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여행]낭만 가득 겨울 섬 '지심도'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겨울에 여행하기 좋은 찾아가고 싶은 섬 5곳’ 중 하나로 거제 지심도가 이름을 올렸다.
대자연 속 고요함,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지심도에서 겨울 섬 추억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겨울 여행지로 떠오른 지심도
거제 장승포항이나 지세포항에서 배로 15분이면 닿을 수 있는 지심도는 거제시 남부 해안의 면적 0.36㎢, 해안선 길이 3.7㎞의 작은 섬이다.
하늘에서 보면 심(心) 자 모양을 닮았다고 해 ‘지심도’라 이름 붙여졌다.
민박업과 식당을 운영하는 약 21가구, 40여 명의 주민이 거주할 뿐, 외부와 오랫동안 단절됐던 이 섬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만 같다.
지심도는 고요함과 평화로움 속 자연과 하나가 될 수 있는 시간으로 안내한다.
군사적 요충지로 아픈 역사가 서리는 곳
지심도는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아픈 역사를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당시 해군기지로 사용돼 아직도 일본군의 주둔지 흔적이 남아 있다. 2시간 남짓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일본군 소장 사택, 탐조등 보관소, 방향 지시석, 포진지, 탄약고 등을 볼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아이들과 함께 역사 탐방을 위해 찾는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많다. 지심도 주민들은 지난 2015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군이 욱일기 게양대를 세웠던 자리에 태극기 게양대를 세우기도 했다. 아픈 역사를 끌어안은 주민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울린다.
동백의 아름다움과 역사적 흔적의 만남
역사적인 흔적은 동백꽃의 아름다움과 함께 자리 잡고 있다. 선착장에서 출발해 ‘동백림길’을 따라 나무데크 길을 걷다 보면 동백꽃 군락지를 만나는데, 지심도는 약 70%가 동백나무로 덮여 있어 ‘동백섬’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3월까지 만개한 동백꽃의 낭만을 한껏 즐길 수 있다.
포진지로 가는 길에는 일제강점기 당시 위장용으로 심은 소나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전쟁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이 나무들은 오늘날 지심도 자연의 일부로 남았다. 100여 년 동안 소나무와 동백꽃은 이 아픈 역사를 감싸안고 지내느라 아름다움을 숨겼나 보다.
자연 생태가 그대로 보존된 원시림
가슴 저릿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심도 남동쪽에 위치한 마끝 전망대에 도착한다. 쪽빛 바다와 랜드마크인 수백 년 된 느티나무 숲이 어우러진 해안 절벽은 섬의 고풍스러운 매력을 배가시킨다.
군사적 요충지였던 지심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유인도 중에서 자연 생태가 가장 잘 보존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광복 후 국방부의 관리를 받으면서 일반인 출입이 제한됐었는데, 덕분에 희귀종인 거제 풍란을 비롯해 후박나무 등이 자라는 환경이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다. 한적하던 지심도가 다시 분주해진 것은 2015년 예능 프로그램 촬영 후 관광 훈풍이 불면서부터다.
동백꽃을 따라 걸으며 아픈 역사를 되새기다 보면 어느새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이곳에서의 시간이 특별해진다. 아픈 역사를 간직한 지심도, 그곳을 지키는 동백꽃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info
지심도
거제시 일운면 지심도길 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