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 제11권
18. 초품 중 단바라밀(檀波羅蜜)을 찬탄한 뜻을 풀이함
【문】 단바라밀에는 어떤 이익이 있기에 보살이 반야바라밀에 머무르면 단바라밀을 갖추고 완성하는가?
【답】 단(檀)에는 갖가지 이익이 있다.
단은 보배 곳간[寶藏]31)이니, 항상 사람의 요구에 따른다.
단은 괴로움을 깨뜨리니 능히 사람에게 즐거움을 준다.
단은 능숙한 마부이니, 하늘에 태어나는 길을 열어 보인다.
단은 선부(善府)이니, 모든 선한 사람을 거둔다.[보시는 모든 선한 사람을 거두어 인연이 되어 주기 때문에 거둔다고 말한다.]
단은 안온함이니, 목숨을 마칠 때 마음에 두려움이 없다. 단은 자비의 모습이니, 모든 무리를 건진다.
단은 즐거움을 모음이니, 능히 괴로움을 깨뜨린다.
단은 큰 장수이니, 능히 인색함이라는 적군을 무찌른다.
단은 묘한 과보이니, 하늘과 인간이 사랑하는 바이다.
단은 깨끗한 길이니, 현인과 성인이 지나는 곳이다.
단은 선을 쌓음이니, 복과 덕의 문이다.
단은 일을 일으키니, 갖가지 인연을 모은다.
단은 착한 행이니, 사랑스런 결과를 낳는 씨앗이다.
단은 복된 업이니, 선한 사람의 모습이다.
단은 빈궁을 깨뜨리니, 3악도를 끊는다.
단은 복락의 과보를 완전하게 보호한다.
단은 열반의 첫 인연이며,
선한 사람들에게는 요긴한 법이며,
칭찬과 명예를 받는 중심이며,
대중에 들어가도 곤란함이 없게 되는 공덕이며,
마음에 후회 없게 하는 굴택(窟宅)이며,
착한 법의 도를 행하는 근본이며,
갖가지 즐거움의 숲이며,
부귀와 편안함의 복밭이며,
도를 얻어 열반에 이르는 나루터이며,
성인ㆍ대사ㆍ지혜로운 이들이 행할 바이며,
그 밖의 덕이 모자라고 지식이 얕은 무리들이 본받을 바이다.
또한 비유하건대 불 난 집에서 총명한 사람은 형세를 분명히 알아 불이 미치기 전에 급히 서둘러 재물을 끌어내는 것과 같으니, 비록 집은 탔지만 재물은 모두 남았으므로 다시 집을 지을 수 있는 것이다.
보시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이와 같아서 몸은 위태한 것이고 재물은 무상한 것임을 잘 알아 복 닦기를 때에 맞추되 마치 불 속에서 재물을 끌어내는 것같이 한다.
뒷세상에서 복을 받음이 마치 저 불난 집의 사람이 다시 집을 고치고 복과 경사로 스스로가 만족하는 것과 같다.
어리석은 사람은 다만 집이 아까운 줄만을 알아 부랴부랴 집을 구하려 한다.
미친 듯이 지혜를 잃은 채 불의 형세도 헤아리지 못한다.
사나운 바람과 치솟는 불꽃에 흙과 돌 등은 잠깐 사이에 쓸어버려 없어져버리니, 집도 구하지 못하고 재물도 다하여 주림과 추위에 시달려 근심과 고통 속에 한 평생을 마친다.
인색한 사람 역시 이와 같으니, 몸과 목숨이 무상하여 잠시도 보전할 수 없는 것임을 알지 못하여 더더욱 거두어 모으고 지키며 아깝게 수호하지만, 죽음이 오는 일 기약 없다가 갑자기 한 목숨 끊어지면 몸은 흙이나 나무처럼 흘러 다니고, 재물은 쓰레기와 함께 버려진다.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근심과 고통 때문에 계책을 그르치는 것과 같다.
또한 크게 지혜로운 사람이나 뜻 있는 이라야 능히 깨달아서 몸은 허깨비 같고, 재물은 보전할 수 없고, 만물은 무상하고, 복만이 믿을만한 것이어서 사람들을 고통에서 건져내고 큰 길로 통하는 것임을 분명히 안다.
또한 큰 사람은 큰 마음으로 능히 크게 보시하고, 능히 스스로를 이롭게 하거니와 작은 사람은 작은 마음으로 남을 이롭게 하지도 못하고, 자신을 보호하지도 못한다.
또한 비유하건대 용맹한 장수는 적을 보면 반드시 소탕해 없애기를 기약하듯이,
지혜로운 사람은 마음이 밝아서 진리를 깊이 깨달았으므로 인색함의 적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꺾어버리어 반드시 뜻대로 이루어지게 한다.
좋은 복밭을 만나고 좋은 시절[시절이라 함은 보시할 시기이니, 만나고서도 보시하지 않으면 때를 잃었다 한다.]을 만나면 일을 깨닫고 마음이 응해 능히 크게 보시를 한다.
또한 보시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남에게 공경을 받는다. 마치 달이 처음 떠오르면 사랑하지 않는 이가 없는 것과 같으니, 좋은 명칭과 좋은 명예가 천하에 퍼져서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다.
보시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귀한 사람에게 아낌을 받고 천한 사람에게 공경을 받으며, 목숨이 마치려 할 때에 그 마음에 두려움이 없다.
이러한 과보는 금생에 얻어지는 것이다.
비유하건대 나무가 무성하면 큰 열매를 맺는 것과 같으니, 뒷세상이 복되다.
생사에 윤회하고 다섯 길에 오가는데 아무도 의지할 친척은 없다.
오직 보시가 있을 뿐이니, 하늘이나 인간에 태어나서 청정한 과보를 받음은 모두 보시 때문이다.
코끼리ㆍ말ㆍ축생 등의 좋은 이양을 얻는 것도 역시 보시로 인하여 얻어지는 것이다.
보시의 공덕은 부귀와 기쁨이다.
계행을 지니는 사람은 하늘에 태어나며,
선정과 지혜는 마음이 맑아지고 집착함이 없어 열반의 도를 얻는다.
보시의 복은 열반의 길에 좋은 양식이다.
보시를 생각하기에 환희하고, 환희하기에 마음이 하나가 되며, 하나 된 마음으로 생멸이 무상함을 관하고, 생멸이 무상함을 관하기 때문에 도를 얻는 것이다.
마치 어떤 사람이 그늘을 구하기 때문에 나무를 심으며, 혹은 꽃을 구하고 열매를 구하기 위하여 나무를 심는 것과 같다.
보시의 과보를 구함도 이와 같으니, 이 세상과 뒷세상의 즐거움은 마치 그늘을 구함과 같고,
성문이나 벽지불의 도는 꽃을 구함과 같으며,
성불은 열매를 구함과 같다.
이것이 단의 갖가지 공덕이다.
31)
범어로는 ratnapiṭak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