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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처녀성 선언’ 地를 굴착한 그, 그녀
조 정 ( 시인 )
1. 수없이 되물으며 혈거 복원하기
참다 참다 ‘뼈가 긁히는’ 소리를 냄직한 여자들이 북부 알바니아에 살고 있다. 관습법 <카눈>이 규정하는 시시콜콜한 행동강령 중 하나인 ‘처녀성 선언’을 따른 사람들이다. 남자가 가지는 사회적 권리를 누리는 대신 평생 결혼과 자녀와 성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그’이자 ‘그녀’들은 요즘 회자되는 트랜스젠더나 레즈비언과는 다르다. 생물학적으로나 성정체성에 있어서 명백히 여자이면서 사회적으로만 남자이기 때문이다.
왜곡이 아닐 수 없다. 여자로서 순결을 지켜야 남자로서 권리를 득할 수 있다는 기이한 풍습이란 ‘자꾸 시큰’ 거리는 잊었던 ‘젖니 두 개 같은 생각’들의 중첩이자 제 자신을 ‘뼈째 먹는 생선처럼 야금야금 뜯어먹는’ 자가 식인의 총합이며 ‘돌부처 하나 엉덩이에 깔고 앉’아 눈 딱 감고 남성형 가부좌 틀게 하는 사기극의 모형이다.
가장 혹은 가장을 승계할 남자가 전쟁이나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을 때 재산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긴 머리카락을 자르고 아비나 오라비가 입던 옷을 입고 남자의 노동을 하며 5, 60년을 살아온 그, 그녀들이 자기 생에 “만족하다.”고 말한다는 대목에 이르면 없던 이명이 와락 몰려들기도 한다.
‘정작 할 말은 아랫배 밑에 뭉개버리고/ 묵직한 상처 혼자 조금씩 몰래 핥는’ (「내장탕집」) 여자들 머리카락 다발이 북부 알바니아의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며 만족하다, 만족하다, 웅얼거리는 소리들이라니.
가장인 남자가 유실된 집의 동혈을 메우기 위해 자의반타의반 남장을 갖춘 채 남측(男側)으로 떠난 여자들은 동서고금에 부지기수이다. 그렇다면 ‘헉,헉,헉,헉 / 우글우글 끝도 없’ 다. ‘저 여자들 속에/ 나는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도리질하는/ 저 많은’(「나는 아니다」) 여자들이 남긴 구멍은 누가 와서 메울 것인가.
여리나 실은 질긴 시적 촉수를 뻗어서 자신이 남기고 떠났던 구멍을 끊임없이 더듬고 오르며 그 구멍에 뿌리를 내리며 장민정은 오래 걸어온 자기 길, 과거 혹은 가족력을 상대로 굴착기를 가동한다.
왜 허기가 지는지
몸이 뒤틀리는지
수없이 되묻고 되묻다가도
무심코
구멍 파는 여자
구멍 속에 자신을 비벼 넣는 여자
-「담쟁이」일부
2. 그, 그녀의 경사굴착은 제 발바닥을 향한다.
그, 그녀 장민정이 가동하는 경사굴착은 상처보다 묵묵히 자기 상처를 비집고 들어가 ‘천연스레’ 자기를 ‘뒤적이’거나 ‘요동을 치며 꼬리를 흔들다가 금세 풀이 죽’은 계집아이로 환원되기도 한다.
먼 그늘. 2
아버지가 돌아오셨다
아랫목에 기약 없이 묻어두던 녹물이 퍼렇게 배어난 밥을 비우기 보름만의 일이다
마당귀 늙은 살구나무에 가오리연이 걸려있다
요동을 치며 꼬리를 흔들다가 금세 풀이 죽어 늘어지곤 하는 가오리 연
나는 퀴퀴한 니쿠샤꾸를 뒤져
한 뭉텅이 사진을 주루룩 방바닥에 깔았다
“이게 뭐야, 일산옥 그 여자야, 엄마.......”
