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기축통화 미국 달러
2008년 9월까지 세계의 경제를 휘잡던 달러가 월가의 리먼 부라더스의 몰락으로 동반 추락 추세에 있다. 금년 2008년 벽두부터 달러가 수난을 겪고 있었다. 서부프라임 모기지 파동을 일으키더니 그에 그치지 않고 기어이 금융계를 쓰나미처럼 강타했다. 뉴욕증시가 연일 폭락하고 투자은행으로 옮겨 미국은 금융대란을 맞았다. 세계의 금융권이 부러워하던 투자은행들이 소리 없이 헐값에 일본 등 탄탄한 재력 그룹에게 팔리자 그야말로 미국을 비웃었던 그 여진의 파장은 유럽도 온전치 못해 중앙은행이 공적자금을 쏟아 붓고 있는 실정이었다.
달러가 미국의 공식 화폐단위로 사용된 것은 1792년이다. 달러의 어원은 어디일까. 현재 체코의 동남부 보헤미아 지방의 성 요하임(St.joachim)의 한 골짜기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온다. 예술가와 문인이 많았던 보헤미안들이 살았던 곳이다.
1516년 이 골짜기에서 양질의 은광이 발견되어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산골 촌락을 이루자 이 지역을 단순히 골짜기라고 불렀다. 1519년에 주민수가 약 5000명에 달하자 루드비히(Ludwig)왕은 이 촌락을 자유 산악도시로 격상시키면서 요하임 계곡이라는 의미로 「요하임스탈」이라는 이름을 부여했다. 그 후 이 지역에서 난 은으로 은화를 만들었다. 독일에서 이 은화를 19세기 중반까지 화폐단위로 사용하고요하임 스탈러그로센 또는 탈러 그로센(Taler-Groschen)이라고 부르고 더 간단히 탈러(Taler)라고 불렀다. 이 은화가 세계의 각지로 퍼지면서 탈러로 불리어 오다가 음운변화를 일으켜 달러가 되었다고 한다.
한편 종교의 박해를 피해 영국의 청교도들은 1620년 미국의 신천지를 향하여 범선을 타고 천신만고 끝에 미국에 도착했다. 그러나 풍토병과 추위와 가난 그리고 원주민 인디언들의 습격으로 많은 희생자를 냈지만 기독교 정신으로 어려움을 이기고 살아남았다. 1776년 독립선언 후 1783년 파리조약에서 독립이 승인될 때까지도 미국은 독립적인 화폐체계를 갖추지 못했다. 영국, 스페인, 프랑스 등의 외국 화폐를 사용하다가 1785년 대륙회의에서 최초로 달러를 미국의 화폐단위로 채택하였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민간은행들이 독자적으로 다양한 화폐를 발행함으로써 화폐체계는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그러다가 1792년에 달러를 미국 공식 화폐로 사용하면서 최초로 10진법 화폐체계를 도입했다. 그 후 1913년 연방준비제도를 출범시키고 연방준비지폐(FRN)를 발행하면서 이전에 발행한 국법은행권, 금증서 (Gold certificate), 은증서 (Silver certificate) 등의 유통을 허용함으로써 화폐체계는 여전히 복잡했다. 그러나 그 이후에 연방준비 지폐를 제외한 나머지 화폐의 발행이 중지됨에 따라 현재와 같이 유통 지폐의 99%가 연방준비 지폐로 단순화되었다.
현재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에서 유통되고 있는 달러는 모두 7760여억 달러에 이른다. 이 중 60% 이상이 아시아와 유럽 등 미국을 벗어난 지역에서 유통된다. 1928년에 연방준비은행에서 발행한 미국의 현용 달러 지폐 1, 2, 5, 10, 20, 50, 100 달러 중 $5의 앞면에는 링컨 대통령이 $10에는 미국 초대 재무장관을 지낸 알렉산더 해밀톤이 $20에는 앤드루 잭슨 대통령, $50에는 율리시스 그랜드 대통령, $100 지폐에는 독립선언문을 기초한 벤저민 프랭클린 등 역사적 인물이 그려져 있다. 뒷면에는 각각 링컨 기념관, 백악관, 독립기념관 등 역사적 건물이 소재가 되었다. 달러는 보통 녹색을 사용하여 그린 백(Green back)이라고도 한다. 유통의 혼란을 막기 위해 지금까지 무변화 속에서도 1996년에 새로운 $100 지폐의 발행으로부터 크기를 눈에 띄게 크게 하고 위조 방지효과를 더욱 강화시켰다.
미 달러가 150여 년간은 미국에서만 통용되지만 제2차 세계대전 무렵인 1944년 7월부터 주목을 받았다. 미국 뉴햄프셔주 브레튼우즈에서 연합국 44개국 대표들이 모였다. 그들은 세계2차 대전 이후 세계경제질서를 모색하여 국제 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을 창설했다. 그간 기축통화인 영국의 파운드화로부터 미국은 달러를 기축통화로 하는 금환본위제도 의사를 관철시켰다.
팍스 달러리움이라 불리는 달러의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금 1온스 당 35달러의 가치를 유지하고 달러를 기준환율로 회원국들은 자기네들의 화폐가치를 상하1% 범위내서만 변동하도록 한 것이다. 2차 대전 후 급성장한 미국경제에 대한 절대적 신임을 바탕으로 달러는 전 세계 결제 및 준비 통화 역할을 했다. 중동의 산유국도 원유를 팔고 달러로 대금을 받고 전 세계 중앙은행들은 무역을 통해 벌어들인 외화보유액 중 대부분을 달러를 사기 위해 재투자 했다. 일부 나라들이 달러를 자기나라 환율에 고정시키는 고정환율제도(페그제)를 도입한 건 별로 대단한 건 아니었다.
2008년 4.4분기에 리먼 부러더스의 파산 이후 미국 경제뿐 아니라 세계의 경제가 흔들려 위기를 면하기 위한 공적자금을 전격적으로 쏟아 붓고 있다. 지금 미 달러가치의 하락으로 이전만은 못하지만 아직도 세계의 화폐로서의 위상을 달러는 지키고 있다. 달러의 수난은 미국 경제의 불황으로 더 심각하다. 달러를 밀어내려는 시도는 도처에서 도전을 받지만 아직은 달러의 기축통화의 위치는 확고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기축통화가 되려면 지금 달러 보유액이 많다고 해서 달러를 밀어내긴 쉽지 않다. 적어도 글로벌 사회에서 정치적 경제적 미묘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달러의 자리는 당분간 지켜질 것이다.
2009.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