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산국립공원 만수봉 산행기
제천 송계리와 충주 미륵리를 잇는 만수교(萬壽橋)위에 새벽 안개가 바삐 날린다. 아침이 밝아 오자 골찌기까지 내려와
밤을 지샌 안개가 아침 골바람에 산능선을 따라 오르기 시작한다. 2015년 8월 23일 7시의 월악산 만수계곡 입구 풍경이
다. 인적없는 만수계곡 탐방로 매표소에 보라빛 화사한 벌개미취가 객을 맞으며 새벽 인사를 건네온다. 휴가 차 온 송계
계곡에서 하룻밤을 묵고, 혼자 만수봉 아침 등산을 가는 길이다. 이른 새벽 송계 2리 팬션을 나서서 송계계곡 월천(月川)
을 거슬러 자연대 망폭대 팔랑소를 거치며 한 시간 잰걸음을 걸었더니 땀이 밴 셔츠가 후줄근해진다. 아무도 없어 선걸
음에 셔츠를 갈아 입으니, 산골짝의 음산한 새벽 공기조차 더 없이 상큼하게만 느껴진다.
국립공원 월악산의 만수봉(萬壽峰)은 백두대간 꼭두바위봉과 포암산 사이의 마골치(재)에서 분기하여 북쪽 월악 영봉으
로 이르는 만수능선에 첫 번째 솟은 봉우리다. 높이 985m에 이르는 만수봉은 만수 주능선으로 내려서기 전에 서쪽으로
다시 짧은 능선을 내려서 용암봉을 솟구치고, 그 자락에 깊고 아름다운 만수계곡을 품었다. 산은 계곡을 낳았지만, 만수
란 이름은 바로 만수계곡의 이름에서 유래되었다 한다.
만수계곡 초입의 탐방로 옆 철계단을 타고 용암봉 능선을 향해 산행을 시작한다. 능선 등로가 생각보다 가파르다. 급준
한 능선을 오를 때면 언제나 힘이 많이 들지만 그 대신 시계가 확 트여 주변의 원근 풍경를 탐할 수 있기에 좋은데, 오늘
아침 산행길은 안개 속이라 발 아래 펼쳐지는 송계(松溪)의 승경조차 담을 수 없어 아쉽기만 하다. 그러나 송암(松岩)이
서로 보듬고 늘어 선 용암봉 능선의 경치가 가경이라 아쉬움을 달래준다. 그기에 더해 벌써 가을 꽃 하얀 구절초가 피어
며느리밥풀꽃과 함께 아침 산 홀로 가는 유산자를 반겨준다.
아침 9시 채 못미처 만수봉에 올라 선다. 산정의 이정목은 서서 객을 반기고, 바로 옆 정상석은 깊게 패인 만.수.봉 검은
세글자로 눈인사 건네 온다. 그리고 그 곁에 또 하나 수피 붉고 올곧은 황장목이 하늘 높이 눈길을 끌어간다. 가히 하늘
을 받치고 선 기상이다. 천봉(千峰)에 조금 못 미친 만수봉이 아쉬운 나머지 이 천년 장송(長松)을 키워 천의 고봉을 이
룬 모습이다. 그 당당한 모습에서 호연지기를 느껴보며, 청송더러 지금처럼 천년을 더 청청하기를 염원해본다. 만수봉
에서의 조망은 맑은 날은 산정에서 월악산국립공원의 사위(四圍)를 한눈에 살필 수 있지만, 오늘처럼 안개 속의 풍경은
지척도 천리다. 서북 영봉쪽은 숫제 볼 수가 없고, 그나마 남쪽은 백두대간 마루금을 따라 솟은 포암산 탄항산 주흘산
그리고 문경 새재 위의 마패봉 등이 검은 실루엣 먹산(墨山)으로 눈에 아슴거린다.
만수봉과 마골치 사이 안부 삼거리에서 하산길은 만수계곡으로 내려 선다. 철을 잊은 노루오줌과 원추리가 뒤늦게 피어
있는 계곡의 길섶엔 간간이 군데군데 폭포의 낙수소리가 산골의 아침 고요를 깨운다.골 깊은 만수계곡은 계곡이 길지가
않아 평소엔 건천(乾川)에 가깝다.그렇지만 느럭바위로 된 하상(河床)의 기묘한 판상절리(板狀節理)층은 많은 소(沼)와
담(潭)을 빚어 내었다. 계류(溪流)는 가끔 끊어졌다 다시 이어지기를 반복하지만, 쪽빛 옥담 마다엔 하늘을 담았다.모든
것들이 절로절로이고, 모든 풍경들이 평화롭다. 서둘 것도 쫓길 일도 없는 여유로운 계곡을 걷다보니 어느 순간, 힐링과
사유를 위한 탐승을 하지 못하고 그저 둘러보기에 급급해 서들러 숨 헐떡이며 신 새벽을 쫓아 부산을 뜬 자신이 부끄러
워 진다. 더군다나 휴가 차 찾은 피서지 인데-.
