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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경 제4권
22. 출가공덕시리필제품(出家功德尸利苾提品)
단본에는 이 품이 제7권에 있고 순번이 23이다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마가다국(摩伽陁國) 왕사성의 가란타죽원(迦蘭陁竹園)에 계셨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출가하면 그 공덕 인연으로 복이 매우 많다고 찬탄하셨다.
“남녀나 노비를 놓아주어 집을 떠나게 하거나 인민에게 허락하여 집을 떠나게 하거나, 혹은 자기 자신이 집을 떠나 도에 들어가면 그 공덕은 한량이 없느니라.
보시의 과보로 10세(世)에 복을 받기도 하고 6천(天)과 인간으로 열 번 왕래할지라도, 사람을 놓아주어 집을 떠나게 하거나 자기가 집을 떠나는 훌륭한 공덕보다는 못하다. 왜냐 하면 보시의 과보에는 그 복이 한정이 있지마는 집을 떠나는 복은 한량이 없고 끝이 없기 때문이니라.
또 계율을 가지는 과보로는 다섯 가지 신통이나 하늘 복을 받고 마지막에는 범천 세계에 가지마는, 불법 안에서 집을 떠나는 과보는 헤아릴 수 없고 나아가서는 열반에 이르러 그 복은 여전히 다하지 않느니라.
가령 어떤 사람이 높이가 33천(天)에 이르는 일곱 가지 보배로 된 탑을 세우더라도, 그 얻는 공덕은 집을 떠나는 것보다 못하다. 왜냐 하면 일곱 가지 보배로 된 탑은 탐욕을 가진 나쁜 사람이나 어리석은 사람이 부수지마는, 집을 떠나는 법은 부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좋은 법을 구하려고 하면 불법을 제하고는 그 보다 나은 것이 없느니라.
또 백 사람의 장님이 있을 때, 한 사람의 용한 의사가 그 눈을 고쳐 한꺼번에 모두 환히 보게 하거나, 또 백 사람이 죄를 지어 눈을 도려내게 되었을 때에, 어떤 유력한 사람이 그 죄를 구원해 눈을 잃지 않게 하면, 그 두 사람의복은 한량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사람이 집 떠나기를 허락하거나 자기 스스로 집을 떠나는, 그 넓고 큰 복보다는 못하니라.
왜냐 하면, 그들은 두 종류 사람들에게 눈을 주었지마는, 이 사람들은 각각 오직 한 세상의 이익밖에 얻지 못하고, 그 육안은 허물어져 없어지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이 집 떠나기를 허락하거나 자기 스스로 집을 떠나면, 영원히 위없는 지혜의 눈을 중생들에게 계속해서 보여 주며, 또 지혜의 눈은 몇 겁을 지나더라도 부서지는 일이 없기 때문이니라.
지혜의 눈은 왜 부서지지 않는가?
복의 과보로 인간과 천상에서 마음대로 다함이 없고 끝도 없는 즐거움을 받다가 마지막에는 불도를 성취하기 때문이다. 또 어찌하여 마지막에는 불도를 성취하는가?
집을 떠나는 법으로 말미암아 악마가 권속을 멸하고 부처의 종자를 늘리며, 악한 법은 꺾어 없애고 선한 법은 자라게 하며, 죄의 때를 덜어 없애고 위없는 복의 업을 일으키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여래는,
‘출가 공덕은 수미산보다 높고 큰 바다보다 깊으며 허공보다 넓다’고 말하는 것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집을 떠나는 이를 방해하여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하면, 그 죄는 매우 중하다. 마치 어두운 밤에는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것처럼, 그 사람의 죄의 갚음도 그와 같으니라.
또 큰 바다에는 강하의 온갖 물이 다 그 가운데로 들어가는 것처럼, 그 사람의 죄의 갚음도 그와 같아서 모든 악이 다 그 몸에 모이느니라.
또 수미산이 겁(劫)의 불에 타서 아무 것도 남지 않는 것처럼, 그 사람도 그와 같아서 지옥 불에 타서 끝날 때가 없느니라. 비유하면 가류루혜니(迦留樓醯尼)라는 약은 매우 쓴데, 그것과 같은 중량의 석밀(石蜜)에 비유하는 것처럼, 저 선악의 갚음도 그와 같아서 사람이 집 떠나기를 허락하거나 자기 스스로 집을 떠나면 그 공덕이 가장 크니라.
집 떠나는 사람은 수다라(修多羅:經)를 물로 삼아 결사(結使:번뇌)의 때를 씻고, 생사의 괴로움을 멸해 없애 열반의 인(因)을 만든다. 또 그는 비니(毘尼:律)를 발로 삼아 깨끗한 계율의 땅을 밟고, 아비담(阿毘曇:論)을 눈으로 삼아 세상의 선악을 관찰하고, 마음대로 여덟 가지 길을 걸어 열반의 묘한 성(城)에 이르게 된다. 그러므로 사람을 놓아 주어 집을 떠나게 하거나 자기 스스로 집을 떠나면, 노소를 물론하고 복은 가장 뛰어나니라.”
