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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달마법온족론 제9권
16. 잡사품(雜事品)
어느 때 박가범께서 실라벌(室羅筏) 서다림(逝多林)의 급고독원(給孤獨園)에 계셨다.
그때에 세존께서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만일 하나의 법[一法]을 영원히 끊게 되면, 나는,
‘너희들은 반드시 불환(不還)을 얻으리라’고 보증하겠느니라.
하나의 법이란 바로 탐(貪)이니,
만일 영원히 끊은 이면, 나는,
‘그는 반드시 불환을 얻으리라’고 보증할 수 있나니,
그와 같아서,
진(瞋)ㆍ치(癡)와,
분(忿)ㆍ한(恨)ㆍ부(覆)ㆍ뇌(惱)ㆍ질(嫉)ㆍ간(慳)ㆍ광(誑)ㆍ첨(諂)ㆍ무참(無慚)ㆍ무괴(無愧)와 만(慢)ㆍ과만(過慢)ㆍ만과만(慢過慢)ㆍ아만(我慢)ㆍ증상만(增上慢)ㆍ비만(卑慢)ㆍ사만(邪慢)과 교(憍)ㆍ방일(放逸)ㆍ오(傲)ㆍ분발(憤發)ㆍ교망(矯妄)ㆍ궤사(詭詐)ㆍ현상(現相)ㆍ격마(激磨)와,
이익[利]으로써 이익을 구하는 것과,
악욕(惡欲)ㆍ대욕(大欲)ㆍ현욕(顯欲)과,
기뻐하고 만족하게 여기지 않는[不喜足] 것과,
공경하지 않는[不恭敬] 것과,
악한 말[惡言]을 하는 것과,
나쁜 벗[惡友]을 좋아하는 것과,
불인(不忍)ㆍ탐기(耽嗜)ㆍ변탐기(遍耽嗜)ㆍ염탐(染貪)ㆍ비법탐(非法貪)ㆍ착탐(著貪)ㆍ악탐(惡貪)과 유신견(有身見)ㆍ유견(有見)ㆍ무유견(無有見)과,
탐욕(貪欲)ㆍ진에(瞋恚)ㆍ혼침(惛沈)ㆍ수면(睡眠)ㆍ도거(掉擧)ㆍ악작(惡作)ㆍ의(疑)와 몽궤(瞢憒)ㆍ불락(不樂)ㆍ빈신(頻申)ㆍ흠거(欠呿)와,
음식이 조화되지 않는 성품[食不調性]과,
마음이 어둡고 하열한 성품[心昧劣性]과,
갖가지 생각[種種想]과,
부작의(不作意)ㆍ추중(麤重)ㆍ저돌(觝突)ㆍ도철(饕餮)과,
온화하고 유연하지 못한 성품[不和性]과, 조화되고 부드럽지 못한 성품[不調柔性]과,
같은 무리에 따르지 않는[不順同類] 것과,
욕심(欲尋)ㆍ에심(恚尋)ㆍ해심(害尋)ㆍ친리심(親里尋)ㆍ국토심(國土尋)ㆍ불사심(不死尋)ㆍ능멸심(陵蔑尋)ㆍ가족심(假族尋)과,
수(愁)ㆍ탄(歎)ㆍ고(苦)ㆍ우(憂)ㆍ요뇌(擾惱)이니,
여기에 있는 어떤 하나의 법에서라도, 만일 영원히 끊은 이면, 나는,
‘그는 반드시 불환을 얻으리라’고 보증하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앞의 뜻을 거두기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탐(貪)에 매인 유정은
자주 모든 악취(惡趣)에 가지만
지혜로운 이는 바르게 끊어서
이 세간에 돌아오지 않느니라.
이와 같이 진(瞋)ㆍ치(癡) 나아가 요뇌(擾惱) 등 하나하나의 다른 게송도 탐(貪)에서와 같은 줄 알아야 한다.
[탐(貪)]
어떤 것이 탐(貪)인가?
욕심의 경계에서 모두 탐(貪)하고 평등하게 탐하며, 가져 간직하고[執藏] 막아 수호하며[防護], 굳게 집착하고[堅著] 사랑하며 좋아하고[愛樂], 헷갈리어 어둡고[迷悶] 몹시 즐겨 빠지며[耽嗜], 두루 즐겨 빠지고[遍耽嗜] 속으로 얽매이며[內縛], 바라고 구하고[希求] 너무도 좋아하고[耽湎], 괴로움의 원인[苦集]이고 탐욕의 종류[貪類]이며, 탐욕으로 생기는[貪生] 것 등을 통틀어 ‘탐’이라 한다.
[진(瞋)]
어떤 것이 진(瞋)인가?
유정에 대하여 손해를 끼치려고 재얼(栽蘖)을 품으며 요란시키고 괴롭히려 하여,
이미 성을 내었고 장차 성을 낼 것이요 현재 성을 내면서 즐거이 과환(過患)을 끼치고 지극히 과환을 끼치며,
뜻에 몹시 분(忿)과 성을 내어 모든 유정에 대하여 모질게 굴면서 과환을 끼치려 하여,
이미 과환을 끼쳤고 장차 과환을 끼칠 것이며 현재 과환을 끼치는 것이니, 이것을 통틀어 ‘진’이라 한다.
[치(癡)]
어떤 것이 치(癡)인가?
전제(前際)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고, 후제(後際)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고, 전후제(前後際)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으며,
안[內]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고, 밖[外]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고, 안팎[內外]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으며,
업(業)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고, 이숙(異熟)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고, 업이숙(業異熟)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으며,
착하게 짓는 업[善作業]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고, 악하게 짓는 업[惡作業]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고, 착하거나 악하게 짓는 업[善惡作業]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으며,
인(因)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고, 인으로 생기는 법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으며,
부처님[佛]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고 교법[法]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고, 승가[僧]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으며,
괴로움[苦]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고, 괴로움의 원인[集]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으며, 괴로움의 소멸[滅]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다.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으며,
착한 법[善法]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고, 착하지 않은 법[不善法]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으며,
죄가 있는 법[有罪法]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고, 죄가 없는 법[無罪法]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으며,
닦아야 할 법[應修法]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고, 닦지 않아야 할 법[不應修法]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으며,
하열한 법[下劣法]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고, 승묘한 법[勝妙法]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으며,
검은 법[黑法]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고, 흰 법[白法]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으며,
적대가 있는 법[有敵對法]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고, 인연으로 나는 법[緣生法]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으며,
6촉처(觸處)에 대하여 사실대로 아는 것이 없다.
이와 같이 아는 것이 없고[無知] 소견이 없고[無見] 현관이 아니며[非現觀],
캄캄하고[黑闇] 어리석고[愚癡] 총명이 없으며[無明],
눈이 멀었고[盲冥] 그물에 갇혔고[罩網] 감아 싸였으며[纏裹],
미련하고[頑騃] 혼탁하고[渾濁] 가리어 덮였으며[障蓋],
소경이 하는 짓을 하는 것과, 눈 없는 이가 하는 짓을 하는 것과, 지혜 없는 이가 하는 짓을 하는 것과, 하열한 지혜를 내어 선품(善品)을 장애해서 열반하지 못하게 하는 것과,
무명루(無明漏)ㆍ무명폭류(無明瀑流)ㆍ무명액(無明軛)과,
무명의 독 뿌리[無明毒根]ㆍ무명의 독 줄기[毒莖]ㆍ무명의 독 가지[毒枝]ㆍ무명의 독 잎[毒葉]ㆍ무명의 독 꽃[毒花]ㆍ무명의 독 열매[毒果]와,
어리석음[癡]ㆍ평등하게 어리석음[等癡]ㆍ지극히 어리석음[極癡]과,
사나움[很]ㆍ평등하게 사나움[等很]ㆍ지극히 사나움[極很]과 어리석은 종류와 어리석음으로 생기는 것 등을 통틀어 ‘치’라 한다.
