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보피정 순례 아홉번째날
(조수공소 → 은총의 동산(이시돌:금악성당) → 한림성당 → 애월성당)

말이든 행동이든 무엇이나 주님의 이름으로 하고,
하느님께 감사드려라. 알렐루야!

아침 미사를 드리는데 창문 밖의 나뭇가지에 새가 앉아 노래한다.
아마도 너무 슬퍼하지 말라는 것처럼 들린다. 그동안 우리와 함께
선봉장을 맡아 수고해 준 아오스딩 형제의 아버님께서 갑자기
새벽에 선종하셨다는 비보를 받고 서울로 급히 올라갔다.
미사를 함께 봉헌하고 신부님께서는 큰 일을 치루는 아오스딩형제가
평안히 잘 치룰 수 있도록 각자 5단 묵주기도와 화살기도를 많이
바치라는 당부를 하셨다.

순례팀은 이제 짐을 풀고 싸는 일에 이력이 났는지 점점 속도가
붙고 숙소를 떠나는 곳의 뒷정리는 국민오빠 나타나엘 형제가
말없이 챙긴다. 모자라는 것을 채워주시려는 것일까.

오늘은 아가다자매와 어제 다시 우리와 합류한 스텔라자매가 선두에
서서 수고를 했다. 공동체에서 책임을 맡아 진행한다는 것은
나름의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조금 큰 소리(?)로 진두지휘하고
생글거리며 앞으로 전진한다.

오늘은 한라산을 서서이 올라야 갈 수 있는 이시돌목장 안의
새미 은총의 동산으로 향한다. 양 옆으로 보리와 마늘밭이 계속
나타나고 살짝살짝 꽃잔디와 유채꽃도 액세서리처럼 피어있다.



이 길을 걸으며 그저께 서울로 올라간 안젤라언니도 함께 걸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며 걸었다. 도착하여 성전에 들어가 인사드리고
나와 성당 앞 그늘에 앉아 가지고 온 주먹밥과 간식을 먹으니
진한 커피 한잔이 그리웠다. 그러나 이 곳에 있을 리 없는 자판기라도
찾아보라며 막내와 둘째막내를 장난으로 언니들이 부른다.
신부님께서 막내들의 어려움을 아셨는지 화장실 가는 것 이외에는
가지 말라고 하자 즉시 “감사합니다.”라고 대답하며 자리에 앉는다.



점심식사 후에 오늘 가야할 순례길이 만만치 않아 십자가의 길은
각자가 매처의 묵상글을 눈으로 확인하며 걸어갔다. 제5처와 11처에
세워진 예수님의 표정이 가슴을 파고든다. 다른처의 예수님의 표정은
괴로운 표정으로 입을 굳게 다물고 계셨는데 두 곳에 세워진
예수님은 너무아파 입을 다물지도 못하시고 “마리아야,
너무 아프다.”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죄송해요, 잘못했어요”라고 밖에는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었다.


묵주기도가 시작되는 곳에서 환희의신비로 묵주기도를 다 함께
바치고 십자가의 길 제15처로 가서 승천하시는 예수님을 바라다
보았다. 신부님께서 성부의 하느님은 자비의 하느님이시고
성자께서도 자비의 주님이시지만 우리를 측은하게 생각하는
하느님이시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것은 아마도 하느님이신 당신이
우리 인간과 똑같이 태어나시고 생활하셨기 때문에 우리가
삶 안에서 겪어야만 되는 모든 것을 측은하게 생각하시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서둘러 한림성당으로 향했다. 아까 올라가던 길을 되돌아
나오기 때문에 이제는 서서이 내리막길을 걷는데 발의 생긴 물집
때문에 걷기가 고통스러웠다. 올라갈 때 잠시 쉬었던 금악리
입구의 쉼터에서 앉아 쉬고 있는데 초등학교 학생들이
어디서 오셨냐고 물으며 인사를 깍듯이 하고 지나간다.
졸음이 쏟아져 배낭을 앞에 두고 잠시 눈을 부치고 일어나니
살 것 같다. 며칠 전부터 허리가 너무 아파 신부님차를 타고 가다가
내려 또 걷기도 하던 모니카와 신부님께서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
오셨다. 이제는 센스가 더해져 가신다. 신부님께서...




제주교구의 3대 성당 중의 하나인 한림성당에 도착하니
성서번역을 하셨던 임승필 요셉신부님의 추모비가 마당에 서 있다.
이곳 한림성당 출신의 사제였기에 신자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였으리라. 성모님 앞에 서서 기념촬영도 하고
다시 발길을 옮긴다.

오늘의 마지막 순례성당인 애월성당을 향해 걷는다.
지금까지도 27Km 쯤 걸었는데 아직도 10Km정도를
더 걸어가야한다고 네비게이션이 친절하게 안내한다.


몸은 지치고 힘이 드는데 그래도 빨리 도착하려면 보폭을 빠르게
하자는데 의견을 모으고 해안을 따라 열심히 걸었다.
한참을 걸었는데 석양의 해가 하루를 마감하고 잠을 자러
바닷 속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어 재빨리 기념사진도 찍었는데
잘 나왔으려나? 일출이나 일몰의 풍경을 볼 때마다 사람들이
환호를 하는 것은 왜일까?

