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얼까?
이정은
동그란 동굴 사이로
살짝 보이는 저 무엇!
바람 들고날 때마다
꿈틀꿈틀 움직이는 저 무엇!
"나 좀 여기서 꺼내줘!"
"너무 답답해!"
간당간당 매달려
소리 지르는 저 무엇!
"에이취, 아이 시원해!"
시윤이 목소리
"으악, 더러워!"
내 목소리
정답, 내 짝 시윤이 콧구멍 속
작은 코딱지 둘!
모두 다 공부
이정은
"경비 아저씨 안녕하세요?" 인사하면
"아이고, 수인이 공부 잘하겠네!"
경비 아저씨 말씀하세요.
"할머니, 진지 드세요!" 큰소리로 부르면
"옳지, 우리 손녀 공부 잘하네!"
할머니 말씀하세요.
"아빠, 제가 도와드릴까요?" 손 내밀면
"그래, 우리 딸 공부 잘하고 있구나!"
아빠 말씀하세요.
참, 이상해요.
인사하는 것, 존댓말 쓰는 것, 도와드리는 것,
모두가 공부인가 봐요.
엄마께 물으니 그런 게 가장 큰 공부래요.
보고 배우고 내가 하는 모든 것,
모두 다 공부래요.
시는 샘과 같아
이정은
시는 샘과 같아
걷고 또 걷다 산길에서 만난 작은 샘
퐁퐁 솟아나는 물소리에 멈춰 서잖아
졸졸 흐르는 물에 목을 축이잖아
가만히 그 물이 내 얼굴 비춰주잖아
시는 샘과 같아
선생님 읽어주신 시 한 편
나를 멈추게 하고
내 안의 여러 느낌 만나게 하고
내 속의 여러 생각 비춰주잖아
시는 샘과 같아
퐁퐁 솟아나는 샘물처럼
나에게 감동 주는 시처럼
나도 계속 흘러가고 싶어
그렇게 오늘 하루 살아가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