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457]행초서-梅湖[매호]선생시 陶潛漉酒 [도잠록주]
저자-진화-고려 신종 때 문인
본관-驪陽(여양)
이명-자 : 大景(대경), 호 : 梅湖(매호)
陶潛漉酒 [도잠록주]-도잠이 술을 거르다.
督郵風味最高高 何用眞珠滴小槽
독우풍미최고고 하용진주적소조
漉罷拂巾還自着 不妨衰鬢帶霜糟.
녹파불건환자착 불방쇠빈대상조
막걸리의 고상한 맛이 가장 높거늘,
무엇하러 진주 같은 술을 작은 체로 거르랴.
술 거른 뒤 두건 털어 도로 머리에 쓰니,
늙은 머리에 흰 지게미 묻은들 무슨 상관일꼬.
어구(語句)
陶潛(365~472) : 東晉(동진)의 시인, 일명 淵明(연명).
漉=거를 록 : 술 같은 것을 거르다.
督郵독우 : 순찰하는 벼슬아치. ‘나쁜 술’의 隱語(은어).
晉桓公(진 환공)의 하인들이 좋은 술을 靑州從事(청주종사),
나쁜 술을 平原督郵(평원독우)라 했는데,
청주에 齊縣(제현), 평원에 鬲縣(격현)이 있어서,
좋은 술은 배꼽[臍(제)]까지 내려가고
나쁜 술은 가슴[膈(격)]에서 오르내린다고 하면서
臍배꼽제=齊나라 제,
鬲 솥 력, 가로막을 격 = 고대에서 사용된 그릇의 일종이다.
세 개의 발이 달려 있다
. 鬲 膈으로 음이 같아 그렇게 불렀다 함.〈世說新語〉
風味 : 고상한 맛.
槽=구유 조 술 거르는 틀[체]. ② 물통 ③ 술독 ④ 절구
酒槽(주조).
漉罷拂巾록파불건 : 두건으로 술을 거른 뒤에 두건을 턺.
도잠이 머리에 썼던 葛巾(갈건)을 벗어 술을 거른 뒤
다시 털고 쓰더라 함.
衰鬢 쇠빈: 쇠약해진 귀밑털. 늙은 머리.
霜糟상조 : 서리같이 흰 술지게미.
감상(鑑賞)
술을 즐긴 도연명의 故事(고사)를 연상해 지은 작품.
술이 익었다 하면 언제 격식을 차려 술주자나 체로
술 거르기를 기다리랴, 머리에 쓴 갈건을 벗어 거꾸로 들고
밑술을 부어 짜서 마시니 격식을 벗어난 그 활달함이
지은이의 마음에 들었으리라.
陶潛漉酒
督郵風味最高高。何用眞珠滴小槽。
漉罷拂巾還自着。不妨衰鬢帶霜糟。
원문=매호유고 / 시(詩)○칠언절구(七言絶句)
梅湖遺稿 / 七言絶句
和李兪諸公題任副樞 景謙 寢屛四詠 此詩。神宗甲子年間作
。○屛本六疊。而右軍換鵝華亭船子,和尙二疊。所題不傳。
列子御風
衣冠軒簸向空飛。旬五歸來自有期。
須信冷然非大適。無風還有待風時。
子猷訪戴
月浸長江雪壓枝。中流回棹漾漣漪。
相忘不獨山陰客。興盡歸來我亦誰。
陶潛漉酒
督郵風味最高高。何用眞珠滴小槽。
漉罷拂巾還自着。不妨衰鬢帶霜糟。
潘閬移居 從補閑集作騎驢爲是
三峯縹緲是新居。一抹斜暉轉碧虛。已信此行無去住。浪吟猶自倒騎驢。
補閑集曰。文順公與兪尹諸同年席上和任副樞景謙寢屛四詠。列子御風云。從來道境尙遺身。何必乘虛始自神。若向風頭尋禦冠。滿空飛鳥亦眞人。陶潛漉巾云。漉則爲篘戴則巾。箇中分別任他人。不妨頭上餘痕在。已是平生着酒身。子猷訪戴云。訪人情味雪溪中。若便相看一笑空。莫道興闌回棹去。造門直返意無窮。潘閬騎驢云。閬仙若也愛三華。一望嵳峨已足多。倒跨蹇驢眞好事。將身欲入畫中誇。
이ㆍ유 제공이 추밀원부사 임경겸의 침실 병풍에 쓴 시 4수에 화답함
이 시는 신종 갑자년(1204)에 지은 것이다. 병풍이 본래 여섯 폭이었으나
〈우군환아〉와 〈화정선자화상〉 두 폭에 쓴 시는 전하지 않는다.