말라깽이 여우가 여기저기서 히히거리고 있다고 소리치지만
어머니는 그림자마냥 조용히 싱가 재봉틀 돌리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후유증이 왔다
엎딘 아버지 엉덩이에서 고름을 짜내는 어머니
배다른 자식 하나 안 만들어 온 애비니라
굵은 소금을 상처에 비벼 넣는 할머니의 괭이눈
바람이 일었다
바지랑대를 고쳐놓아도 자꾸 넘어지는 날
가오리연은 몸부림칠수록 꽁꽁 묶이기만 했다
모처럼 할머니가 작은 집에 가신 날
으슥한 초등학교 진입로에서
두 분이 한바탕 술래잡기 한 일은 아무도 모른다
때 아닌 소나기가 지나간 일도,
어머니, 가오리연 어디 갔어?
- 「먼 그늘. 2」전문
가장이 자리를 비우는 까닭이 전쟁이나 기아 때문만은 아니다. 집에 정을 못 붙이고 밖으로 도는 아버지, 순명의 업을 받은 듯 밖으로 돌다 온 남편 엉덩이에서 고름을 짜내는 어머니, 행여 어쩔세라 아드님 역성들며 괭이눈 치뜨는 할머니 사이에 ‘풀 죽은 가오리연처럼’ 끼여 앉아 ‘몸부림칠수록 꽁꽁 묶이기만’ 하는 생의 수심을 단박에 눈치 챈 조숙한 소녀가 있는 풍경은 뒤돌아서 반 세기만 걸어가면 도처에 편만하였다.
장민정 시가 가지는 대표적 미덕은 순한 사람들 속에 일렁이는 아픔을 육화하여 악 쓰지 않고 전해주는 것이다. 여러 시편들에서 맛볼 수 있는 전근대적 혹은 현대화이전 정서와 풍속들이 잔 꽃무늬 포플린 치마저고리처럼 담박하다. 그래 그 때는 다들 그랬지라고 회고할 때 그 회고가 확보해주는 시적 감응은, 인내하고 받아들이고 이를 악물고 기다리는 노역으로 제 속에 좋은 우물 하나 가지던 돌 같고 별 같은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 소녀 어디로 갔나. 할머니와 아이들을 피해 밤길로 나가 싸우는 부모를 훔쳐보며 ‘어머니, 가오리연 어디 갔어?’라고 마음 안쪽이 사무치게 금 가는 소리를 외치던 밤 이후로 소녀는 영영 바지랑대처럼 넘어져 다시는 소녀로 돌아오지 못한다.
일찌감치 어머니의 지지대 역할을 떠맡지 않을 수 없는 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묵묵히 어머니가 내뱉는 한숨과 푸념에 귀를(사실은 영혼과 삶을) 내주는 선량함이며 아버지가 유기한 정서의 간극을 전신으로 메워내는 바리데기식 헌신뿐이다. 그럴 것도 없는데, .
그러니 함께 ‘코 빠뜨리고 앉아’ 들여다보는 장민정의 발바닥도 역시 ‘한 숟가락 떠낸 수박 속처럼 벌’ 건 구멍이 얼기설기 꿰매어져 아프다. 티눈 파낸 자리다. 하늘의 별이 삶의 지도가 되어야 하는 시기에 일찌감치 멍들어버린 쪽 마음부터 익어간 과실 닮은 ‘구순한’ 강박, 용을 쓰며 뻗어간 ‘고구마 줄기’ 같이 푸르고 질긴 모성애의 자리다.
3. 불구를 가로막던 억압을 풀고
장민정은 오랫동안 시적 능력을 제어 당하고 있었다. 「시적 능력을 가진다는 것은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된다는 것은 불구가 된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시적 능력을 가진 자는 불구다.」라는 풍문을 옳다고 받아들일 때 그렇다.
‘도대체 내 안에/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살고 있는 것이냐’라고 비명을 지르듯 물으며 날 것 그대로인 자존감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해 버티어 온 그의 노정에서 가장 오래 된 자기 확인은 슬프게도 아버지의 ‘혹’이다.
