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짐은 내가 든다
7시 40분에 개화산역 1번 출구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아침 일찍이어도 광길 사랑 서연 어진 예은 우성이 약속시간을 맞추어 나왔습니다.
지하철 계단을 오르는데 광길이가 캐리어가 무겁다고 합니다.
"선생님 무거워요."
"광길이 짐은 광길이가 들어야지? 힘들면 같이 들까?"
"아니요. 혼자 들 수 있어요."
짐들기부터 우리의 여행 시작입니다.
우리의 여행
용산에서 가평가는 ITX를 광길이와 앉게 되었습니다.
광길이 어머니가 싸주신 계란을 까먹으며 이야기를 합니다.
"선생님 저 기차여행을 간 적이 있거든요?
그 때는 아빠가 다 해줬어요.
근데 오늘이 더 재미있을 것 같아요!"
가평역에 도착해 우성 어진이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표를 미리 예매합니다.
혼자서 해보려는 우성 어진이 기특합니다.
놀기 위해 태어난 아이들
평평한 곳에 자리를 잡자마자 아이들은 물로 뛰어듭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5분만 더요!”
“3분만 더요!”
결국 계곡을 떠나야할 시간이 훌쩍 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다니는 택시가 없습니다. 버스는 배차간격이 1시간입니다.
인터넷 조사와는 다른 상황들이 펼쳐집니다.
그늘 막 아래에서 간신히 태양을 피했지만 더위와 무거워진 짐에 모두가 지쳤습니다.
산을 내려가는 차를 얻어 타고 가야하나 싶습니다.
가까스로 택시 한 대를 잡았습니다.
모두가 탈 수 없어서 목적지를 공유하고
저와 사랑 서연 예은이 먼저 식당에 가기로 합니다.
기차시간이 촉박해 메뉴판을 찍어 보내주고 미리 시켜놓아야 하는 상황인데
택시 안에서 제 핸드폰이 꺼졌습니다.
“서연 예은 사랑아 지금 핸드폰 있어?”
“저 전화는 안 되고 문자는 되요!”
서연이가 핸드폰이 있답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었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외웠던 권민지 선생님 번호로 연락해
음식시키기도 성공입니다.
제 도시락 다 먹어줘서 행복해요
아이들은 점심 도시락으로 여행 기분을 내고 싶어 했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점심도시락을 싸와도 좋겠다고 권대익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여행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날이 뜨거워집니다.
음식이 상할까봐 도시락을 싸오는 대신
가평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서 사먹기로 하고 어머니들께 미리 말씀드렸습니다.
전달이 잘못되었는지 서연이가 혼자 점심 도시락을 싸왔습니다.
“뭐야. 엄마가 아침 일찍부터 싸주신 건데 괜히 싸왔네...”
서연이가 실망한 모습이 역력합니다.
계곡에서 정신없이 놀다보니 점심시간입니다.
음식주문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서연이의 들뜬 목소리가 들립니다.
“선생님! 이거 보세요! 아이들이 다 먹었어요!”
음식이 나오기도 전에 서연이 도시락이 바닥났습니다.
서연이가 기뻐할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어머니와 통화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친구들이 서연이 도시락을 나눠먹자고 했던 적이 없었나 봐요.
이번에 아이들이 물놀이로 배가 고팠는지 금방 먹어버렸다고 좋아했어요.
서연이가 다녀와서 말하더군요.
‘엄마! 좋은 일이 하나 있고 나쁜 일이 하나 있어.
나쁜 일은 물놀이 하다가 다리가 까졌어.
좋은 일은 아이들이 내 도시락을 다 먹었어.’라고요.
아이들이 맛있게 먹어줘서 제가 고마워요!”
서연이는 친구들이 도시락을 맛있게 먹어줘서 행복하고
서연이 어머니는 행복한 서연이 덕분에 더 행복합니다.
선생님 제 라면만 안 나왔어요
사랑 서연 예은의 라면이 나오자 어진이 말합니다.
“선생님 제 라면만 안 나왔어요.”
“어진아 기다리면 주실 거야~”
“배고픈데!”
음식이 다 나올 때까지 어진이 라면만 나오지 않습니다.
알고 보니 제가 주문을 잘 못했습니다.
8명이 9개의 음식을 시켰어야 했는데
사람 수에 맞게 음식을 맞추면 된다는 생각에 8개의 음식을 시켰습니다.
