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재~효령재~응봉산~중앙고속도로~적라산~오로고개
칠곡군 가산면과 군위군 효령면 사이를 잇는 5번 차도가 넘나드는 갈비재,중앙고속도로 상의
가산나들목을 빠져나와 5번 차도를 따라 군위군 효령면 쪽으로 십릿쯤 발걸음을 하면 닿게
되는 지난 번의 날머리이자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갈비재에 도착한 시각은 10시를 10분쯤
남겨둔 시간이다.언덕배기 어름에 자리하고 있는 알프스모텔 옆의 모텔 입간판이 세워져 있는
곳 바로 뒤편으로 지맥의 산길은 꼬리를 잇는다.이틀 전부터 전국에 걸쳐 내리는 장마의 시작
을 알리는 비가 지금도 소리없이 내리고 있다.모든 신록의 수목들은 빗물로 희번덕거린다.
묘비도 없는 묵묘 서넛을 가로지르면 삼거리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 데,이 갈림길에서 지맥의
산길은 좌측의 10시 방향이다.비교적 뚜렷한 산길은 이내 넙데데한 해발250m쯤의 멧부리로
산객을 안내하는 데,이 봉우리는 구미시와 칠곡군 그리고 군위군 등 세 개의 시군 경계봉이다.
삼개경계봉에서 지맥은 우측의 2시 방향으로 이어진다.꺽다리 숲길 사이로 꼬리를 잇는 산길
을 따라 묘비 없는 묵묘 서넛이 줄을 잇는다.그런 뒤에 산길은 지맥을 가로지르는 왕복 2차선
차도로 꼬리를 드리운다.구미시 창천면과 군위군 효령면 사이를 잇는 6번 차도가 넘나드는
고개 효령재다.지맥의 산길은 효령재 고갯마루 한켠에 세워져 있는 초록색 바탕의 '구미시'
영역임을 알리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는 곳 옆으로 나 있다.소리없이 내리는 빗줄기와 빗물을
잔뜩 머금고 있는 관목들로 온몸은 이미 물에 푹 젖어 있다.다갈색의 솔가리가 수북한 숲길
은 축축하고 질금거리며 내리는 빗줄기도 더 이상 거친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그냥 소리없이
내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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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령재
비교적 가파른 오르막 비탈을 올려치고 정수리 멧부리에 이를 무렵에 칡넝쿨들이 앞을 막아
선다.산길은 희미하고 선답자들의 족적도 우왕좌왕한 흔적이다.어렵사리 얼키고 설킨 칡넝쿨
을 헤치고 비탈을 올려치면 둥긋한,소나무와 참나무들이 한데 어울려 있는 봉우리에 오르게
되는 데 이 멧부리가 해발 258m봉이다.258m봉을 넘어 완만한 내리받잇길은 밋밋하고 부드
럽다.그리고 빗줄기도 다소 가늘어졌다. 치받잇길을 따라 오르막 비탈을 오르면 정수리는
온통 솔수펑이의 소나무 숲인데 베개처럼 기름한 행색의 멧부리다.높이도 고만고만하고 행색
도 거지반 엇비슷한 멧부리 두엇을 넘어서면 허우대가 큰 소나무들 여럿이 허리가 두 동강이
난 체로 남아 있는 재해지역을 지나게 된다.
그런 뒤에 산길은 말안장 같은 잘록한 안부 사거리에 이르게 되는 데, 돌탑이 허물어져 내린
듯이 돌탑의 잔해들이 널려있는 곳을 지나게 된다.서낭신을 모시는 성황당터다.마을의 터를
지켜주는 서낭신은 원래 도성을 지켜주는 신이었으나,토속신으로 화하여 마을의 수호신으로
된 민초들의 신이다.수많은 돌의 갯수 만큼이나 많은 사연과 기원이 서려 있을 돌들이 널려
있는 성황당터를 뒤로하면 산길은 다소 가파르게 꼬리를 잇는다.오르막 비탈을 다 오르면
밋밋한 주능선인데 솜털의 푸른 개복숭아가 달려 있는 개복숭아 나무가 마치 재배를 하고
있는 것처럼 서너 그루가 눈에 띤다.그런 뒤에 오르게 되는 봉우리가 해발375m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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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m봉을 뒤로하면 여기저기 간벌목들이 널려 있는 곳을 지나게 되고 아름드리 노송 두어
그루가 대장처럼 자리하고 있는 붕긋한 멧부리를 거푸 넘어선다.희뿌연 운무가 엷게 퍼지기
시작한다.빗줄기는 이미 멎은 듯한 기색이다.진작에 온몸은 물에 빠졌다가 나온 것처럼 흠뻑
젖어 있으니 이제는 비가 오던지 말던지 상관을 안 할 참이다.평지처럼 평편한 솔수펑이의
멧부리를 지나서 완만한 비탈을 한 차례 더 올려치면 산길은 우측으로 비스듬하고 밋밋하게
이어지더니 둥긋한 멧부리를 하나 내놓는다.해발 334m의 응봉산 정상이다.응봉산 정상임을
알리는 준희님의 정상표시물이 걸려있는 데 그 주변으로 여러 산꾼들의 시그널표시기가
대추나무에 연 걸려있듯이 빼곡하게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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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실, 시그널표시기는 애매하고 희미한 산길을 따르는 후행자들의 산길 안내를 위한 목적을
두고 필요한 길목 어귀마다 달아놓아야 한다.그래야 여러 산꾼들의 박수를 받게 마련 아닌가.