[분(忿)]
어떤 것이 분(忿)인가?
분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사랑하는[愛] 이들에게 속한 분이요,
둘째는 사랑하는 이가 아닌 이[非愛]들에게 속한 분이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속한 분이라 함은,
부모ㆍ형제ㆍ자매ㆍ처첩(妻妾)이나 아들과 딸 그리고 그 밖의 다른 어떤 친속이나 벗에 대하여 일으키는 분이다.
어떤 이가 분을 내어 말하기를,
“어찌하여 나에게 이 물건을 주지 않고 나에게 그와 같은 물건을 주는 것이오.
어찌하여 나에게는 이 일을 시키지 않고 나에게 그와 같은 일을 시키는 것이오”라고 한다.
이는 말미암아 일으키는 모든 분(忿)과, 평등한 분과, 두루 내는 분과, 극도로 내는 분과,
이미 낸 분과, 장차 낼 분과, 현재 내는 분과,
열(熱)을 내고 극도로 열을 내는 것과, 앞을 못 보도록 연기가 끼고[烟] 극도로 연기가 끼고 불길처럼 극도로 연기가 낀[焰極烟] 것과,
흉악하게 발끈한[凶勃] 것과, 추악한 마음으로 분을 내어 험악한 얼굴빛을 하고 험악한 말을 하는 것 등이니,
이것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속한 분이라 한다.
사랑하는 이가 아닌 이들에게 속한 분이라 함은,
어떤 사람이 생각하기를,
‘그는 지금 나에게 의리 없는 일을 하려 하고, 이익 되지 않는 일을 하려 하며,
안락하지 못한 일을 하려 하고, 윤택하지 못한 일을 하려 하며,
안온하지 못한 일을 하려 한다.
그러나 그는 나에게 이미 의리 없는 일을 하였고, 장차 의리 없는 일을 할 것이며, 현재 의리 없는 일을 하고 있다.
모든 이들은 나에게 의리가 없고, 나아가 안온하지 않는 일을 하려하며,
저에게는 의리 있는 일을 하려하고, 이익 되는 일을 하려하며,
안락한 일을 하려하고 윤택한 일을 하려하며, 안온한 일을 하려 한다.
그러나 또 저에게는 이미 의리 있는 일을 하였고, 장차 의리 있는 일을 할 것이며, 현재 의리 있는 일을 하고 있다.
모든 이들이 나에게는 의리가 있고 나아가 안온한 일을 하려 하면서도,
또 그에게는 의리가 없고 나아가 안온하지 못한 일을 하려고 한다’고 하면서,
이로 말미암아 일으키는 모든 분(忿)과 평등한 분이며, 나아가 험악한 얼굴빛을 하고 험악한 말을 하는 것이니,
이것을 사랑하는 이가 아닌 이들에게 속한 분이라 한다.
이 사랑하는 이와 사랑하는 이가 아닌 이들에게 속한 분을 통틀어 ‘분’이라 한다.
[한(恨)]
어떤 것이 한(恨)인가?
어떤 사람이 생각하기를,
‘그는 이미 나에게 의리 없는 일을 하려고 한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함)
나도 마땅히 그에 대하여 그와 같은 짓을 해야겠다’고 하고,
이 분(忿)을 내는 것은 성을 냄에서부터 생기는데,
항상 분결(憤結)을 품고서 모두 한(恨)하고 평등하게 한하며,
두루 한하고 지극히 한하며,
돌이키기 어려운 업(業)을 짓고 업에 얽매이며, 업이 견고하게 하면서 원(怨)을 일으키고 한(恨)을 일으키며,
마음에 원망하고 한탄하는 성품[心怨恨性]을 통틀어 ‘한’이라 한다.
[부(覆)]
어떤 것이 부(覆)인가?
어떤 사람이 계율을 깨뜨리고 소견을 깨뜨리며, 청정한 생활[淨命]을 깨뜨리고 궤범(軌範)을 깨뜨려, 본래 받은 계율에 대하여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순수하고 깨끗하지[純淨] 못하며 원만하지 못할 적에,
그는 이미 범한 것을 스스로 깨달은 뒤에도 오랫동안 그대로 있으면서 생각하기를,
‘내가 만일 다른 이들에게 범한 모든 일을 널리 펴 말하고 열어 보이고 시설하고 건립하면 곧 나쁜 소문과 나쁜 명예가 있게 되어서,
그들은 나를 꺼려하고 싫어하며 혹은 헐뜯기도 하고 혹은 들추어내기도 하여 곧 다른 이들에게 공경과 공양을 받지 못할 것이다.
나는 차라리 이로 인하여 3악취(惡趣)에 떨어질지언정 끝내 나 자신이 위에 범한 일은 말하지 않겠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하면서 나쁜 소문과 나쁜 명예를 얻을까 두려워하고, 나아가 공경과 공양을 잃을까 두려워하여,
자기 자신이 범한 것을 곧 덮고[覆] 평등하게 덮고 두루 덮으며,
숨기고[隱] 평등하게 숨기고 두루 숨기며,
지키고[護] 평등하게 지키고 두루 지키며,
감추고[藏] 평등하게 감추고 두루 감추며,
이미 덮었고 장차 덮을 것이며 현재 덮어두는 것이니,
이것을 통틀어 ‘부’라고 한다.
[뇌(惱)]
어떤 것이 뇌(惱)인가?
어떤 사람이 승가[僧] 대중 가운데서 법과 법이 아닌 것으로 인하여 싸움을 일으키므로,
모든 필추들이 그를 화해시키고 그만두게 하기 위하여 권하고 간(諫)하고 가르쳐 주는데도, 그가 굳이 받아들이지 않을 적에,
권하고 간하는 일을 받아들이지 않는 성품이요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는 성품이며,
지극히 고집을 부리는 성품이요 지극히 취(取)하려는 성품이며,
잘못 취하려는 성품이요 옳게 취하려 하지 않는 성품이며,
버리기를 권하기 어려운 성품이요 옹졸하게 응대(應對)하는 성품이며,
사자처럼 고집이 센 성품이요 마음이 구더기처럼 툭 쏘는 성품이며 마음이 사나운 성품이니,
이것을 통틀어 ‘뇌’라고 한다.
[질(嫉)]
어떤 것이 질(嫉)인가?
어떤 사람이 다른 이가 공경ㆍ공양ㆍ존중ㆍ찬탄과 사랑할 만한 5진(塵)과 의복ㆍ음식ㆍ침구ㆍ의약ㅡ 그리고 그 밖의 살림살이를 얻게 되는 것을 보고, 그는 생각하기를,
‘저는 벌써 공경 등의 일을 얻게 되었는데도 나는 아직 얻지 못하고 있구나’고 하면서,
이로 말미암아 일으키는 모든 성내고 지극히 성내며,
괴로워하고 지극히 괴로워하며, 질투를 하고 지극히 질투하며, 시샘하고 지극히 시샘하는 것을 통틀어 ‘질’이라고 한다.
