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천사의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
사람들은 고 신해철의 '슬픈표정 하지 말아요!'는 기억하지만 아기천사의 노래는 잘 모를 것이다.
물론 나도 몰랐다.
그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군대에 다녀오는 걸 기점으로 어른스러워 지기도 하고 음악적 성향도 늙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난 그것이 싫었고 계속 관심을 갖고 들었다.
다행인 건 사는 곳 주변에 방송국이 있어 10대들 틈에서 공개방송을 듣다보니 90년대 중반에도 많은 가수들의 공연을 라이브 연주는 아니지만 실황으로 들을 수 있었다.
윤종신, 김종서, 여행스케치, 장현철, 신촌블루스, 조덕배, 박석규, 임강구, 이덕진, 박상민, 한동준 그리고 80년대 중반에는 이유진, 이정란, 손현희, 마음과 마음의 김복희, 박미경, 버들피리, 구창모, 홍수철, 김부선, 민해경, 이택림, 노고지리, 인순이 그리고 개별콘서트는 이승환 부터 윤도현밴드, 부활 , 꽃다지, 안치환, 블랙홀, 김성면,김민종, 이상은 , 추억 들국화, 조용필, 이은미, 조규찬, 홍서범,건아들, 유미리, 메탈밴드연합공연등 유료관람을 했었는데 공연을 보고나면 판을 샀고 그러다 보니 어느 곳에 치우치기 보다는 고루 관람하고자 했다.
아무래도 개별콘서트 보다는 라디오 공개홀에서 녹음방송을 보면서 가수들의 면모를 다양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럼에도 신해철이라는 가수를 볼 수 없었던 건 내가 사회에 나오기 직전 그를 군대를 가버렸고 활동이 주춤했었던 것 같고 그가 NEXT를 할 때 직장 초년생이었고 경제공황 그리고 그가 영국으로 유학을 갔던 것 같다.
서론이 길었다.
아기천사는 신해철이 88년 강변가요제에 나갈 때 함께한 밴드로 이 밴드는 이 노래를 가지고 출전 했으나 입상에 실패했다.
당시 노래제목은 '슬픈표정 하지 말아요.'가 아니었다고 한다.
아무튼 강변가요제에서 신해철은 가요제의 분위기와 시스템을 알았던 것 같다.
키보드를 두대나 장비하고 거기에 컴퓨터 음악까지 무한궤도의 대상수상엔 치밀한 준비가 있었다고 보며 아기천사의 '리더'인 원 경은 키보드를 담당한 클래식 학도로 신해철의 음악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받았다고 보며 이 '원 경'이라는 연주자겸 작곡가는 함께 가요제에 나왔던 '이상은'에게 곡을 주는데 이 노래 또한 아기천사가 연주를 했다.
아마 여성인 것 같은데 사진의 맨 앞에 나오는 사람같다.
가요제에서 만나 노래를 줘서 힛트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훗날 강변가요제에 나온 '이정열'도 원 경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특이한 건 베이스키타를 담당한 '이호석'이라는 인물이 있는데 이 이름이 부활의 자켓뒷면에 나오는 경복고생 '이호석'이 맞는 것 같고 이 연주자는 신해철과 고교 때 부터 연주를 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그리고 훗날 NEXT에서 베이스를 담당하는 이동규가 드럼을 연주했다.
이동규는 훗날 장호일(정기원) 신성우와도 활동을 한다.
이동규가 밴드에서 보여준 역동적인 모습이 기억 나는데 아기천사의 분위기는 차분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슬픈표정 하지 말아요.의 가사가 일부 다르며 신해철이 부를 때와 분위기가 역간 다르다.
그리고 이상은이 힛트한 '사랑할꺼야!'도 분위기가 다르다.
아기천사가 2집에선 훗날 신조음계와 부활에서 활동하는 '이성욱'을 보컬로 하는데 그의 미성과 고음이 또다른 매력으로 다가 오지만 밴드의 구성원들은 거의 다 교체되고 '원 경'이 남아서 활동을 이끈 것 같지만 아쉽게 '아기천사'는 해체되었다.
여러 사람들이 인연을 맺고 누구는 프로에서 활동을 강화하여 유명해지고 활동을 계속하지만 또 누구는 작품만 남기고 조용히 일상으로 돌아간다.
아기천사 또한 팬들에게 확실한 인상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음악을 음반으로 표현했고 2집까지 만들어냈다.
수많은 밴드가 결성되고 해체되고 무명으로 자신의 결과물을 발표해보지 못하고 사라지는게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이들은 흔적을 남겼고 그 흔적은 영원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