이렇게 한곳에 마치 선거판의 벽보나 장사꾼의 홍보물처럼 어지럽게 달아놓은 이유가 궁금
하다.응봉산 정상에서 지맥의 방향은 좌측의 9시 방향으로 급선회를 해야 한다.응봉산 정상을
뒤로하는 내리받이 산길은 매우 가파르다.축축한 급경사의 미끄러운 내리받잇길을 조심조심
내려서면 중앙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들의 굉음이 귓전을 울린다.지금 바로 이 발밑 땅속
으로는 중앙고속도로의 터널이 지나가고 있을 것이다.그 터널을 연방 들락거리는 차량들의
숨가뿐 엔진소리인 거다.고사리밭 같은 경주손가의 묵묘를 가로지르게 되고 다갈색의 솔가리가
수북한 꺽다리 소나무 숲길을 따라 완만한 비탈을 올려치면 오르게 되는 봉우리가 희뿌연 운무
가 가득한 해발 326m봉이다.
326m봉을 넘어서면 다소 큼지막한 산돼지들의 목욕탕인 물웅덩이를 만나게 된다.아름드리
노송 한 그루가 초병처럼 지키고 있는 붕긋한 멧부리를 넘어서고 울창하게 우거진,빗물로
희번덕거리는 신록의 산길을 헤치고 발걸음을 하면 저만치 송전철탑과 그 뒤편으로 삿갓
모양의 흑록의 멧부리가 눈에 들어온다.아름드리 상수리나무 두어 그루가 차지하고 있는
둥긋한 멧부리에 오른다.질금거리며 내리던 비는 진작에 그쳤지만 그 대신 운무가 숲을 파고
든다.가뜩이나 시야가 트이지 않아 갑갑한 지경인데 운무가 골을 올린다.산길은 어느 틈에
수렛길처럼 널찍한 소나무 숲길로 접어든다.그러한 행색의 숲길은 꺼멓게 잔뜩 녹이 슬어
있는 철망 울타리를 우측에 끼고 꼬리를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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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번 중앙고속국도/환승교차로
녹 슨 울타리가 짓밟혀 있는 곳을 지나고 골리앗 덩치의 송전철탑을 내처 지나면 너덧 기의
김해김가의 묘역을 가로지르게 되고 그 묘역을 벗어나면 중앙고속도로가 빤히 내려다 보이는
절개지에 이르게 된다.중앙고속도로와 엇갈리며 상주-영천간 고속도로가 지나가며 환승교차
로가 생겨나고 이면도로와의 연결구간 등 여러 도로가 따로 또 생겨나서 도로는 복잡한 양상
이다.그 여러 도로를 넘어서 지맥은 꼬리를 이어갈 터이다.절개지 어름의 U자형 배수관로를
따라 우측으로 내려서면 좌측의 도로를 지나갈 수 있는 첫번 째 암거(지하통로)가 기다린다.
그 암거를 빠져 나가서 3,40미터쯤 발걸음을 하면 두번 째 암거를 만나게 되는데 이번의 암거
입구에는 어느 산꾼이 노란색 스프레이로 '팔공지맥'이라는 글씨와 화살표를 함께 그려 놓아
지맥의 방향을 마춤맞게 알리고 있다.