간(慳)
어떤 것이 간(慳)인가?
간에는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재간(財慳)이요, 둘째는 법간(法慳)이다.
재간이라 함은,
온갖 사랑할 만한 5진(塵)과 의복ㆍ음식ㆍ침구ㆍ의약 그리고 그 밖의 다른 살림살이 등에 대하여는 장애하고 막아 못하게 하여 다른 이로 하여금 얻지 못하게 하면서,
자기 자신이 가진 모든 사랑할 만한 살림살이는 베풀지 않고 두루 베풀지 않고 따라 두루[隨遍] 베풀지 않으며,
버리지 않고 두루 버리지 않고 따라 두루 버리지도 않는 마음에 재물을 몹시 아끼는 성품[悋惜性]이니,
이것을 재간(財慳)이라 한다.
법간이라 함은,
모든 소달람(素怛覽)ㆍ비나야(毘奈耶)ㆍ아비달마(阿毘達磨)나 혹은 친교(親敎)ㆍ궤범(軌範)의 가르침과 경계나 혹은 차츰차츰 전해 내려온 모든 비요법(秘要法)을 장애하고 막아 못하게 하여 다른 이로 하여금 얻지 못하게 하고,
자신이 소유한 위와 같은 모든 법에 대하여는 다른 이들에게 주지도 않고 또한 그들을 위하여 설하지도 않으며,
베풀지 않고 두루 베풀지 않고 따라 두루 베풀지 않으며,
버리지 않고 두루 버리지 않고 따라 두루 버리지도 않는 마음에 법을 몹시 아끼지 성품이니,
이것을 법간(法慳)이라 한다.
이 재간과 법간을 통틀어 ‘간’이라 한다.
[광(誑)]
어떤 것이 광(誑)인가?
다른 이에 대하여 말[斗]을 속이고 섬[斛]을 속이고 저울[秤]을 속이면서,
거짓말을 하고 거짓 자랑을 하며 거짓으로 유혹하여,
다른 이로 하여금 진실이라고 여기게 하는 속이고[誑] 평등하게 속이고 두루 속이고 지극히 속이는 모든 것을 통틀어 ‘광’이라 한다.
[첨(諂)]
어떤 것이 첨(諂)인가?
마음에 싸서 감추는 성품[隱匿性]과, 마음이 구불구불한 성품[屈曲]과,
마음이 돌아 흐르는 성품[洄復性]과, 마음이 가라앉아 머물러 있는 성품[沈滯性]과,
마음에 드러내지 않는 성품[不顯性]과, 마음이 곧지 못한 성품[不直性]과,
마음에 견딤이 없는 성품[無堪性] 등을 통틀어 ‘첨’이라 한다.
[무참(無慚)]
어떤 것이 무참(無慚)인가?
자신에게 부끄러워함[慚]이 없고 부끄러워하는 것도 없고 특별히 부끄러워함도 없으며,
부끄러워하는[羞] 마음이 없고 부끄러워할 마음도 없고 특별히 부끄러워할 마음도 없으며,
공경함이 없고 공경함이 없는 성품이며,
자재(自在)함이 없고 자재함이 없는 성품이며,
자재한 이에게 두려움 없이 행동하는 것을 통틀어 ‘무참’이라고 한다.
[무괴(無愧)]
어떤 것이 무괴(無愧)인가?
남에게 부끄러워함[愧]이 없고 부끄러워할 것도 없고 특별히 부끄러워함도 없으며,
부끄러워하는[羞] 마음이 없고 부끄러워할 마음도 없고 특별히 부끄러워하는 마음도 없으며,
모든 죄에 대하여 두려워하지도 않고 무서워하지도 않으며, 두렵거나 무섭다고 보지도 않는 것을 통틀어 ‘무괴’라고 한다.
[만(慢)]
어떤 것이 만(慢)인가?
못난 이[劣]에 대하여 자기가 더 훌륭한 이라 여기며,
혹은 동등한 이[等]에 대하여 자기와는 같은 이라 여겨서,
이로 말미암아 일으키는 난 체[慢]하고 이미 난 체하였고 장차 난 체할 것이며,
마음으로 뽐내고 마음에서 제멋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통틀어 ‘만’이라고 한다.
[과만(過慢]
어떤 것이 과만(過慢)인가?
같은 이에 대하여는 자기가 더 낫다고 여기고,
혹은 자기보다 나은 이에 대하여는 자기와 비슷한 이라 여겨서,
이로 말미암아 일으키는 난 체하는 것과 나아가 마음에서 제멋대로 받아들이는[自取] 것을 통틀어 ‘과만’이라고 한다.
[만과만(慢過慢)]
어떤 것이 만과만(慢過慢)인가?
자기보다 나은 이에 대하여는 자기와 똑같은 이라 여기며,
이로 말미암아 일으키는 난 체하는 것과 나아가 마음에서 제멋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통틀어 ‘만과만’이라고 한다.
[아만(我慢)]
어떤 것이 아만(我慢)인가?
5취온(取蘊)에 대하여 나[我] 혹은 내 것[我所]을 평등하게 따라 보면서[等隨觀見],
이로 말미암아 일으키는 난 체하는 것과 나아가 마음으로 제멋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통틀어 ‘아만’이라고 한다.
[증상만(增上慢)]
어떤 것이 증상만(增上慢)인가?
아직 얻지 못한 것을 얻었다고 여기고,
아직 접촉하지 못한 것을 접촉하였다고 하며,
아직 증(證)하지 못한 것을 증하였다고 여겨서,
이로 말미암아 일으키는 난 체하는 것과 나아가 마음에서 제멋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통틀어 ‘증상만’이라고 한다.
[비만(卑慢)]
어떤 것이 비만(卑慢)인가?
훨씬 훌륭한 이에 대하여 자기보다 조금 못났다고 여겨서,
이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난 체하는 것과 나아가 마음으로 제멋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통틀어 ‘비만’이라고 한다.
[사만(邪慢)]
어떤 것이 사만(邪慢)인가?
자기에게는 덕(德)이 없는데도 덕이 있다고 여겨서,
이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난 체하는 것과 나아가 마음에서 제멋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통틀어 ‘사만’이라고 한다.
[교(憍)]
어떤 것이 교(憍)인가?
어떤 사람이 생각하기를,
‘나는 종성(種姓)ㆍ가족(家族)ㆍ신색(身色)ㆍ세력(勢力)ㆍ기술[工巧]ㆍ사업(事業) 또는 재산[財]ㆍ지위[位]ㆍ계율[戒]ㆍ선정[定]ㆍ지혜[慧] 등이 한결같이 모두다 뛰어나다’고 하면서,
이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교만[憍]하고 지극히 교만하며, 도취[醉]하고 지극히 도취하며,
어둡고[悶] 지극히 어두우며, 마음이 오만하고 방일하며,
마음으로 제멋대로 받아들여 일으키며, 평등하게 일으키며, 내고 평등하게 내며,
높은 체하고 평등하게 높은 체하며, 뽐내고 평등하게 뽐내며 마음에 그들먹한 성품[彌漫性]을 통틀어 ‘교’라고 한다.
