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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나절 동네 한바퀴 돌다 마주 친 소나무
꼭 용이 승천하는 모양새다.
얼마나 많은 세월을 지샜기에 등이 굽어 부목까지 댄 채 지금도 때를 기다리는 것인가.
나주시 금남길 51번지 이로당(頤老堂) 문간지기로 지낸 세월이 통한의 세월이었던가 보다.
1998년 8월 1일 나주시 보호수로 지정됐고, 수령이 400년이라는 패를 달고 있다.
몸과 영혼을 다스리는 선약(仙藥)…소나무
솔은 맑고 아름다운 우리 겨레의 마음이요, 빼어난 우리 산천의 혼이다. 솔에는 충신열사(忠信烈士)의 절개가 있고 세속을 벗어난 선인(仙人)의 마음이 있으며 성인군자(聖人君子)의 그윽한 덕과 절세미인의 아름다움, 그리고 죽을 사람도 살릴 수 있는 신비로운 약효가 있다.
비틀린 줄기에 가지를 늘어뜨린 늙은 솔 하나로 우리 산야는 얼마나 감동적인 풍경이 되는가. 솔 한 그루로 우리 강산은 선경(仙境)이 되고, 우리 마음은 신선(神仙)이 되며, 우국지사가 되고 음유시인이 된다. 아니 솔을 생각하는 마음만으로도 청아한 솔바람이 쏴쏴 마음을 씻어내 주지 않는가.
우리 겨레와 가장 가까운 나무
진실로 솔은 우리 겨레의 나무요, 우리의 심성(心性)에 가장 잘 어울리는 나무다. 그 고절(高節)한 기상과 아름다움, 웅장한 기품, 사람의 감정에 젖어드는 친화력을 따를 나무가 없다. 참으로 백목지장(百木之長)이요, 만수지왕(萬樹之王)으로 꼽힘에 모자람이 없다.
그 늘푸른 성정(性情), 유현(幽玄)한 품격, 천년을 사는 장수(長壽), 청아(淸雅)한 운치, 만 가지의 쓰임새 그 어느 것 하나만 치더라도 솔을 당해 낼 나무가 없다 하겠으니 솔이 있어 우리나라는 선인의 나라요 군자의 나라로다.
松兮育兮 草本之君子
霜雪兮不腐 雨露兮不榮
不腐不榮兮 在冬夏靑靑
育兮松兮 月到兮 篩金
風來兮 嗚琴
소나무, 아! 푸르구나 초목 중에 군자로다
눈서리에 상하지 않고 비오고 이슬 내려도 웃음을 보이지 않네
좋을 때나 슬플 때나 변함이 없어라
겨울이나 여름이나 늘 푸르고 푸르도다
달 돋아 오르면 잎 사이로 달빛을 금모래처럼 체질하고
바람 일면 맑은 노래 부르네
-청송사(靑松辭) / 사명대사(四溟大師)
솔은 우리나라의 산에 가장 많이 나는 나무로 현재 우리나라 삼림면적의 40퍼센트쯤을 소나무가 차지하고 있다. 1백년쯤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임야의 70퍼센트 이상이 아름드리 소나무 숲이었으나 이것을 탐낸 일본인들이 모조리 끊어 가고 해방 후에는 농민들이 땔감으로 함부로 베어서 아궁이에 집어넣었다. 거기다가 일본인 학자 혼다 세이로꾸가 쓴 소나무 망국론(赤松亡國論)이란 엉터리 학설을 무조건 신봉하여 나라에서도 소나무를 심고 가꾸지 않았다. 그 바람에 그 좋던 소나무 숲은 거의 사라져 버리고 구불구불 뒤틀린 몹쓸 소나무만 남아 있게 된 것이다. 참으로 애통할 일이다.
소나무 숲이 망하면 나라도 함께 망한다는 게 바른 생각이어늘 어찌 소나무가 성하면 나라가 망할 것으로 믿었는고! 삼척동자도 아니라 할 일을 어찌 삼천만이 믿고 따랐던고!
재래종 솔은 우리나라가 원산지
솔은 우리나라가 원산지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난다. 그 이유는 잘 모르지만 소나무속(屬)에 드는 식물은 지구의 북반구에만 퍼져 있는데 우리나라에 나는 소나무는 우리나라, 일본, 그리고 중국의 한 부분에만 난다.
우리나라 남쪽 끝부터 북쪽 끝까지 전국에 퍼져 있지만 일본에는 큐우슈우의 남쪽 끝에서부터 본섬의 북쪽 끝인 아오모리까지만 자라고 홋카이도오에는 없다. 중국에는 두만강 건너 북간도의 일부에 조금 나고 만주에는 전혀 없으며 중국 본토에는 다만 산동반도의 한 귀퉁이에 조금 자생할 뿐이다. 따라서 솔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 가운데 제일 첫 번째로 꼽을 만하다.
솔을 한자로 ‘소나무 송(松)’으로 적는 것은 잘못이다. 중국 사람들이 ‘소나무 송(松)'자를 써서 나타내는 나무는 소나무 속(屬)이기는 해도 우리가 보는 소나무가 아닌 다른 나무다. 중국 대륙에 자라는 소나무들은 우리나라의 소나무와는 다르다. 글쓴이는 중국의 여러 지방을 다녀 보았지만 우리나라에 나는 소나무와 비슷한 것은 어디에도 없었다. ‘잣나무 백(栢)’으로 적는 잣나무 역시 그렇다. 중국에는 잣나무가 없다.
그 뿐만 아니라 ‘전나무 회(檜)’로 적는 전나무도 우리나라에 나는 전나무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명(明)나라 때의 문장가이며 이름난 화가인 문징명(文徵明)이 수백 년 묵은 전나무 일곱 그루를 그린 것이라는 우산칠성회도(虞山七星檜圖)를 보면 그것은 향나무나 측백나무 종류를 그린 것이지 우리나라에 있는 전나무는 아니다.
