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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슬로우 푸드와 패스트 푸드
어린 시절 나에게 세상은 한가하고 평화로웠다. 봄의 한강물은 맑고 천천히 흘렀고 바람은 따스했다. 강가 모래밭에서 낚시로 모래무지를 잡다가 강을 건너는 손님이 나타나면 옆집 바오로네 나룻배를 타고 한강을 왔다 갔다 했다. 내 키보다도 더 크고 무거운 노를 저으며 배 꼭무니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멀어져가는 물살을 바라보면서 봄날은 갔다. 강물은 깨끗했고 냄새도 싱그러웠다. 가끔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버지를 도우러 강가에 있는 밭에 나가 김을 매다보면 바로 위 하늘 높은 곳에 종다리가 떠서 지지배배 우리와 함께 일을 했다. 오후에는 송아지 풀을 먹이기 위해 강가 뚝에 나갔는데 막내인 코흘리개 은화를 송아지 등에 태우고 버들피리를 불며 코를 갓 뚫어 달아놓은 쇠고삐를 흔들어 이랴 이랴 소를 재촉했다. 우리 집은 야트막한 동네 해가 뜨는 야산 바로 밑에 매달려 있었는데 옆에는 놀이터였던 오래된 한옥 성당과 너른 마당이 있었다. 햇살이 둥근 초가지붕 빈 가운데 공간으로 들어와 우물에 반사돼 연기에 그을린 시커먼 처마에 일렁이는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보면서 오전이 아주 천천히 지나갔다.
아침에 일찍 국민 학교에 가다보면 가끔 훈련 온 미군이 뒷산 일판에 짙은 녹색 천막을 치고 주둔했다. 미군들은 우리가 지나가면 초콜릿을 던져주곤 했는데 그 맛을 몇 번 본 우리가 먼저 달라고 ‘짭짭’하고 외치면 귀찮다고 손사래를 치며 내쫓았다. 뜯어 먹고 남은 씨이레이션 깡통을 통째로 우리에게 던져주기도 했는데 비스킷과 가끔 작은 치즈 캔이 들어있어서 아이들을 기쁘게 했다. 처음 먹어보는 짭조름하고 고소한 치즈를 비스킷에 발라먹거나 밥에 비벼먹었는데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그때 당시엔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인스탄트 가루 커피도 비닐팩에 들어 있었는데 그 쓴 가루를 왜 먹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가루를 몇 번 손가락으로 찍어 먹다가 버렸다. 그 시절엔 주전부리란 것이 기껏해야 5일장에 갔다오신 아버님이 사오신 누깔사탕이 고작이었는데 미군부대와의 이 경험이 내가 처음 접한 본격적인 서양의 가공식품이었던 것이다.
현대석유문명과 가공식품의 탄생
그런데 한가하고 느릿하던 세상이 언제부터인가 점점 빨리 돌아가기 시작했다. 17세기 말에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석유나 석탄을 동력원으로 각종 기계를 만들어 세상만물들을 빨리 움직이게 만들었다. 수억 년 전에 태양빛에 의해 만들어진 식물이나 플랑크톤 등 유기물들이 깊은 땅속에서 오랜기간 강한 압력과 열을 받으며 탄화되어 만들어진 석유나 석탄이 현대문명인들에 의해 쓸모가 생긴 것이다. 힘센 기계들은 우선 탐욕스러운 권력자들에 의해 우선 전쟁무기로 사용되었다. 이 때문에 1,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났고 수천만의 많은 인간이 살상되었다. 더구나 2차 대전은 미국이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떨어뜨린 원폭으로 끝났다. 수십만의 인명이 눈 깜짝할 사이에 죽고 산사람들도 서서히 암과 각종 원자병으로 비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본 인간들은 공멸을 부르는 대규모 전쟁을 방지하기위해 국제연합을 만들었다. 이 석유는 또 우리가 먹는 음식까지 빠르고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온실에서 석유를 이용해 가온재배를 하면 여름에나 먹을 수박을 겨울에도 먹을 수 있게 만들었다. 