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사화’를 분명한 ‘역사’로 기술하라!
박정학/사단법인 한배달 이사장
현재의 우리나라 모든 교과서에서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를 고조선이라고 한다. 『삼국유사』「기이편」<고조선조>에 근거하는데,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이 내용을 ‘단군의 건국이야기’ 또는 ‘단군신화’라고 한다. ‘신이한 이야기’ ‘신성스런 이야기’라는 의미로서의 ‘신화’라면 별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조선총독부가 우리 역사를 왜곡하기 위해 사용했듯이 ‘역사가 아니다’는 의미의 ‘신화’로 오해될 수 있고, 중국의 동북공정을 도와 홍산문화 유적을 스스로 중국에 넘겨줄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고기(古記)를 인용한 『삼국유사』의 단군사화에서 신화적인 요소는 환인과 환웅 부분이고, 단군은 사람의 자식으로 태어나 고조선을 건국하고 다스렸다고 했으니 단군과 관련된 내용은 신화적 요소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 기록 전체를 신화라고 하더라도 ‘단군신화’가 아닌 ‘환인-환웅 신화’라고 해야 한다. 단군을 주어로 쓴다면 초등학교 교과서처럼 ‘단군왕검 이야기’ ‘단군왕검과 관련한 고조선의 건국이야기’라고 하거나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단군사화’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
단군사화는 너무나 완벽하게 요약된 원시시대 역사
단군사회는 환국으로부터 신시시대를 거쳐 고조선에 이르렀다고 하여 마을사회로부터 국가사회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압축해놓았다. 그런데 교과서에서는 서기전 2333년에 단군왕검에 의해 고조선이 건국되었다고 하면서도 그 앞의 기록인 신시와 환국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을 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는 시대구분 편에서 자세히 언급했으므로 더 설명 않지만, 이처럼 국가사회가 등장하는 앞 과정을 없앰으로써 단군의 고조선 건국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려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는 일제 역사왜곡을 돕고 있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서영대가 최근 학술회의와 고대사 시민강좌에서 ‘일제보다 우리 조상들이 먼저 신화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세계의 모든 신화에도 역사적 사실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단군신화라고 해도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듯이 신화학자들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이 말한 신화는 ‘신이한 이야기’라는 의미였지만, 일제가 말한 신화는 ‘역사적 사실이 아님’을 강조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를 담은 말이었다. 이것을 단순히 학술적으로만 이해하여 ‘그래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일제의 농간에 휘말리는 것이므로 유의해야 한다. 북한에서는 환웅까지는 신화, 단군 관련 내용은 역사, 1908세로 산신이 되었다는 마지막 부분은 설화라고 한다. 매우 논리적인 이해다.
‘단군의 건국이야기’ ‘단군신화’란 다른 지침을 내리는 교육부
교육부에서는 2012년 고시 사회과 교육과정에서는 “단군의 건국 이야기를 알고, 고조선이 우리 역사상 최초의 국가임을 이해한다.”(17쪽), “고조선의 성립을 단군 신화 중심으로 파악하고…”(39쪽)라고 다르게 기술하고 있으며, 중학교 역사 교과서 및 고등학교 한국사 집필 기준에서는 “고조선의 성립을 단군 신화 중심으로 파악하고,…고조선에 관한 기본적인 문헌 자료에 나타난 단군 신화 등을 통해 고조선의 성립 배경 및 성장 과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한다.”고 하여하여 단군 이야기와 단군 신화라는 용어를 동시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만들어진 교과서를 보면, 국정교과서인 『초등학교 사회 5-1』과 중학교 역사 교과서 대부분은 “『삼국유사』에는 단군왕검과 관련한 고조선의 건국 이야기가 실려 있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단군의 건국 이야기를 통해 고조선이 청동기 시대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건국되었음을 알 수 있다.” “‘삼국유사’에 실린 단군 건국 이야기” 등 『삼국유사』의 기록을 ‘단군의 건국 이야기’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런데 고등학교 『한국사』(비상교육, 20쪽)에서는 『삼국유사』기이편 내용을 요약 소개하고 그 아래에 “위 글은 단군 신화로, 이를 통해 고조선이 농경 사회를 배경으로 건국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하여 이 기록을 ‘단군 신화’라고 부르고 있다.
교육부의 지침과 교과서의 기술 내용이 모두 혼란스러운 상태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혼란이 서영대나 신화학자들처럼 ‘단군신화라고 해도 별 문제 없으면’ 다행이다.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 현 교과서에 나온 일부 내용을 모아서 편집한 것입니다
‘단군신화’ 용어 없애고 환국과 신시 역사 살려라!
환국으로부터 신시, 고조선으로 이어지는 역사를 기술하고 있는 『삼국유사』의 단군사화를 역사가 아니라는 의미의 ‘단군신화’라고 할 경우 요하문명 지역 등 현재 중국의 영토 안에 있는 단군 이전의 환국, 신시의 유적과 단군시대의 문명들을 ‘우리 조상들이 것이 아닌 중국의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그 시대를 신화라고 보는 반면 중국에서는 요하문명 지역의 우하량 제2지점 제단유적지 안내판에 ‘5,500년 전에 나라의 형태를 갖추었던 원시문화 유지’라는 안내판을 세워놓는 등 역사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단군신화’라는 용어는 1991년경 교과서에서 사라졌다가 2009년부터 교육부의 교육과정과 교과서에서 다시 살아남으로써, 아베 정권의 우경화와 극우파 일본인들의 집요한 활동과 연계된 것은 아닌지 의심을 받들 수도 있다.
이런 오해의 소지를 없애고, 학생들이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 건설 역사에 대해 제대로 알게 하기 위해서는 이런 오해의 소지가 있는 용어를 우리 교과서에서 배제하고, ‘단군왕검의 건국 이야기’ 또는 ‘단군 사화’나 ‘단군 설화’ ‘단군 고기’ 등의 용어로 수정하여 사용하면서, 그 이전 환국과 신시의 역사도 찾아서 살리면 명실공히 역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국정교과서에서는 꼭 바뀌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