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에 능숙해지면 필요한 에너지는 줄어든다.
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떤 활동에 능숙해질수록 활동 유형도 바뀌고 거기에 개입하는 두뇌 영역도 줄어든다.
재능도 비슷한 효과를 낸다.
동공 크기로 보나 두뇌 활동으로 보나 대단히 똑똑한 사람은 같은 문제를 풀어도 힘이 적게 든다.
일반적으로 '최소 노력 법칙'은 육체 활동뿐 아니라 정신활동에도 적용된다.
이 법칙에 따르면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이 여럿일 때 사람들은 가장 힘이 덜 드는 방법에 끌리게 마련이다.
경제학에서 보면 노력은 비용이고, 기술 습득은 비용과 편익의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에서 나온다.
그리고 게으름은 인간 본성에 깊이 뿌리내린 습성이다.
우리가 연구한 여러 작업이 동공 크기에 미친 영향은 퍽 다양했다.
기본적으로 우리 실험 참가자들은 깨어 있었고, 상황을 알고 있었으며, 기꺼이 참여하려 했다.
아마도 평소보다 정신을 더 바짝 차리고 있었을 것이다.
이들은 한두 자릿수를 기억하거나 단어와 숫자를 연상해 기억하는 법(예: 3=사과)를 익힐 때는
순간적으로 평소보다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 정도는 아주 미미해서,
동공 지름이 확대되는 수준은 더하기 3을 할 때에 비해 고작 5퍼센트에 불과했다.
반면에 두 목소리의 높낮이를 구별할 때는 동공이 눈에 띄게 커졌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단어를 잘못읽기 쉬운 성향을 억누르는 데도 어느 정도 노력이 들었다.
그리고 예닐곱자릿수를 기억하는 단기 기억에는 노력이 더 필요했다.
누구나 경험하는 일이지만, 내 전화번호나 배우자의 생일을 기억에서 끄집어내 큰 소리로 말할 때도
잠깐이지만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전체 숫자를 기억에 붙잡아두었다가 차례로 대답해야 하기 때문이다.
암산으로 두 자릿수를 곱하거나 더하기 3을 할 때는 대부분 한계에 가까운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처럼 인지 작용마다 난이도나 정신력 소모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주의를 기울여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는 무엇일까?
시스템1은 할 수 없지만 시스템2는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제 이 질문에 일시적인 답을 갖게 되었다.
별개의 행동이 따라야 하는 여러 생각,
또는 규칙에 따라 결합해야 하는 여러 생각을 동시에 기억해두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슈퍼마켓에 들어가면서 사야할 물건을 떠올린다거나,
식당에서 생선 요리와 송아지 요리를 두고 고른다거나,
설문조사에서 나온 놀아운 결과와 조사 표본이 작았다는 사실을 결함한다거나 할 때다.
오직 시스템2만 규칙을 따르고, 여러 특성에 따라 대상을 비교하고, 여러 옵션을 놓고 신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즉흥적인 시스템1은 그런 능력이 없다.
'시스템1은 단순한 관계('여럿이 모두 똑같다, '아들이 아버지보다 훨씬 크다')를 감지하고
한 종류의 정보를 통합하는 데는 능숙하지만,
서로 다른 여러 주제를 동시에 다룰 수도, 순전히 통계에 의존한 정보를 능숙히 이용할 수도 없다.
시스템1은 '온순하고 찬찬하며 질서와 체계를 중시하고 아주 꼼꼼한 사람은
사서의 특징과 닮았다고 직관적으로 감지하겠지만
사서는 소수라는 기존 지식과 그 직관을 결합하는 작업은 오직 시스템2만 수행할 수 있다.
시스템2가 이 작업을 해낼 수 있는 사람도 흔지 찬지만,
시스템2의 중요한 능력은 다음 업무 수행을 위한 '정신적 준비'다.
시스템2는 기억을 조정해, 평소 습관에 역행하는 지시에 복종하게 한다.
한 가지 에를 보자,
이 페이지에 '가'라는 글자가 몇 번 나오는지 세어보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라 익숙지 않겠지만, 시스템 2는 해낼 수 있다.
