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에 많이 갖고 놀던 것이 종이인형 이었다.
마론 인형을 가지고 노는 아이는 동네에서 몇 없었다.
그때 마론 인형은 지금의 값으로 치면 몸체만 7만원 정도(?) 하는 값이라
감히 엄마에게 사달라는 말도 못 하고 친구의 인형만 부러움으로 구경하면서
언젠가는 꼭 가져보리라고 욕심을 내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눈길도 주지 않는 장난감들이 되었구나..
더군다나 사내 아이를 키우다 보니 집안을 굴러다니는 장난감이라곤
로보트니 블록 뿐이었더랬다..
아이의 친구 생일 선물을 살 때나 한 번씩 들르던 선물용품점에 들러 마론 인형이 있느냐고
물으니 그런 건 없단다, 종이 인형도 없고...
그러면서 주인이 내민 것은 스티커 인형놀이...
결국 나는 그것을 넉장 사들고 왔다.
어제 저녁에 거실에 펼쳐놓고 도대체 어찌 쓰는 것인지 뒤적이듯 들여다 보았다.
그것들과 한참 씨름을 하고 있는 것을 아이가 희안한 눈으로 쳐다보더라.
그리고는 엄마가 이런 유치한 놀이를 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단다.
큭큭큭~ 그래?
자랑스럽지는 않지만 요즘 아이들이 가지고 논다는 스티커 인형 놀이는
솔직히 옛날의 종이 인형 보다는 덜 유치 찬란하다.
옛날에 문방구에서 종이인형을 한 장 사들고 오면 먼저 가위로 정성껏 인형과
옷 가지들을 오려내고 속옷만 입은 인형의 몸 어깨에 종이옷을 걸쳐 걸개를 꺾으면
한복도 화려한 드레스도 순식간에 갈아입을 수 있는 옷이었는데..
지금도 문방구에 가면 그런 놀이감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오릴 필요도 없이 마음에 드는 악세서리나 옷 스티커를 쓰윽 떼어내어
아무데나 갖다 붙이기만 하면 된다.
정말로 일회성이다.
인형도 사람의 형상만 하고 있었지 그 옛날의 오동통 인형이 아니라 일러스트 디자이너들이
그려놓은 엄청 가녀린, 길쭉이 소녀들이다.
스티커 안쪽에는 인터넷에 접속해서도 놀이가 가능하다는 특별한 접속번호가 들어있다.
접속까지 시도를 해보려고 자세히 보니 유효기간이 한참 지난 것이었다.ㅎㅎㅎ
쁘띠마르샹, 검색어를 넣으니 정말 신기하게도 그런 사이트가 있었다.
딸을 안 키워봐서 그런지 몰라도 너무 모르는 요즘 여아들의 놀이 형태이다.
요즘 인형(사람)을 그리는 사람들은 왜 비쩍 마른 사람을 그리는 것일까?
평소에 아들 장난감 사면서 왜 나를 위한 것은 단 하나 사 볼 생각은 하지 않았는지..
갑자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멀리 지나온 시간을 거슬러 가다 보니 부러웠던 것은 마론 인형뿐만 아니다.
미용실에서 비싼 퍼머 컬을 하고 있는 친구도 부러웠고, 번쩍 거리는 다이아반지를
예물로 주고 받으며 해외로 신혼여행을 가는 부부들도 부러웠고
시부모로부터 아파트를 선물로 받는 사촌도 부러웠다.
유명 메이커 신발을 도둑맞는 친구도 부러웠고, 비 오는날 우산을 들고 학교앞까지
마중나와 주는 엄마를 가진 친구도, 빨간 가방을 매고 등교하는 친구도, 캔디 자석 필통도
과외를 하다 단속에 걸린 친구, 걸스카웃 단복을 입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등교하는 친구도...
가장 부러웠던 건 소풍갔을 때 엄마가 싸준 김밥 도시락을 선생님께 드리던 친구...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