세존께서 왕사성의 가란타죽원에 계실 때에 왕사성에 시리필제(尸利苾提)진(晉)나라 말로는 복증(福增)이라는 뜻이다라는 한 장자가 있었다.
그는 나이가 백 살로서, 집을 떠나는 공덕이 그처럼 한량없다는 말을 듣고 가만히 생각하기를,
‘나는 왜 불법 안에서 집을 떠나 불법을 닦지 않는가’ 하고,
곧 처자와 노비와 노소의 남녀를 하직하면서 말하였다.
“나는 집을 떠나고 싶다.”
그가 늙었기 때문에 그 집의 늙은이나 젊은이들은 모두 그를 귀찮게 여기고, 그가 하는 말은 들은 체 만 체 받아 주는 이가 없었다. 그러다가 집을 떠나고 싶다는 말을 듣고 모두 기뻐하면서 말하였다.
“빨리 떠나십시오. 왜 지체하십니까?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시리필제는 그 집을 나와 죽림으로 가서, 세존을 뵙고 집을 떠나는 법을 구하려 하였다.
그는 죽림에 이르러 비구들에게 물었다.
“불세존이시며, 큰 신선이시며, 큰 자비로 천상과 인간을 두루 이롭게 하시는 분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비구들은 대답하였다.
“불세존께서는 지금 다른 곳에서 중생들을 교화하여 이익되게 하려고 다니시고, 여기는 계시지 않습니다.”
시리필제는 또 물었다.
“부처님 다음 가는 큰 스승으로서, 지혜의 우두머리 되는 이는 누구십니까?”
비구들은 존자 사리불을 가리켰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사리불에게 가서 지팡이를 버리고 예배한 뒤에 아뢰었다.
“존자는 저의 출가를 허락하십시오.”
사리불은 그를 보고는,
‘이 분은 늙어 세 가지 일, 즉 학문이나 좌선이나 또는 대중의 일을 돕는 일을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돌아가시오. 당신은 너무 늙어 출가할 수 없소.”
그는 다시 마하가섭ㆍ우바리(優波離)ㆍ아누루타(阿★樓陁) 등 5백 명의 큰 아라한을 차례로 찾아갔다.
그들은 모두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먼저 어떤 사람을 찾았소?”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먼저 세존을 찾았으나 계시지 않아서 존자 사리불을 찾았습니다.”
“그는 뭐라고 말하였소?”
“그 분은 내게 ‘당신은 너무 늙어 집을 떠날 수 없소’라고 말하였습니다.”
여러 비구들은 말하였다.
“그 사리불은 지혜가 제일이면서도 당신이 집 떠나기를 허락하지 않았소. 우리도 또한 허락할 수 없소. 이를테면 용한 의사가 병을 잘 볼 줄 알면서도 병든 이를 버리고 치료하지 않으면 다른 조그만 의사들도 모두 손을 대지 않는 것과 같소.
그 사람은 반드시 죽을 상이 있는 줄을 알아야 하오. 지금 사리불이 그런 큰 지혜로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비구들도 그와 같이 허락하지 않는 것이오.”
시리필제는 여러 비구들에게 청하였으나 집을 떠날 허락을 얻지 못하고, 죽림동산을 도로 나오다가 문지방 위에 서서 슬피 울면서 괴로워하다가 목을 놓아 크게 울면서 말하였다.
“나는 이 세상에 나서 무슨 큰 허물이 있기에 나만 집 떠나기를 허락하지 않는가? 저 우파리(優波離)는 머리 깎는 천한 사람이요, 이제는 더러운 똥을 치는 사람이며, 앙굴마라(鴦掘摩羅)는 무수히 사람을 죽였고, 타새기(陁塞★)는 나쁜 강도이지마는 이와 같은 사람들은 오히려 집을 떠날 수 있었거늘, 나는 무슨 죄가 있기에 집을 떠나지 못하는가?”
이렇게 말할 때 세존께서 곧 그 앞에 솟아올라 큰 광명을 놓으시니, 그 상호의 장엄하기는 마치 도리천왕 제석이 일곱 가지 보배로 된 높은 수레에탄 것 같았다.
부처님께서는 시리필제에게 물으셨다.
“너는 왜 우느냐?”
그때에 장자(長者)는 부처님의 법음(法音)을 듣고 기뻐하기, 아들이 아비를 보는 것과 같았다.
그는 온몸을 땅에 던져 부처님께 예배하고 울면서 아뢰었다.
“사람을 죽인 이, 도둑질한 이, 거짓말하는 이, 남을 비방하는 하천한 사람들도 다 집을 떠날 수 있는데, 저만 무슨 죄가 있기에 불법 안에서 집 떠나기를 허락하지 않습니까?
저희 집 사람들은 제가 늙었다 하여 쓸모가 없다고 합니다. 제가 지금 불법 안에서 집을 떠나지 못하면, 설령 집에 들어가더라도 그들은 저를 맞이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저는 바로 여기서 목숨을 버리려 합니다.”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시리필제에게 말씀하셨다.
“누가 능히 허공에 손을 들면서,
‘이 사람은 집을 떠날 수 있고 이 사람은 늙어서 될 수 없다’고 단언하던가?”
