줄넘기, 기침, 재채기와 같이 복압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소변을 지리게 됩니다.
소변을 보는 것은 방광에 소변이 차게 되면 그 신호가 방광의 감각신경을 자극하고 말초신경과 척수를 거쳐 대뇌에 전달되고 대뇌에서 소변을 보라는 지시가 반대로 방광의 근육에 전달하게 됨으로써 이루어지는데요. 절박성 요실금은 이 과정 중에 문제가 생겨서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방광이 미처 다 차기도 전에 갑자기 소변이 마렵게 되고 소변이 마려운 느낌을 참지 못하며 화장실에 가기도 전에 소변을 지리게 됩니다.
혼합성 요실금은 복압성 요실금과 절박성 요실금이 혼합된 질병입니다.
요실금은 이처럼 각기 다른 원인으로 이루어진 질병이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에 대한 진단과 환자의 증상의 정도를 정확히 평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앞서 설명 드린 것처럼 비슷한 증상에도 불구하고 요실금을 초래하는 원인이 다르고 그 치료 역시 전혀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전문의에 의한 진단이 매우 중요합니다. 정확한 병력 청취와 요역동학 검사 및 여러 가지 환자의 증상에 따른 검사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어떤 원인에 의한 증상인지를 구분하게 되고 그에 따라 치료를 결정하게 됩니다.
요실금은 원인에 따라 치료가 결정됩니다. 복압성 요실금은 골반 근육이나 요도의 괄약근이 약해져서 생기는 만큼 이를 강화할 수 있는 운동 치료가 일차적인 치료 방법이지만 짧은 진료시간에 외래에서 많은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의사나 환자들 모두 이 같은 치료에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운동 치료에 효과가 없거나 요실금이 심한 경우에는 결국 수술을 통해 이를 교정하게 되는데 여러 다양한 수술 방법이 있지만 최근에는 합성사를 이용한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많은 환자들이 좋은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반면에 절박성 요실금은 수술적인 치료보다는 소변이 갑자기 마려운 상황에서 소변을 참는 연습을 하도록 하는 바이오 피드백 치료나 골반에 대한 전기자극 치료 그리고 약물 치료 등의 방법이 수술보다는 선호되고 있습니다. 혼합성 요실금의 경우에는 환자의 증상에서 각각의 원인이 차지하는 비중을 분석해서 환자별로 수술과 약물을 적절히 혼합하여 치료하게 됩니다.
요실금은 한번의 치료로 완치되는 병이 아닙니다. 실제로 복압성 요실금에서 수술로 인한 치료 성적은 70-90%로 10%에서 많게는 30%의 환자들은 다시 재발하게 됩니다. 따라서 수술이나 약물 치료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꾸준한 운동 및 골반근육을 강화하는 운동 치료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저녁이 있는 삶”이 최근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그만큼 이제 삶의 질도 중요한 시기가 되었습니다. 요실금으로 여러분의 저녁시간이 방해 받고 계신다면 지금 진료실의 문을 두드리십시오. 그리고 여러분의 저녁을 찾기 바라겠습니다.
글_정용욱, 산부인과 전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