‘아무리 울어도/단 한 번 안아주지 않았다는 아버지’(「혹」), 말 띠 딸년이니 싸돌지 말라고 불 인두로 도장 찍듯 ‘고요할 정(靜)字를 눌러 써’ 서 이름 지어주었던 아버지, ‘말소리 담 넘지 말그라’ 로 억압했던 아버지, 지금도 바라보면 목마름이 마음 끝을 건드려서 멀거니 바라보지만 여전히 ‘다정한 한 말씀 없으신’ 아버지의 ‘혹’이다.
‘있는 듯 없는 듯 살으래이’(「먼 그늘. 1」) 라고 방에 밀어 넣던 할머니, 일곱 동생을 어미처럼 보살필 수밖에 없도록 만든 고단한 어머니까지 자신을 전근대적 규율로 얽매고 훈련시키는 가족들에 순응하며 그는 ‘사당패는 이미 떠나고 없다’라고 중얼거린다. 그렇지만 풍물소리 웅덩이진「내 안의 여름밤」은 새로 든 사당패 계집애보다 아름답다.
내 안의 여름밤
울타리마다 호박 넝쿨 우북해서 어둠첩첩 밤
모깃불 숨넘어가듯 가느랗게 소리 없이 피어오르는 밤
콩밭 메고 돌아오신 어머니와 과년한 딸이 이슬 젖은 빨래를 마주 잡고 다림질하는 밤
처마 끝 백열등에 부나비들 머리 부딪는 밤
모깃불 연기가 슬그머니 삽짝을 빠져 나가는 깊은 밤
약속 없이도 대각다리 아래 가면 만나는 밤
처녀 총각들 끼리끼리 도래미산으로 숨어드는 밤
불침번 아버지가 담배 연기를 모깃불에 보태는 밤
유난히 예쁜 박꽃이 하얗게 떨고 있는 밤
- 「내 안의 여름밤」 전문
장민정은 많은 여자가 욱시글거리는 자기 몸에 정좌하고 남한산성, 그 실패한 왕조의 바람소리 같은 혼잣말을 풀어낸다.
마디마디 설움 많은 여자들은 ‘가뭄도 길어질 것’ 같은 조숙한 눈을 감춘 채 박꽃 같은 딸로 살았고, ‘개기월식’처럼 다가온 인연을 따라 한 생을 견딘다. ‘밉다, 밉다 원망하면서 고작/ 미운 사람 닮은 아이 낳아 기르’는 집을 ‘뼛골로 남을망정’(「갈대 속에 바람의 유전자 있다」) 떠나지 못 한다. ‘밭아버린 젖을 물고 늘어지던 어린 것들’을 끌어안은 채 ‘하루에도 수만 번 넘어졌다 샛노랗게 일어’ 서며 ‘사네, 못 사네/......침 튀기며’ 비루한 생에 매달리고 만다. ‘문턱 낮은 일산옥’으로 부는 바람인 아버지를 움 묻은 무 다루듯 조심스레 대접하던 어머니가 간 길을 벗지 못 하는 것이다.
이 힘겨운 유전에 대해 그는 수굿하고 탐스러운 수국의 입을 빌어 ‘워쩌것쏘/ 텀턱시럽기라도 히야 살재’(「수국」) 라고 자기 아닌 자기를 변명한다. 그 텀턱시러움이 비루한 생과 몸 대(對) 몸으로 현장 격돌을 했다고 풀어야 옳겠다. 그는 수국일 뿐 아니라 ‘허리 빳빳하게 힘써야 하는’(「멸치」) 소이고, ‘넘어져도 쓰러지지 않아’ 라고 되뇌이면서 ‘벌떡거리는 바다를 지그시 억’(「그 섬, 유채꽃들은」)눌러버리는 유채꽃이다.
