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일(5얼 25일. 하장백리-상촌) 충청도로 들어가유~
흐림. 21℃
무주에서 06:30에 갈비탕으로 아침 식사를 마치고 07:30 첫 버스 편으로 어제 걷기를 마친 하장백리에서 하차한다. 하장백리에서 07:40 출발. 상장백리를 거쳐 기곡마을에 도착하였다. 이 30번 도로는 계속 남대천을 끼고 이어지는데 주변 경치가 아주 뛰어나다.
길가에서 쉬고 있는데 사이클 복장으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젊은이가 우리를 보고 멈추더니 다가온다. 어제 오후 우리와 엇갈리며 '파이팅'을 외쳐주던 바로 그 사나이다. 서로 반가워하며 대화를 나눴는데, 현직 경찰관으로서 서울에서 근무하다가 이곳으로 발령받아 매일 자전거로 20km를 출퇴근 한다고 했다. 몸짱에다가 얼굴도 잘 생긴 이 싸나이가 이미 결혼을 했다는 말에 전국 사윗감 물색 중인 K가 속으로 낙담을 하는 게 보인다.
청량 삼거리슈퍼에서 삶은 계란 1개씩과 두유를 사서 마셨다. 이곳에서 30번 도로와 작별을 고하고 남대천교를 건넜다. 여기서 부터는 충청북도다. 용화면에서 49번 도로로 접어들어 걷는 길은 차량이 거의 안 다니고 주변에 민주지산이 있어서 그런지 아름다운 계곡이 흐르고 있어서 가히 환상의 도보여행 길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안정리를 지나 평촌 근처를 걷는데 서울 화백으로 부터 전화가 온다. 오늘 목요산행은 양평 방면으로 놀러갔다면서, 다음 주 월요일에 우리가 걷는 곳으로 내려오겠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
조동리에 12:40에도착. 청량 삼거리슈퍼아주머니로 부터 소개받은 권중숙 씨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마당에 놓인 평상에 앉아서 시골밥상으로 차린 점심을 배불리 먹었다. 백발의 동안인 이 분은 공기 좋은 곳에서 살아서인지 실제보다 훨씬 젊어보였다. 처음 우리가 나이를 물어보니 '일곱'이라고 해서 '예순일곱'을 말하는 줄 알았더니 일흔일곱 이란다.
조동리에서 도마령까지 4km는 구비구비 구절양장 오르막길이 느리고 질기게 끝도없이 이어진다.
2002년도 상영된 '집으로'라는 영화가 기억난다. 상촌 장날, 시골버스 안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닭이 버스 안을 날아다니고, 아주머니는 그 닭은 잡느라 난리법석이 벌어진다. 이 영화 첫장면에 등장한 고개가 바로 '도마령'이다. 지금은 곱게 포장되어 먼지 폴폴 날리지는 않는다.
도마령 정상은 해발 800m인데 각호산, 민주지산, 석기봉, 삼도봉 가는 산행 들머리다. 높은 곳이라서 인지 약간 쌀쌀하였다. 도마령(刀馬嶺)은 옛날 칼 찬 장수가 말을 타고 지나갔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란다. 내리막 길 또한 올라오던 때와 마찬가지로 고불고불 끝없이 이어지기는 마찬가지. 무릎에 무리가 안 가도록 스틱을 꺼내서 썼다.
고자리를 지난다. 이름이 듣기에 좀 그렇다. K화백 왈,
-"이 마을엔 애들이 없겠네."
그런데 고자리(高子里) 뜻을 알고 보면 그게 아니다. 아마도 이 마을에서는 큰 인물이 많이 났으리라. 빨리 선거가 끝났으면 좋겠다. 가는 곳마다 선거 차량이 로고송을 크게 틀고 누비는 바람에 이것도 소음공해 구나 싶었다. 심지어는 터널 안에서도 틀고 지나가는데 그 소음은 귀가 멍멍할 정도였다. 영동군에는 포도밭이 많고 또 호두나무도 많았다. 걷는 길옆으로는 포도밭의 연속이다.
'훠어이~,쾅, 쾅, 쾅!'
밭에서 양철통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푸드득!'하고 꿩이 날아간다.
상도대리, 하도대리를 지나는데 민박할 만한 곳이 없다. 지도상에는 '도대리'라고 나와 있어 이제 다 왔구나 했다간 오산. 실제는 상도대리가 나오면 또 하도대리가 있다는 뜻이니 이런 지명이 나오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침에 지났던 하장백리, 상장백리 지명도 그렇다.
