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호 -
"어디 갔다 이제 와?"
"...아, 깜짝이야..."
원룸 건물 비밀번호를 누르려 다가서니, 어디서 스윽 하니 다가와서 내미는 목소리에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지만.
"안 추워? 여기서 여태 기다렸어?"
"......"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 같지만, 뭐 안 좋은 일이 있었던가- 하며 건물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
내가 들어서고 나서 한 2초 정도 가만히 있다, 천천히 걸음을 떼는 그였다.
내가 조금 눈치를 보면서 짧은 계단을 올라, 2층 내 원룸 문 앞에 섰다.
"나한테 할 말 없어?"
"...무슨 할 말...?"
"......"
"...무슨 일 있어?"
"솔직히 말하면 넘어가려고 했는데, 안 되겠네."
그의 말에 대답하며 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있던 중, 문이 열렸다.
현관문을 당기자, 그가 손바닥으로 내리치듯 문을 다시 닫았다.
평소와는 다른 살벌한 분위기에 난 눈을 꿈뻑거리며 최대한 분위기를 읽어보려 노력했다.
"뭐야... 왜 그래.."
"너야 말로 이게 무슨 짓이야."
"...무슨 소리야... 설명을 좀..."
그가 내민 것은 다름 아닌 그의 핸드폰이었다.
뭔가 해서 보니, 무슨 지도 어플이다.
"...!"
"이래도 발뺌할래?"
"...설마 위치 추적한 거야?"
"지금 그게 중요해?"
지도에는 내가 좀전까지 친구들과 술을 마시던 가게가 표시되어 있었다.
분명 당당하게 얘기해야 하는데, 어째서 조금 주눅이 드는지 모르겠다.
"별로 안 마셨어... 그리고 솔직히 2시면 일찍..."
"뭐라고?"
"...친구들도 못 만나게 하고... 그러니까 내가 숨길 수 밖에 없지."
"속인 게 지금 자랑이야? 그리고 내가 언제 친구들이랑 못 만나게 했어."
"8시 후엔 친구들 보지 말라며."
"그럼 분명 술 마실테니까 그렇지."
"술을 왜 마시지 마? 내가 실수할까봐?"
"네 얘기가 아니야. 네가 술 취한 사이에 누가 너 건드리면 어떡할래."
"나 그렇게까지 안 마셔."
"그건 네 의지지."
"...들어가서 얘기해."
"아니, 여기서 다시는 안 이러겠다고 해."
"...자꾸 왜 이래? 그러면 남 위치 추적하는 건 자랑이야?"
"...뭐?"
"...진짜 무섭다."
순간 그의 눈이 씰룩거리는 것이 보였지만, 난 고갤 돌려 다시 문의 비밀번호를 눌렀다.
도어락이 해제되는 소리가 들리자, 이번엔 계단 전체가 울릴 정도로 세게 문이 닫혔다.
뻗어진 팔의 주인을 따라가자 사뭇 섬짓한 눈빛을 띈 그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진짜 무서운 게 뭔지 보여줘?"
- 디오 -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 보이실까?"
"...너무 가깝다."
때는 여름.
덥썩- 그의 목에 팔을 두르며 뒤에서 껴안아 버리자, 역시나 심드렁한 반응이다.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강하게 거부를 하는 것도 아닌, 허구헌 날 똑같은 반응.
그래도 이 점이 제일 괴롭히고 싶은 부분이지만.
"만날 책은 그렇게 봐서 뭐하려고."
"너 떼어내려고."
"...진짜..."
난 토라져서 목에 두른 팔을 거두고, 숙였던 허릴 들었다.
그는 여전히 내겐 눈길 한 번을 주지 않은 채로 꼿꼿하게 다리를 뻗고 앉아, 책에 몰입 중이었다.
그래도 난 또 달려들겠지.
"어? 거기서 뭐해?"
"얘 괴롭혀요!"
"야, 재미도 없는 애 그만 괴롭히고 이리 와! 커피나 한 잔 마시자!"
"그럼 선배가 쏘시는 거예요?!"
난 커피를 사준다는 선배에게 뛰어갔다.
나보고는 지겹지도 않냐며 뭐라고 하는 꼴이 정말 싫었지만, 그래도 얻어먹는 처지니까 입을 다물었다.
잠시 나와 얘기를 하다가,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자리를 뜨는 바람에 난 다시 혼자서 쫄래쫄래 그 자리로 돌아갔다.
분명 좀 전 캠퍼스 잔디밭에서 책을 보던 그가 보이지 않았다.
원래 한 번 펴면 잘 안 덮는 성격인데, 책이 별로였나.
"뭐해."
"앗, 깜짝아."
"......"
"웬일이야, 나를 다 놀래키고. 장족의 발전인데?"
"...뭐야, 그건."
"아? 커피."
"...너 원래 커피 같은 거 안 마시잖아."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았... 오."
순간, '얘도 내가 싫지는 않았나 보구나.' 하고 조금 감동으로 다가오려 하던 때,
"사 준 거야?"
"어?"
"그 선배가 사 준 거냐고."
"...어."