[방일(放逸)]
어떤 것이 방일(放逸)인가?
착하지 않은 법을 끊고 착한 법을 쌓는 가운데서 닦지도 않고 익히지도 않으며,
한결같이 짓지도 않고 항상 짓지도 않으며, 가행(加行)을 버리는 것을 통틀어 ‘방일’이라고 한다.
[오(傲)]
어떤 것이 오(傲)인가?
어떤 사람이 마땅히 공양해야 할 이인데도 공양하지 않고,
공경해야 할 이인데도 공경하지 않으며,
존중해야 할 이인데도 존중하지 않고,
찬탄해야 할 이인데도 찬탄하지 않으며,
문안해야 할 이인데도 문안하지 않고,
예배해야 할 이인데도 예배하지 않으며,
받들어 맞아야 할 이인데도 받들어 맞이하지 않고,
청하여 앉혀야 할 이인데도 청하여 앉히지 않으며,
길을 양보해야 할 이인데도 길을 양보하지 않아서,
이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몸이 낮추어 비굴하지[卑屈] 않고 평등하게 낮추어 비굴하지 않고 극히 낮추어 비굴하지 않으며,
몸이 오만[傲]하고 마음이 오만하고 스스로 오만한 허황된 성품을 통틀어 ‘오’라고 한다.
[분발(憤發)]
어떤 것이 분발(憤發)인가?
몸으로 사로잡아 해치는 성품[擒害性]과, 마음으로 사로잡아 해치는 성품과,
몸이 두렵게 노하는 성품[戰怒性]과, 마음이 두렵게 노한 성품과,
몸이 분발(憤發)하고 마음이 분발하고 이미 분발하였고 장차 분발할 것을 통틀어 ‘분발’이라고 한다.
[교망(矯妄)]
어떤 것이 교망(矯妄)인가?
탐욕이 많은 이가 공양을 받기 위하여, 살림 기구를 얻기 위하여, 공경을 받기 위하여, 명예를 얻기 위하여,
짐짓 머리칼을 뽑고 콧수염을 지지며,
재[灰] 위에 눕고 발가숭이가 되며,
천천히 걷고 머리를 숙이고는 아래를 보며,
높은 소리를 내고 위엄을 나타내며,
자신의 기능을 드러내 보이고 고행(苦行)을 하는 등의 일을 통틀어 ‘교망’이라고 한다.
[궤사(詭詐)]
어떤 것이 궤사(詭詐)인가?
탐욕이 많은 이가 앞에서와 같은 공양 등을 얻기 위하여 일부러 다른 이의 집으로 가서 말하기를,
“그대들은 이제 사람의 몸을 잘 얻어서 모든 경(經)ㆍ율(律)ㆍ대법(對法:阿毘達磨)을 외워 지니고 법요(法要)를 잘 설하며,
전기(傳記)를 묘하게 익히고 소(疏)와 논(論)을 지으며,
아련야(阿練若)를 좋아하고 다만 세 가지 옷[三衣]만을 즐기며,
언제나 놀면서 예배하기 좋아하고 누더기 옷을 즐기며,
다니면서 걸식하기를 좋아하고 하나의 발우 밥을 즐기며,
한 번 받아서 먹기를 좋아하고 한 자리에 앉아서 먹기를 즐기며,
나무 아래에 있기를 좋아하고 맨 땅에 있는 것을 즐긴다.
무덤 사이에 있기를 좋아하고 앉아 있기만 하고 눕지 않는 것을 즐기며,
얻는 대로 앉는 것을 좋아하고 부정관(不淨觀)을 얻으며,
지식념(持息念)을 얻고 4정려(靜慮)를 얻으며,
4무량(無量)을 얻고 4무색(無色)을 얻으며,
4성과(聖果)를 얻고 6통혜(通慧)를 얻으며,
8해탈(解脫)을 얻은 이러한 성현들이 그대들의 집에만 들르면서,
모두가 그대들의 공양과 공경과 존중과 찬탄을 받고, 그대들의 의지[依怙]가 되어주고 있는데,
나의 행(行)과 덕(德)도 그 분들보다 못하지 않습니다.
이제 그대의 집에 왔으니 진실로 그런 분과 똑같이 대해 주기 바랍니다”고 한다.
이것을 ‘궤사’라고 한다.
또 궤사가 있다.
탐욕이 많은 이가 앞에서와 같은 공양 등을 얻기 위하여 일부러 다른 이의 집으로 가서 말하기를,
“그대는 마땅히 나에 대하여 부모와 같다는 생각을 해야 하며, 나도 또한 그대들에 대하여 아들딸과 같이 생각하겠소.
지금부터는 함께 친 권속이 되어서 근심이나 기쁨이나 영화나 욕됨을 모두 함께 같이 겪어야 하오.
원래 세간에서는 나를 사문 석자(沙門釋子)라고 널리 불러왔지만, 이제부터는 모두가 다 나를 그대 집의 사문이라고 부르게 될 것이오.
무릇 내가 필요로 하는 살림살이나 의복ㆍ의약 등의 물건은 그대가 모두 공양하시오.
그대가 만일 하지 못하면 나는 그만두고 달리 공경심과 믿음이 있는 다른 집으로 갈 것이니, 그대는 어찌 욕되지 않겠소”라고 한다.
이와 같은 일을 하는 갖가지 진실하지 못한 방편이나 말 등을 통틀어 ‘궤사’라고 한다.
[현상(現相)]
어떤 것이 현상(現相)인가?
탐욕이 많은 이가 앞에서와 같은 공양 등을 얻기 위하여 일부러 다른 이의 집으로 가서 말하기를,
“어진 사람과 어진 여인이여, 이 옷과 이 발우와 이 방석과 침구며 이 적삼과 치마 등을 내가 만일 얻게 된다면 큰 도움이 되리니 요긴하게 쓰겠소.
장차 늘 보배로이 지키면서 그대를 복되게 하리다.
그대들이 능히 버리지 못한다면 그 누가 그런 것을 베풀겠소”라고 한다.
이런 방편을 행하면서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을 통틀어 ‘현상’이라고 한다.
[격마(激磨)]
어떤 것이 격마(激磨)인가?
탐욕이 많은 이가 앞에서와 같은 공양 등을 얻기 위하여 일부러 다른 이의 집으로 가서 말하기를,
“그대의 부모님들은 청정한 믿음[信]과 계율[戒]과 들음[聞]과 버림[捨]과 지혜[慧]를 두루 갖추었으므로 이 착한 업(業)으로 인하여 이미 인간과 천상에 가 나셨고 그리고 해탈을 얻으셨소.
그런데 그대는 믿음과 계율과 들음과 버림과 지혜가 없고 이미 착한 업이 없는지라, 이후에 만일 목숨을 마치게 되면 반드시 악취(惡趣)가 날 것이오. 그 때는 어떻게 하려고 그러시오”라고 한다.
이와 같이 칭찬과 함께 비방을 함으로써 이익을 구하는 것을 통틀어 ‘격마’라고 한다.
[이익[利]으로써 이익을 구한다]
어떤 것을 이익[利]으로써 이익을 구한다고 하는가?