장자는 아뢰었다.
“법우(法友) 전륜왕이신 세존의 지혜 제일인 자요, 다음 부처님이시며 두 번째의 세간 길잡이 스승[世間導師]이신 사리불이 제가 불법 안에서 집 떠나기를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큰 자비로 시리필제를 위해 타이르시기를 마치 인자한 아버지가 효자를 타이르듯 하면서 말씀하셨다.
“너는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말라. 내가 지금 너로 하여금 집을 떠나게 하여 주리라. 사리불은 3아승기겁 동안 부지런히 고행하였거나 백 겁 동안 복을 닦은 일이 없었다.
또 사리불은 세상세상마다 어려운 행, 즉 머리를 부수거나 눈을 도려내거나, 골수와 피ㆍ살ㆍ가죽ㆍ뼈ㆍ손ㆍ발ㆍ귀ㆍ코를 보시하지 않았다. 또 사리불은 굶주린 호랑이에게 몸을 던졌거나 불구덩이에 들어갔거나 천 개 못을 몸에 박거나 몸을 베어 천 개 등불을 켜지 않았다.
또 사리불은 나라와 성과 처자와 노비와 코끼리와 말과 일곱 가지 보배를 보시하지 않았다. 또 사리불은 첫 아승기겁에는 8만 8천 부처님을 공양하거나 중기 아승기겁에는 9만 9천 부처님을 공양하거나 후 아승기겁에 10만 모든 불세존을 공양하거나, 집을 떠나 계율을 가져 시바라밀(尸波羅蜜)을 완전히 갖춘 이가 아니다.
또 사리불은 법에서 자재하지 못하였는데, 어떻게 ‘이 사람은 집을 떠날 수 있고, 이 사람은 집을 떠날 수 없다’고 단언할 수 있겠는가?
오직 나 한 사람만이 법에 자재하고 나만이 6도보거(度寶車)를 타고, 인욕의 갑옷[忍辱鎧]을 입고 보리수 밑의 금강좌에 앉아 마왕의 원수를 항복받아 불도를 이루었으니, 세상에는 부처만한 이가 없다. 너는 나를 따라오라. 내가 너에게 집을 떠나게 하리라.”
이렇게 부처님께서는 여러 가지로 위로해 타이르셨다. 시리필제는 근심과 고민이 곧 사라지고 매우 기뻐하면서 부처님을 따라 절에 들어갔다.
부처님께서는 대목건련에게 출가하는 것을 허락하게 하셨다. 왜냐 하면 중생은 인연을 따라 제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어떤 이는 부처님에게 인연이 있어서 다른 사람은 제도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인연이 있으면 부처님도 하지 못하며, 사리불에게 인연이 있으면 목련가섭ㆍ가섭ㆍ아나율ㆍ금비라 등의 어떤 제자들도 제도하지 못한다. 이와 같이 그 인연 있는 이를 따르고 다른 사람은 제도하지 못하느니라.
그때에 목련은 생각하기를,
‘이 사람은 나이가 너무 많아 경 읽기와 좌선과 대중을 돕는 세 가지 일을 모두 할 수 없다. 그러나 법왕(法王) 부처님께서 출가하라 분부하시니 이치로 보아 어길 수 없다’ 하고,
곧 출가를 허락하여 구족계(具足戒)를 주었다.
그는 전생에 이미 제도받을 인연을 심었기 때문에 법 낚시를 무는 것은 마치 고기가 낚시를 무는 것과 같아서 틀림없이 생사를 벗어날 것이다. 일찍이 온갖 좋은 공덕을 닦아 모았으므로 밤낮으로 부지런히 공부하여 수다라(修多羅)와 비니(毘尼)와 아비담(阿毘曇)을 읽고 외웠다. 그러나 늙었기 때문에 때를 따라 상좌들을 공경하고 맞고 보내며 예로써 문안하지 못하였다.
여러 젊은 비구들은 먼저 집을 나와 상좌가 되었기 때문에 항상 몹시 나무랐다.
“저 늙은 비구는 늙은 것을 믿고 경전을 외우며 학문이 있다 하여 잘난 체 뽐내면서 우리를 공경하지 아니한다.”
늙은 비구는 생각하였다.
‘내가 집에 있을 때에는 늙은이나 젊은이들에게 시달리고, 지금 집을 나와서는 좀 쉴까 하였더니, 다시 이 젊은 비구들의 구박을 받는구나. 무슨 죄이기에 갈수록 괴로운가?’
그는 다시 생각하였다.
‘차라리 죽고 말자.’
그 숲 곁에는 큰 강이 있었는데 물이 깊고 또 물결이 거세었다. 그는 그 강가로 가서 가사를 벗어 나무에 걸어 두고 가사를 향해 꿇어앉아 눈물을 흘리면서 스스로 맹세하였다.
“나는 지금 불ㆍ법ㆍ승을 버리지 않습니다. 다만 목숨을 버리고자 할 뿐입니다. 나는 이 가사를 입고 보시하고 계율을 가졌으며 정진하고 경을 외웠습니다.