거대한 기계의 힘을 이용해 만든 많은 상품들이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었고 이들 상품은 전 세계로 팔려나가면서 대영제국을 비롯한 서구열강들의 식민지를 늘려주었다. 농산물 또한 석유나 석탄으로 만든 화학 비료나 농약을 뿌리고 석유로 움직이는 트랙터에 의해 대량으로 수확되어 이를 재료로 이용한 다양한 가공식품들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사실 겨우 한 세대 전만 해도 사람들은 대부분 직접 농사를 지어 수확한 곡물과 채소를 집에서 조리해 먹었다. 집집마다 음식 맛이 다르고, 특히 장맛은 몇 대를 걸쳐 완성되는 한 집안의 자랑이었다. 철 따라 지역마다 고유의 특산물로 만든 맛깔난 전통음식이 있었다. 그러나 서구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한 다양한 가공식품이 생산되면서 사람들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간편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반면 보존기간을 연장하고 색깔과 맛을 자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방부제나 타르색소, 화학조미료 등 인체에 유해한 화학 첨가물들이 대량 사용되었다. 이 결과 사람들의 면역력이 떨어져 어린이는 물론 어른이 되어도 평생 지속되는 아토피가 늘고 장기적으로는 암의 발생율이 크게 높아지면서 사람들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또 농산물 가공과정에서 구성 성분이 분리되고 가열로 인해 비타민 등 영양물질이 파괴되면서 심각한 영양의 불균형이 초래되었다. 이는 특히 마그네슘이나 칼슘, 철 등의 미량미네랄이나 비타민, 식이섬유의 부족으로 당이 에너지로 전환되지 못해 생기는 만성대사병인 비만, 당뇨, 고혈압, 심장병을 초래해 전 국민적인, 전 세계적인 현대문명병이 되었다.
가공식품은 1890년경에 미국에서 생겨나기 시작한 요리인 쥬스나 샐러드가 다량으로 보급되면서 처음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어 1차 대전을 계기로 미군들의 전투식량으로 음식을 수년간 보관할 수 있도록 세균의 포자까지도 멸균시킨 통조림이 처음 개발되면서 본격적인 발전이 시작되었다. 이제는 신선도를 오랫동안 유지시킬 수있는 냉동건조공법과 레토르트 식품들이 발명되어 냉장고를 채우며 간단하게 전자렌지에 데워먹는 즉석식품들이 등장해 집에서는 아예 요리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렇게 가공식품의 원조인 미국요리는 생산규모가 커지면서 발전되면서 영양보다는 양과 편의 위주로 발전했다. 특히 토마토 케첩이 들어간 독일산 햄버거와 이태리 피자, 캔터키 치킨 매장이 전국 곳곳에 생겨 대량 보급되면서 여기에 튀긴 감자나 코카콜라 같은 청량음료가 추가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 사람들의 건강을 본격적으로 위협하게 되었다. 기름에 튀긴 고기와 감자칩은 물론이고 설탕이나 고과당 시럽이 과량 함유된 청량음료 때문에 칼로리만 너무 높고 미네랄, 비타민은 물론 식이섬유도 크게 부족해 영양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미국식 자본주의가 퍼뜨리는 가공식품으로 인한 피해