어쨌든 이 곳의 석양이 제주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부연설명을
신부님께서 해 주신다. 이제 모두들 너무 지쳐 신경이
날카로워졌다며 이제부터는 신부님께서 순례팀을 콘트롤
하시겠다고 하셨다.


오늘 저녁당번인 우리조의 막내인 모니카가
카레라이스를 하려고 했으나 너무 늦어 라면을 하겠다고 하니
모두들 긍정적으로 답한다. 그런데 신부님께서 이 말의 뜻을
알아차리셨는지 짜장면과 국수 중 다수의 결의에 원하는 것을
먹자고 하셨는데 6대 6 반반이다. 이제 신부님께로 결정권이 넘어가
자동차 키를 이용해뽑기를 했는데 국수가 당첨됐다.
아, 오늘 저녁식사는 해방이다.
해가 잠을 자러 간 사이 어둠이 대신 자리를 차지하니
길이 잘 보이지를 않는다. 국수집도 보이지도 않고...




그래도 중단하지 않고 애월성당쪽으로 계속 걷는다.
성당이 가까워진 곳의 식당에서 신부님께서 국수대신 해물뚝배기를
미리 시켜놓아 도착하자마자 밥을 먹었다.
저녁을 먹고 성당으로 들어오니 거의 10시가 다 되었다.
오늘 우리가 걸은 순례길이 무려 38.7Km란다.
산티아고를 걸을 때도 최고로 많이 걸은 날이38Km 였는데.
성당에 도착하니 이곳 신부님과 총회장님 그리고 총무님이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신부님께서는 지금 이 성당이 작년에
공소에서 성당으로 승격되고 시설이 열악하다고 하신다.
지난 번 답사한 그리움님이 신부님의 인품에 눌려(?)
이런 상황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셨나보다.
신부님께서는 씻는 시설이 없다며 무척 미안해하시며 20분정도
자동차를 타고 가면 24시간 사우나가 있으니
그 곳에서 씻고 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신다.
우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함께 상의한 끝에
나눔을 먼저 하고 나서 그곳에 가서 씻고 오는 것으로 낙점이 되었다.
내일 바오로형제와 베로니카 부부가 하루를 걷고 나면 집으로
돌아가는데 인사와 이 곳에서의 느겼던 점을 이야기하며 영혼의
우울증을 힐링시켰다는 말에 우리 모두는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형제들보다 자매들이 더 잘 걷고 있는 것 같다고 신부님께서
말씀을 하신다. 몸은 두드려 맞은 것 같은 발바닥은 불이나고
물집은 잡혀있고 아, 참 길고 고된 하루였지만 마음은 무언지
모를 기쁨이 있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걷고 계시기 때문이리라...
오늘의 묵상
아홉번째날 : 나의 삶을 평가해 볼 때 진복팔단 중에 어떤 내용이 주님께서 나에게 가 장 원하시는 것 같습니까?
(마태오 5:1-12)
《 참행복 》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 질 것이다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 나희찬 마리아 자매님이 쓴 글을 제가 대신 올려 드립니다.
인터넷 사정이 좋지않아 사진을 못올려드립니다.
순례 마치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첫댓글 오! 아름답고 행복하여라. God with us.^^*^^
정말 힘들고 어렵고 지치는 구간입니다.
순례팀 전원이 한마음으로 뭉쳐 잘 극복 하셨네요^^ ^^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힘내시길...........
주님께서 십자가를 지고 걸으셨던 그 길을 묵상하며 당신 자녀들이 걷고 있나이다. 저는 베로니카처럼 그들의 땀을
닦아 주려 기도로 만나렵니다. 함께 하여 주소서...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내고 계시는군요. 힘내세요.
조수공소에서 이사돌까지는 오르막이라 더욱 체력 소모가 많으셨겠습니다.
한림에서 애월 가는 애월 바닷가 길은 무척 아름다웠을 텐데, 해가저물어서 안타깝네요,
이젠 마지막.
주님의 은총과,환희를 만끽하시고 무사귀한을 기도드리겠습니다
순례기 읽으며 목위로 솟구치는 감동을 느끼고 있습니다. 모두모두 힘내셔서... 감사합니다.
힘들고 강행군을 하시면서도 그안에서 주님을 느끼고 만날 수 있는 행복이 있으시기에 부럽습니다... 마지막까지 힘내세요...
힘드신 만큼 더큰감동과 은총이 있음이 그대로 전해 지네요.. 힘내세요!
아홉번째 순례길을 무사히 걸으셨다니 감사합니다.
저도 함께 오늘의 묵상에 동참해 봅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이 어떤 것인지.....
조금만 더 힘내세요. 곧 쓰시게 될 빛나는 월계관이 보입니다.
대단하십니다. 성모님과 함께 의미있고 보람된 시간들이 되시길 바랍니다. 마음으로 함께 하면서 제주도를 그려봅니다. 반가운 사진들 보면서 감회가 새롭습니다. 박수를 보내면서, 화이팅!!
순례기를 읽다보니 밀려오는 감동에 나도모르게 두눈에 눈물이 맺혀오네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