그러한 안내를 받아가며 암거를 다 빠져 나오면 지맥은 바로 좌측의 절개지 옆의 오르막 비탈로 발걸음을 해야 한다.뚜렷하고 마땅한 산길은 눈에 띠지 않는다.그러나 눈을 밝혀 오르막 숲
길을 좀더 올려치면 뚜렷한 산길을 만나게 된다.그런 뒤에 오르게 되는 봉우리가 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들만의 해발267.3m봉이다.267.3m봉을 내려서면 해평김가들의 묘역을 만나게
되고 그 묘역을 지나면 철망울타리를 우측으로 끼고 이어지는 산길로 접어든다.저만치 잿빛
하늘아래 삿갓모양의 꺼뭇한 빛의 멧부리가 한눈에 들어온다.슬그머니 내려서던 산길이 다시
가파른 산길을 내놓으며 산객을 다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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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릇푸릇한 이끼와 꺼뭇한 물때로 얼룩진 두부모 같은 바위들이 두어 겹 쌓여 있는 바위비탈
을 지나면 팔공지맥과 적라산 갈림길을 만나게 된다.8부능선쯤이다.이 갈림길에서 적라산
정상까지의 거리는 500미터도 채 안되는 거리이니 왕복10여 분 정도의 발품을 들이면 충분히
적라산 정상까지 왕복할 수 있다.꺼뭇꺼뭇한 행색에 푸릇푸릇한 이끼까지 덕지덕지한 크고
작은 바위들의 비탈을 올려치면 맨 땅이 고스란히 드러난 납작한 봉분의 묵묘를 가로지르게
되고 붕긋한 참나무들만의 멧부리를 넘어서 우측의 2시 방향으로 발걸음을 한다.그런 뒤에
살짝 내려서던 산길이 한 차례 가파르게 올려치며 내놓는 봉우리가 해발352m의 적라산(赤羅
山) 정상이다.적라산 정수리 한복판에는 2004년에 재설된 삼각점도 자리하고 있는 삼각점봉
이기도 하다.
적라산 정상을 뒤로하고 적라산과 팔공지맥의 갈림길로 되돌아와 지맥의 산길로 다시 붙는다.
산길은 가파른 내리받잇길이다.산길은 우거진 신록의 관목들로 비좁게 느껴지지만 뚜렷하게
이어지고 선답자들의 시그널이 뱃꾼들을 안내하는 등대처럼 산객을 안내한다.그러나 뚜렷하던
산길은 머지않아 희미해지더니 결국은 사라지고 만다.공기를 가르며 질주하는 차량들의 굉음
만이 조금 전부터 숲 속으로 울려퍼질 뿐이다.저만치 중앙고속도로가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길도 분명치 못한 마당에 중앙고속도로와 이쯤에서 궤적을 같이 하고 있는 지맥이니 우선 고속
도로 곁으로 붙고 볼 일이다.더듬거리며 고속도로 곁으로 붙어 배수관로를 따라 우측으로 발걸
음을 하면 빔과 같은 철강자재를 큰 마당에 늘어놓은 어느 공장 마당으로 산객들은 불쑥 들어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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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척이라고는 없는 공장 건물 앞마당을 가로지르면 공장입구가 되는 데,정문이라고 할 만한
게 없는 공장입구이다.다만 입구 오른 쪽 구석에 공장 경비 업무를 맡고 있는 듯이 짖어대고
있는 감때사납게 생긴 늙은 개 두 마리가 악머구리처럼 짖어댄다.그렇게 짖어대도 공장 안에서
는 아무도 내다보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감때사나운 늙은 개의 짖어대는 소리를 뒤로하고 공장
을 빠져 나와 양회임도를 100여 미터쯤 발걸음을 하면 중앙고속도로와 930번 지방차도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어름의 여유공간에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는 버스가 산객들을 반긴다(14시).
이곳에서 오늘의 날머리인 오로고개는 버스가 있는 지점에서 좌측으로 500여 미터쯤 떨어져
있는 고개 같지 않은 고개다.
소리없이 내리는 장맛비로 발행이 된 오늘 구간의 산행은 비가 개인 날씨로 마무리가 된다.
맑은 날씨에 산행을 시작해서 궂은 날씨로 산행이 마감이 되는 경우는 그리 흔치 않다.그렇다고
맑은 날씨에서 맑은 날씨로 판판이 마무리가 되는 식이라면 그것도 어색하긴 마찬가지다.쭈욱
그런 식이라면 무미건조해서 이야기거리는 물론이고 추억거리도 빈약하기 마련이다.과거는
현재의 밑거름이고 현재는 미래의 마중물이라면 이정도 고난의 과정쯤은 좀 겪는 것도 괜찮다.
(2018,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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