이러한 현상은 특히 이차대전이후 미국령이었던 퍼시픽아일랜드 지역의 미크로네시아, 나우루, 쿡아일랜드, 통가 섬이나 일본의 오키나와 미군기지에 사는 섬의 원주민들에게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 미크로네시아의 경우 주민의 90%이상이 비만이고 80%이상이 당뇨에 걸리는 등 너무나 비정상적인 신체적 변화를 보여 영양학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원래 원주민들이 주식으로 먹던 음식은 전분질의 빵나무 열매나 바나나, 그리고 어류들이었다. 그런데 미국령이 되면서 미국본토 관광객들과 함께 쏟아져 들어온 햄버거나 피자가게가 곳곳에 들어서면서 기름지고 단 음식에 빠진 원주민들이 집단적으로 대사병에 노출된 것이다. 게다가 발을 절거나 절단한 사람들이 많이 생겼는데 이는 맨발로 사는 원주민들이 발에 상처를 입을 경우 당뇨로 인해 상처가 낫지 않고 썩어 들어가면서 생긴 비극이다. 마찬가지로 세계적으로 장수지역으로 알려졌던 오키나와 섬에도 미군기지가 들어서면서 지금은 반대로 미크로네시아처럼 대사병이 만연되어가면서 비만과 당뇨가 성행해 평균수명이 줄어들고 있어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미국에서 20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카리브 해의 아름다운 섬나라 쿠바는 미국과의 적대적 관계 때문에 오히려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나라로 다시 태어났다. 미국과의 분쟁으로 경제봉쇄를 당해왔는데 1991년 구소련이 붕괴하면서 공산권에서 오던 비료와 농약은 물론 석유까지 수입이 중단되자 하는 수없이 유기농으로 급히 전환했다. 1991년 카스트로는 고립무원의 나라가 되어버린 쿠바를 살리기 위해 전국민 유기농업이라는 특별선언을 발표하고 관공서나 도시주택사이의 빈 공간에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도시농장을 퍼뜨리기 시작하였다. 특히 여성들이 나서서 집에서 상자에 흙을 담아 직접 야채를 키워 먹자는 운동이 큰 호응으로 활성화되어 대성공을 거두었다. 유기농업이 성공하려면 그동안 대량으로 사용된 화학비료나 농약때문에 산성화돼 죽은 땅을 다시 살려야한다. 이를 위해 특별히 지렁이를 이용해 음식물쓰레기 등 유기성폐기물들을 분변토로 전환시켜 옥토로 가꿀 수 있었다. 조상대대로 내려오던 케케묵은 농법을 되살리고 인도의 살충성 님나무를 수입해 해충을 퇴치하는 등 자연방제법도 이용했다. 이 결과 식량자급율이 43%에서 거의 100%로 뛰어 완전자급자족이 실현되었으며 병원에 다니는 환자수가 30%나 줄어들고 영아사망율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건강한 나라가 되었다. 이제 쿠바는 세계의 주목을 끌면서 지구촌 유기농업학교가 되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 배워가고 있다.
패스트푸드들의 문제점
그런데 우리나라도 세계에 유래없이 빠른 압축성장을 통한 산업화, 세계화와 함께 서구에서 물밀듯이 들어온 가공식품들이 전통 가정밥상을 밀어내고 식탁을 점령하고 말았다. 특히 1997년에 일어난 외환위기 이후 햄버거나 치킨, 피자, 도너츠 등 미국식 패스트푸드점이 도시의 요지를 점령하고 커다란 패밀리레스토랑이 빌딩 몇 층을 차지하면서 외식도 육류, 유제품, 기름에 튀긴 식품일색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어느 날 우연히 종로2가 4거리에서 사방을 둘러보다가 거기서 뻗어나간 4개 도로마다 모두 한 브랜드의 도넛 점 들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 매우 놀랐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도넛을 선호하면 이런 정도가 되었을까? 도넛은 미국에서 죽음의 3중주(Triangle of Death)라 불렸을 정도로 달고 기름진 음식의 대명사이다. 흰 밀가루와 흰 설탕을 섞어 정제 기름에 튀긴 후 다시 설탕으로 범벅을 한 제품으로 에너지원 이외에는 영양소가 별로 없다. 더구나 300도에 가까운 고온의 기름에 튀겨 MDA(Malondialdehyde), HNA(Hydroxynonenal)등의 다양한 발암물질들이 생기며 여러 차례 사용된 식용유에서는 불포화지방산이 중합되면서 거대분자화합물들이 생겨 소화도 안 돼 달고 기름진 맛으로 혀만 녹이는 그야말로 백해무익한 음식이라고 생각된다.
