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분양사가 분양대금의 잔금 납부기한을 유예해준 경우, 잔금 채권의 이행기일을 변경하는 내용으로 묵시적 합의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상사소멸시효의 기산점도 이 때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대법원 2016다274904 금전청구소송).
대법원은 상가분양업체인 갑사가 수분양자 을을 상대로 낸 금전청구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갑사는 분양대금 잔금 일부를 연체 중이던 을에게 최종 정산된 잔금을 납부하라고 통지하면서 당초 분양계약에서 정한 잔금 납부기한을 유예해줬고, 을도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이 분양계약은 성립 당시부터 점포 추첨 후 분양대금 정산을 예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잔금 이행기일이 변경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갑사의 납부기한 유예 통지는 최초 분양계약에서 정한 납부기한이 도래한 후에도 잔금 일부를 미납하고 있던 을에게 연체료를 따지지 않고 원금의 납부기한을 6개월 이상 연기해주는 내용이어서 을에게 이익이 돼 그 추정적 의사에 반할 것으로 보이지 않아, 잔금 채권의 이행기일이 2010년 4월 30일로 묵시적으로 변경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소멸시효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로부터 진행하는데, 기한이 있는 채권의 소멸시효는 이행기가 도래한 때부터 진행하지만, 그 이행기가 도래한 후 채권자와 채무자가 기한을 유예하기로 합의한 때에는 그 유예된 때로 이행기가 변경돼 소멸시효는 변경된 이행기가 도래한 때부터 다시 진행한다"면서 "이 같은 기한 유예의 합의는 명시적으로 뿐만 아니라 묵시적으로도 가능하므로, 이 사건에서 소가 제기된 2015년 3월 9일에는 아직 5년의 상사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1심은 갑사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원래 잔금 납부일인 2009년 10월 25일을 기준으로 5년의 상사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갑사에 패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