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섭문대보적정법경 제5권
11. 5백 비구들
그때 세존께서 이 가타법(伽他法)을 외우시매 8백 필추(苾蒭:비구)들은 번뇌가 없어지고 뜻으로 이해하여 마음의 해탈을 얻었고, 30억 인들도 번뇌를 멀리 떠나 법안(法眼)이 깨끗해졌다.
5백 필추들은 삼마지(三摩地)를 얻었다.
그러나 이 매우 깊고 미묘한 계법(戒法)을 듣고 깨치기 어렵고 들어가기도 어려워 믿지 않고 배우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모임을 빨리 떠났다.
이때 존자 대가섭이 세존께 아뢰었다.
“이 5백 필추들은 삼마지를 얻었사오나 왜 이 매우 깊은 법을 듣고는 알기 어렵고 들어가기 어려워하며 믿고 배우지 않고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빨리 물러가나이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가섭아, 저 5백 필추들은 아견(我見)을 아직 버리지 못하여 이 더러움 없는 청정한 계법(戒法)을 듣고는 알기 어렵고 들기 어려워 마음으로 두려워한다. 그 때문에 믿지 않고 행하지 않는 것이다.
가섭아, 이 가타의 계법은 매우 깊고 미묘하여 3불(佛)의 보리(菩提)가 다 여기에서 나왔다. 그러나 저들 죄있는 이들은 이 묘한 해탈에 잘 들어가지 못한다.”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가섭아, 저 5백 필추들은 여래의 가르침 안에서는 외도(外道) 성문이다.
가섭아, 이와 같이 저들은 여래의 본의(本意)에서 한 가지 일의 법에만 집착해 구하기 때문이다.
만일 한 가지 법만 들으면 결정코 믿어 받들므로 이런 가타의 법을 가르침에 의해 수학하여 그 가르침이 현묘(玄妙)하기 때문에 놀라고 두려워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가섭아, 저 비구들의 뜻은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변지각(正徧知覺)께서 한 법을 구해 발심하여 수행하는 그것은 목숨을 마친 뒤에 도리천궁(忉利天宮)에 나기 위해서이니, 이런 일을 위해 불교 안에서 출가하기를 구하는 것이다.
가섭아, 이 5백 필추들은 신견(身見)을 아직 버리지 못했으므로 매우 깊은 법을 듣고는 놀라고 두려워하여 믿지 않고 배우지 않나니, 이들은 목숨을 마치면 반드시 악취(惡趣)에 떨어질 것이다.”
이때 세존께서는 존자 수보리(須菩提)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저 5백 필추들에게 가서 좋은 방편으로 교도(敎導)하여라.”
수보리는 아뢰었다.
“세존께서 그처럼 설법하여 회유(誨喩)하셔도 믿지 않고 행하지 않사온데, 저의 작은 지혜와 언론과 지식으로 어떻게 저들을 교화할 수 있겠나이까?”
이때 5백 필추들은 이미 길을 가고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곧 신통의 힘으로 두 필추로 변화[化]하여 그 길 맞은편에서 오다가 5백 필추들에게 물었다.
“존자들은 어디로 가는 길입니까?”
필추들은 답하였다.
“우리는 지금 저 숲속으로 가려 합니다.
저기는 고요하여 선정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으므로 살기에 적합한 곳입니다.”
변화한 필추는 물었다.
“무엇 때문에 숲속으로 가려 합니까?”
그들 필추들은 답하였다.
“우리는 일찍이 듣지 못했던 세존의 설법을 이제 들었지마는 알기도 어렵고 들어가기도 어려우므로 마음으로 놀라고 두려움을 느껴 믿고 배울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숲속으로 가서 선정의 즐거움을 취하려는 것입니다.”
변화한 필추는 말하였다.
“존자들은 세존의 설법을 알기 어렵다 하여 마음에 놀람과 공포를 느껴 믿지도 배우지도 행하지도 않고 숲속으로 돌아가 선정으로 열반을 삼으려 한다지만 그것은 그대들이 모르는 까닭입니다.
존자들이여, 사문의 법은 논란할 것이 아닙니다.
지금 존자들에게 묻노니, 어떤 것을 열반의 법이라 합니까?
만일 제 몸으로 열반을 얻는다면 보특가라(補特伽羅)를 얻는 것이니, 나ㆍ사람ㆍ중생ㆍ수자(壽者)가 어떻게 열반을 얻겠습니까?
대개 열반법이란 상(相)도 아니요, 상이 아닌 것도 아닙니다.”
저 필추들은 말하였다.
“열반이란 그런 것이라면 어떻게 하면 그것을 증득할 수 있겠습니까?”
변화한 필추는 말하였다.
“탐욕과 분노와 우치의 법을 끊어 없애야 합니다.”
저 필추들은 말하였다.
“그것들을 어떻게 끊을 수 있습니까?”
변화한 필추는 말하였다.