더구나 바삭하게 만들기 위해 트랜스지방함량이 높은 쇼트닝 같은 해로운 튀김기름을 써 사람들의 건강을 악화시켜 왔다. 트랜스지방은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아 쉽게 산화되는 액체상태의 식물성유에 고온고압으로 수소를 첨가해 포화시켜 쉽게 산화되지 않는 버터처럼 고체로 만든 유지이다. 만드는 과정에서 분자구조가 일부 변형돼 생성된 것으로 트랜스지방이 함유된 기름을 이용해 튀길 경우 매우 고소하고 아삭아삭한 식감을 준다. 트랜스지방은 혈관을 굳히고 혈압을 높일 뿐만 아니라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증가시키는 반면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감소시켜 심장병과 동맥경화를 유발시킨다. 그러나 우리 몸은 이러한 분자구조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고 변형되기 전의 물질로만 인식해 세포안팎의 물질전달을 제어하는 세포막의 구성분으로서 이용하지만 원래 기능을 잃어버려 각종 질병에 노출된다. 영국의 한 의학지에 따르면 트랜스지방 섭취가 2퍼센트 상승하면 심장병 발생 위험이 25퍼센트 증가하고, 당뇨병 발생 위험이 40퍼센트 증가한다고 한다. 또한 트랜스지방은 간암, 유방암, 위암, 대장암, 당뇨병의 발생에 관계하고 노화를 촉진한다. 미국 FDA는 식품제조업체가 마가린에서 이 지방을 제거하고 구운 식품의 트랜스지방 함량을 3퍼센트 이하로 낮추면 미국에서 매년 5,000명을 살릴 수 있다는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세계보건기구는 트랜스지방에 의한 열량이 1퍼센트를 넘지 않도록 권고했다. 그러므로 총섭취량이 하루 2.2그램 이상을 넘지 않아야 하는데 한국인은 하루 평균 2.6그램을 먹는다. 특히 패스트푸드를 즐겨먹는 여고생의 섭취량이 가장 많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조사에 따르면 음식 100그램당 트랜스지방 함량은 도넛이 4.7그램, 감자튀김이 2.9그램, 프라이드치킨이 0.9그램으로 햄버거(0.4그램)나 피자(0.4그램)보다 높다. 요즘 규제를 해서 쇼트닝 사용이 많이 줄어들고 있지만 중성지방함량은 그대로 높아 새로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패스트푸드 중 미국에서 시작된 캔터키 치킨은 우리나라에서는 버터를 안 넣고 다른 양념을 많이 해 식용유에 튀긴 토착화된 패스트푸드중 하나로 자리잡아 처음엔 통닭으로 불렸다. 이제는 우리나라 특유의 양념치킨이 인기를 끌면서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은 맥주와 함께 안주로 잘 먹어 세계적인 판매고를 자랑하는 치킨왕국이 되었다. 최근엔 대형마트에서 치킨을 시중의 절반 값도 안 되는 5000원에 팔아 통큰 치킨 논란을 불러왔는데 이것은 닭이 얼마나 값싸게 생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예전에 닭을 키워 내다 팔려면 최소 7~8 개월 이상 걸렸는데 요즘 치킨용 닭은 한 달 남짓 만에 출하된다. 빨리 자라라고 성장호르몬으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사료에 첨가해왔기 때문이다. 90년대 중반 미국 샌안토니오 텍사스보건대에서 연구교수로 생활하던 당시 근처인 남미 푸에르토리코에선 2,000명 이상의 여아들이 환경호르몬 과다 섭취로 가슴은 물론 음모까지 나오고 생리가 시작되는 일으키는 집단 조숙증 사건이 터졌다. 조사결과 에스트로겐 함량이 높았던 플로리다산 치킨과 과자봉지의 프탈산에스테르가 의심된다는 보도가 나왔다. 게다가 양계장에선 지독한 밀집사육으로 닭들이 스트레스로 죽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오랜 동안 다량의 항생제를 사료에 섞어 먹여왔다. 2005년 국회에서 보도된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덴마크 등 선진낙농국 들보다 무려 30배가 넘는 항생제를 먹여와 항생제 내성율도 최고를 보여 낙농후진국이란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항생제의 사료투여가 금지돼 항생제 남용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러한 열악한 사육환경으로 조류독감 문제가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동하며 사는 철새들은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잘 감염되지만 증상이 약해 감기처럼 지나간다. 