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본행경 제5권
22. 억선품(憶先品)
그리하여 하늘 가운데 하늘이요
모든 천상과 세간 인간의 스승께서는
대왕의 경내에 계시었다.
마갈타국(摩竭陀國) 안
죽림(竹林) 동산에 쉬시면서
지난 옛 세상을 생각하므로
광명이 더욱 빛나고 좋아서
마치 불을 제사 지내는 사당과 같았네.
부처님 아우로서 성품이 인자한 이로
그 이름을 아난(阿難)이라 불렀는데
부처님의 광명이 치성함을 보고
곧 부처님 처소에 나아와
합장하고 오른 무릎을 땅에 꿇고
공경하는 뜻으로 여쭈었네.
“원하옵나니 하늘 가운데 하늘이시여,
마음의 의심됨을 풀어 주시옵소서.
일찍 지금과 같이 아름답게 빛나는
광명을 본 적이 없사오니
간절히 바라옵니다. 부처님이시여,
이 광명의 인연을 말씀해 주옵소서.”
이렇게 부처님께 아뢰자
미묘한 여덟 가지 소리로써
“자세히 듣거라. 내가 지금
그 광명의 인연을 설명하리라.
내 스스로 전세(前世)를 생각하건대
한량없고 수없는 중생에게 보시했으며
수천 부처님께 갖가지
수용에 필요한 물건을 공양하였네.
수없는 성전(聖典)을 배웠고
사당에 제사함도 한량없으며
베풀기 어려운 것들을
크게 베풀어 인색함이 없었노라.
지난 옛날을 돌이켜 생각하니
큰 코끼리가 흰 산 같이
억센 힘이 이웃 강적을 이기나
나는 너그럽게 보시해 주었네.
마음으로 사랑하고 중히 여기는
두 아들까지도 남에게 보시했으며
터럭 구멍마다 모두 피를 흘리고
나는 그때 이름을 심애(甚愛)라 했네.
코끼리ㆍ말ㆍ수레며 여자까지
갖가지로 은혜롭게 보시했으며
금으로 뿔을 장식한
8만 4천 마리의 암소도 보시했네.
금 그릇에 은가루를 가득 담아
필요한 분량대로 채워 줬으며
나는 그때 지시(知時)란 이름으로
12년 동안이나 크게 보시하였었네.
흉악하고 지독한 바라문이
찾아와 내 머리를 달라고 할 때
모든 천자들이 내려와
바라문을 굳건히 막으려 했으나
나는 모든 천자들을 달래어
본래 원하는 것을 어기지 않았네.
그때 월광(月光)이란 왕이
나의 이익된 일을 이루게 하였네.
또 그런 바라문이 있어
나에게 와서 눈을 구했으므로
몸에서 가장 사랑하는 눈이지만
거역함 없이 곧 보시하였네.
선목(善目)이란 왕이 되어서
이로 인하여 큰 원력을 세웠으니
지금 내 눈을 보시해 주므로
뒷세상에 지혜의 밝음을 이루려 하였네.
다시 어느 한때에
집비둘기가 나에게 날아왔으니
매가 사나운 주둥이로 쫓음이라
내 무릎 위에 날아와 앉았으므로
나는 대신 몸의 살을 다 베어서
매의 뜻이 만족하도록 하여
나에게 돌아온 비둘기를
매의 밥이 되지 않게 하였었네.
내 병든 사람을 위한 까닭에
몸의 살을 베어내어
고기를 3ㆍ7일 동안 먹이니
그 중병도 나을 수 있었네.
또 널리 시주(施主)가 되었으니
그때 이름은 대역사(大力士)였으며
옛적 중생들의 병을 낫게 했으므로
지금 그 번뇌를 없앴다네.
나는 또 과거 세상에
몸을 사람에게 보시했으며
특별히 사랑하는 아들도 주었고
또 특별히 사랑하는 아내도 주었네.
나를 팔아 나쁜 사람에 주자
나에게 그를 죽이라 명령하였으나
나는 그때 이름이 염월(焰月)인데
죽이지 않고 제 목숨을 놓아줬네.
나는 살 껍질을 벗겨 보시했고
팔에 천을 감아 등불 심지로 삼았고
한때에 등 심지가 타오르니
몸과 함께 다 태웠었네.