소나무속에 드는 식물 중에서 우리가 참솔, 솔, 육송(陸松), 적송(赤松), 여송(女松) 등으로 부르는 소나무는 늘푸른바늘잎을 가진 큰키나무로, 키가 35미터쯤까지 높게 자라고 지름 2미터 가까이 까지 자란다. 줄기는 본래 곧게 자라지만 소나무 좀벌레가 줄기에 구멍을 뚫고 들어가서 잎에서 만든 양분을 빼앗아 먹기 때문에 구불구불하게 자라는 것이 생긴다. 우리 나라 남부지방 소나무들 거의 모두가 이 소나무 좀벌레의 피해를 입어 줄기가 굽어 있다. 소나무 좀벌레의 피해를 막고 관리를 제대로 하면 대관령이나 명주군의 소금강,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등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곧고 아름다운 소나무로 키울 수 있다. 강원도는 해발고도가 높아 기온이 한랭하기 때문에 해충이 적어서 소나무들이 잘 자란다.
소나무 껍질은 줄기 윗 부분이 붉은 빛이 도는 갈색이고 밑동은 어두운 갈색인데 오래 된 나무 밑동에는 꽤 두꺼운 껍질이 붙어 있어서 아이들이 껍질을 떼어 내어 여러 가지 놀이감을 만든다. 바늘처럼 가늘고 긴 잎은 두 개씩 마주 붙어 나는데 눈으로 봐서는 잘 보이지 않는 톱니가 있으며 잎 길이는 8~9센티미터쯤, 지름은 1.5밀리미터쯤 된다.
보통 소나무는 한 곳에 나는 잎의 숫자에 따라 종류를 나누는데 한 곳에서 한 개가 나는 것을 일엽송(一葉松)이라 하고 두 개가 나는 것을 이엽송(二葉松), 세 개가 나는 것을 삼엽송(三葉松), 다섯 개가 나는 것을 오엽송(五葉松)이라고 한다. 일엽송은 우리 나라에 없고 우리 나라에 많은 소나무와 해송, 그리고 만주에 나는 만주흑송은 모두 이엽송이다. 잎이 세 개 달린 것으로는 한때 우리 땅에 많이 심은 리기다소나무, 대왕송, 테다소나무, 폰데로사소나무, 제프리소나무 따위로 주로 미국에서 건너온 것들이다. 줄기가 눈처럼 희고 껍질이 비늘처럼 벗겨지는 백송(白松)은 6백년쯤 전에 중국에서 가져다 심은 것인데 이것도 세 개의 잎이 달린다.
으뜸가는 재목 금강송과 미인송
잎이 다섯 개인 것은 우리 나라의 잣나무, 섬잣나무, 누운잣나무 등 잣나무류들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재래종 소나무도 잎이 두 개인 것뿐만 아니라 드물게 세 개씩 달린 것도 있어서 어느 것이 순수한 한국 토종 소나무인지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
우리 나라 소나무에는 몇 가지 성질이 다른 품종이 있다. 반송(盤松), 처진소나무, 금강송(金剛松), 금송(金松), 은송(銀松), 미인송(美人松), 춘양목(春陽木) 등이 그 성질과 지방에 따라 이름난 소나무들이다.
반송은 수많은 줄기가 아랫부분에서부터 갈라져 수형이 넓게 퍼져서 전체적으로 소반모양을 이루는데 그 생김새가 단정하고 아름다워서 관상수로 많이 심는다. 무주군 설천면 삼공리에 있는 반송은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반송이다. 반송을 달리 천지송(千枝松), 다행송(多行松), 옥송(玉松)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처진 소나무는 줄기가 길게 옆으로 구불구불 뻗어 나가고 가지는 길게 늘어져 땅을 덮는 소나무다. 경상북도 청도군 운문사와 예천읍에 있는 석송령이 이름났는데, 특히 예천에 있는 석송령은 마을 사람들이 해마다 제사를 지내고 그 나무에 해를 끼친 사람은 반드시 벌을 받아 죽는다는 신목(神木)으로, 그 줄기가 거대한 용이 꿈틀거리는 것과 같으며 늘어진 가지가 처지지 않도록 수십 개의 기둥을 받쳐 놓았다.
우리 나라 제일의 산수화가 겸재 정선(鄭敾)은 솔을 좋아하여 뛰어난 소나무 그림을 많이 남겼는데 그 중에서 나라에 제를 올리는 사직단(社稷壇)에 있는 처진 솔을 그린 사직송도(社稷松圖)가 특히 유명하다. 크고 시커먼 용(龍)이 땅을 기듯이 늙은 솔가지가 사방팔방으로 늘어져 있고 그 늘어진 가지가 땅에 닿지 않도록 열 서너 개의 기둥을 받쳐 놓은 그림인데 천년은 되었음직한 노목(老木)임에도 잎이 푸르고 창창하여 마치 살아 있는 듯 생동감을 주는 신품(神品)의 그림이다.
소나무 중에서 그 재목의 쓰임새나 아름답기를 제일로 칠 만한 것은 금강소나무다. 강원도의 대관령, 소금강 등에 나는데 여느 소나무에 견주어 줄기가 곧게 뻗으며 곁가지가 적고 붉은 껍질이 유달리 아름다울 뿐더러 잎새의 모양도 더 섬세하고 우아하여 소나무 중에서 최고의 미인으로 친다. 이 나무가 험준한 기암괴석 틈에 꼿꼿이 서서 육중한 바위와 어울려 조화를 이룬 풍경은 우리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매혹적인 경치다. 금강소나무는 극치의 아름다움을 지니기도 하였거니와 목재의 재질 또한 단연 뛰어나게 우수하다.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궁궐이나 절간을 지을 때 금강송을 썼는데 이 나무는 칠을 하지 않아도 몇 백년을 썩지 않는다. 강원도나 경상북도 지방의 민간에서는 사람이 죽어 널을 짤 때에는 꼭 금강송을 썼고 집을 지을 적에도 문짝만은 반드시 금강송을 썼다. 그 이유는 금강송이 잘 썩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지방의 사람들은 이사를 갈 때 문짝만은 떼어 짊어지고 간다고 한다.
지금 금강송의 순종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해방 직후만 하더라도 삼척, 울진, 영양 같은 곳에서 금강송의 멋진 숲을 볼 수 있었는데 도벌꾼들이 베어 버려서 몇 해 지나지 않아 다 없어졌다.