어떤 사람이 먼저 다른 이의 집에서 옷과 발우와 그 밖의 신명(身命)을 지탱하는 데 필요한 어떤 한 물건을 구해 얻고서는, 그것을 가지고 다른 이의 집으로 가서 그것을 보이면서 말하기를,
‘저 아무개 집에서는 나에게 이런 물건을 주셨소. 그리고 그 시주(施主)는 너무나 오랜 세월 동안에 항상 나에게 옷과 발우 등의 물건을 대 주었으니,
그대의 집에서도 만일 저 시주와 같이 한다면 역시 이것은 내가 의지할 처소가 될 것이오’라고 한다.
앞의 방편으로 인하여 나중의 이익을 얻게 되는 이와 같은 것을 통틀어 ‘이익으로써 이익을 구한다’고 한다.
[악욕(惡欲)]
어떤 것이 악욕(惡欲)인가?
어떤 한 사람이 진실로 경ㆍ율ㆍ대법을 외워 지니지도 않았으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함)
나아가 진실로 8해탈(解脫)을 증득한 이가 아니면서도,
다른 이로 하여금 자기 자신이 진실로 이런 경ㆍ율ㆍ대법 등을 외워 지닌 이처럼 알게 하려고 하고,
이로 인하여 공양과 공경과 존중과 찬탄을 얻고 그를 위하여 의지가 되며,
또 스스로가 진실로 출가(出家)와 원리(遠離)로 생기는 착한 법이 없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펴 말하고 열어 보이면서, 자기가 이와 같은 종류를 증득한 것처럼 나타내나니,
이것들을 통틀어 ‘악욕’이라고 한다.
[대욕(大欲)]
어떤 것이 대욕(大欲)인가?
탐욕이 많은 이가 광대한 재물과 이익을 얻기 위하여 욕심을 부리고 이미 욕심을 내었으며 장차 욕심을 내게 되는 것을 통틀어 ‘대욕’이라고 한다.
[현욕(顯欲)]
어떤 것이 현욕(顯欲)인가?
어떤 한 사람이 진실로 이 경ㆍ율ㆍ대법을 외워 지녔고,
(자세한 설명은 생략함)
나아가 지식념(持息念)을 얻었으며, 그리고 예류과(預流果)ㆍ일래과(一來果)를 얻은 이이면서도,
다만 명예욕이 없어서 사람들이 모르고 있을 뿐이므로, 그의 뜻에 다른 이로 하여금 이 덕이 있는 것을 알게 하려고,
곧 공양과 공경과 존중과 찬탄을 얻고 그들이 의지[依怙]가 되어 주며,
또 스스로 진실하게 출가와 원리로 생긴 착한 법이 있으므로 다른 이들에게 널리 펴 말하고 열어 보여, 자기가 이와 같은 종류를 증득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면, 이것을 통틀어 ‘현욕’이라고 한다.
[기뻐하고 만족하게 여기지 않는 것]
어떤 것이 기뻐하고 만족하게 여기지 않는[不喜足] 것인가?
어떤 한 사람이 이미 얻게 된 빛깔[色]ㆍ냄새[香]ㆍ맛[味]ㆍ감촉[觸]과 그 밖의 살림에 대하여 기뻐하고 만족하게 여기지 않으며,
또 바라고 또 욕심을 내며 또 좋아하고 또 구하는 것을 통틀어 ‘기뻐하고 만족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한다.
[공경하지 않는[ 것]
어떤 것이 공경하지 않는[不恭敬] 것인가?
친교사(親敎師)와 친교사 같은 이나 궤범사(軌範師)와 궤범사 같은 이나 그 밖의 어느 한 존중하고 믿을 만한 왕래하는 벗이 법답게 그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지금 이후에 신업(身業)을 무너뜨리지 말라, 어업(語業)을 무너뜨리지 말라, 의업(意業)을 무너뜨리지 말라,
가서는 안 될 곳은 가지 말라, 나쁜 벗은 친하거나 가까이 하지 말라.
3악취(惡趣)에 갈 업(業)을 짓지 말라”고 할 적에,
이와 같은 가르침은 법에도 합치되고 때에도 알맞으며,
닦아야 할 도(道)를 따르고 닦아 빛내며, 더욱 자라게 하고 장엄하게 꾸미면서, 마땅히 언제나 쌓아야 되고 돕는 벗이 되어야 하며, 양식이 되어야 하는 것인데도,
저 유정들은 반가워하지 않고 기뻐하지 않으며, 사랑하지 않고 좋아하지 않으면서,
그 스승 등의 말에 어긋나게 잘못 취하고 옳게 취하려 하지 않으며, 헐뜯고 반발하는 것이니,
이러한 모든 것을 ‘공경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쁜 말을 하는 것]
어떤 것이 나쁜 말[惡言]을 하는 것인가?
어떤 한 사람이 친교사와 친교사 같은 이나 궤범사와 궤범사 같은 이나 그리고 그 밖의 어떤 존중하고 믿을 만한 왕래하는 벗이 법답게 그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지금부터 신업을 무너뜨리지 말라, 어업을 무너뜨리지 말라, 의업을 무너뜨리지 말라,
가서는 안 될 곳엔 가지 말라, 나쁜 벗을 친하거나 가까이 하지 말라,
3악취에 갈 업을 짓지 말라’고 할 적에,
이와 같은 가르침은 법에도 합치되고 시기도 알맞으며, 닦아야 할 도를 따라 닦아 빛내며, 더욱 자라게 하고 장엄하게 꾸미면서, 마땅히 언제나 쌓아야 되고 돕는 벗이 되어야 하며, 양식이 되어야 하는 것인데도,
저 유정들은 반가워하지 않고 기뻐하지 않으며, 사랑하지 않고 좋아하지 않으면서,
그 스승 등의 말에 어긋나게 잘못 취하고 옳게 취하려 하지 않으며,
도리어 헐뜯고 반발하며, 또한 스승 등에게 발끈 성을 내며, 욕설을 퍼붓는 것이니,
이러한 모든 것들을 ‘나쁜 말을 한다’고 한다.
[나쁜 벗[惡友]을 좋아하는 것]
어떤 것을 나쁜 벗[惡友]을 좋아한다고 하는가?
어떤 한 사람이 나쁜 벗을 가까이 하기를 좋아하는 것이다.
나쁜 벗이라 함은,
양을 마구 죽이고 닭을 마구 죽이고 돼지를 마구 죽이는 이와,
새를 잡는 이, 고기를 잡는 이와, 사냥꾼ㆍ강도ㆍ망나니ㆍ옥졸[典獄]ㆍ용을 묶는 이[縛龍]ㆍ개를 삶는 이와, 그물과 창애를 놓는 이 등이니,
이런 이를 나쁜 벗이라 한다.
또 어떤 사람으로서 시라(尸羅)를 훼범하고 악행을 익히며, 안으로는 썩은 생각을 품고 있으면서도 밖으로는 굳고 곧은 척하는 것이, 마치 더러운 달팽이가 소라 소리를 내고 게처럼 걸으려는 것과 같은 무리이며,
실은 사문(沙門)이 아니면서 남에게는 사문이라 자칭하고, 실은 범행(梵行)이 아닌데도 범행이라 자칭하는 이도 또한 나쁜 벗이라 한다.