〔和李兪諸公題任副樞 景謙 寢屛四詠 此詩神宗甲子年間作○屛本六疊而右軍換鵝華亭船子和尙二疊所題不傳〕
열자가 바람을 타고〔列子御風〕
옷과 갓 휘날리며 하늘 향해 날아올라 / 衣冠軒簸向空飛
보름 만에 돌아온다 스스로 기약 두었네 / 旬五歸來自有期
이제야 믿겠네 그 시원함도 큰 즐거움 아니었으니 / 須信冷然非大適
바람 없으면 도리어 바람 불 때 기다려야 하는 것을 / 無風還有待風時
자유가 대규를 찾아가〔子猷訪戴〕
달은 긴 강에 잠기고 눈은 가지 누르는데 / 月浸長江雪壓枝
물길 중간에서 배 돌리니 강물만 출렁이네 / 中流回棹漾漣漪
서로 잊기야 산음의 나그네만이 아니리니 / 相忘不獨山陰客
흥이 다해 돌아오는 나 또한 누구인가 / 興盡歸來我亦誰
도잠이 술을 거르며〔陶潛漉酒〕
독우의 풍미가 가장 높으니 / 督郵風味最高高
무엇하러 진주를 작은 체에 거르겠나 / 何用眞珠滴小槽
거른 뒤에 두건 짜서 도로 머리에 쓰니 / 漉罷拂巾還自着
늙은 살쩍에 흰 술지게미 띠어도 상관없네 / 不妨衰鬢帶霜糟
반랑이 거처를 옮김〔潘閬移居〕
‘이거(移居)’는 보한집을 따라 ‘기려(騎驢)’라고 하는 것이 옳다.
멀리 아득한 삼봉이 새로 살 곳인데 / 三峯縹緲是新居
한 줄기 석양빛이 푸른 허공에 구르네 / 一抹斜暉轉碧虛
이미 이 길이 가서 머물 곳 없음을 믿기에 / 已信此行無去住
속절없이 읊조리며 혼자 나귀 거꾸로 타네 / 浪吟猶自倒騎驢
《보한집》에 “문순공(文順公)이 유(兪)ㆍ윤(尹) 등 여러 동년(同年)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추밀원부사 임경겸(任景謙)의 침실 병풍에 쓴 시 네 수에 화답하였는데, 〈열자가 바람을 타고〔列子御風〕〉에 ‘옛날부터 도의 경지 몸 버림을 숭상하니, 어찌 꼭 허공 타야 비로소 신선되나. 만약 바람머리 향해 열자(列子)를 찾는다면, 허공 가득 나는 새도 진인이겠지.〔從來道境尙遺身 何必乘虛始自神 若向風頭尋禦寇 滿空飛鳥亦眞人〕’라고 했고, 〈도잠이 술을 거르며〔陶潛漉酒〕〉에 ‘술 거르면 체 되고 두르면 두건 되니, 이 물건 구분은 남에게 맡기네. 이마에 남은 흔적 있어도 괜찮으니, 이미 평생 술에 젖은 몸인 것을.〔漉則爲篘戴則巾 箇中分別任他人 不妨頭上餘痕在 已是平生着酒身〕’이라고 했고, 〈자유가 대규를 찾아가〔子猷訪戴〕〉에 ‘사람 찾는 정취는 눈 내리는 섬계 안이니, 만약 바로 보았더라면 한번 웃고는 그만이었을 것을. 흥이 막혀 노를 돌려 돌아갔다 말 말게나, 문까지 갔다 곧 돌아온 그 뜻이 무궁하네.〔訪人情味雪溪中 若便相看一笑空 莫道興闌回棹去 造門直返意無窮〕’라고 했고, 〈반랑기려(潘閬騎驢)〉에 ‘반랑 만약 화산 삼봉 사랑했다면, 차아산 바라만 봐도 이미 만족하여서는, 저는 나귀 거꾸로 타도 참으로 좋은 일이라, 그 몸 그림 속 들려 한다고 자랑하겠지.〔閬仙若也愛三華 一望嵳峨已足多 倒跨蹇驢眞好事 將身欲入畫中誇〕’라고 했다.” 하였다.
[주-D001] 이(李)ㆍ유(兪) 제공이 …… 화답함 : 이 제목 아래에 있는 네 수의 시는 《동문선》 권20에 같은 제목으로 모두 수록되어 있다.
