슛골(Suit Goal)입고 취업 골인
경상남도, 면접정장 무료 대여 첫 결실
양산문화예술회관이 ‘새내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6월 1일자로 채용한 13명의 신입사원 덕분에 분위기가 훨씬 밝아졌다. 김주완(32·사진) 씨는 특히 입소문을 탔다. 면접 때 입었던 ‘빌린 정장’이 화제다. 이른바 ‘슛골(Suit Goal)’이다.
영어를 보면 알겠지만 축구의 슛골과 발음은 같은데 ‘슛’은 옷을 나타낸다.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경남도의 혁신아이디어에서 나왔다. 경남도 사회혁신추진단(단장 윤난실)은 지난 5월부터 도내 정장대여점 3곳과 협업해 취업준비생들의 면접용 정장을 무료로 빌려주고 있다.
지난 5월 17일, 5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면접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면접 때 의상 비중은 무려 50%”로 믿어온 그였지만 의상에는 자신이 있었다. 갑자기 불어난 몸 탓에 새 옷을 사야 할 처지였는데 슛골 덕분에 폼나는 옷을 골라 입고 왔기 때문이었다. 와이셔츠와 넥타이까지 빌려 한껏 멋을 부렸다.
그의 예상대로 김 씨는 합격했고 첫 월급도 탔다. 19개월 된 아이의 아버지로서 가슴 뿌듯한 가장이 됐다. “경남도청에서 이런 일도 하는구나!”라는 그의 소감이 가슴에 와닿았다. “도청에 재단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외부 업체와 공동으로 면접 정장을 빌려준다니 고마웠어요. 제가 김해매장을 이용한 첫 손님인데 입사까지 하게 돼서 너무 기쁩니다.”
「경남공감」은 지난 6월호 틀린 그림 찾기(60면) 코너에서 면접 정장을 빌리는 김 씨의 모습을 소개했는데 그가 입사를 했다니 특별한 인연은 이렇게 이어지고 있다.
면접 정장 대여사업은 광역자치단체로는 경남도가 처음이다. 청년들이 직접 제안한 사업을 경남도가 혁신도정의 사례로 채택했다. 만19세~34세의 도민이나 도내 대학생이면 3박4일간 5번까지 이용할 수 있다. 셔츠와 블라우스, 넥타이도 무료이고 택배로도 받을 수 있다. 대여 매장은 제나비테일러 창원점과 김해점, 살로토 진주점 등 3곳이다. 7월 말 현재 200여 명이 이용했고 여성 청년이 더 많다. 1회 이용료는 4만8000원인데 경남도는 올해 연말까지 1000벌 대여가 가능한 예산을 확보했다.
청년일자리 프렌즈
경남 제1호 청년일자리 플랫폼 ‘청년일자리 프렌즈’도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 5월 창원에서 문을 연 청년일자리 프렌즈(http://www.gnfriends.kr)는 청년들의 취업과 창업을 지원하는 전진기지와 같다. 청년들의 접근성이 좋은 창원 상남동에 둥지를 틀었다. ▲취업지원서비스 제공 ▲청년아카데미 운영 ▲청년활동 지원(세미나실, 스터디룸 대여 등) ▲FAB LAB(3D프린터기 활용 시제품 제작교육) 등을 담당한다.
청년온나
사실 청년들의 갈증은 일자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젊음을 표현할 사회적 여건의 부족은 탈경남의 이유이기도 하다. 청년온나는 주거와 문화, 사회참여 등 다양한 욕구에 대한 출구를 함께 찾는 공간이다. 청년의,청년을 위한, 청년에 의한 정책발굴과 지원이 청년온나(http://youthonna.com)의 설립 취지이다. 청년온나 배 민 센터장은 “청년온나는 경남청년들의 종합 놀이터”라고도 했다. 첫 사업으로 선정된 8가지에 500만 원씩 지원했다. 경남에 스탠드업 코미디를 선보이겠다는 ‘예술공장’, 밥과 이벤트 이른바 소셜 다이닝 프로젝트를 내건 ‘청춘하라’, 진주중앙시장에서 소비자와 상인, 청년몰의 연대를 추구하는 ‘시장에 간 영화관’ 등은 청년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한 혁신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다. 청년온나 예산은 국비 포함 7억7000만 원이다. 이들이 가져올 올 하반기 경남의 변화가 기대된다.
경남도의 혁신 청년정책은 사회적 여건과 병행한다. 청년발전기본조례가 제정됐고 이에 근거한 청년발전네트워크라는 민간 거버넌스가 구축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혁신은 동력을 근거로 가동되는 빠르고 큰 변화이다. 혁신도정에 청년들을 결코 가벼이 다룰 수 없는 이유 이다.
글 최석철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