이러한 모든 나쁜 벗들을 친근히 하고 받들어 섬기며 따르고 좋아하는 것을 ‘나쁜 벗을 좋아한다’고 한다.
[불인(不忍)[]
어떤 것이 불인(不忍)인가?
어떤 사람이 추위ㆍ더위ㆍ배고픔ㆍ목마름과, 바람ㆍ비ㆍ모기ㆍ등에ㆍ뱀ㆍ전갈 등 나쁜 접촉과, 그 밖의 괴로운 일을 참고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이 다른 이의 포악(暴惡)으로 인하여 자기 몸이 몹시 날카롭고 억세고 사납게 염통이 끊기고 목숨을 빼앗기는 듯한 모진 괴로운 느낌[苦受]을 일으킨 흉악하고 발끈하는 더러운 말에 대하여 참고 견디지 못하는 것이니,
곧 이것과 앞의 것을 한데 합쳐 ‘불인’이라고 한다.
[탐기(耽嗜)와 변탐기(遍耽嗜)]
어떤 것이 탐기(耽嗜)이고 변탐기(遍耽嗜)인가?
하품(下品)의 탐냄ㆍ성냄ㆍ어리석음의 번뇌[纏]를 ‘탐기’라 하고, 곧 이것의 중품(中品)을 ‘변탐기’라 하며,
또 중품의 탐냄ㆍ성냄ㆍ어리석음의 번뇌를 ‘탐기’라 하고, 곧 이것의 상품(上品)을 ‘변탐기’라고 한다.
[염탐(染貪]
어떤 것이 염탐(染貪)인가?
모든 욕심[欲]에 대하여 탐(貪)하고, 평등하게 탐하며 나아가 탐하는 종류와 탐으로 생기는 것을 통틀어 ‘염탐’이라고 한다.
[비법탐(非法貪)]
어떤 것이 비법탐(非法貪)인가?
어머니ㆍ딸ㆍ누이와 그 밖의 어느 한 친척 권속에 대하여 일으키는 탐하고, 평등하게 탐하고, 가져 간직하고, 막아 수호하고, 굳게 집착하고, 애욕의 잡염[愛染]을 ‘비법탐’이라 한다.
[착탐(著貪)]
어떤 것이 착탐(著貪)인가?
자기 자신의 재물과 섭수(攝受)한 것에 대하여 탐하고, 평등하게 탐하고, 가져 간직하고, 막아 수호하고, 굳게 집착하고, 애욕의 잡염을 일으키는 것을 ‘착탐’이라 한다.
[악탐(惡貪)]
어떤 것이 악탐(惡貪)인가?
다른 이의 재물과 그가 섭수하고 있는 것에 대하여 일으키는 탐하고, 평등하게 탐하고, 가져 간직하고, 막아 수호하고, 굳게 집착하고, 애욕으로 인한 잡염을 ‘악탐’이라 한다.
또 악탐이 있나니, 다른 이의 생명을 노리고 가죽과 뿔 등을 탐내며 피를 마시고 살을 먹는 것이니, 이와 같은 두 가지를 한데 합쳐 ‘악탐’이라고 한다.
[유신견(有身見)]
어떤 것이 유신견(有身見)인가?
5취온(取蘊)에 대하여 나[我]와 내 것[我所]이라는 생각을 내고,
이로 말미암아 인(忍)ㆍ낙(樂)ㆍ혜(慧)ㆍ관(觀)ㆍ견(見)을 내는 것을 ‘유신견’이라고 한다.
[유견(有見)]
어떤 것이 유견(有見)인가?
나와 세간에 대하여 항상 있다는 생각[常恒想]을 내고,
이로 말미암아 인ㆍ낙ㆍ혜ㆍ관ㆍ견을 내는 것을 ‘유견’이라고 한다.
[무유견(無有見)]
어떤 것이 무유견(無有見)인가?
나와 세간에 대하여 항상 있지 않고[非常], 한결같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非恒常]을 일으키고,
이로 말미암아 인ㆍ락ㆍ혜ㆍ관ㆍ견을 내는 것을 ‘무유견’이라고 한다.
[탐욕(貪欲)]
어떤 것이 탐욕(貪欲)인가?
모든 욕심의 경계에 대하여 일으킨 것으로 하고 싶어하고, 기뻐하고, 구하여 나아가고, 희망하는 것을 ‘탐욕’이라 한다.
어떤 이는 말하기를,
‘모든 욕심의 경계에 대한 탐하고, 평등하게 탐하며 나아가 탐하는 종류와 탐욕으로 생기는 것을 통틀어 탐욕이라 한다’고 한다.
[진에(瞋恚)]
어떤 것이 진에(瞋恚)인가?
모든 유정에 대하여 손해를 끼치려고 속으로 그루터기를 품고, 나아가 현재에 과한(過患)을 끼치는 것을 통틀어 ‘진에’라 한다.
[혼침(惛沈)]
어떤 것이 혼침(惛沈)인가?
몸의 묵직한 성품[重性]과, 마음의 묵직한 성품과,
나아가 어두컴컴하고 심란한 것을 통틀어 ‘혼침’이라 한다.
[수면(睡眠)]
어떤 것이 수면(睡眠)인가?
모든 잠이나 꿈 등 참고 견딜 수 없는 마음에 어둡고 자세하지 못한 성품[心昧略性]을 통틀어 수면이라 한다.
[도거(掉擧)]
어떤 것을 도거(掉擧)인가?
마음이 고요하지 않고 들뜨고[掉擧] 평등하게 들뜨고 마음이 들뜨는 성품을 통틀어 ‘도거’라 한다.
[악작(惡作)]
어떤 것이 악작(惡作)인가?
마음의 변화와 마음의 한탄[懊]과 마음의 뉘우침과 나 자신이 지은 일을 미워함[惡作]과 지은 일을 미워하는 성품을 통틀어 ‘악작’이라 한다.
[의(疑)]
어떤 것이 의(疑)인가?
불ㆍ법ㆍ승(佛法僧)과 괴로움[苦]ㆍ괴로움의 원인[集]ㆍ괴로움의 소멸[滅]ㆍ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에 대하여 일으키는 의혹이요,
두 갈래[二分]요, 두 길[二路]이며 나아가 현재 한 갈래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非一趣] 것을 통틀어 ‘의’라 한다.
[몽궤(瞢憒)]
어떤 것이 몽궤(瞢憒)인가?
몸의 묵직한 성품과, 마음의 묵직한 성품과,
몸이 견뎌내지 못하는 성품과, 마음이 견뎌내지 못하는 성품과,
몸이 어둡고 어지러운 성품과, 마음이 어둡고 어지러운 성품과,
이미 어둡고 어지러웠으며 장차 어둡고 어지러울 것이며 현재 어둡고 어지러운 것을 통틀어 ‘몽궤’라 한다.
[불락(不樂)]
어떤 것이 불락(不樂)인가?
어느 한 사람이 좋은 친교사(親敎師)나 친교사 비슷한 이나 궤범사(軌範師)나 궤범사 비슷한 이나 그 밖의 어느 존중하고 믿을 만하며 왕래할 만한 벗의 가르쳐 경계하고[敎誡],
가르쳐 준[敎授] 것을 얻었으면서도 방사(房舍)나 침구[臥具]에 생각을 잡아매어 생각하면서, 마음에 기뻐하지도 않고 사랑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으며, 창망(悵望)과 참척(慘戚)을 통틀어 ‘불락’이라고 한다.