[주-D002] 우군환아(右軍換鵝) : 우군은 우장군(右將軍)을 지낸 동진(東晉)의 명필 왕희지(王羲之)를 가리킨다. 왕희지가 산음(山陰)의 도사(道士)가 가진 거위를 얻기 위해 당대에 이름난 자신의 필적을 아끼지 않고 《도덕경(道德經)》을 써 주고는 거위들을 조롱에 담아 가지고 왔다 한다. 《晉書 卷80 王羲之列傳》
[주-D003] 열자(列子)가 바람을 타고 : 《장자(莊子)》 〈소요유(逍遙遊)〉에 “저 열자는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기를 시원스럽게 잘하다가 15일 후에야 돌아온다. 그는 복 받은 사람으로 희귀한 경우에 해당한다. 그는 비록 걸어 다니는 것은 면했으나, 오히려 기대는 것이 있다. 만약 천지의 바른 기운을 타고 육기의 변화를 조종하여 무궁한 세계에서 노닌다면 그가 또 무엇을 기댈 필요가 있겠는가. 그러므로 지인은 사사로움이 없고 신인은 공적이 없고 성인은 이름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夫列子 御風而行 冷然善也 旬有五日而後反 彼於致福者 未數數然也 此雖免乎行 猶有所待者也 若夫乘天地之正 而御六氣之辯 以遊無窮者 彼且惡乎待哉 故曰 至人無己 神人無功 聖人無名〕”라는 말이 나온다.
[주-D004] 자유(子猷) : 자유는 동진(東晉)의 명사(名士) 왕휘지(王徽之)의 자이다.
[주-D005] 대규(戴逵) : 325~396. 중국 동진의 조각가ㆍ화가ㆍ학자로, 자는 도안(道安)이다. 거문고의 명인으로 이름을 떨쳤으며, 인품이 고상하여 당시의 유명한 인물인 사안(謝安)ㆍ사현(謝玄)ㆍ왕순(王珣)ㆍ왕휘지(王徽之) 등에게 존경을 받았다.
[주-D006] 자유(子猷)가 대규(戴逵)를 찾아가 : 진(晉)나라 왕휘지(王徽之)가 눈 내린 밤에 친구 대규가 갑자기 보고 싶어서 산음(山陰)에서 배를 저어 섬계(剡溪)의 그 집 앞까지 갔다가 들어가지 않고 돌아섰다. 그 까닭을 물으니 “나는 본래 흥에 겨워 친구를 찾아 나섰는데, 흥이 다하여 돌아가니 구태여 대규를 만날 필요가 있는가.”라고 하였다는 고사가 있다. 《世說新語 任誕》
[주-D007] 도잠(陶潛) : 365~427. 중국 동진(東晉)의 시인으로 자는 연명(淵明)이고 오류선생(五柳先生)이라 자호(自號)하였다. 405년에 팽택현(彭澤縣)의 현령이 되었으나, 80여 일 뒤에 〈귀거래사〉를 남기고 관직에서 물러나 귀향하였다. 자연을 노래한 시가 많으며, 당나라 이후 육조(六朝) 최고의 시인이라 불린다. 시 외의 산문 작품에 〈오류선생전〉, 〈도화원기〉 등이 있다.
[주-D008] 도잠이 술을 거르며 : 도잠이 머리에 갈건(葛巾)을 썼다가 술이 익으면 갈건을 벗어서 술을 걸러서 마시고는 다시 그 갈건을 머리에 썼다는 고사가 전한다. 도잠의 갈건을 녹주관(漉酒冠)ㆍ녹주옹(漉酒翁)이라고도 한다.
[주-D009] 독우(督郵) : 술의 은어(隱語)로 탁주(濁酒)를 평원독우(平原督郵)라고 한다.
[주-D010] 반랑(潘閬)이 거처를 옮김 : 반랑은 송나라 시인으로 전당(錢塘) 사람이다. 그의 문집인 《소요집(逍遙集)》에 실려 있는 시 〈망화산(望華山)〉에 “허공 속에 꽂혀 있는 삼봉이 너무 좋아, 머리 돌려 쳐다보다가 당나귀 거꾸로 타게 됐네. 서로들 덩달아 크게 웃는 웃음소리, 여기에다 집 옮겨 오래오래 살까 보다.〔高愛三峯揷太虛 回頭仰望倒騎驢 傍人大笑從他笑 終擬移家向此居〕”라고 하였다.
[주-D011] 열자(列子) : 원문의 ‘어구(禦寇)’는 열어구(列禦寇)로 열자를 말한다. 전국 시대 정(鄭)나라 사람으로 황제(黃帝)ㆍ노자(老子)의 도를 숭봉했으며, 당(唐)나라 때 충허진인(沖虛眞人)에 봉해졌으므로 그의 책 《열자》를 《충허진경(沖虛眞經)》이라고도 한다.
[주-D012] 차아산(嵯峨山) : 중국 섬서성(陝西省)의 경양(涇陽)ㆍ삼원(三原)ㆍ순화현(淳化縣)의 경계가 잇닿는 곳에 있는 산 이름이다. 옛 이름은 형산(荊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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