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거처> 경인방송 라디오 책방 인터뷰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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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채 시집 『소리의 거처』(황금알 시인선95)에 대한
경인방송 라디오책방 질문지-
- 시는 언제부터 쓰셨나요? (시인으로 등단은 언제 하셨는지)
초등학교 5학년 때 제가 쓴 동시가 어린이신문에 실렸습니다. 최초로 활자화된 거죠. 중3때 충남 청양에서 인천으로 전학 와서 이듬해에 인천여상에 진학했는데 이때부터 삶의 갈등이 시작 됐어요. 가정 형편 상 대학 진학이 어려우니 취업이 잘 되는 상업학교에 갔던건데 학교가 통 적성이 맞지 않았으니까요. 그 좌절감 속에서도 낙서처럼 썼던 게 시였던 것 같습니다.
스물넷에 결혼해서 엄마가 되었지만 늘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처럼 공허했어요. 그러다가 1993년에 우연히 인천 시민 대상 백일장에서 시를 쓴 것이 장원을 하면서 그때부터 꾸준히 시를 써서 1998년에 첫 시집 『나는 가시연꽃이 그립다』(문학아카데미시인선)를 출간했어요. 그런데 시에 대해 알아갈수록 문학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부족하다고 느껴져서 본격적으로 국문학 공부를 시작했고 2012년 2월에 인천대학교에서 「정지용과 백석의 시적 언술 비교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러는 바람에 16년 만에 두 번째 시집을 출간했어요. 올 초 인천문화재단의 출판기금을 받았고, 9월에는 문학 계간지인《문학청춘》을 통해 새로 등단도 했어요. 그동안 문단에서 이름이 잊혀 졌으니 현 시점에서 당당하게 평가 받으며 새 출발하고 싶었거든요.
-『소리의 거처』 시집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2011년 12월에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그게 제게는 큰 슬픔이었어요. 친정아버지를 모시고 살며 박사 학위 논문을 집필할 때였는데, 아버지가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후부터 제게는 학위를 취득하는 일이 곧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효도하는 일이었어요. 아버지는 소싯적에 청양중학교에 합격하고도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했었고 평생 배우지 못한 한을 품고 살아오셨거든요.
마침내 제가 논문 최종심사에 통과했을 때 아버지는 어린아이처럼 손뼉을 치며 좋아하셨는데 그 후 엿새 만에 돌아가셨어요.
저는 병든 아버지에게 드리는 마지막 선물을 준비했지만 결국은 외롭게 시한부 삶을 사는 아버지를 등지고 제 공부만 한 나쁜 딸이었어요. 그런데도 아버지는 제가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기다리셨고 그 힘으로 버티셨던 거죠.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그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시를 썼어요. 그래서 이번 시집에는 아버지와 관련된 시가 많습니다.
- 『소리의 거처』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시를 소개해 주십시오.
《문학청춘》으로 등단할 때 심사위원들이 뽑은 시는 「돌의 날개」와 「거북」과 「꽃 사태」입니다. 심사평에서 “대상을 은밀히 불러들여 자기화하고 그 내면이 뿜어내는 시간과 공간을 고루 함축시킨 능력이 뛰어”나다 고 하셨는데 저는 문학성을 떠나 아버지와 관련된 작품들에 애착이 갑니다.
작가와 작품과의 심리적 거리가 너무 멀어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가까우면 감상에 빠질 수 있어 조심해야하는데 「곡비」는 미적거리가 조금 가깝지만 「소리의 거처」나 「싸리꽃 지게」는 비교적 거리조정이 잘 된 성공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표제가 된 「소리의 거처」는 아버지를 여인 슬픔을 털고 일어나서 천지에 핀 봄꽃을 보며 ‘아버지의 목소리가 듣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불현듯 신선한 상상력이 떠올라서 쓴 시입니다.
「싸리꽃 지게」는 어린 시절에 본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며 썼습니다.
(시집을 해설한 이경림 시인은 “유년의 기억 중 한 토막인 이 짧은 찰나를 환하게 詩로 들어 올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불과 수 초 사이, 그야말로 찰나에 일어나는 일” 속에서 “눈부신 빛”을 보는 것인데 시인은 그것을 “하나님”이라 표현했고 “이런 찰나는 독자에게 마치 천국을 보는 것 같은 행복감을 안겨준다”고 했습니다.)
- 시집 안에도 많은 작품이 실려 있는데 작품에 대한 영감은 어떻게 얻으시는지요?
