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포개발에 대한 나의 생각
전순표(전 동녘신문 발행인)
지난 28일 환경부와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전국 유일의 저탄소 녹색시범도시로 선정된 강릉 경포지역 총 1,754만 5,000㎡를 오는 2016년까지 단·장기적으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번 구상은 경포일대를 △전통문화지구(14만 2,000㎡) △녹색농업지구(23만㎡) △저탄소 비지니스지구(33만㎡) △에코빌리지(76만 9,000㎡) △신재생에너지 복합단지(30만㎡) △생태복원지구(178만 1,000㎡) △수변공간 재생지구( 128만㎡) 등 총 7개 지구으로 나눠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도록 공간을 배치한다는 것이다.
전통문화지구에는 역사·문화자원과 연계해 한옥마을, 한옥호텔, 전통문화 체험관 등을 조성하고, 녹색농업지구에는 친환경 유기농법을 도입, 토양과 수질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환경부의 방침이다. 또 저탄소 비지니스 지구에는 레저와 휴양, 테마공원, 생태체험이 결합된 국제 관광허브로 육성하고 에코빌리지에는 태양열과 태양광, 지열 등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탄소제로 하우스를 도입하게 된단다. 이와함께 올해 4.4㎞의 녹색길과 U-바이크 시범사업, 유비쿼터스 네트워크가 형성된 IT사업을 정부지원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 앞으로 6년 후에는 경포일대가 획기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주위에서는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는 지적도 한편에서는 나오고 있다. 우선 이날 녹색시범도시에 대한 중앙정부의 첫 발표 기본구상 임에도 불구하고 개발계획에 따른 총 지원 예산이 명시되지 않았으며 특히 일부 사업은 민간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녹색기술사업체, 건설사, 금융사 등을 대상으로 오는 8월까지 민간투자 컨소시엄 설립을 추진할 계획이나 경기불황으로 민간자본 영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또 이번에 기본구상이 발표됨에 따라 강릉시는 올해 안에 이에따른 개발계획 및 기본설계를 실시하고, 이를 도시기본계획, 공원계획 등 상위계획에 반영해야 하나 이 역시 연말까지 마무리 짓기에는 시일이 촉박한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그런데 설령 이러한 구상이 어려움을 넘어 뜻하는 바 대로 되었다고 보더라도 크게 반기고 싶지 않은 것이 나의 생각이다. 문제의 촛점은 저탄소 녹색시범도시로 가는 길이 이렇게 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된다.
사실 나는 오래전부터 경포를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연과 조화로운 개발이 이루어지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론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확고한 가치관과 철학에서 걸러져 나온 것은 아니였다. 어딘지 모르게 답답하고, 뚜렷한 대안을 제시할 수 없기에 함부로 경포개발에 대한 이렇다 저렇다 할 그 어떤 비판도 할 수 없는 지경이 계속되었다. 그러는 가운데서 막연하지만 "원래대로 두는 것"이 좋은 데라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원래대로 두는 것"이 좋겠다는 확고한 신념이 자리잡기까지 당연히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아!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마음에 자리잡고, 머릿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한 편의 다큐를 보게 되었다. 그것은 베네수엘라의 어떤 거대한 책상형 돌산을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책상모양의 거대한 이 돌산에 가기 위하여 멀고 먼 길을 걸어서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곳의 자연 환경으로 보존하기 위하여 그 나라에서는 자동차 출입을 금지하고 있었다. 그 지역의 이름을 외워두려고 했지만 그쪽 말들이 익숙치 않아 쉽게 외워지지 않아 안타까웠다. 이 안타까움을 뒤로 하고, 당시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그 신선한 충격으로 자연스럽게 경포개발과 연결시키게 되었다. 어쩌면 아직은 익지 않은 생각일지라도 이야기를 나누어 공유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끄집어 내고자 한다. 즉 저탄소 녹색시범도시의 길목에 서 있는 경포를 이렇게 하자는 것을 제안해 본다.
첫째, 소위 개발이라고 칼을 들이대었던 그 이전의 옛 모습으로 돌이키자는 것이다. 쭉뻗은 일직선의 도로도 없애고, 원래대로 산밑으로 났었던 꾸불꾸불한 길을 되 찾자는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길은 아스팔트나 세멘트 길이 아닌 흙으로 된 길로 바꾸자는 것이다. 또한 선교장 앞쪽까지 이어졌다는 원래의 모습대로 드넓었던 경포호수로 돌이키자는 것이다.