만일 거기에 과보가 있거든, 내가 목숨을 버린 뒤에는 부귀한 집에 태어나되 권속들이 모두 순종하여 나의 좋은 법을 방해하지 않고, 언제나 3보(寶)를 만나서 집을 떠나 도를 닦으며, 좋은 스승을 만나 열반의 도를 깨닫게 하십시오.”
이렇게 서원을 세우고는 곧 강물이 세게 소용돌이 치는 곳에 몸을 던지려 하였다.
그때에 목련은 천안(天眼)으로 그 늙은 제자가 무엇을 하는가 살펴보다가 그가 몸을 날려 물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물에 빠지기 전에 신통력으로 그를 받아 언덕 위에 가져다 놓고 물었다.
“법제자여, 그대는 왜 그런 짓을 하는가?”
시리필제는 못내 부끄러워하면서 생각하였다.
‘나는 무어라고 대답해야 할까. 나는 거짓말로 스승을 속일 수가 없다. 만일 스승을 속이면 세상마다 혀가 없는 죄를 받게 될 것이다. 또 우리 스승은 묘한 신통이 있어 내가 거짓말을 하더라도 모두 다 알 것이다.
만일 세상 사람이 지혜롭고 총명하며 성질이 순진하면 하늘들이 공경할 것이요, 만일 아첨하거나 속이더라도 지혜가 있으면 사람의 스승이 되어 공경과 공양을 받을 것이요, 지혜는 없으나 순진하면 비록 여러 가지를 겸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행은 넉넉히 자기를 구제할 것이다. 그러나 어리석고 또 속이거나 아첨하면 대중 가운데서도 천하고 비열하여, 설령 그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남들은 모두 알고 〈이 사람은 속이고 아첨하여 진실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가령 그가 참말을 하더라도 남들은 신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만일 스승님을 속인다면 그것은 내 도리가 아니다. 나는 사실대로 말하리라.’
그리하여 그는 곧 아뢰었다.
“제가 세속을 싫어해 집을 떠난 것은 조용히 쉬기를 구한 것인데, 그것도 여의치 않으므로 목숨을 버리려고 한 것입니다.”
목련은 이 말을 듣고 생각하기를,
‘이 사람이 나고 죽음의 무서운 일을 두려워할 줄 모르면 집을 떠나는 이익에 있어서도 아무 소득이 없을 것이다’ 하고,
곧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지금 지극한 마음으로 내 옷자락을 잡고 중간에서 놓지 말라.”
그는 스승의 분부대로 하였다. 목련은 마치 바람이 지푸라기를 가벼이 불어 올리는 것처럼 신통으로 허공에 치솟아 공중에서 놀되, 터럭 하나를 단 것처럼 마음대로 다녔다.
그때에 목련은 사나운 매가 작은 새를 물고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것처럼 목련의 신통도 그와 같아서 몸이 허공에 올라, 팔을 굽혔다 펴는 사이에 큰 바닷가에 이르렀다.
바닷가에는 어떤 갓 죽은 여자 시체가 있었다. 얼굴은 단정하고 몸은 뛰어나게 묘하여 여자의 상을 완전히 갖추었다. 벌레 한 마리가 그 입에서 나와 코로 들어가고 다시 눈에서 나와 귀로 들어갔다.
목련은 한참 서서 바라보다가 그것을 그대로 두고 떠났다. 시리필제는 스승에게 아뢰었다.
“스승님, 저것은 어떤 여자이기에 꼴이 저러합니까?”
목련은 대답하였다.
“말할 때가 있으리라.”
다시 조금 가다가 어떤 여자를 보았다. 구리쇠가마를 물가에 져다 놓고 불을 지펴 물을 끓이고는, 옷을 벗고 그 가마에 들어갔다. 먼저 털과 손발톱이 빠지고 살은 익어 뼈에서 떨어졌다.
끓는 물에서 뼈가 밖으로 튀어나오더니 바람이 불자 도로 사람이 되어 그 가마의 살을 집어먹었다.
시리필제는 그것을 보고 놀라 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리고 아뢰었다.
“저 제 살을 먹는 이는 어떤 사람입니까?”
목련은 대답하였다.
“말할 때가 오리라.”
다시 조금 가다가 어떤 큰 시체를 보았다. 많은 벌레들이 그 시체에 엉겨 붙어 파먹는데, 심지어 뼈마디에까지도 바늘 끝만큼도 빈 틈이 없었다. 그리고 외치고 부르짖는 그 소리가 멀고 가까운 데까지 진동하여 마치 지옥 중생들의 소리 같았다.
시리필제는 스승에게 아뢰었다.
“스승님, 이렇게 나쁜 소리로 부르짖는 이는 어떤 사람입니까?”
목련은 대답하였다.
“말할 때가 오리라.”
다시 조금 가다가 어떤 큰 사내를 보았다. 그 주위에는 짐승 머리에 사람 몸을 가진 많은 악귀들이 손에 굳센 활과 세 갈래 난 독한 화살을 가졌는데, 그 화살촉에는 불이 붙어 있었다. 그들은 그것으로 서로 다투어 그 사내를 쏘아대니 사내 몸은 모두 타고 있었다.