“탐욕과 분노와 우치의 법은 안에 있는 것도 아니요 밖에 있는 것도 아니며 중간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본래 생기지도 않았거니와 지금도 멸하는 것이 아닙니다.”
변화한 필추는 이어 말하였다.
“존자들이여, 집착하지도 말고 의심하지도 마십시오.
만일 존자들이 집착하지도 않고 의심하지도 않으면 그것은 보호할 것도 아니요 보호하지 않을 것도 아니며, 즐거워할 것도 아니요 즐거워하지 않을 것도 아닙니다.
그들이 말한 것은 열반입니다.
존자들이여, 이 청정한 계상(戒相)은 생기는 것도 아니요 멸하는 것도 아닙니다.
이것은 삼마지에서 생기고 지혜에서 생기며, 해탈에서 생기고 해탈지견(解脫知見)에서 생깁니다.
있음도 아니요 없음도 아니며, 상도 아니요 상이 없음도 아닙니다.
존자들이여, 이러한 계상(戒相)이 곧 참 열반이니, 이런 열반을 얻어야 해탈도 없고 버려야 할 번뇌도 없는 것입니다.
존자들이여, 당신네가 정상(情想)으로 원적(圓寂:열반)을 구한다면 그것은 망상을 얻는 것이요, 열반은 아닙니다.
만일 생각[想] 속에서 생각이 생기면 그것은 열반이 아니요, 생각의 결박을 당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만일 감정[受]과 생각[想]이 멸하면 참 삼마발저(三摩鉢底)를 얻을 것입니다.
존자들이여, 수행하는 이가 이렇게만 한다면 그 이상이 없을 것입니다.”
변화한 필추가 이 바른 법을 설명할 때 저 5백 필추들은 이 법을 다 듣고 번뇌가 다하고 깊이 이해하여 마음의 해탈을 얻었다.
그리고 저 5백 필추들은 다시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부처님을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는 한쪽에 앉았다.
그때 장로 수보리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필추 존자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어디 갔다가 지금 어디서 오십니까?”
그는 말했다.
“본래 간 바가 없고 지금도 온 것이 없습니다.”
장로 수보리가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설법의 뜻이 어떠합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생김도 없고 멸함도 없느니라.”
수보리는 말하였다.
“당신들 존자들은 어떻게 이 법을 들었습니까?”
저 필추들은 말하였다.
“결박도 없고 해탈도 없습니다.”
수보리가 말하였다.
“누가 그대들을 교화했습니까?”
저 필추들은 말하였다.
“몸도 없고 마음도 없습니다.”
수보리는 말하였다.
“당신들은 어떻게 수행합니까?”
저 필추들은 말하였다.
“무명(無明)의 멸함도 없고 무명의 생김도 없습니다.”
수보리는 말하였다.
“왜 당신들은 성문이 되었습니까?”
저 필추들은 말하였다.
“성문도 되지 못하고 부처도 되지 못했습니다.”
수보리는 말하였다.
“당신들의 범행(梵行)은 어떻습니까?”
저 필추들은 말하였다.
“삼계(三界)에 머물지 않습니다.”
수보리는 말하였다.
“당신들은 언제 열반에 들 것입니까?”
저 필추들은 말하였다.
“여래께서 열반에 드실 때 우리도 곧 열반에 들 것입니다.”
수보리는 말하였다.
“당신들의 할 일을 다 마쳤습니까?”
저 필추들은 말하였다.
“나[我]와 사람[人]을 알았습니다.”
수보리는 말하였다.
“당신들은 번뇌가 다했습니까?”
저 필추들은 말하였다.
“일체의 법도 다했습니다.”
수보리는 말하였다.
“당신들은 악마의 왕을 잘 부수었습니까?”
저 필추들은 말하였다.
“온신(蘊身)도 없는데 어찌 부술 악마의 왕이 있겠습니까?”
수보리는 말하였다.
“당신들은 스승님을 아십니까?”
저 필추들은 말하였다.
“몸도 아니요 입도 아니며 마음도 아닙니다.”
수보리는 말하였다.
“당신들은 청정한 훌륭한 땅을 얻었습니까?”
저 필추들은 말하였다.
“취함도 없고 버림도 없습니다.”
수보리는 말하였다.
“당신들은 지금 윤회(輪廻)를 벗어나 저 언덕에 이르렀습니까?”
저 필추들은 말하였다.
“저 언덕에도 이르지 않고 윤회도 얻지 못했습니다.”
수보리는 말하였다.
“당신들은 훌륭한 땅을 믿습니까?”
저 필추들은 말하였다.
“일체 집착을 해탈했습니다.”
수보리는 말하였다.
“당신들은 어디로 갑니까?”
저 필추들은 말하였다.
“여래께서 가시는 곳으로 갑니다.”
변화한 필추가 말하였다.
“존자 수보리시여, 당신은 그들을 가게 하십시오.”
이렇게 설법할 때 8백 필추들은 성문의 뜻을 내어 마음의 해탈을 얻었고, 32억 중생들은 번뇌를 멀리 떠나 법안이 깨끗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