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물
맹기호
아랫목보다 더 따뜻한 금빛 모래톱을 뛰어가면
후드둑 날개 털며 물새들 날아올랐다
수정처럼 맑은 강물에 개헤엄 치면
옆구리 모래무지 간지러웠다
언덕배기 안개 피어나는 뽕밭에
어머니 아버지 김매는데
팽개친 소 옆에 밀 서리로 입술만 까맣게 그을렸다
어린 날의 시간은 길었다
학교에서 배운 노래 스무 곡을 부르고
클레멘타인을 다시 불러도 해가 남았다
저녁노을이 루소의 그림처럼 어둠을 내릴 때
어머니는 그 희고 긴 목을 싸리 울타리 위로 뽑으며
소 몰고 나간 나를 기다렸다
바람과 햇볕이 나를 키웠고
강물은 나의 친구였다
내 생애 그곳에 다시 갈 수 있을까
맹기호
詩人. 서양화가
1955 충남 아산 출생. 경희대 대학원 졸.
1998년『문예사조』등단. 2015수원문학인상 수상
국제PEN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한국미술협회 회원. 수원일요화가 회장
영덕중학교장. 상촌중학교장. 매탄고등학교장 역임
<수원시인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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