그는 스승에게 아뢰었다.
“저 이는 어떤 사람인데 저처럼 고통을 받으면서도 달아날 곳이 없습니까?”
스승은 대답하였다.
“우선 가자. 말할 때가 오리라.”
다시 한참 가다가 큰 산에 다다랐다. 산 밑에는 칼과 창을 꽂아 두었는데, 어떤 사람이 산 위에서 밑으로 떨어지면 칼과 창들은 그 몸을 찔러 허물어뜨렸다. 그리고 칼과 창을 몸에서 뽑아 원래 자리에 세워 두고 다시 산 위에 올라가 먼저와 같이 몸을 던지기를 쉬지 않았다.
그는 스승에게 아뢰었다.
“또 저 이는 어떤 사람이기에 저런 고통을 받습니까?”
스승은 말하였다.
“가만 있거라. 말할 때가 오리라.”
다시 가다가 뼈무더기로 된 어떤 큰 산을 보았다. 높이는 7백 유순(由旬)으로서 해를 가리어 바다를 컴컴하게 하였다.
그때에 목련은 그 뼈무더기로 된 산의 한 갈비뼈 위에서 왔다갔다하면서 거닐었다.
제자는 그 뒤를 따라다니다가 문득 생각하였다.
‘이제 우리 스승님은 다른 일이 없는가 보다. 나는 지금까지 보아 온 일을 물어 보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아뢰었다.
“원컨대 스승님은 저를 위하여 아까부터 보아 온 일을 설명하여 주소서.”
목련은 말하였다.
“이제는 때가 되었다.”
그는 아뢰었다.
“아까 본 그 여자는 어떤 사람입니까?”
목련은 대답하였다.
“너는 알고 싶은가? 그는 사위성의 큰 상주(商主)의 아내로서 얼굴이 단정하므로 그 남편이 매우 사랑하였다. 그때에 그 상주는 보물을 구하러 큰 바다로 가려 하였으나, 그 아내를 떼어 두기가 몹시 섭섭하여 그를 데리고 5백 명 상인과 함께 배를 타고 바다로 갔다. 그 아내는 항상 세 갈래 나무 위에 거울을 걸어 두고 제 얼굴의 아름다움을 비춰 보다가 그만 교만한 마음을 일으키면서 몹시 애착하였다.
그때 큰 거북이 다리로 그 배를 덮쳐 배는 부서져 바다에 가라앉았다. 그래서 상주와 그 아내와 5백 명 상인은 한꺼번에 빠져 죽었다. 바다는 죽은 시체를 받지 않는 법이라, 시체가 소용돌이를 만나면 야차나 나찰이 그것을 건져다 언덕에 올려 놓느니라.
중생은 목숨을 마치면 그 애착하는 바를 따라 거기에 태어난다.
어떤 사람은 힐난한다.
‘만일 그 애착하는 바를 따라 거기 가서 태어난다면 누가 지옥을 사랑하여 지옥에 들어갈 것인가?’
사람들은 대답한다.
‘만일 어떤 중생이 3보(寶)나 부모의 재물을 훔치거나 나아가서는 사람을 죽이면, 그런 큰 죄를 지은 사람은 반드시 치화지옥(熾火地獄)에 떨어질 것이다.
또 그 사람은 바람과 추위의 냉병에 시달리면서 불을 생각하고, 그 속에 들어가려고 생각하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곧 그 지옥에 떨어진다.
또 부처님의 등불이나 값진 물건을 훔치고 혹 스님들의 등불이나 섶나무를 훔치며 혹은 스님들의 방이나 강당을 부수고 또 추울 때에 남의 옷을 빼앗거나, 세력을 믿고 종들이나 다른 사람에게 물을 쏟으며 혹은 위협해서 남의 옷을 벗기면, 그런 죄의 과보는 반드시 한빙(寒氷)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그는 열병에 시달리면서 항상 찬 곳을 생각하다가 그것을 생각하고는 곧 그 지옥에 떨어진다.’
우발라(優鉢羅)ㆍ발두마(鉢頭摩)ㆍ구물두(拘物頭)ㆍ분다리(分陁利)지옥에 있어서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한빙지옥에서 죄를 받는 사람은 몸의 살이 얼어 터져 볶은 콩알 같고, 골수는 하얗게 터지며 두골은 백천만 조각으로 부서지고 뼈는 쪼개져서 그슬린 화살 같으니라.
또 사람이 아끼고 탐내어 굶주린 중생에게 때를 따라 음식을 주지 않으면, 그는 반드시 아귀 세계에 떨어져 역기병(逆氣病)을 만나 음식을 소화시키지 못할 것이다.
또 친구가 병을 간호할 때에 갖가지 음식을 억지로 권하면서,
‘이것은 달고 이것은 시다. 이것은 맛나고 소화되기 쉬운 것이다. 네가 억지로라도 먹으라’고 하면,
그는 곧 성을 내어,
‘나는 언제나 내 눈으로 음식을 보지 않게 될까?’라고 한다.
그가 그때에 목숨을 마치면 아귀 세계에 나느니라.