우리 나라의 임업정책 당국자들도 소나무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빨리 자라는 나무인 이태리포플러와 은수원사시, 리기다소나무, 오리나무와 아까시나무 따위를 많이 심도록 장려하였다. 이 중에서 아까시나무는 땅의 거름기를 많이 빼앗아 땅을 못쓰게 만들고 소나무의 성장에 방해가 되는 어떤 물질을 내놓기 때문에 아까시나무 곁에서는 소나무가 말라죽는다. 아까시나무는 소나무의 천적이다.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나무인 리기다소나무 따위를 널리 장려해서 많이 조림하다가 원망을 많이 듣자 장려 품종에서 빼 버리곤 하였으니 이 나라의 임업정책이 얼마나 한심하였는가.
경북 춘양의 특산물 춘양목
금강송 못지않게 성질이 우수한 소나무가 있는데 경북 청송(靑松)과 춘양(春楊) 지방에서 많이 나는 춘양목(春場木)이다. 춘양목 역시 곧게 자라고 옹이가 없으며 빨리 자라고 쉬 썩지를 않아 최고의 재목으로 친다.
춘양목은 해송(海松)과 육송(陸松)의 튀기로 보고 있는데 잎은 해송을 닮아 송충이에 강하고 목재는 소나무를 닮아 질이 좋다. 그런데 금강송과 춘향목은 서로 성질이 비슷하여 같은 종류로 보는 사람도 있고 또 구분하기도 어렵다.
미인송은 백두산 부근에 나는 소나무인데 줄기가 곧고 잔가지가 별로 없으며 키가 크고 보기에 아름다와서 미인송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한국 소나무와 만주 흑송과의 튀기로 보는데 확실치 않다. 이 미인송도 중국에서 거의 다 벌채해 버려서 제대로 자란 미인송 숲을 구경하기가 어렵다.
금송은 잎의 끝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황금빛이 나는 소나무로 매우 자람이 느려서 수백 년이 되어도 키가 4~5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강원도 삼척시 신리에 있는 것이 이름났는데 몇 해 전에 말라죽고 주변에 그 후손이 몇 그루 있다. 은송은 잎에 세로로 횐 빛, 또는 금빛의 줄이 나 있는 소나무다. 금송이나 은송은 관상용으로 가치가 있으며 상당히 귀해서 구경하기 힘들다.
솔꽃은 5월에 암꽃과 수꽃이 한 가지에 함께 핀다. 수꽃은 새로 난 가지의 밑부분에 돌려 붙으며 길이 1센티미터쯤 되고 노랑색이다. 암꽃은 가지 끝 부분에 피고 길이 6밀리미터쯤 에 둥글고 보랏빛이다. 이 암꽃이 차츰 자라나서 솔방울이 된다.
솔꽃이 피면 수꽃의 가루가 하얗게 바람에 날려 떨어져 멀리서 보면 마치 횐 구름이 흩어지는 것 같은데 예전에는 이 송화가루를 모아서 다식(茶食)을 만들어 먹었는데 맛보다는 그 향기를 사랑할 만하다. 송화가루를 모아 꿀로 개어서 과자로 만든 음식은 맛도 기막히게 좋고 약효도 높다 하여 예로부터 불로장수의 선식(仙食)으로 여겼다.
솔은 선인(仙人)의 양식
솔은 우리 옛사람들에게 으뜸가는 식량의 하나였다. 이씨조선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일본이 이 나라를 다스릴 때에도 이 땅의 농민들은 대부분 거의 해마다 혹독한 보릿고개를 겪어야 했다. 그 때마다 그들은 소나무 속껍질인 송기를 벗겨 내어 삶고 물에 씻어서 떫은맛을 없앤 다음 수수가루, 옥수수가루, 좁쌀가루 등을 섞어서 떡을 만들어 흔히 먹었다. 그냥 먹으면 변비에 걸리기 쉬우므로 느릅나무 껍질을 우려낸 즙과 함께 먹거나 설사약인 피마자기름을 많이 발라서 먹기도 했다.
1660년에 발간한 <신간구황촬요(新刊救荒撮要)>라는 책을 보면 소나무 껍질과 솔잎의 영양효과와 먹는 법에 대해서 아주 자세하게 적혀 있는데, 솔이 내장을 편안하게 하고 배가 고프지 않게 할 뿐더러 수명을 길게 하며 위장을 튼튼하게 하므로 다른 곡식들보다 낫다고 하였다.
도(道)가 높은 선인(仙人)이나 스님들이 솔잎이나 송홧가루만 먹고살았다고도 하는데 실제로 솔잎만을 말려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서 먹고사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솔과 함께 살고 솔을 닮으려고 하며 솔을 먹고사니 어찌 신선의 풍도(風道)가 없겠는가. 다음의 시는 금강산에서 17년 동안 솔잎과 송기만을 먹으며 살았다는 찬하거사(餐霞居士)가 지은 것이다.
到處貯糧赤不窮 萬山松葉眼前豊
大家生活長如此 荳在人間五穀中
내 식량은 곳곳마다 쌓여 모자람이 없네
산마다 솔잎이 눈앞에 저렇게도 풍성하구나
부잣집 생활과는 거리가 먼 산중생활
사람들은 어찌하여 오곡(五穀)으로만 살려 하는가
일제시대 때에는 신의주에서 부산까지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할 때면 기찻길 양옆의 산에 껍질이 허옇게 벗겨진 소나무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른바 초근목피(草植木皮)로 연명한다고 할 때의 목피란 바로 소나무껍질을 일컫는 것이었다.
소나무야말로 우리 민족이 춘궁기를 이길 수 있게 해준 가장 고마운 존재였다. 이 때문에 우리 선조들이 마을 부근에 즐겨 소나무 숲을 가꾸었는지도 모른다.
소나무 숲이 있으면 대개 나무 아래에 다른 식물이 적다. 소나무에서 나오는 어떤 물질이 어떤 종류의 식물, 이를테면 비름, 명아주, 쇠비름, 강아지풀, 참취 같은 풀이 자라지 못하도록 방해한다. 이와 같이 어떤 화학적 물질이 이웃식물에게 영향을 주는 것을 ‘타감작용' 또는 '알랠로파티'라고 한다.
