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수의 여덟 번째 개인전, ‘보릿줄기, 무지개타고 금빛되었네’
보릿대위의 삶, 고수의 필살기
맥간공예에 관한 한 더 이상의 장인은 없다. 흔들리는 보릿대를 서정의 다발로 엮어 황금으로 변모시키는 대한민국 유일한 맥금술사, 아픈 상처를 진주로 만들어 내는 과정을 닮아있다. 보리 불사(佛事)로 승적을 얻고도 남을법한 이상수는 소박과 겸손을 운명처럼 소지한다. 그의 오브제는 상위개념의 형이상학을 배제하고 일상을 모이처럼 추스른다.
시절인연이 있어, 그와의 만남은 늘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고, 그의 작품과 인품에 매료되던 차에 해후를 하였다. 보리피리 물고, 인생의 심오를 하염없이 하문하였을 이상수, 역사와 인생, 자연과 그 안에 담긴 동식물들은 연꽃에서 시작하여 늘 평화로움에 안긴 용이거나 호랑이, 용과 봉황에 관한 추억을 들추어낸다. 덧칠처럼 추사의 한시가 들어앉는다.
그의 작품들은 자연풍이다. 보리 같은 건강한 생명력을 소지한 눈밝기를 위한 약속의 예술이다. 수원, 그 섬김의 땅에서 보릿대공예는 뿌리를 내려, 대륙을 향해 맥간공예의 활을 쏘고, 섬들에 위용을 둘러 찬란한 금빛 파고를 주도한다. 그는 필사의 투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하더라도 영웅으로 인지될 것이다. 이번 그의 여름궁전에는 금박공예가 반긴다.
추상을 걷어내고 사실감을 부각시킴은 배려의 소산이다. 그의 마음에 감춘 사랑은 무지개빛깔의 레이보우 필름지에 투명하게 등장한다. 불변의 진리, ‘예술은 길고, 인생은 짧다.’ 대중이 쉽게 친숙해지는 기법과 방식, 양식을 사용함으로써, 입체감을 잘 살려내고 있다. 작품의 심도를 높이는 반가사유상, 응용된 장신구 종류의 소품은 이면의 즐거움을 더해 준다.
신화형성적(mythopoetic) 그의 작업들은 금박의 차가운 재질로의 전이를 뜻하는데, 그 차가운 금박에서 실핏줄이 솟아오르게 하는 작업을 백송(白松)은 해낸다. 영원한 나그네, 이상수에게선 송진 냄새가 풍긴다. 센 바람에 곳은 심지로 부서질 것 같지만 그는 잠보장경의 제3:4장의 말씀처럼 풀잎처럼 누워 이슬 같은 작품들을 보석처럼 토해낸다.
귀향할 곳이 없는 이상수의 금의환향은 결국 그의 예술세계로의 귀환이다. 음력 칠월 열여드레부터 수원 가족여성회관에서 닷새간 펼쳐지는 이상수의 여덟 번째 개인전이 보리향 짙은 금속공예 판타지로 우리의 여린 가슴을 흔들어 놓을 것이 분명하다. ‘흑황금 미학’의 최상위 치허극(致虛極)의 끝에 보이는 그의 전시는 그래서 그대가 높다.
장석용(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숙명여대 문신미술관 연구위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역임,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회장 역임,강남댄스페스티벌 심사위원 역임, 플라멩코 심사위원,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교수역임, 이태리 '프레미오 그롤레 드 오로' 심사위원 역임, 교보문고 북멘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