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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친구
우정의 탑을 쌓자 -
고군면 오일시 박영관
어디쯤 왔을까?/ 가는 길 멈춰서/ 뒤돌아보니 보이지 않고/ 내키지 않게/ 서 있는 길도 알 수가 없어라.
잡아야 했던/ 순간순간/ 그냥 지나치고/ 이제 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공자[孔子, BC 551. 9. 28.∼BC 479. 3. 4. 노(魯)나라]는 일찍이 인생을 단계별로 『논어(論語)』 「위정편(爲政篇)」에 정리해놓았다.
吾十有五而志于學三十而立四十而不惑五十而知天命六十而耳順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오십유오이지우학삼십이립사십이불혹오십이지천명육십이이순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 ; 내가 15세에 배움에 뜻을 두었고[지학(志學):학문에 뜻을 둠], 30세에 뜻이 섰으며[이립(而立):자립한다는 데서], 40세에 학문을 해야 함에 의심이 없어졌고[불혹(不惑):미혹되지 않음], 50세에 하늘의 명[이수(理數)]을 알았으며[지명(知命):천명을 앎], 60세에 모든 말이 귀에 순하여 거슬리지 않게 되고[이순(耳順):귀가 순해진다는 뜻], 70세에는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었노라[종심(從心):마음을 쫓는다는 뜻]. 70세의 다른 말은 당(唐)나라 시성(詩聖) 두보(杜甫, 712∼770)가 지은 「곡강(曲江)」 시(詩)의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에서 나온 말이 고희(古稀)다.
朝回日日典春衣(조회일일전춘의) 조정에서 나오면 봄옷을 잡혀 놓고
每日江頭盡醉歸(매일강두진취귀) 매일 강 언덕에서 만취하여 돌아오네
酒債尋常行處有(주채심상행처유) 가는 곳마다 외상 술값 있지만
人生七十古來稀(인생칠십고래희) 인생 칠십 년은 예부터 드문 일
穿花蛺蝶深深見(천화협접심심견) 꽃 사이 호랑나비 깊숙이 보이고
點水蜻蜓款款飛(점수청정관관비) 강물 위에 점을 찍듯 잠자리 난다
傳語風光共流轉(전어풍광공류전) 풍광도 말 전하리 함께 흘러가는데
暫時相賞莫相違(잠시상상막상위) 잠시 서로 즐기고 원망하지 말라.
두보(杜甫)는 곡강(曲江) 가에서 1년간 술을 마시며 시(詩)를 썼다. 조정(朝廷)에서 퇴근하면 곡강(曲江) 가에서 돈이 없어 옷 잡혀 술 취해 돌아오고, 술집마다 외상값 안 걸린 집 없지만,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 인생 70도 살기 어려운 짧은 유한한 생을 살며 해결하지 못하는 많은 번민을 대자연의 풍광과 꽃밭 사이 호랑나비, 잠자리에 비교하며 자연과 더불어 즐겨보자고 시인의 불편한 심사를 묘사했다.
이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복(福) 중에서 가장 으뜸은 단연 ‘만남의 축복’이다. 그중에서도 배우자와의 만남, 친구 간의 만남이 첫째다. 잘 만나면 행복이요, 잘못 만나면 재앙이다. 부부는 평생의 짝이고, 친구는 인생의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노년이 되면 인생을 함께 걸어갈 친구가 중요하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의 삶은 누군가와 동행하면서 평생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마음이 아플 때 의지하고 싶은 친구가 있다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그리스 철학자 에피쿠로스(Epikuros, BC 341년경∼BC 270년경)는 “한 사람이 평생을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 중 가장 위대한 것은 친구다” 라고 말했다. 영국의 시인 월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1757. 11. 28.∼1827. 8. 12.)도 “새에겐 둥지가 있고, 거미에겐 거미줄이 있듯, 사람에겐 우정이 있다”는 말을 남겼다. 주어진 삶을 멋지게 엮어가는 커다란 지혜는 우정(情)에서 힘을 얻는다.
향기 그윽한 꽃 주위에 있으면 향기가 나고, 악취가 나는 곳에 있으면 내 몸에도 은연중 악취가 몸에 밴다. 노후엔 익자삼우(益者三友)와 손자삼우(損者三友)를 새겨 사귐에 경중을 두어야 말년이 평안하다. 신은 인간이 혼자서는 행복을 누릴 수 없도록 만들었다. 주위 사람들을 칭찬하고 자신도 이웃과 친구에게 필요한 사람으로 살아야 인생이 아름답다. 우정의 길은 받기만 하고 주지 않으면 길이 점차 좁아진다.
관계 속에서 인간의 운명은 결정된다. 운명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통한 선택일 뿐이다. 겸손은 사람을 머물게 하고, 칭찬은 사람을 정겹게 한다. 너그러움은 사람을 따르게 하고, 깊은 정은 사람을 감동케 한다. 아름다운 마음을 가꾸며 그 향기로 세상이 아름다워지도록 우정의 탑을 차곡차곡 쌓아보자.
노년의 친구 우정의 탑을 쌓자 - - 예향진도신문 (yhjind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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