솔은 생명력 가장 강한 식물
소나무 아래 다른 풀이 적으니 자연히 벌레들이 적고 개구리가 없기 때문에 뱀도 거의 없게 된다. 또한 백년쯤 전만 해도 온 산에 들끓으면서 사람과 가축에게 큰 피해를 입혀 온 호랑이도 숨을 장소가 마땅치 않은 소나무 숲에는 오지를 않았다. 사람들이 솔을 즐겨 가꾼 것에는 이런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소나무에는 몇 가지 특성이 있다. 먼저 솔은 가지가 돌려나기로 나는데 한 해에 한 마디씩 자라므로 30년쯤 자랄 때까지는 이 마디를 세어 보면 그 나무의 나이를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나이가 많아지면 줄기의 마디가 잘 드러나지 않고 그때까지 원추형이던 나무모양이 점점 우산모양으로 바뀐다. 그것은 소나무가 다른 나무보다 유달리 빛을 좋아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빽빽한 소나무 숲 밑에서 더디게 자라는 키가 작은 나무들은 소나무 그늘에 가려 햇볕을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어 말라죽고 만다. 외따로 떨어져 있는 나무도 윗가지가 만드는 그늘 때문에 밑의 가지가 말라죽어서 차츰 수형이 우산 모양으로 바뀌게 된다. 우리 산천을 지극히 사랑한 화가인 겸재 정선은 우산 모양의 소나무를 운치 있게 잘 그렸다.
다른 한편으로 소나무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그만큼 환경에 대한 적응능력이 강한 나무다. 흙 한 줌 있을 것 같지 않은 바위틈에서도 푸르고 울창하게 자라는 솔을 보면 그 강인한 생명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솔이 보통 메마르고 건조하며 바람이 많은 곳에 나기 때문에 소나무가 좋은 땅을 싫어하고 나쁜 땅을 좋아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그런 것이 아니다. 좋은 땅이라야 좋은 소나무가 자라는 법이다.
나무들 사이에도 동물들처럼 치열한 다툼이 있다. 보기를 들어 단풍나무 숲에 소나무가 끼어들게 되면 서로 살아남기 위해서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게 된다. 이럴 때에 땅 힘이 좋은 곳에서는 소나무는 단풍나무나 떡갈나무, 물푸레나무 같은 나무들한테 져서 쫓겨나지만, 땅 힘이 약하고 건조한 곳에서는 소나무가 이기게 된다. 그러므로 바위틈에 자라는 소나무는 좋은 땅에서 쫓겨나서 다른 나무들이 자랄 수 없는 곳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그러나 땅 힘이 좋고 기름진 땅에 소나무가 자라도록 보호하여 주면 아주 좋은 성질의 소나무가 자라게 된다. 보통 산에 들어가 보면 흔히 산 아래쪽에는 들메나무, 가래나무 같은 활엽수가 자리를 차지하고 위로 갈수록 소나무가 늘어나며 산등성이에는 소나무만이 서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솔이 번성해야 나라가 잘 된다
이것은 흙이 비옥한 아래쪽에서는 다른 나무에게 지고 위에서는 이겨서 살아남았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소나무가 많은 나라는 국력이 약하고 심지어는 소나무가 나라를 망하게 한다는 비관적인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이 말은 매우 지나친 말이며 잘못된 말이다.
유럽의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서독, 폴란드, 러시아 등은 소나무의 나라라고 할만큼 소나무가 많고 소나무를 대단히 높은 경제적 가치를 지닌 나무로 여기고 있다. 사실 유럽 중?북부에서 소련에까지 뻗친 광대한 유럽소나무 숲은 단일수종으로는 세계에서 제일 큰 숲이다. 미국 또한 동부의 거대한 삼림이 대부분 소나무류들이다. 이러한 나라들을 소나무가 많다고 해서 국력이 쇠약한 나라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일본인 학자 혼다 세이로꾸가 발표한 적송망국론(赤松亡國論)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소나무는 땅 힘이 약한 곳에 견디며 잘 자라고 또 땅이 건조한 곳에 잘 자란다. 산의 땅은 원래 비옥하고 생산적이었다. 그래서 땅이 비옥한 곳에서는 소나무가 자연 상태로 자라기가 힘이 든다. 사람이 자연의 숲을 파괴하여 땅 힘이 낮아지면 이곳에 소나무가 들어오게 된다. 다시 말해 소나무는 그곳의 지력이 척박하다는 것을 말해 주는 대표적인 수목이다. 오늘날 국세가 부진한 국가는 산지가 황폐해 있고 그곳에는 소나무밖에 자라지 못한다. 따라서 소나무의 번성은 국세가 약함을 보여 주는 것이다."
소나무가 우리나라의 주요 조림수종에서 외면당한 또 다른 큰 이유가 있다. 소나무마다 송충이가 들끓었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송충이는 커다란 골칫거리였다. 송충이가 한창 들끓었던 일제 때에는 한쪽 산을 모조리 갉아먹고 다른 산으로 옮겨가는 송충이떼 때문에 대구 근처에서 달리던 경부선 기차가 멈추어 선 적도 있다.
송충이 위에 송충이가 쌓여서 그 두께가 30센티미터가 넘는 무시무시한 송충이 떼가 철길을 건너가고 있는데 때마침 달려온 기차바퀴에 송충이 떼가 끼어서 기차가 달릴 수 없었던 것이다.
정조 임금은 수원에 있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 주변에 있는 소나무에 송충이가 극성을 부리자 손수 송충이를 잡아 깨물어 삼켰더니 송충이가 없어졌다고 한다.
수백 년 동안 주기적으로 크게 발생하여 큰 피해를 끼쳤던 송충이가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이상야릇하게도 1975년 무렵부터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여 지금은 애써 찾아보려고 해도 볼 수가 없게 되었다.
그렇게 위세를 떨치던 송충이가 저절로 없어진 것이다. 아마 어떤 막강한 천적이 나타나서 송충이를 모두 죽인 것인지도 모른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에 감염되어 죽어버렸을 수도 있고 환경오염으로 죽어 버렸을 수도 있다. 송충이가 없어지자 송충이를 잡아먹고 사는 두견새도 거의 사라져 이제 구슬픈 두견의 울음소리도 듣기 어렵게 되었다.