얼른 라면을 주문을 하고 돌아보니
어진이가 가게 밖에서 쭈그려 앉아 있습니다.
“어진아 선생님이 급한 마음에 주문을 잘못했어. 미안해.
라면을 이제 주문했어. 금방 라면 주실 거야. 같이 들어갈까?”
어진이 고개를 좌우로 젓습니다.
“여기는 더우니까 시원한 가게 안에서 기다리자. 같이 들어갈까?”
망설이다 끄덕입니다.
라면 국물까지 맛있게 먹는 어진을 보며
아이들이 주문도 할 수 있도록 도왔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기차는 떠났다
밥을 먹고 나니 예매했던 기차는 이미 가평역을 떠났습니다.
기차표를 취소하고 다음 기차를 예매하러 갑니다.
권민지 선생님께서 역으로 전화해
표를 취소하고 다시 예매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버스를 타고 가평역으로 갑니다.
늦었지만 택시를 타기보다 원래 계획대로 버스를 탔던 이유가 있습니다.
어제 여행 떠나기 전 사랑이 어머니와 통화를 했습니다.
전동 휠체어를 타시는 어머니와 늘 함께 있는 사랑이가
버스를 한 번도 타본 적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랑이의 자립심을 키워주고 싶다는 어머니의 말씀.
세 정거장이지만 오늘의 경험으로 사랑이가 조금 더 행복하게 세상을 살기 바랍니다.
역에 도착했습니다.
다음 기차를 타면 모두가 따로 앉아야 하고
좌석이 많은 기차를 타면 너무 늦게 집에 도착합니다.
아이들끼리 모여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논합니다.
바다여행에서는 변수를 생각해
아이들이 할 수 있도록 기다려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염두에 두어야겠습니다.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얻는 방법, 포옹
“어서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어머니 동생 권대익 선생님 임채령 선생님 전성은 선생님께서 개화산역으로 마중을 나와 주셨습니다.
“엄마!!!”
“고생했어.”
“하이파이브!”
지쳐있던 아이들이 달려가 어머니 선생님들 품에 폭 안깁니다.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빨갛게 익은 광대와 콧등을 보며 웃으십니다.
초등학교 때가 떠오릅니다.
하교길에 아파트 주차장에 엄마차가 있는지 확인합니다.
맞벌이 가정이다보니 집에 부모님이 계시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습니다.
엄마는 우리 딸 왔냐며 꽉 안아주십니다.
그 날은 마음이 든든합니다.
광길 사랑 서연 어진 예은 우성도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요?
지하철 2시간
기차 2시간
택시 2번
버스 1번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아이들의 12시간 여행.
10초의 포옹과 격려는 아이들이 충전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더 많이 안아주어야겠습니다.
내일 모임을 해야 할까요?
바다여행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3일 밖에 없는 상황에서
여행 다음 날 아침 9시 30분모임이 아이들에게 무리이진 않을까 염려됩니다.
권대익 선생님과 의논해보았습니다.
“선생님 일정상 두 번째 여행을 위해서 모임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원래대로 아침 9시30분~ 11시까지 모인다면 아이들에게 무리가 될까요?"
“아이들은 체력이 좋아요. 준비할 게 많으니 내일 해봅시다.”
어머님들 단체 카톡방에 내일 모임 시간을 공지하니 사랑이 어머님께서 답장이 오셨습니다.
“내일 9시 30분은 무리지 않을까요. 간만에 늦잠자게 해주고 싶어서요.”
“오전 11시에 학교프로그램을 가는 친구들이 있어서 다 모이려면 아침밖에 안되더라고요.
하루 쉴까 했는데 준비할 일이 많아 모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모임을 진행하게 된 이유를 솔직하게 설명합니다.
“그럼 어쩔 수 없죠 뭐ㅋ”
바다여행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첫댓글 평소에는 부모님과 같이 가니 따라다니기만 하면 되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하는 일이 많아졌군요. 이런 경험이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겁니다.
놀다가 기차를 놓쳤군요.
얼마나 더 놀고 싶었을까.
그냥 처음부터 돌아오는 표를 넉넉히 뒤로 끊을 걸 그랬나봐요.
기차를 놓치는 것도 여행의 추억이지요. 잘 다녀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