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 4. 아군기와 적기 (Friendly or Unfriendly)
1차대전당시 평소 비행기를 본적이 없었던 대부분의 도시와 농촌출신 병사들은 하늘을 날아 다니는 비행기들에 대해서 불안감을 가진 나머지 그것이 아군기이건 적기이건 무조건 사격을 해대는 곤란한 습관이 있었다. 특히나 아군지역에서 마음 놓고 저공을 저속으로 비행하는 아군기들에게 막무가내로 쏘아대는 보병의 사격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
[전선의 기체에 국적마크가 그려지고 있다.]
사실 아군기와 적기를 구별하는 것은 적기를 많이 만난 소수의 조종사들 이외에는 힘든 일이었다. 전선에 투입되는 비행기들의 수가 증가되자 이러한 식별의 문제는 매우 중요한 것이 되었다. 그 해결책으로 1914년 프랑스군이 먼저 적기를 식별하고 아군기를 보호하기 위해서 국적마크를 도입했다. 국기의 색을 원형으로 하여 붉은 색, 하얀 색, 파랑 색의 커다란 원형 마크를 비행기의 주익에 칠하기 시작했다. 곧 독일군 역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검정색의 십자마크를 주익과 방향타에 칠했다. 이 마크는 이후 강력한 독일의 상징으로 전 유럽을 누비게 되었다.
반면, 영국의 경우에는 국적마크를 도입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유니온잭(영국국기)을 기체에 작게 그려 넣었으나 이것이 멀리서 식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의견이 많아지자, 다시 국기를 크게 그려 넣었다.
[ 프랑스, 독일, 영국의 국적마크의 예 ]
그런데 이번에는 멀리서 볼 때 독일의 십자마크와 혼동하는 일이 발생하여 오인사격의 대상이 되는 일이 벌어졌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결국 영국공군은 자존심을 접어두고 연합국인 프랑스군의 마크와 유사한 원형의 마크를 그려 넣게 되었다. 이 국적마크의 색은 프랑스와 반대인 맨 안쪽에 붉은 색이 있는 마크였다.
* 기관총 (Machine Gun) *
1차 세계대전에서 병사들을 가장 많이 살상한 무기는 기관총이었다. 이 무기의 발명으로 병사들은 참호 속에 움츠러들어 싸우려는 의욕을 잃었다. 1800년대 후반에 선을 보인 기관총은 후에 개선을 거듭하여 1차대전중에는 분당 600-1000발의 탄환을 발사할 수 있는 정도까지 진보하게 되었다. 특히 기관총은 공중에서 교전해야 하는 비행기들에게는 필수적인 무기로 인식되었다. 대표적인 것은 영국과 프랑스의 비커, 루이스 기관총과 , 독일군의 파라벨럼, 스팬다우 기관총이었다. 이중 루이스 기관총과 파라벨럼 기관총은 원형의 탄창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투시에 계속해서 재 장전을 해야 하는 부담이었었다. 초기형의 루이스 기관총은 한번에 47발까지만 장전이 가능했었으나 후기형에서는 100발까지도 장전할 수 있었다. 사실 전투중에 탄창을 갈아 끼우는 일은 매우 위험한 것이었다.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에 대비하라!'라는 라틴어의 속담에서 유래된 이름을 가진 파라벨럼 기관총은 루이스기관총과 거의 특성이 같았다.
이런 이유로 전쟁중의 독일의 전투기들에는 대부분 스팬다우 기관총이 장착되었다. 영국의 빅커 기관총은 원래 수냉식었지만 비행기에 장착되면서 총열을 덮고 있던 수통의 물을 비우고 구멍을 숭숭 뚤어놓아서 상공의 찬 공기가 총열을 식히도록 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독일측의 스팬다우 기관총 역시 공냉식이었으다. 두 기관총은 500여발의 탄환이 장전 가능한 벨트형의 탄약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 기관총들도 몇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대개 사격을 장시간하다보면 기관총이 멈춰버리는 현상(Jam)이 일어났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 작은 망치를 가지고 다니다가 잼을 만나면 두들겨서 해결하는 조종사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한편 이러한 잼 현상을 방지하고, 탄환을 아끼기 위하여 유능한 조종사들은 단발로 여러 번 나누어 사격을 하는 이른바 점사를 구사했다.
더구나 초기의 기관총들은 집탄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지상에서 고정시켜 놓고 쏘아도 탄환들이 한군데에 집중되지 못해 집탄도가 떨어져 정확한 사격을 추구하는 무기라기 보다는 다수의 적을 제압하기 위한 화력과시용 무기였던 것이다. 더구나 공중에서 격렬하게 흔들리며 선회를 하는 비행기에서 이러한 기관총으로 정확한 사격을 하기란 매우 힘든 것이었다. 몇몇 타고난 명사수였던 조종사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조종사들은 적기 1기를 격추시키기 위해서 수백발의 탄환이 필요했다. 추후 기관총은 모든 전투기의 고유무장으로 널리 사용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