그러나 집단으로 갇혀 살아 운동이 부족하고 햇빛도 제대로 못 보며 사는 면역력이 떨어진 가축인 닭에 옮겨졌을 때에는 고병원성을 보여 호흡곤란을 일으켜 쉽게 집단 폐사해 세계적인 조류독감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소나 돼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밀집사육한다. 특히 소에게는 풀을 먹여야하는데 GMO(유전자조작) 옥수수 사료를 먹여 키워 비정상적인 비만소를 만들어 낸다. 미국의 옥수수는 대부분 제초제 내성 GMO 작물로 화학비료로 값싸게 대량생산되며 주로 가축사료로 이용된다. 이 옥수수를 먹은 가축은 살이 빨리 찌고 지방 함량이 급증해 꽃등심 같은 기름진 맛이 좋은 육질로 변한다. 이것은 옥수수에 오메가-6 지방산이 다른 작물에 비해 유독 많기 때문이다. 옥수수의 오메가-6 지방산과 오메가-3 지방산의 구성 비율은 66:1로 오메가-6 지방산 함량이 지나치게 높다. 필수지방산은 주로 세포막에서 물질의 흡수와 배출에 관여하는데 오메가-6 지방산은 지방을 축적하고, 오메가-3 지방산은 지방을 분해하는 일을 한다. 또한 체내에 오메가-6 지방산이 너무 많으면 지방세포가 증식하고 염증 반응을 일으켜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된다. 건강한 사람의 오메가-6 지방산과 오메가-3 지방산의 비율은 대략 10:1 정도인데, 비만인 사람의 비율은 50:1, 고도비만은 120:1까지 높아 불균형이 심각하다. 비만의 주범인 오메가-6 지방산이 바로 옥수수 사료를 섭취하는 미국 소에 많이 쌓인다. 풀을 먹인 뉴질랜드 소는 오메가-6 지방산과 오메가-3 지방산의 비율이 4:1로 매우 안정적인데 반해 옥수수 사료를 먹인 미국산 쇠고기는 무려 100:1이 넘는다. 한우도 미국에서 들여온 옥수수로 만든 사료를 먹이니 맛이 비슷하고 건강에도 당연히 좋을리 없다. 우유는 물론 버터같은 유제품도 영향을 받는다. 풀을 먹고 자란 뉴질랜드산 소에서 짜낸 우유를 먹어야 오메가-6 지방산을 적게 섭취해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
한편 곡물을 먹인 소는 내장이 산성으로 변해 이러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은 살인 대장균이라 불리는 O157균이 생겨났다. O157 대장균은 전염성이 매우 강한 균으로 내산성이며 인체에 침입하면 복통과 설사 및 혈변을 일으킨다. 2009년에 나온 한 논문에 의하면 O157 대장균 때문에 미국에서 발생하는 환자는 매년 11만 건으로 추산되며, 주로 소나 양, 사슴 같은 반추동물들에게서 유행된다고 한다. 당시 대규모 리콜사태가 발생한 미국산 쇠고기 중 일부가 O157 대장균 감염이 의심되었으나 정부는 햄버거용 분쇄육으로 가공되어 회수가 불가능하다는 결론만 내려 논란이 된 바 있다. 잠복기간이 4~5일 정도로 길기 때문에 중독의 원인을 알아낼 수 없으며 그 만큼 예방하기도 어렵다. 치사율은 1,000명당 6~7명 정도로 낮은 편이지만 전염성이 아주 강해 확산 속도가 빠르다. 환자의 대변을 통해 배출된 균이 주로 음식과 손을 통하여 입으로 전염된다. 미국에서 이 병은 주로 날로 된 음식이나 살균 과정을 잘 거치지 않은 우유를 먹고 난 후 발생하며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그러한 물에서 수영한 후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깨끗하지 못한 채소에서도 발생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더러운 쇠고기 분쇄육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 분쇄육은 주로 미국인들이 즐겨 먹는 햄버거에 많이 사용된다. 그래서 ‘햄버거 병’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햄버거병균인 O157 대장균은 사실 사람이 만든 것이다. 소는 원래 풀만 먹고 사는데 쇠고기에 지방이 점점이 박혀 마블링을 잘돼 기름진 맛이 나도록 옥수수를 먹였다. 이 때문에 장이 산성화되면서 내산성 균이 나타났고 이들 중 병원성을 갖는 균을 사람이 먹게 된다. 보통 대장균은 강한 위산 때문에 장에 도달하기 전에 죽는데 O157 대장균은 여기서 살아남아 병원성을 나타내 살인대장균이 된 것이다. 최근 유럽에서 독일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장출혈성 대장균(EHEC)' 질환도 이와 비슷한 병원균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바 없는 박테리아의 변종으로 기존의 항생제로도 치료가 되지 않아 위험한 병원균으로 여겨진다.
