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허나 옵파 깜놀!
창 밖에 꽃망울 터지는 소리가 여름날 양철 지붕에 소나기 오는 소리처럼 요란스럽던 지난해 어느 봄날, 직장 동료들과 소백산엘 올랐다. 평소 운동이라곤 거의 하지 않고 휴일이면 소파에 뒹굴면서 TV 리모컨과 아주 다정하게 지내던 환갑 진갑 다 지난 중늙은이가 오르기엔 결코 만만한 코스가 아닌 줄 알지만 모처럼 들뜬 분위기에 재 뿌리고 싶지 않아 따라 나서기로 객기를 부렸다.
사전 협의 때부터 나를 비롯한 몇몇 노장들에 대한 걱정으로 회의장 분위기에 주름이 잡히는 것 같아서, 그놈의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쓸 데 없는 걱정 집어넣으라고 큰소리 꽝꽝 치고 나오기는 했으나 1,440m나 되는 험준한 산을 끝까지 오를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관광버스에서 내려 제가끔 음료수 챙기고 사진 찍고 재잘거리는 무리들을 뒤로 한 체 한 걸음이라도 더 올라갈 요량으로 먼저 출발했다.
계곡의 물소리, 숲속의 산새소리를 즐기면서 쉬엄쉬엄 오르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답던 풍경이 차츰 흐려지고 물소리와 산새소리가 거친 숨소리에 묻혀가기 시작했다. 산을 오른 지 한 시간 조금 넘게 지났을까? 아직 정상까지 1/3도 체 못 올라 왔는데 체력이 거의 바닥을 보이는 것 같다. 주유소에서 주는 휴지 한 개와 귤 두어 개 밖에 들어있지 않은 빈 배낭이 천근같이 어깨를 내리 누르고 가쁜 숨은 턱에 차는데 정말이지 눈썹이라도 뽑아 버리고 싶은 심정인데 눈앞에는 소백산에서도 악명 높은 할딱고개가 절벽처럼 앞을 가로 막는다.
젊다고 하기에는 조금 염치가 없고 늙었다고 하기에는 너무 억울한 중늙은이의 자존심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되돌아 내려가려고 편평한 바위에 걸터앉아 땀을 들이는데
“선배님 대에단 하심다.”
“엄허나 옵파 깜놀!”(어머나 오빠 깜짝 놀랐어요. 라는 뜻이란다.))
뒤늦게 출발한 젊은것들이 어느새 따라와서 저마다 한 마디씩 조잘거린다.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하느냐는 둥 체력관리를 어떻게 하시느냐는 둥 젊은 녀석들의 칭찬이 미상불 싫지는 않으나 이제는 포기하고 되돌아 내려가야겠다는 말을 차마 할 수가 없게 돼버렸다.
‘그래 이 녀석들아 네 녀석들의 눈에는 지금 내가 괜찮아 보이냐?’
씹고 있는 귤 맛이 소태맛이다. 어쨌든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고 끝까지 올라가지 않을 수 없게 돼버렸다. 억지 춘향으로 연하봉, 국만봉을 거쳐 비로봉까지 밟고 내려와서 집에 도착 하자말자 몸져누웠다. 그러고도 약 일주일간은 운신이 힘들 정도로 고생을 하였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젊은이들의 실없는 칭찬 한 마디에 환갑 진갑 다 지난 중늙은이가 목숨 걸어놓고 깨 방정을 떨 지경이니 하물며 순수하고 철딱서니 없는(?) 어린 영혼들이야 더 말해 무엇 하랴? 어린 영혼들의 양육을 위해 봉사하시는 분들께 감히 주제넘게 한 말씀드린다.
칭찬 하고
또 칭찬 하고
끝까지 칭찬하라.
칭찬이 좋은걸 누가 모르냐고? 칭찬꺼리가 없는 걸 어떻게 하냐고? 그런 일로 걱정할 필요는 눈곱만치도 없다. 아무리 말썽꾸러기라도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실수로라도 한 번쯤은 바람직한 행동을 할 때가 있으리라. 그 때를 놓치지 마시라. 칭찬은 약간 오버해도 좋다. 과장된 칭찬은 약간 쑥스럽긴 해도 기분은 좋은 법이다.
칭찬은 재탕 삼탕을 해도 약발을 받는다. 오늘 칭찬꺼리를 찾지 못했으면 과거의 재료들을 모아 모아서 재탕을 해도 약효가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 재탕을 할 때에는 “지난번에는~~~.”이라고 말하지 마시라. “지난번에~~~.”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 “지난번에는~~” 이라고 하면 지난 일을 칭찬하고 난 후에 말의 마무리를 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오늘의 잘못을 지적하게 될 수가 있다. 일껏 칭찬해서 기분 좋게 해놓고 잘못을 지적해서 뒤끝을 꿀꿀하게 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어쩌다 보면 실수(?)도 좀처럼 하지 않고 인내심은 쇠잔해 가는데 재탕거리도 다 떨어진 녀석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에는 거짓말로 지어내서라도 칭찬을 하는 것이 안하는 것보다는 백배 났다. 맑은 영혼의 양육을 위해서 하얀 거짓말 한 두 번 한 것 가지고 너무 괴로워하지 마시라. 거짓말이 나쁜 줄은 삼척동자도 다 알지만 어쩔 수 없이 저지른 당신의 죄는 주님께서도 용서해 주시리라 믿는다.
너무나 정갈한 삶을 살아왔기에 당신 스스로가 거짓말이 용서가 되지 않으면 주일날 교회 가서 진정으로 참회해라. 일곱 번씩 일흔 번이나 용서해 주신 주님께서 설마 고만 정도의 잘못을 용서해 주시지 않을까보냐.
배델교회를 부흥시키고 주님나라에서 쓰임 받는 일꾼으로 약속된 해맑은 영혼들이 주님의 보살핌 속에서 주님만 바라보며 살아가기를 간절히 기도하면서․․․․․․.
할렐루야
아멘.
첫댓글 궁민슨생님 넘 ^^멋져요
그 정도 오르면 젊은이들도 2-3일은 몸져 누워요^^ 대단하십니다. ~~ 아동부 카페를 교회 카페로 등업 시키면 어떨까요?
초라한 카페에 자주찾아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목사님 감사합니다. 카페를 찾아 주시는 분은 누구나 쌍수로 환영 합니다.
관리를 맡으실 분이 계시면 양도도 가능합니다. 소란스럽고 북적대는 카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