[빈신(頻申)과 흠거(欠呿)]
어떤 것이 빈신(頻申)이고 흠거(欠呿)인가?
몸을 쭉 펴고 팔다리를 뻗는 기지개를 ‘빈신’이라 하며,
코와 얼굴이 열리고 입을 떡 벌리며 하품하는 것을 ‘흠거’라 한다.
[음식이 조화되지 않은 성품]
어떤 것이 음식이 조화되지 않은 성품[食不調性]인가?
먹지 않았거나 혹은 지나치게 양을 많이 먹었거나 혹은 음식이 알맞지 못했었기 때문에 괴로운 느낌[苦受]이 생긴 것을 통틀어 ‘음식이 조화되지 않은 성품’이라 한다.
[마음이 어둡고 하열한 성품]
어떤 것이 마음이 어둡고 하열한 성품[心昧劣性]인가?
마음이 흐리멍텅하고 열약(劣弱)하고 오그라드는 것을 통틀어 ‘마음이 어둡고 하열한 성품’이라 한다.
[갖가지 생각]
어떤 것이 갖가지 생각[種種想]인가?
개(蓋)ㆍ전(纏)이 있는 이가 지닌 온갖 오염(汚染)된 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의 생각과,
착하지 않은 생각과, 이치대로 이끄는 것이 아닌 생각과, 선정을 장애하는 생각 등을 통틀어 ‘갖가지 생각’이라 한다.
[부작의(不作意)]
어떤 것이 부작의(不作意)인가?
출가(出家)와 원리(遠離)가 생기는 착한 법에 대하여,
이끌어내지 않고 기억하지 않으며, 생각하지 않고 이미 생각하지 않았으며 장차 생각하지 않을 것이요,
마음에 경각(警覺)이 없는 것을 통틀어 ‘부작의’라 한다.
[추중(麤重)]
어떤 것이 추중(麤重)인가?
몸이 묵직한 성품이요 마음이 묵직한 성품이며,
몸이 참고 견디지 못하는 성품이요 마음이 참고 견디지 못하는 성품이며,
몸이 억세고 강한 성품이요 마음이 억세고 강한 성품이며,
몸이 고르고 부드럽지 않은 성품이요 마음이 고르고 부드럽지 않은 성품이니,
이것을 통틀어 ‘추중’이라 한다.
[저돌(觝突)]
어떤 것이 저돌(觝突)인가?
어느 한 사람이 밥을 줄 때에, 익은 것을 구하는데 날 것을 주고, 날 것을 구하는데 익은 것을 주며,
거친 것을 구하는데 가는 것을 주고, 가는 것을 구하는데 거친 것을 주어,
주는 데에 평등하지 않고 주는 것이 법답지 않으며,
아는 이와 모르는 이에 대하여 주고 주지 않는 가운데서 자주자주 서로 반대되는 말을 하는 것이니,
이것을 ‘저돌’이라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이 친교사나 친교사와 비슷한 이나, 궤범사나 궤범사와 비슷한 이나, 그리고 그 밖의 어떤 존중하고 믿을 만하며 왕래할 만한 벗이 말하기를,
“구수(具壽)여, 그대는 이러이러한 사업(事業)에 대하여 마땅히 차례대로 해야 한다”고 할 적에,
그는 생각하기를,
‘어떤 것이 여러 가지 일이기에 나로 하여금 이와 같이 차례대로 하라는 것인가’고 하고,
그 일에 대하여 자주자주 상반된 말을 하는 것이니,
이것을 ‘저돌’이라고 한다.
또 어떤 한 사람이 혹은 자기 자신이 와서 사과(謝過)하기도 하고, 혹은 다른 이가 가르쳐서 사과하게도 하며,
혹은 자기 자신이 계청(啓請)하기도 하고, 혹은 다른 이가 가르쳐서 계청하게도 하는데,
그 가운데서 자주자주 서로 어긋난 말을 하기도 하나니,
이것을 ‘저돌’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혹은 요리(料理)ㆍ의복ㆍ공사[營造]ㆍ사업(事業)으로 인하여 그 가운데서 자주자주 서로 어긋난 말을 하는 것이니,
이것을 통틀어 ‘저돌’이라 한다.
[도철(饕餮)]
어떤 것이 도철(饕餮)인가?
어떤 사람이 재물의 이익을 나눌 때에, 하나를 버리면 하나를 취하며 마음속으로 탐하는 것이 한정이 없는 것을 도(饕)라 하고,
앞뒤의 식사 때에 음식이 있는 데로 가서 이것을 맛보고 저것을 마시면서 좋아하고 싫어함이 일정하지 않은 것을 철(餮)이라 한다.
이것과 앞의 것을 한데 합쳐서 ‘도철’이라 한다.
[온화하고 유연하지 않은 성품]
어떤 것이 온화하고 유연하지 않은 성품[不和軟性]인가?
마음이 억세고 마음이 딱딱하고, 마음이 어그러지고, 마음이 밝고 깨끗하지 않아서 마음이 매끄럽지 못하고 마음이 유연하지 못하며, 마음에 참고 견딤이 없는 것을 통틀어 ‘온화하고 유연하지 않은 성품’이라 한다.
[조화되고 부드럽지 않은 성품]
어떤 것이 조화되고 부드럽지 않은 성품[不調柔性]인가?
몸이 억세고, 몸이 딱딱하고, 몸이 어그러지고, 몸이 밝거나 깨끗하지 않아서 몸이 매끄럽지 않고 몸이 유연하지 않으며, 몸이 참고 견뎌 냄이 없는 것을 통틀어 ‘조화되고 부드럽지 않은 성품’이라 한다.
[무리에 따르지 않은 것]
어떤 것이 같은 무리에 따르지 않은[不順同類] 것인가?
어떤 사람이 친교사나 친교사와 비슷한 이나, 궤범사나 궤범사와 비슷한 이나, 그리고 그 밖의 어떤 존중하고 믿을 만하며 왕래할 만한 벗에 대하여, 바르게 따르지 않는 것을 ‘같은 무리에 따르지 않는다’고 한다.
[욕심(欲尋)]
어떤 것을 욕심(欲尋)이라 하는가?
욕탐(欲貪)과 상응하는 마음으로 거칠게 생각[尋求]하고, 두루[遍] 거칠게 생각하고, 가까이[近] 거칠게 생각하며,
마음으로 환하게 알고[顯了], 지극히[極] 환하게 알고, 현전(現前)에서 환하게 알며,
미루어 헤아리고[推度], 구획(構畫)하고, 생각[思惟]하고, 분별(分別)하는 것을 통틀어 ‘욕심’이라 한다.
[에심(恚尋)]
어떤 것을 에심(恚尋)이라 하는가?
진에(瞋恚)와 상응하는 모든 마음이 거칠게 생각하고 두루 거칠게 생각하며, 나아가 생각하고, 분별하는 것을 통틀어 ‘에심’이라 한다.
[해심(害尋)]
어떤 것을 해심(害尋)이라 하는가?
해침[害]과 상응하는 모든 마음에 거칠게 생각하고, 두루 거칠게 생각하며, 나아가 생각하고 분별하는 것을 통틀어 ‘해심’이라 한다.