패스트푸드의 반건강성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슬로푸드운동
햄버거, 치킨, 피자 등 패스트푸드는 대체로 육류를 기름에 튀겨 만드는데 여기에는 몸에 꼭 필요한 비타민과 무기질은 부족해 햄버거를 소화시키는 도중 체내의 비타민을 소모하게 되고, 이로 인해 입맛이 없어지며 불안, 초조, 두통이 생길 수 있다. 함께 먹는 콜라 등 청량음료에는 인(P) 함량이 높아 칼슘 흡수까지 방해한다. 칼슘 등 무기질이 부족하면 신경이 예민해지고 성격이 급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대체로 값싼 재료를 이용하는 패스트푸드는 점차 그 유통 범위가 확대되면서 식품의 신선도와 품질을 유지하고 맛과 모양을 내기 위해 여러 가지 식품첨가물을 투입하고 대체로 값싼 재료를 이용한다.
패스트푸드는 자극적인 단맛과 기름진 맛으로 본래의 특성인 향기나 색깔, 맛성분은 사라지고 사람들의 혀만 살살 녹이는 기름지고 단 음식으로 많이 먹으면 그야말로 독이 될 수 있는 나쁜 음식이다. 패스트푸드는 포르노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된다.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이룬 자연의 결실인 자손의 생산은 염두에도 없고 오로지 성적 본능만 자극해 쾌락을 팔아 돈을 벌겠다는 나쁜 심산인 것이다. 식욕과 색욕은 이런 면에서 많이 닮았다고 본다. 이러한 본능은 생명체의 본래 목적인 건강한 삶과 자손을 퍼뜨리는 일에 필요한데 제사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젯밥에만 눈이 어두운 것과 마찬가지이다. 본능적 쾌락은 생존에 꼭 필요해 우리에게 존재하지만 이를 지나치게 탐닉해 남용하거나 노예가 되면 마음과 몸의 파멸을 가져온다.
이윤을 많이 남기기 위해 속도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산업화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본능적 쾌락인 단맛과 기름진 맛으로 사람들을 꾀는 획일적인 패스트푸드가 전통 식탁과 사람들의 건강을 빼앗아 버리자 슬로우 푸드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여유있게 즐기는 풍요로운 식사의 기쁨을 회복하고 다양한 음식을 장려하며 문화상대주의를 견지해 관심을 끌고 있다. 슬로우 푸드 운동은 1986년 대표적인 패스트푸드인 맥도날드 햄버거의 로마 진출에 반대하여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어 현재 40여 개 국에 10만 명에 가까운 회원을 가진 세계적인 운동으로 발전되었다. 1989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모임을 갖고 ‘슬로우 푸드 선언’을 발표하고 느림 그 자체의 상징인 달팽이를 심볼로 선정했다. 우리는 우리고유의 자연철학의 정신을 간직한 한식을 되찾고 동시에 동방예의지국으로서의 순준높은 정신문화을 회복하기위해 밥상머리운동을 펼쳐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