또 사람이 어리석어 삼보를 믿지 않고 도를 비방하고 헐뜯으면, 그는 축생 세계에 떨어지되 항상 병에 시달리면서 다만 엎드리거나 눕기만 하고 옆으로 기대지는 못하느니라.
또 어떤 사람이 착한 말을 좋아하지 않을 때 곁에 있는 사람들이, 이 사람은 반드시 죽을 줄을 알고 그에게 권하기를,
‘너는 법을 듣고 재법[齋]을 닦고 계율을 받아라. 너는 부처님 상[佛像]과 스님들을 뵈어라. 너는 보시하여야 한다’ 하더라도 그는 조금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굳이 타이르고 깨우치면 그는 더욱 성을 내어,
‘나는 삼보가 좋다는 말을 한 번이라도 듣지 않는 곳을 얻으면 얼마나 시원할까?’라고 한다.
그때에 목숨을 마치면 축생 세계에 나느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인간과 천상에 날 좋은 인(因)을 닦았으면, 그는 큰 병에 시달리지 않고 임종 때에는 마음이 착란하지 아니한다. 그 곁의 친한 이들은 그가 죽을 것을 알고 각각 묻는다.
‘법을 듣기를 즐겨 하는가, 부처님 상을 뵈옵고 싶은가, 비구들을 보고 싶은가, 경전의 게송을 듣고 싶은가, 재법과 계율을 받고 싶은가, 재물을 얻어 부처님 상 앞에 보시하고 싶은가?’
그는 ‘좋다’고 대답한다.
그러면 다시 그를 위해 말해 준다.
‘부처님 상에 보시하면 불도를 이루게 되고, 법에 공양하면 태어나는 곳마다 깊은 지혜를 얻어 법의 모양을 밝게 알며, 스님들에게 보시하면 태어나는 곳마다 큰 보배를 얻어 마음대로 쓰되 모자람이 없다.’
병든 이는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말한다.
‘나로 하여금 태어나는 곳마다 삼보를 만나 법을 듣고 깨치게 하기를 원한다.’
그는 그때에 목숨을 마치고는 인간에 태어난다.
또 사람이 만일 천상에 날 좋은 종자를 많이 심되, 보시와 계율이 청정하고 경법을 즐겨 들으며 열 가지 선행을 닦아 가지면 그는 임종 때에 편안하고 반듯이 누워 부처님 형상과 천상의 미녀들을 보고, 천악(天樂)을 듣고는, 변하되 기쁜 얼굴로 손을 들어 위로 향한다. 그는 그때에 목숨을 마치면 곧 천상에 나느니라.
그 상주 아내는 제 몸에 애착하였기 때문에 목숨을 마치고는 도로 옛 몸에 태어나 벌레가 되었다가 그 벌레의 몸을 버린 뒤에는 큰 지옥에 떨어져 한량없는 고통을 받을 것이다.”
시리필제는 스승에게 아뢰었다.
“제 살을 먹던 이는 어떤 분입니까?”
목련은 대답하였다.
“그는 사위국의 어떤 우바이의 종이었다. 그 우바이는 계율이 청정한 어떤 비구를 청해 여름 90일 동안 공양을 이바지하기로 하고, 자기 밭머리에 방을 만들고 편히 거처하게 하면서, 손수 갖가지 맛난 음식을 만들어 때가 되면 종을 시켜 음식을 보내어 공양하게 하였었다.
그런데 그 종은 가려진 곳에 가서는 좋고 맛있는 것은 골라 제가 먹고 그 나머지를 비구에게 주었다. 주인은 종의 얼굴이 번지르르해지고 음식을 먹은 기색이 있음을 보고 그에게 물었다.
‘너는 그 스님의 음식을 더럽히지 않았는가?’
종은 대답하였다.
‘저도 신심이 있고 나쁜 소견을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어찌 감히 먼저 먹겠습니까? 스님이 자시고 남은 것을 저에게 주기에 저는 그것을 먹었습니다. 만일 제가 먼저 먹었다면 나는 세상마다 제 살을 제가 먹을 것입니다.’
이런 인연으로 먼저 아귀의 과보를 받았다가 목숨을 마치고는 마침내 큰 지옥에 떨어져 그 정당한 갚음을 받으면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을 것이다.”
시리필제는 아뢰었다.
“아까 본 그 큰 몸뚱이를 온갖 벌레가 파먹으며, 무서운 소리를 치는 이는 누구입니까?”
“그는 달리타(獺利吒)라는 절 살림을 맡아 보던 비구로서 물품을 마음대로 쓸 수 있었기 때문에 대중 물건인 꽃ㆍ과일ㆍ음식 따위를 속인에게 보내 주었으므로 그런 중간 과보를 받다가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큰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를 파먹는 벌레들은 옛날에 물품을 얻은 사람이니라.”
시리필제는 아뢰었다.
“스승님, 그 소리를 내어 울고, 화살들을 다투어 쏘자 온몸에 불이 붙던 이는 누구입니까?”