소나무 에이즈 재선충
그 무서운 송충이가 사라졌다고 해서 소나무가 잘 자랄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이어 송충이보다 더 큰 피해를 주는 해충들이 나타났다. 지금 우리나라 소나무는 솔잎혹파리의 피해로 전멸위기에 처해 있다. 솔잎혹파리는 30년쯤 전에 갑자기 호남지방에 처음 나타나서 기세를 떨치더니 이것이 점차 북쪽으로 올라가서 지금은 충청도, 경상도, 경기도, 강원도를 포함한 전국의 소나무를 말려 죽이고 있다.
이 솔잎혹파리를 없애는 확실한 방법은 아직 없는 형편이다. 성충(成蟲)이 솔잎을 갉아먹기 시작하는 봄에 일제히 약을 뿌리거나 나무에 구멍을 뚫어 약을 주사하여 독이 들어간 솔잎을 먹은 벌레가 죽어 떨어지도록 하는 방법 등이 있으나 생태계 파괴가 심각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 실행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솔잎혹파리 말고도 소나무에 큰 피해를 주는 해충으로 소나무 좀벌레가 있다. 이것은 소나무의 껍질 밑에 들어가서 나무를 파먹어서 나무를 죽인다. 소나무 좀벌레는 소나무에 살충제를 주사하여 없앨 수 있다.
소나무의 해충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땅을 기름지게 하여 소나무를 건강하게 하고 솔잎혹파리의 천적인 먹좀벌이나 거미, 박새 등이 늘어나게 하여 생태계의 균형을 하루 빨리 회복하는 일이다. 소나무의 해충이 번창하는 이유는 우리나라 소나무가 전체적으로 병들어서 해충을 이겨 낼만한 저항력이 없기 때문이다. 건강한 소나무는 해충의 피해를 받지 않는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크게 발생하여 일본의 소나무를 모조리 말려 죽이고 있는 재선충(材腺蟲)이 부산에 상륙하여 차츰 북쪽으로 올라오고 있다. 재선충은 나무줄기의 세포 속에 들어가서 물의 흐름을 막아 나무를 죽게 하는 소나무 페스트라 할 만한 가장 무서운 해충이다. 이미 금정산 근처의 소나무는 재선충에 감염되어 많이 죽었다. 재선충을 막는 방법은 아직까지 없고 다만 한시라도 빨리 감염된 나무를 찾아 베어서 불태워 다른 나무로 전염되지 않게 하는 방법뿐이다.
솔이 죽으면 나라가 망한다
소나무는 식물 중에서 생활력이 가장 강한 축에 든다. 소나무가 죽는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생태계가 그만큼 심각하게 파괴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소나무가 살 수 없는 땅은 바로 사막이 된다. 다른 아무 식물도 자랄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 소나무의 죽음은 우리 강산의 죽음, 우리 산하의 회생할 수 없는 멸망을 가리키는 것이다. 소나무의 죽음은 바로 나라의 멸망, 나아가서는 지구멸망으로 이어지는 중대한 생태계의 경고이다.
소나무만큼 쓸모가 많은 나무는 달리 없다. 먼저 소나무는 땔감의 왕이다. 우리 조상들은 수천 년 동안 소나무의 은혜 아래 살아왔다. 가을에 떨어져 붉은 비단처럼 땅을 덮는 마른 솔잎을 솔갈비라고 하는데, 솔갈비는 불 힘이 좋을 뿐 아니라 불 힘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고, 밥을 지으면 솔잎 향기가 스며들어 밥맛이 아주 좋아서 밥을 짓는데 최고의 땔감으로 썼다.
소나무 장작 또한 불 힘이 좋고 도끼질 한 번에 짝 갈라지며 송진이 들어 있어 불이 잘 타기 때문에 군불을 때는 데에 가장 우수한 재료이다. 고려자기의 맑은 빛깔도 소나무 장작으로 구워 만들었고 묵화를 그릴 때 쓰는 먹도 소나무 장작을 때서 나오는 그을음을 뭉쳐 만들었다.
한약을 달일 때에도 소나무 숯을 많이 썼는데 그 이유는 소나무 숯이 독이 없고, 몸에 이로우며 불 힘이 은근히 지속되어 약을 달이기가 가장 좋기도 하거니와 약효도 잘 우러나오기 때문이었다.
집을 지을 때에도 반드시 소나무 목재를 쓴 까닭은 소나무 목재로 지은 집에는 늘 청향(淸香)이 그윽하고 수백 년이 지나도 기둥이나 서까래가 휘는 법이 없으며 풍상(風霜)에 닳아도 부드러운 무늬와 대팻자국이 살아 있어 고색창연한 아름다움을 그대로 전해 주기 때문이다.
일본 사람들도 우리나라 소나무를 높이 쳐서 우리나라 솔잎을 따서 담배에 꽃아 피우고 말려서 가루를 내어 약을 만들어 상품으로 만들어 팔기까지 하였다.
송홧가루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소나무 순으로 술을 빚고, 소나무 속껍질로 떡을 해 먹고, 솔잎으로 송편을 쪄서 먹고, 청솔 방울로 장판을 바르고, 마른 솔방울로 불씨를 묻고, 송진을 약재로 쓰고, 송진이 오래 묵어서 호박(琥珀)이 되고 밀화(蜜花)가 되면 귀중한 보물이 되었다.
섶을 베어 울타리를 치고, 관솔을 캐어 연료로 썼고, 뿌리를 캐서 가구를 만들고, 줄기를 베어 널을 짜고, 무덤가에는 둘러 심었고, 아이를 낳으면 청솔 가지를 새끼줄에 꿰어 달았으니 솔엔 버릴 것이 하나도 없고 솔이 우리 겨레 곁에서 떠난 적도 없다. 진실로 우리 문화는 소나무의 문화요, 솔은 우리 민족의 나무다.