꽃이면서 소가 된 힘으로, ‘바라보면 온몸에 물이 들’ 도록 붉은 바다와 같은, ‘망망한 진공에서 깨어나’ ‘한계선에 닿아 수런거리는’(「석양, 바닷가」) 시들을 꺼내 놓는다. 시편 도처에, 그의 몸 도처에 흉터가 성하다. 그러나 바람에 맞은 상처가 난 채 살풋 단풍이 든 백두산 어린 철쭉처럼 그는 이제 물들기 시작했으므로, 싱싱한 흉터들은 모두 잃어버린 소녀, 억압되었던 춤사위, 옭매어졌던 시적 능력을 지시하는 길이 되었다.
아, 밥알만 한 이파리 서너 개
단풍까지 든
내 손가락 두 마디 길이의 조그만 철쭉들이
바위이끼 사이에서 떨고 있는 것을
그대는 수교되기 전이어서
아무나 쉽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 아니어서
저릿저릿 물에 손도 담그고
심호흡으로 백두산을 내 속에 다 집어넣어 돌아오고 싶어 했지만
지나는 동안 문득문득
그 어린 철쭉이
궁금하네
- 「백두산 철쭉」 일부
4. 허공에 맞서는 연싸움
‘소금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는 것‘(「폐염전」)이라고? 그렇게 오신 소금은 조금만 주변이 소란해도 소금으로 결정되지 못 하고 유산되어 버린다는 말을 몇 해 전 다도해 섬 여행을 다녀와서 그가 전해주었다.
‘왼쪽 발바닥 아래‘ 로 언제나 고향 정읍에 있던 ’소금정 샘‘을 감촉하는 그로서는 살아 숨 쉬고 능동적으로 제 운명을 결정짓는 소금의 까탈스러운 생멸이 남달리 인상적이었을 것이다. 소금 오시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사는 섬마을에서 그는 분명 시를 생각했을 터이다. 시도 저 새침한 소금처럼 오시는가.
온다, 안 온다
바람이 거문고를 탄다
아이가 선잠 든
헐거운 창문을 스미다 온 바람들
둘러앉아
이잉 위이잉
- 「풍경. 1」 일부
시가 헤엄쳐 오시며 지느러미 번득이는 소리를 들었음직 하다. ‘할아버지의 싸리비질 무늬’ 속에서 ‘고추가 몸 말리는 소리 / 참깨 쏟아지는 잘디잔 소리/ 검은 콩 뒹구는 소리’를 듣는 것처럼. ‘꽃 시절도/ 꽃눈 흔적도 없이’ 살아서 제가 꽃인 줄도 모르고 핀 고구마꽃 같이 산 세월이 하세월이지만 손에 꼭 쥔 ‘아이’(「고구마 밭에서」)가 목줄기 가느다란 ‘시’가 그에게 찾아왔을 것이다. ‘더 못 참고’ 그에게로 ‘뛰어내’렸을 것이다. ‘막대기 구멍을 고추 위에 덧씌우느라’ 눈물 찔끔거리는 고놈들!
시인의 마을
팥죽색 피부의 벌거벗은 사내들은
허리를 띠풀로 칭칭 서너 바퀴씩 감았다
무릎께까지 오는 긴 막대기를 사타구니에 고정하기 위한 것이다
성기를 보호하려는 것인지
가두어 두려는 것인지
댓살쯤 되는 조무래기 아이도
새끼막대기를 성기에 씌워 띠풀로 한 두 바퀴씩 감았다
코흘리개 아이는
어쩌다 잘못 빗겨나간 막대기 구멍을
고추 위에 덧씌우느라 고개를 쳐 박고 눈물을 찔끔거리고 있다
긴 막대기를 덜렁덜렁거리며
엉기적엉기적 수풀을 건너고
긴 칼을 내려놓듯 앞에 늘어뜨려 놓은 채 쪼그려 앉아
새나 가두어 잡으려고 머리를 맞대어 궁리하는,
산토끼 한 마리 때려잡을 야성은 씨눈도 보이지 않는
맑은 눈빛이다
조심스럽게 서로의 등을 토닥이며
방금 뜯어먹은 푸성귀의 영혼들이 평안하기를 기도하는
스치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시인처럼
풀잎에 깃든 영혼의 소리를 듣는 자들
아무래도
이 세상에서 살 수 없는 시인들이 모인 곳 같다
- 「시인의 마을」전문
흉터투성이가 된, 온몸이 길이 된 그는 ‘밤을 지새며 한 발짝씩 멀리멀리 돌고 돌아/ 기어이 기어’ 올라, 그 옛날 늙은 살구나무에 걸려 축 늘어졌던 가오리연보다 훨씬 힘찬 ‘별박이 연’을 띄울 뿐 아니라 연싸움에 참여할 생각이다.
