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더더기를 덜어내는 7주 기간 동안 책 한권이 나왔다. 비록 내 책이 아닌 타인의 책이었지만, 누군가의 글을 수정한다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었다. 매주 토요일이 지나 맞이한 주간, 타인의 문장을 들여다보며 조심스럽게 문체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교열을 진행했다. 글의 원작자는 아니지만, 한결 매끄러워진 문장을 볼때마다 이유모를 기분좋은 차분함이 맴돌았다.
그간 주체를 강조하기 위하여 중복 서술하는 문장, 과도한 수식 문장은 내 글쓰기의 좋지못한 고질병이었다. 글감 내용보다 문장이 너무 길다, 같은 말은 반복한다는 지적을 받아도 저마다 다른 생김새를 지닌 것처럼 문체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하는 거라 여기며 지적을 회피하곤 했다. 아니 당시에는 회피가 아니라 나의 문체를 보호하기 위한 정당한 거리두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글을 다루는 업역으로 들어오며 누군가의 문장을 교정하거나 누군가의 이야기를 담아 전달해야하는 입장이 되니, 그간 회피해오던 습관을 고쳐야겠다는 책임감이 들었다.
수업을 들으며 글을 다루는 사람은 전체적인 글감을 넘어 조사 하나와 군더더기로 독자에게 감동을 전달한다는 것을 배웠다. 표정과 몸짓, 호흡 등으로 관객에게 감정을 전달하는 배우처럼 글쓴이는 독자에게 간접적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세심한 문장을 작성해야 함을 깨달았다. 제작물은 디테일에서 감동의 차이가 달라진다. 각자 생김새가 다르듯 자연스럽게 풀이되는 것이 아닌 글 또한 제작물이었다. 가장 쉽고 빠르게 모양새를 잡는 홈질은 시간은 빠르지만 헐겁다. 옷을 가장 튼튼하게 고정해주는 박음질처럼 한보 전진 후 다시 뒤로 돌아가 어느 부분을 걷어내야하는지 반복하며 문장을 접하는 순간 비뚤어진 걸음이 수평으로 맞춰짐을 경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