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寺刹)의 ‘찰(刹)’ 어원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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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문화재
입력 2023.04.24 13:39
호수 3766
기자명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이희봉 중앙대 교수 “오류 시정해야” 주장
“찰, 양산 뜻하는 ‘차트라’의 음사”
“땅 의미 ‘크쉐트라’ 표기는 잘못”
다양한 논의 이뤄지는 계기 전망
절의 또 다른 명칭인 사찰(寺刹)의 ‘찰‘이 어디서 기원한 것인지 분석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희봉 중앙대 건축학부 명예교수가 지난 2월 간행된 <건축역사연구> 제32권에 게재한<사찰 ‘찰(刹)’의 어원 규명과 불교계 통용 오류 검증>이란 제목의 논문이다.
이희봉 중앙대 교수는 “기존의 불교사전 등에서 사찰의 ‘찰(刹)’을 불토(佛土)로 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찰’은 양산의 산스크리트어 ‘차트라(chattra)’의 음사어 ‘찰다라(刹多羅)’의 대표 글자로, 스투파 꼭대기에 씌운 존엄의 상징”이라면서 “‘땅(land)’이란 뜻의 ‘크쉐트라(kshetra)’가 발음이 맞지 않음에도, ‘찰’로 중복 표기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트라’는 <옥스퍼드 사전>에 우산, 양산과 더불어 ‘보호처’로, 한자로는 산(傘), 일산(日傘), 산개(傘蓋), 개(蓋)로 번역되고 있다. 이희봉 교수는 “언어는 대상을 지칭하는 기호인데, 전혀 다른 대상을 같은 기호로 지칭하면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면서 “양산과 땅을 같은 한자 기호로 표기해 비롯된 혼란을 역사적, 어원학적으로 분석해 결론에 도달했다”고 덧붙였다.
이희봉 중앙대 건축학부 명예교수
또한, 탑 상부의 양산인 ‘찰’을 바퀴 모양을 의미하는 상륜(相輪)이라 번역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희봉 교수는 “‘상륜부(相輪部)’라는 용어는 한국과 일본에서만 통용되는 용어”라며 “중국에서는 탑 꼭대기를 의미하는 탑정(塔頂) 또는 탑의 양산인 탑찰(塔刹)로 호칭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에서 ‘찰’을 상륜으로 칭하는 것은 일제강점기 용어를 따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불교계에서 찰을 땅과 더불어 기둥으로도 오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찰이 기둥이 되려면 찰간(刹竿)이나 찰주(刹柱)처럼 꼭대기에 양산이 씌워져야 하므로 탑의 중심에만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깃발을 거는 장대를 찰간이 아닌 당간(幢竿)이라 칭해야 하고, 지지하는 입석도 당간지주라 불러야 한다는 견해이다.
오다 도쿠노(織田得能,1860~1911)의 <불교대사전>(1917), 오기하라 운나이(荻原雲來,1869~1937)의 <범한대역불교불교사전 번역명의대집>(1915), 히라카와 아키라(平川彰, 1915~2002)의 <불교한범대사전>(1997) 등을 오류 근거로 제시했다. 이후 일본과 한국의 학자들이 별다른 의심이나 검증 없이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보다 앞서 당나라 현응(玄應)스님의 <일체경음의>(649)와 송나라 법운(法雲)스님의 <번역명의집>(1143)이 오류를 범한 것도 지금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견해이다. 이희봉 교수는 “이로 인해 미술사,건축사 등 학계 논문은 물론 문화재 안내판에도 오류를 거듭한다”고 주장했다.
이희봉 중앙대 건축학부 명예교수는 “인도에서 붓다의 스투파 꼭대기 존엄의 상징인 차트라는 중국으로 전파되며 찰다라로 음사해 ‘찰’이라고 생략 지칭한 것”이라며 “내부에 불상을 모시고 탑 정상에 스투파를 축소 안치해 ‘탑찰’로 정착되고, 맨 꼭대기 양산 ‘찰’이 점차 탑 전체를 확대 지칭하게 된 것”이라고 첨언했다. 5세기까지 절은 탑사(塔寺)로 불렸는데, 탑이 곧 찰이기에, 탑찰을 거쳐 사찰로 변했다는 것이다.
다소 파격적인 이희봉 교수의 주장은 ‘사찰’의 ‘찰’이 지닌 어원을 살펴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견해에 대한 찬성이나 반대 등 학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수렴돼 ‘생산적인 토론’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불교신문 3766호/2023년5월2일자]
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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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찰(刹)’의 어원 규명과 불교계 통용 오류 검증 = Investigation of Etymology of a Word ‘Chal(刹)’ from Temple and Verification of Fallacy, Circulated in the Buddhist Community
http://www.riss.kr/link?id=A108500510
한국건축역사학회
건축역사연구(Journal of Architectural History )
Vol.32 No.1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