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향에는 건넌뜰이나 함박등, 애기등 같은 지명이 있는데 모두가 대부산이란 큰산을 둘러싼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어릴 때 누이들을 따라가든지 늦봄 밭일을 하시던 부모님께서 무슨 나무를 꺾어다 잎을 따서 밥을 싸 먹으시던 기억이 있고 그 나뭇잎의 이름이 남방이파리라고 했기에 일찌기 익숙해 있던 이름이지만 잊고 있다가 몇년 전에야 헌정친구가 장육산행 길옆에서 나무를 발견하고 한줌 따다가 삼겹살을 싸먹든 기억이 새롭다.

박쥐나무는 누른대나무라고도 하며 높이 약 3m이고, 재질은 연하다. 잎은 어긋나고 손바닥모양이며,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3-5갈래로 얕게 갈라져 있고, 기부는 심장형이다. 여름에 잎겨드랑이에 꽃잎이 6장인 흰 꽃이 핀다. 꽃잎은 가늘고 길며 뒤로 말려 있다. 수술은 12개, 암술은 1개이며, 꽃 밥은 노랗고 꽃받침은 짧으며 열매는 편평한 구형이다.

남방 잎은 경상도에서 즐겨 먹는 나물인데 원래는 박쥐나무 잎을 가리킨다. 박쥐나무는 잎 모양이 날아가는 박쥐 날개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이 곳 사람들 눈에는 남방셔츠 깃처럼 보였는지 지금도"남방 잎"이라고 불리고 있다.

하지만 박쥐나무는 남쪽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나무가 아니라 우리나라 전역에서 있는 나무다. 주로 양지바른 산 속 자갈밭에 많이 나는데 잎 모양이 영락없는 박쥐라서 산속에 가면 쉽게 찾아 낼 수 있다. 나무의 키도 작은 편이어서 잎을 따기가 쉽다.
남방 잎은 살짝 데쳐서 된장이나 초고추장에 쌈을 싸 먹는 것이 가장 맛있고 생으로 먹기도 한다. 잎은 커다랗지만 얇은 편이라 입안에 넣었을 때 보드랍고, 씹을 때마다 알싸한 향이 서 입맛이 확 돋궈 지는 나물이다.

남방 잎은 또 장아찌를 담가 두고두고 먹으면 좋다. 너무 큰 잎은 질기므로 중간 크기로 골라내서 깻잎 단 묶듯이 실로 묶은 뒤 소금물에 푹 삭혔다가 꺼내어 된장이나 고추장에 담그면 된다. 간장을 달여 서 뜨거울 때 생잎에 부어서 만든 간장 장아찌도 담백하니 먹을 만하다. 이때 간장 물에 고추장을 풀어 넣으면 칼칼한 맛이 더해져 여름철 밑반찬으로 즐겨 먹을 수 있다.

남방 잎을 맛과 향이 좋을 뿐 아니라 중풍을 예방하고 어혈을 풀어주며 통증을 없애는 효능이 있어서 기름진 음식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 좋은 나물이다. 특히 삼겹살처럼 느끼한 고기를 먹을 때 함께 곁들여 먹으면 맛과 건강을 함께 지킬 수 있는 좋은 식품이다.
헌정친구가 산행을 할 때 산호자란 나무가 있는데 남방이파리처럼 따다가 생으로 먹는다고 하기에 이리지리 뒤져서 알아보니 대충 이렇더라. 사실 아직 나는 이 산호자란 나무의 잎을 따먹어 보질 못했다만.....

산호자나무(경상도), 신방나무(강원도), 쇠동백나무(제주도), 아구사리(전라북도), 귀룽묵(충청남도)등으로 불리우는 나무로 가을에 붉게 단풍이 드는 모습은 언뜻 보면 감나무처럼 보인다. 수피는 희고 매끄러우며 난대성 수종으로 때로는 밑에서 많은 줄기가 올라와 아름다운 수형을 이루므로 정원수, 공원수, 가로공원에 적당하며 조경수로서 유망한 수종이다.
봄철 꽃이 피기 전 어린잎을 따서 데쳐 말려 묵나물로 식용한다. 잎줄기를 자르면 하얀 유즙이 나오고, 열매는 대극과 식물의 특성을 그대로 나타내는 3개의 과피로 되며 둥근 삭과로서 3개로 갈라지고 3개의 종자가 들어 있으며 열매의 크기는 지름이 1.5cm 전후이다.
산호자잎은 경상도에서 즐겨 먹는 나물인데 특히 경남 양산에 많이 난다. 산호자는 원래 사람주나무 잎을 가리킨다. 사람주나무는 깊은 산 양지에 많이 나는데 몸통이 사람처럼 매끄럽고 붉게 단풍이 든다 하여 사람 주(朱)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사람주나무는 단풍드는 나무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선명한 붉은색으로 물이 드는 나무이다. 가을에 산행을 하다 보면 유난히 붉은 색깔로 단풍이 든 나무를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사람주나무이다. 줄기가 하도 매끄러워 보여서 여자나무라는 별명도 붙어 있다. 가을에 열리는 산호자 열매로는 기름을 짜서 먹는데, 변비가 있을 때 공복에 한 숟가락씩 먹으면 변이 부드러워진다.
산호자잎은 둥근 타원형에 겉이 매끄러운 편이다. 약간 쌉쌀한 맛은 있지만 씹히는 감촉이 잘근잘근하고 향이 부드러워서 처음 먹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나물이다. 특히 산호자잎은 젓갈과 궁합이 아주 잘 맞아서 간을 할 때 꼭 젓갈을 넣어야 한다. 부드러운 풍미에 강한 젓갈이 더해지면 여름철 별미로 손색이 없는 맛이 나는 것이다.

또 산호자잎은 쌈으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는데, 너무 크지 않은 잎을 골라 살짝 데친 뒤 일반 양념장 대신 젓갈에 싸서 먹으면 그야말로 일품이다. 젓갈에 양념을 할 때에는 땡초를 넣으면 톡 쏘는 매운 맛이 더해져 비릿한 젓갈이 훨씬 칼칼해진다. 땡초는 경상도 말로 매운 청량고추를 가리키는데, 먹으면 얼굴에 땀이 확 오를 만큼 맵지만 먹고 나면 땀이 식으면서 오히려 시원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아하는 사람은 여름철 식탁에 빼놓지 않고 올리는 야채이다.
산호자잎이 흔할 때는 살짝 데쳐서 말려두었다가 겨울철에 묵나물로도 많이 먹는다. 특히 묵나물로 먹을 때는 간장, 된장과 함께 젓국으로 간을 하여 무쳐 먹으면 입맛이 되살아난다. 또는 말린 산호자잎을 물에 불렸다가 젓국에 찍어 먹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