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연합] 날카로운 검은 선과 여위고 창백한
인물 그림으로 유명한 프랑스 화가 베르나르
뷔페(71. 사진)가 1999년 10월 4일 자살했다.
뷔페는 이날 오후 4시(현지시각) 프랑스 남부
지방 투르투르의 자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는데
자살과 관련된 구체적인 정황은 밝혀지지 않았다.
지난 51년간 뷔페와 함께 일해온 화랑 경영인
모리스 가르니에는 뷔페가 최근 몇년간 파킨슨
병을 앓아 작업을 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미 20살에 국제적인 명성을 얻어 막대한 부를
쌓은 뷔페는 추상화가 휩쓸던 시기에 구상화 옹호
에 나서는 등 독자적인 길을 걸어왔다. 다작으로
유명한 뷔페는 정작 프랑스 화단에서는 철저하게
혹평을 받아왔다. 현대 미술품 수집으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파리의 퐁피두 센터 현대미술관
이 뷔페의 작품은 일체 사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뷔페는 외국에서는 명성을 누렸다. 특히
일본에서의 인기가 대단해 '뷔페 미술관'만 2곳이
있으며 이 중 한 곳은 뷔페 작품 600점 이상을
소장하고 있다. 로마의 바티칸 박물관도 방 하나
전체를 뷔페의 '피에타'에 할애하고 있다. 91년
뷔페는 러시아의 에르미타주 박물관과 푸쉬킨
박물관에서 생존 작가로는 처음으로 회고전을
열기도 했다.
그가 주로 다룬 소재는 서커스, 뉴욕, 새, 교회,
부인인 아나벨의 초상으로 일부 평론가들은
"작품 소재가 반복적이며 지나치게 다작"
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아나벨과 세 자녀가 있다.
*************************************
10면 1999년 10월 6일 수요일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