이 작업을 하기 전에 머릿속에서 준비를 하는 데도 노력이 들고, 작업을 실행하는 데도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연습하면 수월해지겠지만,
심리학자들은 '실행 조절(executive control)'이라는 말로 정신적 준비의 시작과 마무리를 묘사하고,
신경과학자는 뇌에서 그 기능을 실행하는 주요 부분을 찾아냈다.
이중 한 곳은 갈등이 일어났을 때 관여하는 영역이고,
또 한 곳은 다른 영장류보다 인간에게서 훨씬 더 발달한 전전두엽으로,
지능과 관련된 활동에 관여한다.
페이지 끝까지 '가'를 다 세었을 때,
이번에는 다음 페이지에서 쉼표가 몇개인지 세보라는 지시가 떨어졌다고 해보자.
이 작업은 더 어려울 것이다.
'가'라는 글자에 주목하는 성향을 어렵게 획득했는데, 이제 그 성향을 버려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몇십 년간 인지 심리학자들이 발견한 중요한 사실 하나는
한 가지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옮겨가려면 노력이 필요하고 특히 시간의 압박을 받을 때는 더하다는 것이다.
더하기 3과 곱셈 암산이 그토록 어려운 이유 하나는 재빠리 다른 작업으로 옮겨가야 하기 때문이다.
더하기 3을 하려면 한 번에 숫자 여러 개를 작업기억에 넣어둔 채, 하나씩 일정한 작업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어떤 수는 변환을 기다리고, 어떤 수는 이제 막 변화되는 중이고, 어떤 수는 변환이 끝나 발표되기 직전이다.
오늘날 작업기억을 시험할 때는 이처럼 한 가지 작업 결과를 유지하면서
다른 작업을 수행하는 두 가지 어려운 일을 계속 번갈아 수행하게 한다.
이 작업을 잘하는사람은 일반적인 지능 테스트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는다.
그러나 주의 집중을 조절하는 능력은 단순히 지능의 척도만이 아니다.
이 능력은 지능을 넘어 항공관제사 그리고 이스라엘 공군조종사의 업무 수행력을 예측하는 척도가 된다.
시간 압박도 정신력을 요구하는 요소다
더하기 3을 할 때면 메트로놈 때문에,그리고 기억 압박 때문에 마음이 급해진다.
그래서 마치 여러 개의 공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공주에서 돌릴 때처럼 속도를 늦출 수 없다.
기억이 쉽게 지워지는 탓에 정보가 없어지기 전에 서둘러 새 정보를 받아들여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어러 생각을 동시에 기억해야 하는 작업은 무엇이든지 이처럼 다급한 특성을 지닌다.
작업기억이 넉넉한 행운을 타고나지 않은 이상, 힘들게 노력해야 한다.
느리게 생각하기에서 정신력 소모가 가장 큰 일은 빠르게 생각해야 하는 작업이다.
더하기 3을 해본 사람이라면 머리를 그렇게 열심히 쓰는 게 얼마나 드문 일인지 절감했을 것이다
직업으로 하는 일에도 더하기 3이나 여섯 자릿수를 기억해다가 바로 말하는 것만큼
정신력 소모가 큰 일은 흔지 않다.
우리는 대개 일을 좀 더 쉬운 여러 단계로 쪼개고,
중간 결과를 과부하되기 쉬운 작업기억보다는
장기기억이나 종이에 적어둠으로써 머리가 과부하되지 않게 한다.
먼 길은 시간을 갖고 천천히 가고, 정신적 삶은 최소 노력 법칙에 따라 살아가기 마련이다.
주목 , 노력과 관련한 말들
"운전 중에는 이 문제를 풀지 않겠어, 동공이 커지는 일이니까, 장신력이 소모되는 일이라고"
"지금 최소 노력 법칙이 작동 중이라 가급적 생각을 안 하려고 할 것이다."
"그는 회의를 잊은 게 아니다. 회의 일정을 정할 때
다른 일에 정신이 팔려 일정을 못 들은 거다."
"내 머릿속에 퍼뜩 떠오른 생각은 시스켐 1의 직관이었다.
이제 작정하고 기억을 다시 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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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매일 잘 읽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