한 무리의 산악회 회원들이 올라 온다. 그리고 또, 또다시. 경향 각지에서 온 것을 아는 것은 배낭에 단 리본들이 그렇
게 알게 해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안녕하고 또 안녕 한다. 그렇게 또 하루, 시간이 멎어 있는 아침 계곡에 또 다시
일상을 떠나 온 사람들로 붐비고, 모두가 하나같이 시간을 쫓으며 부산을 떤다.
▼ 제천시 한수면 송계리와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리 경계의 만수계곡 입구
만수봉 산행지도 〓 만수교- 용암봉- 만수봉- 만수봉삼거리 - 만수골- 만수교(원점회귀코스)
▼ 만수골 입구 풍경
▼ 용암봉 등산로 갈림길
▼ 용암봉 능선 송암 풍경 - 1
▼ 용암봉 능선 송암 풍경 - 2
▼ 용암봉 능선 송암 풍경 - 3
▼ 용암봉 능선 송암 풍경 - 4
▼ 용암봉 능선 송암 풍경 - 5
▼ 용암봉 능선 송암 풍경 - 6 / 물멍진 4각 바위들이 마치 성곽처럼 길게 이어졌다.
▼ 용암봉 능선에서 본 포암산 / 아침 8시의 안개짙은 백두대간 포암산 구간
▼ 용암봉 능선에서 본 만수봉 /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듯, 짙은 안개 속에 흐리다.
▼ 용암봉 정상 부근의은 새벽부터 등산로 데크 공사 중.
▼ 용암봉의 일향지송 / 가파른 암벽 위에서 노송의 가지들은 모두 동남쪽만을 향해 뻗어있다.
▼ 용암봉(860m)의 노송 - 1
▼ 용암봉(860m)의 노송 - 2
▼ 용암봉과 만수봉 사이 능선 풍경
▼ 월악산국립공원 만수봉(萬壽峰 988m) 산정- 1
▼ 월악산국립공원 만수봉(萬壽峰 988m) 산정 풍경 - 2
▼ 만수봉에서 바라본 포암산 / 포암산 너머 멀리 문경 주흘산이 아슴푸레 보인다.
▼ 만수봉에서 본 포암산 주흘산 부봉 마폐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 풍경
▼ 만수봉에서 본 용암봉 / 조금 전 새벽길 쫓아 온 산이다.
▼ 만수봉에서 만수능선으로 가는 입구는 철망으로 막혀 있다.
▼ 만수봉 산거리 / 만수봉과 백두대간 마골치 사이 안부- 1
▼ 만수봉 산거리 / 만수봉과 백두대간 마골치 사이 안부 - 2
▼ 만수봉 삼거리 아래 등산로 돌탑
▼ 만수골 상류 계곡의 느럭바위하상(板狀河床)
▼ 만수골의 느럭바위하상(板狀河床)과 소담(沼潭) 풍경 - 1
▼ 만수골의 느럭바위하상(板狀河床)과 소담(沼潭) 풍경 - 2
▼ 만수골의 느럭바위하상(板狀河床)과 소담(沼潭) 풍경 - 3
▼ 만수골의 느럭바위하상(板狀河床)과 소담(沼潭) 풍경 - 4
▼ 바위 위에 걸텨 앉은 소나무 형제
▼ 만수골 판상절리 층 하상(河床) 풍경 - 1
▼ 만수골 판상절리 층 하상(河床) 풍경 - 2
▼ 송유채취가마
소나무 하단의 껍질을 'V'자형으로 파서 나온 송진을 모아서 정제하기 위한 가마로, 1940년 대 일제의 송진
수탈로 인해 만수계곡의 아름드리 소나무는 성한 나무가 없을 만큼 거의 다 'V'형 성처를 갖고 있다.
▼ 만수계곡을 나오며 자연관찰로에서 바라본 박쥐봉
▼ 만수계곡 입구 연못과 탐방지원센타
- 만수계곡 야생화 -
윗열 좌로부터 'ㄹ'자 순 - 구절초. 잔대. 며느리밥풀꽃,벌개미취. 노루오줌. 원추리. 미역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