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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국
- 김영승
모든 국은 어쩐지
괜히 슬프다
왜 슬프냐 하면
모른다 무조건
슬프다
냉이 국이건 쑥국이건
너무 슬퍼서
고깃국은 발음도 못하겠다
고깃국은 …
봄이다. 고깃국이
*******
오늘 눈보라가 휘몰아치는데 우연히 이 시를 읽었다.
김영승의 시는 어쩐지 슬프다
선배의 결혼식 사진에서 김영승은 내 옆에 서있다
그 표정도 슬프다
흐리멍텅한 눈빛으로 뭘 바라보는지 모르겠다
『반성』이라는 그의 시집을 읽다보면
눈물은 나오지 않는데 슬펐다
대신 자꾸 피식피식 웃음이 났다
슬픈 국을 반복해서 읽다가
몇줄 메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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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운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잠시 나무에 앉았다 날아가는 새처럼
오고 가는 것이 아니다
내 몸 어딘가
깊은 우물이 있어
고여있는 것이다
누군가 퍼올려도
늘 출렁이고 있다
슬픔은
첫댓글 좋은글 잘읽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비단 새 학명은 딱새---- 인간을 보호병으로 이용하는 새 ... 제비도 사람을 이용하는 지혜..
창가에 왔다가 사라지기에 .... 이쁘고 귀한, ... 만약 살면서 똥 싸면 밉고 쫓아 버릴...-
새는 공생을 택했고 .... 다만 새에게 감정을 씌우는 것은 사람의 현재 마음이 아닐까. ..?
시 쓴 이가 고등학굣적 같은 반 동무였던가
아뇨 친구이긴요. 형님 나이또래일까 싶은데요. 제가 대학교때 이미 유명한 시인이었죠. 저랑 같이 시공부하던 제일 친한 언니가 시인이랑 결혼했는데, 그때 같은 하객으로 와서 제 옆에 서서 사진 찍었어요. 술냄새 엄청 풍기면서, 늘 술에 취해서 이런 시를 썼지요.
반성 16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 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마시지 말자
고 써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