저는 생활하면서 문득 떠오르는 것들을 메모해뒀다가 한가한 시간에 시로 만듭니다. 시를 쓸 때는 시인이지만 평소에는 다른 사람과 똑같은 생활인이잖아요. 주어진 강의를 하고, 주부로서 가사를 돌보는 사이에 문득 시상이 떠오를 때 그것을 재빨리 메모합니다. 그리고 한가할 때 확장된 이미지를 첨가해서 컴퓨터에 옮겨 놓고 시간 날 때마다 들여다보며 계속 퇴고 합니다. (한 작품을 수십 번씩 퇴고 하며 다듬어 가지요. 그것도 모자라서 시를 쓰는 친구들 몇 명이 동인 활동을 하며 서로 시를 평가해주기도 합니다. 그러면 좀 더 객관적인 작품이 될 수 있으니까요.)
- 류인채 시인이 생각하는 ‘시’란 무엇인가요?
시는 인생에 대한 노래이며 단편적인 이야기입니다. 그것이 한 개인의 것으로 끝나지 않고 보편성을 획득하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시가 되지요. 그런데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쓰면 진부하고 재미없어요. 남이 발견하지 못한 어떤 것을 새롭게 발견해내야 합니다. 시에서는 이 ‘새로움’이 관건입니다.
시는 원래 서정시였지만 저처럼 꾸준히 서정시를 쓰며 좀 더 새로운 발견을 하고자 애쓰는 시인이 있는가 하면 해체시를 쓰는 포스트모더니즘 시인들도 있습니다. 형식이 어떻든지 생각이 어떻든지 좋은 시를 쓰려면 우선 참신해야 합니다.
또 대상을 잘 관찰하여 쓰되 그 현상 너머의 세계를 볼 줄 아는 심안이 있어야합니다. 대상을 낯설게 보기 위해 노력하며 전혀 새로운 상상력으로 현상 너머의 세계를 형상화하는 시가 좋습니다.
또 그 시에 꼭 맞는 시어를 보면 무릎을 치게 되는데, 어휘력을 길러야 참신하며 그 시에 꼭 맞는 시어로 표현할 수 있겠지요.
- 나만의 시, 나만의 글을 한 번 쯤 써보고 싶은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습작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읽고 쓰는 데 있어서의 어떤 팁 등)
우선, 좋은 글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특히 좋은 시집을 읽어야 해요. 책을 읽으면 다른 사람의 체험을 간접경험하게 되는데 이것은 직접 경험 만큼이나 중요하지요.
나아가 다양한 문학작품은 물론이고 철학서적, 사상서적, 역사서적, 과학서적 등을 골고루 읽을 때에 다양하고 폭넓은 지식을 얻고 이를 통해 상상력도 더욱 풍부해지는 것입니다.
둘째, 많이 생각하고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작가들은 대부분 자신의 체험 중에서도 도무지 잊혀지지 않는 원체험을 글로 씁니다. 어떤 강렬한 시상이 떠오를 땐 얼른 메모해 둬야합니다. 단지 머릿속에서 맴돌던 기억은 금세 잊혀지므로 작품이 되기도 전에 시의 씨앗을 놓쳐버립니다.
그리고 점차로 메모의 단계를 넘어 글로 완성해야 합니다.
- 앞으로 계획, 하고 싶은 말씀 듣고 인터뷰 맺겠습니다.
세 번째 시집은 인천의 역사와 문화에 관련된 시로 엮어보고 싶습니다. 저는 가장 지엽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중3 때부터 지금까지 37년간이나 인천사람으로 살아왔어요. 학교도 쭉 인천에서 다녔고, 20년째 인천문인협회에 소속되어 활동했으니 인천은 제2의 고향입니다. 아니 고향보다 더한 삶의 현장이지요. 저는 인천에 남다른 정을 느낍니다. 사랑하면 그 대상을 더 자세히 알고 위해 노력하잖아요. 그래서 틈나는 대로 인천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시적 영감을 얻고 싶습니다.
첫댓글 잘 읽어 보았습니다. 열공하신 선생님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에 영광스런 교수님 자리에 이르게 되었네요.큰 박수 드립니다.^^*
노력의 대가 입니다 글을사랑하고 시를 사랑하고 모두가 노력의 대가로 생각 합니다 &&&***^^^
인천의 뿌리를 내렸으니 보람으로 큰 나무가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은총을 내려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