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구 양평동에 위치한 소탈한 내 스튜디오. 난 이곳이 너무 사랑스럽다. 거만하지 않고 거드름을 피우지 않는 이곳.
이 동네에는 일반 서민들이 운영하는 공장들이 아주 많다. 오다가다 눈을 마주치고 농담을 건네는 아저씨들, 항상 부지런하다며
칭찬을 해 주시는 이웃집 할머니, 바쁘게 물건들을 옮기는 자전거와 오토바이의 행렬들. 난 이곳에서 내 꿈을 만들어가고 있다.
탭스토리 스튜디오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아주 다양하다. 대전에서 오시는 학생, 부천, 인천, 의정부, 동두천, 그리고 전라도
광주.....
정말 찾아서 오시는 분들이다. 이 소박한 곳으로 탭댄스를 배우고자 먼길 마다하지 않고 오시는 학생들이 있어서 난 이곳에 더 고맙고
애정이 간다. 언젠가 머지 않은 시기에 탭댄스 아카데미를 오픈할 것이다. 모든 시설이 갖춰있는 그런 곳에. 그때가 되면 아마도
이곳을 떠나야 하지 않을까? 오늘 문득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오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곳을 기억하려 펜을 들어본다.
처음 탭댄스를 시작하면서 '아! 나도 내 연습실이 있었으면 좋겟다' 라고 생각했다. 밤새도록 연습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
그렇게 남의 연습실에서 연명하다가 2004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주머니에 달랑 100만원을 집어 넣고 그냥 일본으로 떠났다.
아무도 모르는 남의 땅에서 탭댄스를 시작하려니 정말 막막한 심정이 절절했다. 시부야에 위치한 렌탈스튜디오에서
한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레슨도 해 보고 베이스먼트에서 개인 연습실을 빌려 연습도 해 보고.......
이때 시간이 돈이라는 개념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시간당 약 만원의 렌탈비를 지불하고 연습실을 사용해야 한다.
10시간을 연습하고 싶으면 10만원.......배고픈 아티스트에게 또 유학생에게 시간당 1만원의 렌탈비는 너무 부담스러운 단가였다.
연습실!!!!! 내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은 정말 소중한 곳이다. 이런 생각은 한국으로 되돌아와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곤 2006년 겨울 마포에 내 생애 첫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어두컴컴한 지하에 환한 등불을 달고 페인트칠을 하고 가구를 들여 놓고
그렇게 탭스토리라는 스튜디오를 오픈하게 됐다. 그때의 감동은 말로 표현을 하지 못한다.
그리고 다시 2009년 마포 스튜디오를 정리하고 미국으로 떠났다. 자리를 잡고 활동하다 미국으로 갈때의 마음은 참 막막했었다.
떠날때의 심정이야 설례이고 기대에 부풀었지만 돌아왔을때 또 다시 새롭게 시작할걸 생각하니 참.......
하지만 그것이 무서워서 결정을 미룬다면 결코 나의 발전을 장담할 수 없기에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이곳에 가서도 역시
연습실이 너무나 절실했다. 레슨비를 내고 탭댄스 수업도 들어보고 집 안쪽에 있는 카고에서 운동화를 신고 연습도 해 보고.......
한국에 돌아가서 또 어찌해야하나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이 그렇겠지만 올곧이 본인의 능력으로 경제적
부담을 해결하는 것은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탭댄스를 계속 해 나가는 것. 참 수도 없이 고민을
해 왔다. 할것인가 말것인가 말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속담. 인간의 의지를 꺽어야 한다는 무서운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
2010년 한국으로 돌아와서 또 역시 남에 연습실을 빌려 레슨을 시작했다. 바닥이 상했다느니, 스케쥴이 안되서 렌탈이
안된다느니,,,,,
그 동안 활동했던 이력이 있어서 일거리야 꾸준히 들어왔지만 정작 나만의 공간을 만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불쾌한 일을 계기로 연습실을 오픈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급하게 지금 이곳 양평동에 둥지를 틀었다. 이곳은 비보이들이 연습실로 사용하던 공간이었다. 비보이들의 땀냄새가 진하게 베어있는 이곳에 페인트 칠을 하고 바닥 공사를 했다. 그리고 작은 간판을 내 걸었다. 군 전역을 하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제자 지형이와 추운 겨울 땀 뻘뻘흘리며 열심히 공사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사람은 추억으로 살아가고 상상으로 미래를 그려간다. 그리고 그 상상이 현실이 되면 다시 추억이 되어 또 다른 꿈을 꾸게 된다.
난 이곳에서 현실이 되고 추억이 될 그런 꿈을 상상한다. 그리고 추억이 되어버린 지난 상상들은 지금의 날 또다시 움직이게 한다.
서울 양평동 지하 연습실에서의 추억과 기억, 그리고 상상들. 이 경험들은 더욱더 단단한 날 만들어 줄 것이다.
유범상, 결코 잊지말자. 내 추억과 기억, 그리고 상상들을......
2012. 10월의 어느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