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국사 수심결] ⑫ - 끝
금생에 이 몸 제도 못하면 어느 생에 건질까
지난 세월 윤회의 업을 되돌아보면 몇 천겁을 두고 흑암지옥에 떨어지고 무간지옥에 들어가 갖가지 고통을 받았을 것인가. 불도를 구하고자 하여도 선지식을 만나지 못하고 오랜 겁을 생사에 빠져 깨닫지 못한 채 갖은 악업을 지은 것이 또 얼마나 될 것인가. 때때로 생각하면 모르는 새에 긴 한숨이 나오는데 어찌 방종하여 그전 같은 재앙을 다시 받겠는가. 그리고 누가 나에게 지금의 인생을 만나 만물의 영장이 되어 닦는 길을 잃지 않게 하였는고. 실로 눈먼 거북이 망망한 바다에서 구멍 뚫린 널빤지를 만남이고 겨자씨가 바늘 끝에 꽂힌 격이다. 그 다행함을 어찌 말로써 다할 수 있겠는가.
내가 지금 스스로 물러설 마음을 내거나 게으름을 부려 항상 뒤로 미루다가 잠깐 사이에 목숨을 잃고 지옥에라도 떨어져 갖은 고통을 받을 때 한마디 불법을 들어 믿고 받들어 괴로움을 벗고자 한들 어찌 될 수 있겠는가.
막상 위태로운 데에 이르러서는 뉘우쳐도 소용이 없다. 바라건대 수도인들은 게으르지 말고 탐욕과 음욕에 집착하지 말며,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 하여 돌이켜 살필 줄 알아야 한다.
무상은 신속해서 아침 이슬과 같고 목숨은 저녁 노을과 같다. 오늘은 살아 있을지라도 내일을 기약하기 어려우니 간절히 마음에 새겨둘 일이다.
세상의 유위의 선을 가지고도 삼악도의 괴로운 윤회를 면하고 천상과 인간에게서 뛰어난 과보를 얻어 여러 가지 즐거움을 누리는데 하물며 최상승의 심오한 법문이겠는가. 잠시 믿기만 해도 그 공덕은 어떤 비유로도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경전에서 말씀하시길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사는 중생들에게 칠보로 공양하여 모두 만족하게 하고 또 그 세계의 모든 중생을 교화하여 사과를 얻게 하면 그 공덕은 한량없고 끝이 없다. 그러나 잠깐 동안 이 법을 바르게 생각하여 얻는 공덕보다는 못하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경전에서 말씀하기를 “한 생각 깨끗한 마음이 도량이니 항하의 모래처럼 많은 칠보탑을 세우는 것보다 뛰어나다. 보배로 된 탑은 언젠가는 무너져 티끌로 돌아가지만 한 생각 깨끗한 마음은 바른 깨달음을 이룬다”고 하였다.
원컨대 수도인은 이 말을 음미하여 간절히 마음에 새겨두라. 이 몸을 금생에 제도하지 못하면 다시 어느 생을 기다려 건질 것인가. 지금 닦지 않으면 만겁에 어긋날 것이고 힘써 닦으면 어려운 수행도 점점 어렵지 않게 되어 공부가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
바라건대 도를 구하는 사람들은 미리 겁을 먹지 말고 용맹심을 내야할 것이니 지난 세월에 얼마나 착한 인연을 쌓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뛰어난 이 법문을 믿지 않고 열등을 자처하여 어렵다는 생각으로 지금 닦지 않으면 비록 지난 세상의 선근이 있을지라도 이제 그것을 끊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데로 점점 멀어질 것이다.
한 번 사람의 몸을 잃으면 만겁에 돌이키기 어려우니 바라건대 마땅히 삼가라.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보배가 있는 곳을 알면서도 구하지 않다가 어찌 오래도록 외롭고 가난함을 원망할 것인가. 보배를 얻고자 한다면 그 가죽 주머니를 놓아버려라.
지나온 공부 길을 되돌아보면 실로 아찔하기만 하다. 동진출가하여 어쩌다 운이 좋아 화두하는 법을 만났으니 얼마나 헤매었는지 모른다. 다행이 보조 스님의 수심결을 만나 공부길을 점검하고 해태심이 날 때마다 경책으로 삼아 더욱 발심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으로 태어나 불법을 만났고 더구나 활구참선 화두법을 만나 마음의 안정을 이루었으니 이 법에 의지한다면 목숨을 다 바쳐도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 최상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바람으로 만나
바람으로 보낼 수 있다면
거금선원장 일선 스님
[출처 : 법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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