눈물하고 함께 지겹게 먹어본 맨밥을 짓이겨 풀붙인 연에 ‘부레를 끓이고 사기가루를 발라/ 쇳소리 나는 튼튼한 연’(「온몸이 길이다」) 으로 만든 여자는 ‘산도 길도 나무도 없’ (「양수리 모텔」)는 허공이 두렵지 않을 것이다.
거북하게 앉아있는 머리 위로
날아오는
협.의.했.습.니.까?
결혼식 날처럼 나란히 서서
둘 사이에 끝점 하나 끼워 넣는 의식은 지극히 간단하다
타앙 타앙 내려치는 망치소리가 밴 저 피
- 「넝쿨장미」일부
파기는 대부분 계약보다 불편하다. 남성 중심 사회가 정한 여성용 규범을 따라 살아가는 것은 태생이 제공한 불평등 계약일 경우가 많다. 전근대적 이상적 여성상은 헌신된 존재, 소녀이면서 속이 깊거나 어린 여자이면서 실수가 없거나 젊은 여자이면서 절제되거나 여자 몸을 가지고 남자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는 현모양처를 요구하였다. 강요된 ‘처녀성 선언’에 다름 아니다. 생기발랄한 처녀를 한껏 전족해버리고 살아온 많은 여자들이 북부 알바니아에 사는 그, 그녀들처럼 자기 생을 ‘만족하다’고 회고한다. 이에 반해 장민정은 “불만족하다.”고 시를 통해 발언함으로써 모종의 파기를 선택한다.
생을 장악하고 자기를 주장하는 권리가 거절될 뿐 아니라 보호 받고 격려 받는 특권도 꿈꾸지 말기를 요구 받은 여자들을 시 속에 품고 장민정은 스스로 눈물이 되는 자세를 가진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어머니에게서 어머니에게로, 어머니에게서 딸에게로 유전되어온 눈물을 대하여 온몸을 펴서 우산을 만든다. 몸으로 우산을 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숨을 조용히, 길게 들여 마십니다
항문을 힘껏 조이시고,
배를 끌어당겨 숨을 멈춥니다>
바람도 범접 못 한다
발가락이 발가락을 늘이고
등뼈가 등뼈를 조이고
옆구리가 옆구리를 비트는
부드럽게 부풀리고 접는
- 「나마스테」일부
그러므로 ‘낙엽이 굴러도 뼈가 긁히는’ ‘참다 참다 내뱉는 신음’은 이로써 끝이다. 부여된, 오래 익숙했던 규제를 벗고 그는 자신을 문질러 낯선 부싯돌이 될 것이다.(「낡은 집」) 타오르는 언어가 그의 부싯깃이 될 것이다.
일손을 놓고 한 없이 한 없이 게으르게 석 달 열흘 뒹굴어 손톱(「입동 무렵」)이 호랑이처럼 길어나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기가 어려우면 그는 포효하며 동굴을 뛰쳐나와 산맥을 한바탕 달리는 것으로 손톱을 무지를 것이다. 몸을 낮추고 웅크린 채 발톱을 다듬는 웅녀 되기는 이제 그만.
이 가을에 ‘종잇장 소리가 날 것 같은/ 하늘 속으로’ 내닫는 시인의 행보가 아무쪼록 강철처럼 굳고 처연하고 가벼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