민족정기를 지켜온 나무
내가 어려서 살던 마을 주변에는 잘 자란 소나무들이 많았다. 뒷동산은 말할 것도 없고 마당 앞에도 큰 소나무가 있었다. 마당 앞의 것은 용틀임하며 뻗어 올라간 줄기에서 굵은 가지들이 아래로 늘어진 수백 년 묵은 소나무였는데 나는 그 소나무 아래서 나서 그 소나무와 함께 놀며 자랐다. 그 아래 넓은 바위에서 낮잠을 자고, 나무에 기어 올라가 가지를 흔들기도 하고 굵은 가지에 동아줄로 그네를 매어 타기도 했다. 소나무는 어린 시절에 가장 좋은 친구이자 이웃이었다.
마당 앞에 있던 솔은 우리 가족의 쉼터이자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가족을 지켜 온 가족의 한 구성원이자 가장 훌륭한 영혼의 친구였다. 뜰 앞의 소나무를 통하여 나는 속기(俗氣)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 참다운 예술이 어떤 것인지 참된 도(道)가 어떤 것인지를 배웠다.
솔은 사람의 마음을 깨끗하게 씻어 순화시켜 주는 힘이 있다. 한여름 낮에 목침을 베고 누워 솔잎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는 길고 긴 노래 소리를 들어 보라. 음악의 차원을 넘어서 무념무상(無念無想)의 경지로 이끄는 듯한 느낌이 들것이다. 솔은 마음의 때를 씻어 주는 명약이다.
우리 마음과 우리 산야에 솔처럼 어울리는 나무는 따로 없다. 솔은 비 오는 날에 가장 잘 어울리고 바람 부는 날에도 가장 잘 어울리며 흐린 날에도 잘 어울리고 맑은 날에도 잘 어울리고 봄에도 겨울에도 계절과 시간을 가리지 않고 잘 어울린다.
맑은 날 눈을 하얗게 덮어 쓴 솔을 생각해 보라. 비가 막 지나간 뒤 솔의 푸르름을 생각해 보라. 고요한 달밤에 외따로 달빛을 받고 있는 소나무를 상상하여 보라. 소나무에는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고결하고 소박하고 자연스러우며 신비로운 아름다움이 있다.
우리 소나무에는 서기(瑞氣)가 서려 있다. 우리 겨레의 정신을 지켜 온 것은 솔의 상서롭고 이로운 기운〔吉氣〕, 감로정(甘露精) 이슬 머금은 맑은 기운이었다. 이 땅에 솔이 다시 살아나는 날 민족의 기운도 다시 살아날 것이다.
솔은 내 영혼의 나무요 내 마음의 고향이다. 집 앞에 큰 솔이 있어 내 어린 시절은 행복했다. 지금 내게 소망이 하나 있다면 지금은 폐허가 되어 버린 고향집, 한 그루 늙은 소나무 아래로 돌아가 거기서 살고 싶다.
오로지 뜰 앞에 있던 솔을 보고 싶은 마음에 고향으로 가는 버스에 무작정 올라타기 몇 번이었던가. 내 소망은 오직 하나 늙은 소나무와 그 아래 맑은 샘.
섬돌 앞에 비스듬히 누워 덮고 있는 외로운 소나무
가지와 줄기는 여러 해 묵어 늘어져 용이 되었네
내 이제 붓을 들어
솔바람을 노래하니
붓 아래서 솔바람 소리가
생겨나는 듯 솔바람이 달을 흔들고
강을 물결치게 하니
거울을 대하듯 맑은 경치
세상의 일을 잊게 하네
넓은 하늘에 저리 조용하고
만고에 푸르러니
소리와 빛은 어디에서 와서
그림자를 가득 채우나
지금 그림자 속의 그림자를 그리니
바깥의 경관이 내 마음에 들어
내 마음을 흔드네.
모든 약과 식품 중에서 으뜸
솔은 전체가 만병의 영약(靈藥)이다. 솔잎, 소나무 속껍질, 솔방울, 솔씨, 송진은 말할 것도 없고 솔뿌리, 솔꽃, 솔마디〔松節〕, 뿌리에 생기는 복령, 솔 아래 나는 송이버섯, 솔가지에 실처럼 늘어져 기생하는 송라(松蘿), 심지어는 소나무를 태워 만든 숯까지 모두 중요한 약재로 쓴다.
솔은 가장 흔하면서도 가장 귀한 약재이다. 솔은 예로부터 불로장생(不老長生)하고 신선이 되는 선약(仙藥)으로 여겼다. 옛 기록에는 솔잎을 먹고 신선이 되었다거나 머리가 희어진 노인이 다시 검은 머리로 되어 홍안(紅顔)의 젊음을 되찾았다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적송자(赤松子)나 송수선인(松壽仙人) 같은 사람들이 솔을 먹고 선인(仙人)이 되었다는 전설적인 인물들이다.
중국사람들이 의약의 신으로 떠받드는 염제 신농씨(神農氏)가 지은 <신농본초경(神農本草徑)>에는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 1백20가지 상약(上藥) 중에서 솔을 제일 첫머리에 놓고 있다. 예로부터 전해 오는 솔의 약성에 대한 기록을 종합하여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솔잎의 성미(性味)는 따뜻하고 독이 없으며 맛은 시다. 심경, 비경에 주로 들어간다. 풍습(風濕)을 없애고 몸 안의 벌레를 죽이며 가려움을 멎게 하고 머리털을 나게 한다. 오장(五臟)을 고르게 하고 배고프지 않게 하며 오래 살게 한다.
소나무 속껍질은 성미는 따스하고 맛은 달다. 피를 멈추게 하고 설사를 그치게 하며 살이 썩지 않게 한다. 오래된 설사, 이질에 잘 듣는다.
솔마디〔松節〕는 소나무 가지나 줄기에 송진이 침착된 것으로 어린 가지를 잘라 쪼개서 물에 담갔다가 쓰는데 성질은 따뜻하고 폐,위경에 들어간다. 풍습을 없애고 경련을 멈추며 경락을 고르게 한다. 뼈마디가 아플 때, 각기, 타박상, 관절염 등에 달이거나 술을 담가 먹는다.