민주지산의 물한계곡 입구를 지나는데, 해는 지죠, 갈 길은 멀죠, 몸은 지쳤죠, 정말 힘들었다.
어둑해 질 무렵에야 랜턴을 켜고 상촌에 도착하였다. 19:45.
식당을 찾아 돼지갈비와 냉면을 먹었다. 민박도 가능하다고 해서 이 집에서 자기로 한다. 그런데 민박을 위한 방이 아니고 자기 아이들 방을 내줘서 잤다.
그런데 하룻밤 방값으로 5만원이나 달랜다. 우린 지금까지 모텔에서도 빨래와 샤워 다 하면서 3만원 이상 주지 않았는데 하물며 이정도 방을 5만원 달라는건 너무하다고 했더니 주인 아저씨는 잠시 난감해 하더니 결심한듯 자기 주머니에서 '2만원을 꺼내주며' 그럼 이렇게 하잔다. 이 돈 2만원에 3만원을 보태서 5만원을 자기 마누라에게 내 달란다. 이 얼마나 멋진 남자인가!
주인 남자는 경상도 사람인데 사람 좋아 보이고 연방 터뜨리는 너털웃음이 특히 인상적 이었다.
어쨋던 우리는 아이들이 자던 방에서 아이들 이불을 덮고 하룻밤 신세를 지게되었다.
▶오늘 걸은 거리 : 38km(10시간)
▶코스 : 하장백리-(30)-청량삼거리-(591)-용화-(49)-조동리-도마령-상도대리-하도대리-
상촌(충북 영동)
<식사>
아침 : 갈비탕(무주)
점심 : 백반(조동리)
저녁 : 돼지갈비/냉면(상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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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백)10시간, 38Km 라~우메 기죽어! 어제 양평에서 양양했던 마음도 어데로가고 나는 3인방앞에서 왜 이리 작아지는
가? 충청도로 들어왔음 천천히 걸어야 되는거 아닌감유우~06.05.26 23:04
(캡화백맏딸)애들 없는 고자리 이야기에 박장대소 했습니다~ 그나저나 몸짱에 잘생긴 유부남을 보신 아버지의 실망감.. 죄
송하네요.. ^^; 06.05.27 09:32
(김용우)볼록거울 사진 멋집니다.(개인적으로 이런 사진이 좋아서)... 경치도 좋아보여요. 이런 멋진 경치 계속 보시니 3인
방 선생님들 자연을 닮아버리시겠어요. 06.05.27 15:43
(wanju42)령,령,령의 꼬불꼬불길을 걸어 오르셨단말가? 양평에서 괜히 약 올렸나봐요. 미안. 볼록 거울의 경치 또한 색다름
니다. 06.05.28 12:05
첫댓글 고자 小考.(고자里를 지나셨다길래.)
林漢秀 형이 어느 자리에서 말 시비를 걸었습니다. 무슨 얘기 끝에 명자나무 얘기가 나왔을 땝니다.
"명자가 일본 말로 뭔지 알아?"
"아끼꼬 아냐?"
"그래. 그러면 "애자는?"
"애자는 "아이꼬."
"그러면 고자는?"
"고자?"
모두들 말문이 막혔을 때
한수형이 말 합니다.
"우짜꼬!"
(늙으면 학식 필요 없다. 오직 우스개가 필요 할 뿐.)
임한수 형의 위트와 유머는 정말 아무도 못말려~근데 이토록 기나긴 댓글은 첨 봅니다. 이정도면 자유게시판 수준이네요. ㅎㅎ
주인아저씨의 계산방법 그 거 정말 맘에 든다. 5 만원 부르다가 손님이 그냥 지나가면 3 만원도 못받는 건 누구나 다 알겠지만, 안주인의 고집을 꺾는 지혜가 바로 "주머니에 있던 돈을 보태서 마누라에게 주자!"는 제안이야말로 솔로몬의 지혜와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정말 멋 있는 남자! 역시 남자다움을 아낌없이 보여준 그 주인 멋 있는 사나이가 아니겠는가?
이 사나이는 틀림없이 애처가(愛妻家)이자 진처가(震妻家)이며 공처가(恐妻家) 일 것입니다. 어쨋던 지금도 우리는 그 너털웃음 처럼 멋진 사나이 였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