“그의 전생 몸은 큰 사냥꾼이었다. 그는 많은 짐승을 죽인 죄로 그런 고통을 받다가 거기서 목숨을 마치면 큰 지옥에 떨어져 오래 되어도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큰 산 위에서 몸을 던져 칼과 창에 찔리면서, 내려왔다 다시 올라가는 그는 어떤 사람입니까?”
“그는 사위성에 살던 대건투(大健鬪)라는 장군이다. 그는 제 용맹을 믿고 언제나 앞장서서 칼과 창으로 사람의 목숨을 마구 죽였기 때문에 그런 과보를 받고 거기서 목숨을 마치고는 큰 지옥에 떨어져 오랫동안 고통을 받을 것이다.”
“그 뼈로 된 산은 누구의 뼈입니까?”
“너는 그것을 알고 싶으냐? 그것은 곧 네 전생 몸의 뼈이니라.”
시리필제는 이 말을 듣고 몹시 놀라 몸의 털이 곤두서며 겁나고 두려워 땀이 물처럼 흘렀다.
그리고 스승에게 아뢰었다.
“스승님, 저의 심장이 찢어지기 전에 그 내력을 말씀해 주소서.”
목련은 말하였다.
“생사의 윤회는 끝이 없고 선악의 업은 마침내 없어지지 않아, 반드시 그 과보를 받아 여러 가지 업을 지으면 그 행을 따라 그 과보를 받느니라.”
목련은 계속해 말하였다.
“지나간 세상에 이 염부제에 담마필제(曇摩苾提)진(晉)나라 말로는 법증(法增)이라는 뜻이다라는 국왕이 있었다. 그는 보시하기와 계율 가지기와 법 듣기를 좋아하였고, 성질이 사납지 않고 자비심이 있어서 생물을 죽이지 않았으며, 왕의 상을 완전히 갖추었고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렸었다.
왕이 된 지 20년에 일이 없어 한가하게 되자 사람들과 도박놀이를 하게 되었다. 그때 어떤 사람이 법을 범해 사람을 죽였다. 신하들은 왕에게 아뢰었다.
‘어떤 사람이 왕의 법을 범하였습니다. 어떻게 죄를 다스려야 합니까?’
왕은 도박놀이에 빠져 얼결에 대답하였다.
‘나라 법대로 다스려라.’
신하는 곧 ‘사람을 죽인 자는 죽어야 한다’는 법에 비추어 이내 그를 죽이고 말았다.
왕은 도박놀이를 마치고 신하들에게 물었다.
‘아까 그 죄인은 지금 어디 있는가? 내가 판결하리라.’
신하는 아뢰었다.
‘나라 법대로 다스려 이미 죽여 버렸습니다.’
왕은 그 말을 듣고 까무러쳐 땅에 쓰러졌다. 좌우에 있던 신하들이 그 얼굴에 물을 끼얹어 한참 만에야 깨어났다.
왕은 눈물을 흘리면서 말했다.
‘궁녀와 기녀들과 코끼리와 말, 일곱 가지 보배는 지금 다 어디에 있고, 나만 홀로 지옥에서 온갖 고통을 받는가? 내가 아직 왕이 되기 전에 이 궁중에도 왕의 다스림이 있었지마는, 내가 오래지 않아 죽자 계속해서 왕의 다스림이 있어야 했으므로 내가 이름하여 왕이 되었는데, 이제 사람을 죽였으니 나는 바로 전다라왕(旃陁羅王)이다. 알 수 없구나. 나는 장차 세상마다 어느 세계로 갈 것인가? 나는 이제 결코 왕이 되지 않으리라.’
그는 곧 왕위를 버리고 산에 들어가 도를 닦았다.
그때에 왕은 목숨을 마친 뒤에 큰 바다에 태어나 마갈(摩竭)이라는 고기가 되었는데, 그 몸 길이는 7백 유순이었다. 왕의 대신들은 자기네의 세력을 믿고 백성들을 잘못 죽이므로 인민들은 흩어졌고, 중생들의 재물을 노략질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들 대다수는 큰 마갈이 되었는데, 온갖 벌레들이 그 몸을 뜯어먹었다.
비유하면 구집(拘執)이나 털자리에 벌레가 붙은 것처럼, 그 몸에 붙은 벌레도 그와 같아서 그는 몸이 가렵기 때문에 파리산(頗梨山)에다 몸을 대고 문질러 그 많은 벌레를 깨뜨려 죽이므로 흐르는 피는 바다를 물들여 백 리에 뻗쳐 빨갛게 되었다. 그 죄로 말미암아 목숨을 마친 뒤에는 큰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그 마갈은 한번 잠이 들면 백 년 동안을 잤다. 잠이 깨면 배가 고프고 목이 말라 입을 벌리면 흘러 들어가는 바닷물이 마치 큰 강물을 대는 것과 같았다.
그때에 마침 상인 5백 명이 바다에 들어가 보배를 구하다가 마갈이 벌린 입 있는 데에 이르자, 배는 빨리 달려 마갈 입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상인들은 겁이 나서 모두 큰 소리로 울면서 말하였다.
‘우리는 지금 틀림없이 죽게 되었다.’
제각기 존경하는 것을 불렀다.