[친리심(親里尋)]
어떤 것을 친리심(親里尋)이라 하는가?
고향ㆍ친척[親里] 등을 안락하게 하고 훌륭한 벗이 되어 괴롭히거나 해침[惱害]이 없고 온갖 괴롭히거나 해침이 없는 법을 성취하여,
왕과 대신이 사랑하고 귀히 여기며, 나라 백성들이 공경하고 사모하며, 오곡(五穀)이 풍요하고 비가 때맞게 내리는 이러한 일들에 관하여 짐짓 일으키는,
마음에 거칠게 생각하고, 두루 거칠게 생각하며 나아가 생각하고, 분별하는 것을 통틀어 ‘친리심’이라 한다.
[국토심(國土尋)]
어떤 것을 국토심(國土尋)이라 하는가?
사랑할 국토와 백성들에 대하여 안락하게 하고,
(자세한 설명은 생략함)
나아가 비가 때맞게 내려 이러한 일들에 관하여 짐짓 일으키는 마음이 거칠게 생각하고, 두루 거칠게 생각하며 나아가 생각하고, 분별하는 것을 통틀어 ‘국토심’이라 한다.
[불사심(不死尋)]
어떤 것을 불사심(不死尋)이라 하는가?
어떤 사람이 생각하기를,
‘나는 부처님께서 가르치시고 말씀하신 뛰어난 선정[定]에 대하여 아직 닦아 익히지 못했고,
그 먼저 마땅히 경(經)ㆍ율(律)ㆍ대법(對法)을 외워 지니고 모든 유정들을 위하여 법요(法要)를 널리 연설하며, 모든 전기(傳記)를 배우고 소(疏)와 논(論)을 지으며, 아련야에 있고 다만 세 가지 옷[三衣]만을 가지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함)
나아가 얻는 대로 앉으며 이 일을 다 마친 뒤에야 선정을 익히리라’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생각하기를,
‘나는 부처님께서 가르치시고 말씀하신 뛰어난 선정에 대하여 아직 닦아 익히지는 못했고,
그보다 앞서 마땅히 산천(山川)ㆍ국토(國土)ㆍ동산 숲[園林]ㆍ못[池沼]ㆍ바위 굴[巖窟] 및 무덤 사이[塚間] 등을 두루 구경하고 제다(制多)를 돌면서 예배하며, 모든 절을 유람해야겠으며, 이런 일을 다 마친 연후에야 선정을 익히리라’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생각하기를,
‘나는 부처님께서 가르치시고 말씀하신 뛰어난 선정에 대하여 아직 닦아 익히지 못했고,
7년ㆍ6년ㆍ5년ㆍ4년ㆍ3년ㆍ2년ㆍ1년을 지나고 아니 일곱 달 나아가 한 달을 지나고 혹 이제 하루를 지나고 혹 이 낮을 지나고 혹 이 밤을 지나고 혹 이 시간을 지난 연후에야 선정을 익히리라’고 한다.
이와 같이 생각하면서 자신의 몸과 목숨에 대하여는 위태롭고 무르다는 것을 분명히 모르면서, 일으키는 마음이 거칠게 생각하고, 두루 거칠게 생각하며, 나아가 생각하고 분별하는 것을 통틀어 ‘불사심’이라 한다.
[능멸심(陵蔑尋)]
어떤 것을 능멸심(陵蔑尋)이라 하는가?
어떤 사람이 생각하기를,
‘나는 종성ㆍ가족ㆍ신색ㆍ세력ㆍ기술ㆍ사업과 재산과 지위며 계율ㆍ선정ㆍ지혜 등 모두가 한결같이 뛰어나다’고 하면서,
이것을 믿고 다른 이들을 업신여기면,
이들로 인하여 일으키는 마음이 거칠게 생각하고 두루 거칠게 생각하며, 나아가 생각하고 분별하는 것으로 통틀어 ‘능멸심’이라 한다.
[가족심(假族尋)]
어떤 것을 가족심(假族尋)이라 하는가?
어떤 사람이 친족이 아닌 이에 의탁하여 친족을 삼아, 안락하게 하고 훌륭한 벗이 되어 괴롭히거나 해침이 없고 괴롭히거나 해침이 없는 법을 성취하여, 왕과 대신이 사랑하고 귀히 여기며 나라 백성들이 공경하고 사모하며, 오곡이 풍요하고 비와 윤택함이 때맞게 내리는,
이러한 일들에 관하여 일으키는 마음이 거칠고 분별하는 것을 통틀어 ‘가족심’이라 한다.
[수(愁)]
어떤 것을 수(愁)라 하는가?
어떤 사람이 혹은 부모ㆍ형제ㆍ자매나 사우(師友)가 죽음으로 인하여,
혹은 친족이 멸망하고 모두 없어짐으로 인하여,
혹은 재산과 지위를 모두 상실함으로 인하여,
곧 자기의 몸에 몹시 날카롭고 억세고 사납게 염통이 끊어지고 목숨을 빼앗듯 하는 모진 괴로운 느낌[苦受]이 일어나면,
그는 그때에 마음에 열(熱)이 나고 평등하게 열이 나며, 속으로 열이 나고 두루 열이 나면서,
곧 근심[愁]하고 이미 근심하였고 장차 근심할 것이며 마음 속에서 근심의 화살[箭]이 일어나는 것을 통틀어 ‘수’라고 한다.
[탄(歎)]
어떤 것을 탄(歎)이라 하는가?
어떤 사람이 부모ㆍ형제ㆍ자매나 스승ㆍ친구의 죽음으로 인하여 곧 자기의 몸에 괴로운 느낌이 일어나면,
그는 그때에 마음에 열이 나고 더 나아가 마음 속에 근심의 화살이 일어나므로,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슬퍼하고 한탄[歎]하면서 말하기를,
“괴롭구나, 괴로워. 나의 아버님ㆍ나의 어머님 나아가 나의 재산ㆍ나의 지위가 어째서 하루아침에 갑자기 이 지경에 이른다는 말이냐”고 하는 것이니,
이 안에서 있는 모든 슬퍼하고 원망하는 언사와 갖가지 어업(語業)을 통틀어 ‘탄’이라 한다.
[고(苦)]
어떤 것을 고(苦)라 하는가?
5식(識)과 상응하는 평등하지 않은 느낌[不平等受]을 통틀어 ‘고’라고 한다.
[우(憂)]
어떤 것을 우(憂)라 하는가?
의식(意識)과 상응하는 평등하지 않은 느낌을 통틀어 ‘우’라고 한다.
[요뇌(擾惱)]
어떤 것을 요뇌(擾惱)라 하는가?
마음이 요란하여 괴롭고[擾惱] 이미 요란하여 괴로웠고 장차 요란하여 괴로울 것이며 요란하여 괴로워하는 성품이요 요란하여 괴로워하는 종류를 통틀어 ‘요뇌’라 한다.
탐(貪)ㆍ진(瞋)ㆍ치(癡)로부터 요뇌(擾惱)에 이르기까지를 모두 잡사(雜事)라 하며 이 잡사에서 만일 하나를 영원히 끊으면 반드시 불환(不還)을 얻게 되는 것이니,
하나가 끊어질 때에 그 밖의 다른 것도 따라 끊어지게 되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그는 반드시 불환을 얻게 된다’고 보증하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