송진은 소나무의 진을 말린 것이다. 소나무에서 흘러내리는 것을 모아 잡티를 없애고 물에 끓인 다음 천으로 걸러 찬물에 넣어 식혀서 쓴다. 맛은 쓰고 달며 성질은 따뜻하다. 폐경, 위경에 들어간다. 새살이 나게 하고 아픔을 멎게 하며 벌레를 죽이고 고름을 빨아낸다. 종기, 불에 데인 데, 습진, 악창, 옴, 머리 헌 데 등에 바른다.
솔방울은 성미가 달고 따스하며 독이 없다. 변비와 풍비를 낮게 한다. 골절풍과 어지럼증을 고치며 죽은 살을 없앤다.
복령은 구멍버섯과에 딸린 복령균의 균핵을 말린 것이다. 소나무를 벤 곳에 있는데 죽은 소나무 둘레를 쇠꼬챙이로 찔러서 찾아낸다. 겉껍질을 벗겨내고 잘게 썰어서 햇볕에 말려 서 쓴다. 속의 빛깔이 흰 것을 백복령 붉은 것을 적복령이라 하고 솔뿌리를 싸고 있는 것을 복신이라 한다. 맛은 달고 심심하며 성질은 평하다. 폐경?비경?신경?방광경에 들어간다. 오줌을 잘 나오게 하고 비를 보하며 담을 삭이고 정신을 안정시킨다. 비허로 인하여 붓는 데, 복수, 구토, 설사, 건망증, 소화기 질병에 쓴다.
송이버섯은 송이버섯과에 딸린 버섯으로 소나무 아래 난다. 여름이나 가을에 따서 햇볕에 말려서 쓴다. 맛은 달고 성질은 평하다. 요즈음 항암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암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솔꽃가루〔松花〕는 몸에 수꽃 이삭을 따서 꽃가루를 털어 체로 쳐서 쓴다. 풍과 염증을 없애고 피를 멈추게 한다. 허약체질, 감기, 두통, 종기 등에 쓴다. 가루를 그냥 먹거나 술에 담가 먹으며 상처에는 그대로 바른다."
재래종 솔뿌리는 산후풍, 신경통, 관절염에 신기한 효험
솔의 신비한 약효는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황토에서 자라 10년쯤 된 어린 소나무의 동쪽으로 뻗은 뿌리는 부인의 산후풍과 신경통 관절염 등을 고치는 신약(神藥)이다. 민간의학자로 이름을 떨친 인산 김일훈 선생은 솔뿌리의 약효에 대해 그가 지은 책인 <신약(神藥)>과 <신약본초(神藥本草)>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 토종 솔뿌리는 근골(筋骨)을 튼튼하게 하고 어혈(瘀血)을 다스리며 거악생신(去惡生新)하고 청혈윤신(淸血潤身)하니 이러한 약리 작용은 이 나라 땅의 감로정(甘露精) 에서 기인한다. 솔뿌리는 중풍, 산후풍, 결핵관절염, 신경통, 요통, 골수염, 골수암의 치료에 좋은 효능을 보이는 묘약이다.
소나무는 감로정의 힘과 황토지령(黃土之靈)의 힘과 태양광선에서 통하는 우주정(宇宙精)의 힘을 흡수하여 장수하는 영목으로 나무 중의 왕이다."<신약(神藥)>
"신경통 관절염, 그리고 모든 산후병 이런데 신통한 약은 우리나라 재래종 소나무라. 그러면 그놈의 동쪽으로 뻗은 뿌리… 동쪽으로 뻗은 뿌리를 써라,… 왜 그러냐? 황토에는 습기가 많아요. 비가와도 얼른 가시지를 않고, 또 습해지면 얼른 마르지를 않고, 이런데.
이거이 저녁 이슬을 많이 받아요. 이슬을 많이 받아서 새로 1시 후에 땅속에 있는 감로수(甘露水) 기운이 솟아오르면 모든 지상에 있는 공해 물은 싹 제거돼 버려요. 그게 모든 공해를 제거하는 왕자가 감로정(甘露精)인데…
아침에 태양이 돋으면 그 맑아진 공기 중에는 감로정이 들어 있어 태양 광이 들어오면서 감로정을 동쪽에 비추기 때문에 동쪽 솔잎 속으로 스며들어… 그러면 이슬은 떨어지는 놈은 황토에 있구 안 떨어지는 놈은 동쪽 뿌리로 좇아 내려가게 돼 있다. 그럼 그 뿌리는 황토에 떨어진 이슬이나 또 비가 와두 동쪽으로 해가 뜰 때에 햇살이 먼저 비추니까 거기에 수정 기운을 받아 가지구 합성되는 뿌리 속에는 상당히 신비한 약이 있는 데 그게 뭐이냐? 신경통 관절염 산후풍 고치는 데 가장 신비한 약물이야…" <신약본초(神藥本草)>
황토에서 생장하는 소나무의 동쪽으로 뻗은 뿌리는 솔잎에 맺히는 밤이슬의 감로정으로 인해 영약이 된다. 아침에 해가 뜰 때에 감로정이 함유된 이슬을 동쪽뿌리가 흡수하므로 만병의 약이 되는 것이다.
솔뿌리는 황토에서 10~15년쯤 자란 나무에서 채취한 것이 제일 효과가 좋다. 오래 묵은 나무에서 채취한 것은 송진이 많고 독이 있으므로 약으로 쓰지 않는다. 깊은 산 속 길옆에서 자라 뿌리가 땅 밖으로 들어 나서 사람이 많이 밟고 다녀서 껍질이 매끈매끈하게 닳은 것도 약으로 쓰면 좋다. 그늘에서 말려 잘게 썰어서 약으로 쓴다. 그냥 달여 먹으면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설사가 날 수도 있으므로 솔뿌리 달인 물로 식혜를 만들어 먹거나 다른 약재와 함께 약 달일 때 넣는다.
◇ 해남군 옥천면 흑천마을에 있는 이 소나무는 진짜 흑룡이 승천하려고 용트림 하는 모앵새다.
고혈압과 간경화 다스리는 ‘솔잎땀' 요법
옛날부터 내려오는 전통적인 치료법 중에 솔잎을 이용하여 땀을 흠뻑 내는 방법이 있는데 이를 ‘솔잎땀'이라 하여 고혈압, 간암, 간경화, 골수암, 어린이뇌염, 간질, 산후풍, 늑막염, 신경통, 저혈압 등을 치료하는데 신통한 효과가 있다.