"...넌 아무 데서나 그렇게 덥썩덥썩 받아먹고 다녀?"
"...사준다는데 뭐가 나빠."
"그러고 다니면 저 선배가 너 어떻게 생각하겠냐?"
"이뻐만 하드만."
"......"
"왜 갑자기 흥분이야? 답지 않게. 책이나 읽어~"
기대한 내용이 아닌 잔소리에, 약간 기분이 상하려고 해서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갑자기 뒤에서 그림자가 느껴지더니, 입 근처로 가져가려던 커피를 뺏긴 후 바닥에 내동댕이쳐 졌다.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로 엎질러진 커피를 힐끗 보고는 그의 얼굴을 보니, 뭔가 성이 나 있었다.
도대체 왜.
"따라 와."
"뭐? 아, 야! 아파...!"
갑자기 손목을 낚아채고는 어디론가 질질 끌고가는 그였다.
평소 체구가 작아서 목을 끌어안기 좋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남자는 남자였다.
"어디 가!"
"그딴 커피 몇 잔이고 사줄테니까 그 선배한테 들러붙지마."
"뭐?"
"그냥 입 다물고 평소대로 쫓아오라고."
그리고 얻어먹은 커피는 조금 쓴 맛이었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 세훈 -
"잘 가, 내일 봐~"
"어~"
"......"
"아으, 춥지? 오래 기다렸어?"
"...누구?"
"아, 쟤? 으~ 추워. 같은 과 남자애."
"친해?"
"그냥 뭐... 인사는 해."
"나이는?"
"동갑이지, 아으 손 시려워. 주머니 좀 빌려줘."
"여자 있대?"
"아, 몰라~ 궁금하면 가서 물어봐~"
"......"
"너 무슨 취조해? 추워 죽겠구만."
"......"
"...남자친구, 삐쳤어?"
"저 사람한테 관심 있지?"
"아, 관심...! 없어..."
학교 정문에 마중을 나온 애인은, 내가 잠시 인사를 나눈 상대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었다.
이러다가 지나가는 숫캐한테도 질투하겠네.
난 짜증 덕에 큰 소리를 낼 뻔하다가, 가까스로 화를 잠재웠다.
"그런데 왜 이렇게 흥분을 해?"
"뭔 흥분이야, 네가 날 그렇게 만들잖아."
"나 때문에 흥분...?"
내가 손을 넣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깍지를 껴왔다.
"지금 꼬시는 거야?"
"..야야, 됐다됐어. 얼어죽어도 그냥 손 뺄란다."
"그냥 있어."
"아, 잡아 당기지...!...마..."
"왜 자꾸 큰 소리를 내실까? 정말 저 사람한테 관심 있는 건 아니지?"
"...내 남자친구가 제일 잘생겼고, 제일 멋있어요."
"오케이, 더 해 봐."
"...몸매도 제일 좋고, 무지무지 밝히고..."
"오?"
"그리고 나를 너~무 사랑해가지고 가게 종업원하고 눈만 마주쳐도 취조를 해대요."
"어쭈. 누가 끼 부리고 다니는 건데?"
"누가 끼를 부려, 이 색마야."
"누구긴 누구야. 지금 내 앞에서 앙탈 부리는 여자지."
- 시우민 -
"이거 뭐야?"
"응?..............."
늦은 아침.
입에 토스트를 물며, 그의 말을 설렁설렁 듣고 있다가 그의 환기에 돌아보니
아뿔싸.
저번 달에 클럽 갔을때 썼던 야광 팔찌를 들키고야 말았다.
왜 진작에 안 버렸을까.
"...이거 언제 썼어?"
"......"
"어?"
"한 한 달전... 아, 친구들이 졸라서..."
"......"
"난 진짜 가기 싫었는데...!"
"......"
그는 벽에 삐딱-하게 기대서 내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었다.
어디 한 번 떠들어보라는 눈빛이었다.
난 눈치를 보다가 슬금슬금 다가가서 애교를 부려봤다.
"많이 화났어...?"
"......"
"하, 진짜 미안..."
"난 내 애인이 미니스커트 같은 거 입고 돌아다니는 거 싫어."
"그런 거 안 입었어!"
"그리고 뭘 입었던지, 딴 사람한테 힐끗거려지는 것도 싫어."
"......"
"내 말 이해 돼? 남자 있는 데는 그냥 가지 말라고."
조금 격양된 말투로 말하는 그였다.
난 나름 분위기를 바꾸려고 되도 않는 농담을 했다.
"그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웃음)"
"...?"
"그럼 남자 알바가 있는 편의점이나 음식점도 가지 마?"
"어, 가지 마."
"......"
"그냥 이참에 말할게. 내가 옆에 없을 땐 그런 데도 가지 마."
"...뭐야... (웃으며) 무섭잖아..."
"무서워도 할 수 없어."
"......"
"이게 네가 좋아하는 남자잖아."
첫댓글 브금: http://durl.me/awn5b7
PLAY
2번에 나눠서
나머지 멤버들도 쓸 게요!
헠헠 생각보다 글이 길어졌어...★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12.21 0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