왕이 되어 이름을 견금강(堅金剛)이라
고통을 참음이 비길 데 없었으며
오직 한 가지 소원을 구하였으니
이것을 줌으로써 성불(成佛)하고자 함이었네.
몸을 던져 호랑이에게 주니
땅이 여섯 가지로 움직였네.
이 용맹한 뜻으로 인연하여
9겁(劫)을 뛰어넘었네.
일찍이 잘 보시함으로써
땅의 주인으로 사해(四海)를 다하였네.
과거에 한 전륜성왕이 되었으니
이름을 대천(大天)이라 하였네.
비로소 성왕의 기풍을 세워
열 가지 선행(善行)으로 교화하였으나
사방 국경을 내어 버리고
머리를 깎고 청정한 행을 닦았네.
또 전륜성왕이 되었으니
이름은 존제(尊帝)라
그때에 땅 위에 각각
8만 4천의 성을 세우고
이 모든 성의 경계를
부분대로 나누고 다스렸으나
8만 4천의 왕들도
함께 머리를 깎고 도를 배웠네.
일찍 다구(多求)란 왕이 있어
탐욕 때문에 미치고 미혹하여서
큰 바다를 건너가고
국토와 인민들을 빼앗으려 하였네.
나는 그때 바라문이 되어
큰 지혜로 이름이 상도(上度)라 하였네.
장차 이 왕을 가르쳐서
다시 그 마음을 바르게 하였네.
일찍 한 마리 흰 코끼리가 되었으니
빛나고 빛나는 광명이 있었으며
여섯 어금니가 매우 자랑스러워
햇빛과 같이 찬란하였네.
사냥꾼이 어금니를 탐낸 까닭에
화살로 그 심장을 쏘므로
문득 스스로 어금니를 빼어 주되
마음에 성냄과 어지러움을 일으키지 않았네.
정시왕(淨施王)이 사냥을 하러
깊은 산속에 들어갔었네.
뭇 사슴과 큰 사슴 두 마리를
깊은 골짝 덤불에 가두어 두자
한 암사슴이 새끼를 배었으므로
사슴의 왕이 그를 대신해 죽으니
넓은 경계 안의 들 짐승들
다시는 두려운 근심이 없어졌네.
어떤 나라에서는 부모를 가벼이 여겨
늙으면 죽이는 버릇이 있었네.
나는 효도로 봉양함을 지켜서
땅 구멍을 파고 부모를 건졌는데
천왕이 공중에서 왕에게 뜻을 묻자
부친이 가르침으로 내가 대신 대답하여
중생들의 잘못된 소견을 끊고
지옥에 떨어지지 않도록 건졌네.
큰 구렁이가 상인들을 가로막아
중앙에 두고 에워싸 왔는데
나는 그때 숙행(宿行)의 인연으로
사자의 왕으로 태어난지라
코끼리 무리를 놓아 힘을 합해서
그 뱀을 밟아 죽이므로
5백 명의 목숨을 건지고
편안히 집에 가도록 하였네.”
부처님께서 이때 이렇게
생경(生經) 5백 장(章)을 설하자
삼천대천세계가 널리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네.
수억만의 중생들이
모두 크게 도의 뜻을 내었으며
또 수억의 중생들이
각각 4제(諦)의 도리를 증득하였네.
상세(上世)로부터 어질고 지혜로운 이는
기이함을 일컬을 게 못되나
보살은 용맹을 내었으므로
그 몸이며 목숨도 보시하여서
빌고 구하는 사람의 뜻에 따라
마침내 하나도 거역함이 없었다네.
공덕의 자재로움을 얻음은
만물과 몸과 목숨이며
그 수명을 헌신짝같이 버렸으니
이것은 기특하다 하리로다.
번뇌에 얽히고 쌓이므로
악함을 품고 미혹이 성하나
능히 자비의 힘으로써
그 사나운 마음을 뽑아냈으며
능히 사랑하고 아끼는 재물과 보배며
몸과 목숨을 베풀어 주었나니
중생들에게 훌륭하고 높은 이가
세상에서 자재로운 이로서
악함을 행할 수 있다 해도
스스로 억제하여 하지 아니하고
낮과 밤으로 온갖 착함을 행하여
그 마음을 쉬니
이러므로 스스로 정진하기를 권하되
뜻한 바를 불도(佛道)에 두라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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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 불본행경
불본행경_22. 억선품(憶先品), 부처님 광명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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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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