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와 공작새(본생경 339화).hwp
<본생경 개작 제8집 원고>
까마귀와 공작새
손수자(연화심)
옛날 범어왕이 바라나시에서 나라를 다스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숲속에 공작새 한 마리가 태어났습니다.
천사의 깃털처럼 부드럽고 꽁지깃에는 동그란 눈동자 같은 얼룩무늬는 너무 아름다워서 자랄수록 사랑을 듬뿍 받았습니다.
이웃에는 까마귀도 살았는데 그 까마귀는 방향을 잘 아는 새였습니다.
어떤 상인이 까마귀를 가지고 날짐승이라고는 살지 않는 이웃 나라 바베루로 갔습니다.
바베루 사람들은 까마귀가 돛대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새까맣고 반짝이는 저 아름다운 피부색을 좀 보세요. 눈은 구슬같이 빛나고, 돛대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은 정말 멋져요.”
“어쩜, 저런 새는 처음 보는 걸요.”
“상인 양반, 저 새를 우리에게 팔지 않겠소. 우리에게 꼭 필요합니다. 당신 나라에는 새가 많을 것 아니요. 저렇게 아름다운 것은 처음 봅니다.”
“그럼, 이 새를 사십시오.”
“카하바나 하나에 파세요.”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카하바나 하나에 팔다니요. 말도 안 됩니다.”
“그럼, 백 개에 파십시오.”
바베루 사람들은 까마귀가 너무 필요하다면서 상인에게 사정했습니다.
상인은 못이긴 척 말했습니다.
“이 까마귀는 우리에게도 매우 귀중한 새이지만, 간절하게 원하니 드리겠습니다.”
바베루 사람들은 까마귀를 사서 황금 새장에 넣고 온갖 맛있는 고기와 과일을 먹이면서 길렀습니다. 다른 새가 없는 바베루에서 까마귀는 최고의 대접을 받았습니다. 더없는 공양과 존경을 받은 셈이지요.
그 후로 이 상인은 천사의 깃털처럼 부드럽고 긴 꼬리 깃에는 동그란 눈동자 같은 얼룩무늬가 있는 공작새를 가지고 바베루로 다시 갔습니다.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서 날개를 활짝 펴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공작새를 보고는 모두 기뻐했습니다.
“새가 무척 아름답고 훈련도 잘 시켰네요. 우리에게 주지 않겠습니까?”
바베루 사람들은 또 간청했습니다.
“우리가 까마귀를 가지고 왔을 때도 당신들은 팔라고 하더니 공작새를 가져오니 또 달라고 하네요. 이 나라에는 새를 가지고 올 수가 없습니다.”
“당신 나라에는 새가 많이 있지 않습니까? ”
“제발, 우리에게 주십시오.”
사람들은 다투어 값을 올려 천 카하바나를 내고 샀습니다.
그리고, 공작새를 칠보로 새긴 새장에 넣어두고 고기와 과일, 뽁은 곡물과 감자, 곤충 등을 주면서 길렀습니다.
공작새는 제일의 명예와 존경을 받았습니다.
공작새가 온 후로 사람들은 까마귀를 외면했습니다. 까마귀는 먹이도 얻지 못해 깍 깍 울면서 사라져버렸습니다.
부처님은 까마귀와 공작새 이야기를 듣고는 노래로 답을 하셨습니다.
벼슬이 있고 아름다운 소리를 가진
공작새를 보기 전에는
고기와 과일을 즐겨 바치며
그 까마귀를 존경하더니
아름다운 공작새가
바네루로 오니
존경과 명예는
까마귀에서 멀어졌다.
환하고 빛나는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기 전에는
평범하고 무지한
사문과 바라문을 위했지만
아름다운 음성을 가진
부처님이 설법하시자
존경과 명예가
모두 부처님 것이 되었네.
☀ 생각 키우기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실 때, 공양과 존경을 받지 못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신 것입니다. 덕이 없는 사람이 존경을 받다가 부처님이 나타나자, 마치 해가 뜨면 반디 불빛이 희미해지는 것과 같습니다. 반딧불 빛이 자신이 최고인 것처럼 존경과 명예를 누리다가 밝은 해가 나타나면 그 강한 빛을 이기지 못하게 됩니다. 하여 하잘 것 없는 미물은 부처님의 큰 뜻 앞에 보잘 것 없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 늘 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고 노력한다면 사람들이 존경과 명예를 멈추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언젠가는 지금 있는 자리는 더 큰 사람이 나타나면 물려주어야한다는 뜻도 함께 있습니다. <본생경 제 339화 까마귀와 공작새의 전생 이야기>
손수자
아호는 혜정(慧靜)이고 불명은 연화심이며 부산교육대학교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아동문학평론에 동화「호박꽃이야기」로 등단 후, 제1회 눈높이아동문학상에 장편동화『가슴마다 사랑』이 당선되고 부산아동문학상, 해강아동문학상, 한국불교아동문학상, 영남아동문학상, 이주홍아동문학상, 실상문학상 본상을 받았다. 1991년 첫 창작집 ≪꽃이 된 구름≫을 시작으로 ≪하늘나라 기차표≫ ≪눈물꽃≫ ≪꽝꽝나무와 막대사탕≫ ≪하늘이네 교실이야기≫ ≪단지엄마≫ ≪손수자동화전집≫ ≪삼층집 하나≫ 등 19권을 펴냈으며 부산아동문학인협회 회장, 동의대학교 인문대학 문예창작과 겸임교수, 초등학교에서 40년간 아이들과 함께 생활했다.
첫댓글 출판시 첨부 문서로 사용바랍니다. 복사했더니 '카하바나' 에 대한 주석이 사라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