황토온돌방 바닥에 깊은 산에서 따온 솔잎 두 가마니쯤을 3~5센티미터쯤의 두께로 고루 깔고 방바닥이 뜨겁도록 불을 땐 다음 솔잎 위에 홑이불을 펴고 얇은 속옷만 입고 그 위에 누워 이불을 덮고, 머리에도 수건을 쓴 다음 흠뻑 땀을 내는 것이다.
솔잎땀 요법이 신비로운 효과가 있는 이유는 사람의 몸 속 깊은 곳에 갖가지 염증과 병균이 자리잡고 있다가 솔잎땀을 낼 때 송진 기운에 밀려 땀과 같이 증발하여 땀구멍을 통하여 밖으로 빠져나오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라 송진의 기운이 땀구멍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가 힘줄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모든 기생충을 죽이며 썩은 살을 제거하고 새살이 살아 나오게 한다. 솔잎땀 요법은 몸 속에 쌓인 온갖 독소를 빼내는데 매우 좋은 방법이다.
솔잎땀을 낼 때 토종 웅담 0.4그램을 술에 타서 마시고 내면 효과가 더욱 크며 땀을 식힐 때 갑자기 식히거나 찬바람을 쏘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갑자기 땀을 식히면 바깥의 한기(寒氣)가 몸 안으로 들어가 도리어 해로울 수가 있다. 또 솔잎땀을 내는 도중이나 내고 나서 목이 마르다고 하여 찬물을 벌컥벌컥 마셔서는 안 된다. 요즘에는 웅담을 구하기가 어려우므로 토종꿀 한 숟갈을 먹고 난 다음 땀을 내면 같은 효과가 있다.
솔잎은 개소리나 닭소리 등이 들리지 않는 깊은 산 속 오염되지 않은 곳에서 딴 것이라야 하고 솔잎땀을 한 번 내고 말 것이 아니라 수시로 자주 내야 한다. 솔잎은 경상북도 춘양 지방에서 자라는 것이 맛과 향기 약효가 가장 좋다.
환자가 아닌 사람도 솔잎땀을 한 번 내고 나면 몸 안에 쌓여 있던 온갖 독소가 깨끗하게 빠져 나와 몸이 날아갈 듯이 가뿐해진다. 방이나 마루에 솔잎을 늘 깔아놓고 생활하거나 이불에 솜 대신 솔잎을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예로부터 마른 솔잎에서 섬유질을 뽑아 만든 이불은 세상에서 제일 귀한 물건 가운데 하나였다. 솔잎땀 요법은 지금도 산간지방에서 더러 쓰고 있다.
솔의 정기가 모인 선약 ‘불로괴(不老傀)’
송진을 이용해서 만드는 약 가운데 신비로운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불로괴라는 것이 있다. 불로괴는 신선이 되게 한다는 약 가운데 하나로 수 백년 묵은 노송에서 나오는 송진을 이용해서 만든다.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백년 넘게 자란 재래종 소나무의 뿌리 밑을 파고 들어가서 원뿌리의 중간 부분을 자른다. 그 다음에 세 말 이상 들어가는 오지항아리에 참기름을 큰 소나무면 다섯 근(斤), 보통 소나무면 세 근쯤 넣는다. 그리고 항아리의 바닥에 소나무의 잘린 원뿌리가 닿도록 하고 비나 바깥공기가 스며들어가지 않도록 항아리 입구를 잘 밀봉한 다음 흙을 본래대로 덮어둔다. 그런 다음에 6개월에서 5년 뒤에 꺼내어 보면 항아리에 송진 비슷한 것이 고여 있는데 이것을 약으로 쓴다. 대개 음력 3월에 묻어 9~10월에 파내며 오래 된 것일수록 약효가 좋다. 이것은 소나무가 참기름을 다 빨아들였다가 다시 뱉어낸 것으로 소나무 한 그루 전부의 정기(精氣)가 농축된 것이다. 검은 빛깔이 나는 것이 가장 약효가 좋고 그 다음에는 황백색 나는 것이 좋다. 소나무 한 그루에서 나온 것을 좋은 술과 섞어서 1년 동안 복용한다. 불로괴를 만들고 나면 그 소나무는 말라죽거나 기력이 몹시 쇠약해진다.
※ <Daum지식>에 올라온 내용인데 최초로 작성한 원저작자가 누군지는 모르겠습니다.
김진수 회장님의 소나무 사랑이 워낙 각별하다 보니 공부좀 하려고 찾은 자룐데 들꽃카페 회원이라면 소나무에 대해서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아, 그리고 소나무 종류 중에 적송(赤松)은 일본인들이 만든 것이랍니다. 금강송을 말합니다. 금강송을 베어 일본으로 가져가는 동안 솔이 마르면서 붉게 변해서 그들이 적송이라 부르게 되었답니다.
첫댓글 '아까시나무는 땅의 거름기를 많이 빼앗아 땅을 못쓰게 만들고 소나무의 성장에 방해가 되는 어떤 물질을 내놓기 때문에 아까시나무 곁에서는 소나무가 말라죽는다. 아까시나무는 소나무의 천적이다.' ...아까시나무의 뿌리가 맹렬하여 주변 나무 밑 뿌리를 뚫고 사방팔방으로 길게 뻗어 씨족마을을 이루는 특성 때문 아닐까 하는데, 또 소나무를 못살게 구는 어떤 물질이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1박2일동안 통독했어요~~^^
전남들꽃회원 자격 미달될까봐서~~ㅎ...소나무에 대한 상식 학실히 입력했습니다...밑줄 그어 놓은거 이따 또봐야지~!!
저도 며칠을 읽었네요 소록도에 가니 큼직한 금강송을 소개하면서 일제시대 얘기를 했어요.먼 훗날 솔잎 찜질 한번 해 보고 싶네요
자주 두고두고 읽어야 겠네요 저도 나주에서 저 나무를 봤는데 아이들이 무지 좋아했을법한 나무같아요 ^^ 나무가 등허리좀 내어주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