둘째, 일반 차들이 들어가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다. 궂이 필요하다면 시에서 운행하는 아주 천천히 가는 소형버스(궤도차량도 가능)나 마차를 운영하면 될 것이다. 즉 강릉시내에서 오죽헌을 거쳐 주문진을 잇는 도로 바깥 쪽 어디엔가 대형 주차시설을 마련하여 경포를 찾는 이들은 그곳에 차를 세우고, 걷던지 아니면 걷기 힘든 사람을 위하여 앞에서 얘기한 대로 소형버스나 마차를 이용하게 하면 좋을 듯 하다. 어쩌면 한걸음 더 나아가 마차만을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셋째,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것은 지금까지 개발한다고 하면서 치장을 했던 수 많은 인공물을 없애고 자연의 모습 그대로로 돌이키는 것이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전체를 살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강조하는 것이다.
이렇게 했을 때 어떤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를 단순하게 생각해 보자.
경포를 찾는 여행객의 입장에서 따라 갈 볼 일이다. 우선 차를 세우고, 가족이든 동료든 연인이든 경포호수를 거쳐 바닷가를 걸을 준비를 하고 나서게 될 것이다. 걷는 동안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를 돈독하게 될 것이며, 때론 침묵으로 자신을 돌아 보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천천히 걸어서 1시간 정도면 바닷가를 다다를 수 있는 거리이다. 그러는 과정에서 경포대에 올라 경포호수도 내려다 보게 될 것이고, 중간 어디쯤인가 음식점에 들려 주변 경관에 빠져 들어 허기진 배를 채우며 여유로움을 즐기게도 될 것이다. 바닷가 백사장에서는 모래에 앉아 일상에서 얻을 수 없었던 자연의 푸근함을 느낄 수 있으며 철썩이는 파도에 마음을 싣어 보며 도시에서의 켜켜이 쌓인에 찌꺼기들도 말끔히 씻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욕심이 생기면 아예 경포에서 짐을 풀고 바다내음을 맡으며 잠을 청하게 되고, 떠오르는 아침 해를 맞으며 새로운 꿈을 키우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건강에 좋은 초당 순두부로 아침을 해결할 수도 있고, 싱싱한 회로 별난 맛을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혹 저녁에 시간이 되면 시내 나들이로 강릉의 문화를 실컷 즐길 수 있는 여유도 부려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빠르고, 편리한 것만이 반드시 좋다는 몽매에서도 깨게 해 주는 경포나들이가 되어야 한다. 또한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마음도 기르게 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경포는 다시금 되살아 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어떤가?
이게 가능이나 한 이야기인가?
자본의 논리가 끼어 든 현재의 경포 개발은 시행착오를 반복할 것이 불을 보듯 뻔히 보인다.
지극히 단순한 것을 포장하여 어렵게 만드는 오늘날의 정부나 지방정부는 개인의 욕심에 휘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공(公)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자연의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두고 해 묵은 논쟁에 뛰어 들고 싶지는 않다.
우리의 미래가 어떤 모습인가를 아름답게 그려 볼 뿐이다.
첫댓글 저는, 관광개발이라는 어휘 자체를 싫어하기도 하고, 상당히 모순된 개념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관광이란 자연을 훼손시켜서 개발을 하고 관광객들이 던지고 간 코 묻은, 혹은 정액 묻은 돈에 지역 경제가 목을 맨다는 이야기인데.....
물론, 자본주의 경제의 특성이 오로지 개발을 통한 총생산 확대에 몰두하고 잇는 것이 현실이지만.
사실은 지역경제의 자급자족의 출발에서 문제를 찾아야 합니다.
더구나, 개발이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자연을 해치고...더구나, 거기다가 녹색도시 녹색성장이라는 말도 되지 않는 짓거리를 하다니요..
맞는 말씀입니다.
허나, 현실적 경제 논리가 투자(개발)는 가치 창출(재화, 이득)의 기대수요이죠
이에 따라 대두 되는 첫 단어가 접근성입니다.
과거 경포호 보호 개발 사업중 지금의 산책, 자전거 도로가 호수를 메워서 진행된 것을 보면
중요한 자산이 무엇인지를 정말 모르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하죠.
지금와서 배다리를 복원할 정도로 호수를 본래의 모습으로 만들자?? 그러면 을매나 좋겠습니까? 환상이죠.
저의 어릴적 경포후수의 가장 큰 추억은 경포호의"어부"입니다
가끔은 어업 활동을 금하는 것이 정말 보존의 조건인가 생각하곤 합니다,,어디까지나 향수적 상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