즉 부처와 법과 스님을 부르는 이도 있고, 혹은 하늘이나 산ㆍ강ㆍ귀신ㆍ부모ㆍ처자ㆍ형제나 권속을 부르면서 제각기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는 지금 최후로 이 염부제를 본다. 다시는 보지 못할 것이다.’
마갈 입으로 들어가게 될 즈음 그들은 한꺼번에 같은 소리로 ,‘
부처님께 귀의하나이다’라고 외쳤다.
고기는 ‘부처님께 귀의하나이다’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곧 입을 다물었다.
바닷물은 그치고 상인들은 죽음에서 살아나게 되었다.
그러나 그 고기는 굶주린 끝에 이내 목숨을 마치고 왕사성 안에 태어났다.
야차와 나찰들은 그 몸을 끌어내어 이 바닷가에 갖다 놓았다. 그것이 햇볕에 쪼이고 비에 씻기어 살은 녹고 뼈만 남았으니 이 뼈산이 바로 그것이니라.
시리필제여, 알라. 그때의 담마필제왕은 지금의 네 몸이다. 너는 사람을 죽였기 때문에 큰 바다 가운데 떨어져 마갈이 되었다가 지금 다시 사람 몸을 얻은 것이다. 그러므로 생사를 싫어하지 않고 만일 여기서 죽으면 지옥에 떨어져, 다시 나오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때 시리필제는 이미 옛 몸을 보았고, 또 이 말을 듣자 생사를 두려워하였다. 그리하여 닦아야 할 법을 차례로 생각하고는 마음을 다잡고 뜻을 한 곳에 쏟아 전생 몸을 관(觀)하고 법의 덧없음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생사를 싫어하고 모든 번뇌가 없어져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목련은 기뻐하여 그에게 말하였다.
“법제자여, 네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이미 다 마쳤다. 네가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은 내 힘으로 온 것이거니와 이제는 너의 신력(神力)으로 돌아가라.”
그때 목련은 허공으로 날아오르고 시리필제는 그 스승의 뒤를 따랐는데, 마치 새새끼가 어미새를 따르는 것과 같았다. 그들은 죽림으로 돌아왔다.
그때 여러 젊은 비구들은 그가 도 얻은 줄을 모르고 여전히 구박하였다. 그러나 시리필제는 마음이 이미 다루어졌으므로 위의가 조용하여 잠자코 아무 대꾸도 없었다.
부처님께서는 그 사실을 아시고 여러 비구들을 단속하여 나쁜 업을 짓지 않도록 하고, 또 그 늙은 비구의 덕을 드러내기 위하여 대중 가운데서 시리필제를 부르셨다.
“시리필제여, 이리 오너라. 너는 오늘 큰 바닷가에 갔더냐?”
시리필제는 아뢰었다.
“갔다 왔습니다, 부처님.”
“네가 오늘 본 것을 다 말하라.”
시리필제는 그가 본 그대로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다. 시리필제 비구여, 네가 본 일은 진실로 그런 것이다. 너는 이제 생사의 괴로움을 떠나 열반의 즐거움을 얻었으니 인간ㆍ천상의 모든 공양을 받을 것이다. 비구로서 하여야 할 일을 너는 이미 완전히 갖추었다.”
젊은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매우 근심하고 뉘우치면서 말했다.
“저처럼 지혜롭고 착한 이를 우리가 무지하여 늘 놀려 주었구나. 우리는 이 죄의 갚음을 어떻게 받겠는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시리필제 앞으로 가서 땅에 엎드려 말하였다.
“모든 착한 사람은 세상에 날 때에 자비심과 함께 난다고 합니다. 큰스님께서도 세상에 나실 때에 또한 자비심과 함께 나셨을 것입니다. 요컨대 우리들을 가엾이 여겨 이 참회를 받아 주소서.”
시리필제는 대답하였다.
“나는 여러분에게 노여워하는 마음이 없소. 여러분이 뉘우치면 그만이오.”
시리필제는 그 젊은 비구들이 마음으로 겁내는 것을 보고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비구들은 그 설법을 듣고 생사의 법을 싫어하여 부지런히 도를 닦아 번뇌의 결박을 끊고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그 인연으로 시리필제의 명성은 왕사성에 흘러 퍼졌다. 사람들은 모두 칭찬하였다.
“참으로 놀랍고 장하다. 이 성 안에서는 그 장로를 늙어서 쓸데없다 하였더니, 지금 불법 안에서 스님이 되어 도를 이루어 그처럼 희유(希有)한 묘법을 연설하는구나.”
그때 성안 사람들은 모두 깨끗한 마음을 내었다. 남녀의 종들과 인민들을 놓아 주어 집을 떠나게 하기도 하고, 혹은 스스로 집을 떠나 모두 기뻐하면서 서로 집 떠나기를 권하였다.
이런 사실로 보아 집을 떠나는 공덕은 한량없고 끝이 없는 것이다. 시리필제는 나이 백 살로서도 집을 떠나 그러한 온갖 큰 공덕을 성취하였다. 그러므로 나이 젊은이로서 묘하고 훌륭한 큰 과보를 구하려는 이는 부디 집을 떠나 부지런히 법을 닦고 도를 배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