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일 개천철 아침.
남편은 일기예보를 보더니 비소식이 없단다. 무의도를 가자고 한다. 부산스럽게 옥탑에서 자전거를 가져와 현관 앞에 나란히 세워놓는다. 나는 냉장고에서 배즙, 두유, 사과, 초콜릿, 씨리얼 바등을 챙겼다. 자전거 복장을 하고 집을 나선다.
영종을 가는데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전철로 계양역에서 공항철도로 갈아 타고 운서역에서 내려서 갈 수 있다. 또 하나는 수인선 타고 인천역에서 내려 월미도에 가서 배타고 갈 수도 있다. 우리는 후자를 선택했고 일단 송도역으로 갔다. 송도역을 배경으로 출발 사진 찍고, 전철을 탔다. 인천역에서 내려 월미 공원 정문쪽으로 자전거를 타고 들어갔다. 국화꽃향이 은은하게 퍼져왔다. 그곳을 지나치기는 아쉬웠지만 월미도 선착장으로 갔다. 배 시간을 알아보고 표를 샀다. 11시 배였고, 우리는 30여분 여유가 생겼다.
집에서 나올 때는 금새 비라도 올 것처럼 흐렸었는데, 월미도에 오니 하늘빛이 구름 한 점 없이 파랗다. 바다 끝에 있는 영종 신도시가 하도 선명하여 코앞에 있는 것 같이 가까워 보였다. 심지어는 마니산도 보이고 영흥도, 팔미도...... 이름 모를 섬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게다가 햇살에 눈이 부신데 바람은 선선하다. 몸에 날개만 있으면 하늘로 달아오를 듯이 상쾌했다.
“와~, 가을이다. 너무 시원해~ ”
11시 5분전, 월미도 선착장에서 자전거를 배에 실었다. 언제 새우깡이 갈매기의 간식이 되었는지, 떼를 지어 배 주변을 날고 있다. 삼삼오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새우깡으로 갈매기를 유인하고 있는데, 아이보다 어른들이 더 재미있어한다. 서 너개는 입으로 한 두 개는 갈매기 먹으라고 바다로 던진다. 배회하고 있던 갈매가 덥썹 부리로 문다. 물살 가르며 가나 싶었는데 벌써 ‘구읍 뱃터’에 도착했다. 호텔도 있고, 상가도 있다. 신기할 정도로 낯선 곳이 되어있었다. 인천대교 또는 공항철도를 이용하다보니 잊고 지냈던 곳. 그래도 두 아들 초등학교 때 우리 가족이 자전거 탔던 비포장 도로를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뱃터 주변으로 공원이 조성되었다. 월미도를 마주 보고 있고, 뱃길로 멀지 않으니 쉽게 오갈 수 있겠다 싶었다. ‘씨싸이드 월드’라는 이름의 공원이었다. 내년에는 레일바이크도 운행한다는 안내문이 써 있었다. 자전거 길도 산책할 수 있는 공원도 참 잘 꾸며 놓았다. 하늘을 보면 비행기도 낮게 날아가니 아이들에게는 좋은 볼거리가 될 것 같다. 송도 신도시도 잘 보이고, 영흥도 화력 발전소도, 이번 여행 목적지 소무의도와 대무의도를 잇는 다리도 선명하게 보였다. 자전거 길이 잘 되어 있어서 신나게 페달을 밟을 수 있었다.
물이 쫙 빠진 갯벌이 쿨럭쿨럭 숨을 쉬는 구멍을 배경으로 사진을 서 너장 찍었다. 드넓은 뻘이 꿈틀거린다. 어느새 잠진도 선착장에 다다랐다. 마침 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표를 하고 바로 탈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큰 배가 한 바퀴 돌고나면 무의도 선착장에 닿을 정도로 가깝다. 조만간 다리가 놓이면, 이런 즐거움은 사라질 것 같아 아쉽다.
국사봉에서 내려다 보았던 실미도를 자전거로 갔다. 짧은 고개가 있는데, 숨이 꼴깍 넘어갈 듯했다. 1단 기어로 ‘하나 둘 하나 둘’ 심호흡하며 걷듯이 페달을 밟고 고개을 올라갔다. 잠시 숨 돌리고 내려가니 바로 실미도 입구다. 이천원의 입장료를 내고 통제를 받았다. 물이 들어오니 2시 30분쯤에는 나오라고 한다. 삼십여분의 시간밖에는 없었지만 자전거를 묶어놓고 모래사장을 걸었다. 밀물과 썰물 때문이랄까 해변가에 쓰레기가 많았다. 바위며, 오래된 쇠파이프며 노끈에 따개비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촌노들이 갯바위에서 딴 굴을 바닷물에 씻고 있다. 갯바위에 붙어서 온갖 생물이 사는 걸 보면, 무엇하나 불필요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눈을 들어 국사봉 능선을 보니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
“아~, 좋다......”
실미도 소나무 야영장에서 사과를 반쪽씩 나눠 먹었다. 솔가지들이 바닥에 가득이다. 비가 온 후여서 솔가지빛깔이 밝고 진한 갈색이다. 소나무 아래에 앉아서 쉬면서 실미도를 바라보며, ‘실미도’ 영화 이야기를 나눴다.
무의도를 유독 좋아하는 남편과 세 번 등산을 했었다. 아담한 산. 배도 타고 버스도 타고 전철도 타고 가는 곳. 이런 다양함 때문에 하루 코스로 좋다고 하는 남편. 이번에는 자전거를 타고 가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나는 이곳을 신도시에서 공항행 버스 타고 공항에서 잠진도행 버스를 지루하게 기다려서 배 타고 들어가서 섬 버스로 소무의도로 가기도 했고, 두 번은 승용차로 와서 아담해서 뻔한 등산을 세번을 했었다, 이번에는 자전거로 온 것이다.
소무의도까지 가는 길에 숨이 목까지 차오르는 크고 작은 고개를 네개를 넘었다. 대략 왕복으로 열번은 오르고 내려왔다. 등산을 했을 때는 무의도를 시시하게 생각했었는데, 자전거로 오르막과 내리막을 경험했다. 무의도가 아담해서 자전거 타기에 스릴이 있다. 마지막 내리막 길에서는 신나게 페달을 밟아 선착장까지 갔다.
나의 질주 본능은 남편도 막지 못한다. 헐떡거리며 고개를 몇 개를 넘고 넘어 길게 줄서 있는 승용차들 옆으로 신나게 페달을 밟고 선착장에 가서 5시 배를 타고 유유하게 그곳을 빠져 나왔다. 다시 '구읍 뱃터'를 향했다. 쿨럭거리던 갯벌은 어디에도 없고, 바닷물만 출렁인다. '구읍뱃터'에서 6시 30분 마지막 배를 타고 월미도로 돌아왔다.
월미도는 젊은 열기로 아우성치는 밤이 되었다. 나와 남편은 바다 건너 무의도에서 흘린 땀을 그리워하며 월미공원을 가로질러 인천역에 와서 전철을 타고 연수역으로 돌아왔다. 진시황 뼈해장국 집에 가서 얼큰한 국물과 시레기, 돼지뼈에 붙은 고기를 남김없이 먹었다. 70Km의 자전거 주행 거리만큼 추억이 쌓였다.
첫댓글 ㅎㅎㅎ. 좋네
여행답사기 초짜치고는 잘 썼어요. 그날의 기억이 새롯이 살아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