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핫(Hot)한 의류브랜드 자리를 좀처럼 내주지 않았던 아베크롬비앤드피치(Abercrombie&Fitch)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마이크 제프리스 최고경영자(CEO)의 막말 때문이다.
제프리스는 "매장에서 뚱뚱한 사람들을 보고 싶지 않다. 마르고 아름다운 사람들만 보고 싶다"는 망언을 퍼부었다. 그가 이 같은 발언을 한 이후 온라인상에선 아베크롬비 불매운동이 벌어졌고, 실제로 실적 감소로 이어졌다. 지난 1분기 실적 부진과 맞물려 주가는 사정없이 폭락했다.
그러나 제프리스의 이 같은 발언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는 2006년에도 비슷한 말을 했다. 하지만 그 당시엔 큰 반향을 일으키지 않았으나 2013년에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은 것이다. 그때보다 인터넷상에서 사람들의 움직임은 빨라졌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은 일상이 될 정도로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아베크롬비 불매 운동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소비자와 부하 직원 등 `폴로어(Follower)`들에게 험한 말을 일삼던 `리더`는 이제 위기에 직면했다.
그야말로 `위기의 리더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리더들은 강력한 카리스마와 특출난 능력으로 폴로어들을 지배했다. 폴로어들은 그저 묵묵히 리더의 결정을 따랐다. 다만 아주 결정적인 순간에만 힘을 모아 분출시키는 정도였다. 결국 과거는 `리더의 세상`에 가까웠다.
하지만 폴로어들의 `힘의 분출`은 점점 빈번하고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폴로어들과 함께 움직이는 `폴로어형 리더`가 각광받게 됐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그는 흑인들은 물론 백인들까지 포용하며 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리더였다. 그 덕분에 흑인과 백인의 지지를 모두 얻어 남아공을 소수 백인의 지배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었다.
21세기 들어 폴로어들의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았다. 리더를 끌어내릴 정도의 힘을 지닌 존재로 급부상했다. 여기엔 인터넷의 힘이 컸다. 과거에는 정보가 엘리트 계층의 특권이었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가 자유롭게 흐르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CEO들도 위기에 직면했다. 숨기고 싶었던 비밀, 과거엔 통용됐던 작은(?) 부정, 은밀한 사생활 등은 인터넷을 타고 널리 퍼지며 치명타를 안기고 있다. 아베크롬비 막말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1년엔 미국 패션산업의 리더였던 케네스 콜이 2011년 이집트 혁명을 경시하는 말을 하고 나서 융단 폭격을 당해 1시간도 채 못 돼 사과했다.
존 테인 전 메릴린치 CEO는 수십억 달러의 부실투자상품을 팔아놓곤 정작 자기 집무실을 꾸미는 데 130만달러나 들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사임했다.
이제 폴로어의 힘을 이해하지 못하는 리더는 힘을 잃는다. 독선적 리더십은 더 이상 안 먹힌다.
바버라 켈러먼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가 `리더십의 종말(The End of Leadership)`이라는 책을 펴낸 것도 이 때문이다.
스스로를 `리더십으로 먹고사는 사람`이라고 칭한 켈러먼 교수가 왜 리더십의 종말을 외쳤을까. 리더십의 대가이지만 `리더십의 종말`을 선언한 켈러먼 교수는 매일경제 MBA팀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리더십의 종말은 리더의 소멸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뒤 "리더십만으로 리더가 될 수 없는 시대가 왔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리더십과 폴로어십의 균형은 21세기 리더의 핵심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켈러먼 교수와의 일문일답.
-`나쁜 리더십`과 `폴로어십`에 이어 `리더십의 종말`까지 책이 나왔다.
▶세 권은 일종의 시리즈물이다. 2004년 나는 다른 리더십 전문가가 하지 않은 영역을 공부해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싶은 마음에 `나쁜 리더십`을 썼다. 당시 99.9%의 리더십 관련 책이나 연구들은 `어떻게 하면 좋은 리더가 되는가`라든지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쁜 리더들은 존재했고, 많은 사람들이 나쁜 리더에 의해 고통받고 있었다. 하지만 리더를 기르기에 급급한 리더십 학문은 이런 현상을 무시했다. 그러다 보니 나쁜 리더는 계속 나왔고, 결과적으로 나쁜 폴로어까지 계속 양산됐다. 이 둘은 쌍둥이 같아서 항상 같이 다닌다. 그래서 나는 리더를 바꾸는 것보다 폴로어를 더 연구하고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폴로어십`이라는 책을 쓰게 됐다. 이때부터 폴로어십은 리더십학에서 아주 중요한 주제로 떠올랐다. 리더만큼이나 폴로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작년에 쓴 책이 `리더십의 종말`이다. 리더가 없어지거나 리더십이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두 가지다. 리더십이 폴로어십을 끌어 안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리더십학이 리더가 되길 가르치기보다는 폴로어십을 이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에서 최고 인기 강좌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은 바버라 켈러먼 교수의 `리더십 강좌`를 꼽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켈러먼 교수는 어쩌면 이제 `리더십 강의`를 하는 `리더십 전문가`가 아닐지 모른다. 리더십에 대해서 가르치지만, `리더가 되는 기술`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켈러먼 교수는 자신을 "제대로 된 리더가 되려는 이들에게 `폴로어십`을 설파하는 전문가"라고 했다.
인터뷰에서 그녀는 `21세기형 리더십`이라는 말을 자주 언급했다. 시대는 변했고 변화의 속도는 빨라졌으며, 이에 따라 리더십 산업과 학문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21세기에 좋은 리더가 되려면 폴로어십을 이해하는 리더로 스스로를 `트랜스포밍`해야 한다.
-리더십의 대가인 당신은 리더십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나는 가치판단을 배제(Value-free)하고 리더십을 정의하고 싶다. 리더십에는 좋은 리더십도 있고, 나쁜 리더십도 있다. 그리고 어떤 곳에선 좋은 리더십이 다른 곳에선 나쁜 리더십이 되기도 한다. 나에게 리더십이란 `상대방에게서 원하는 행동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리더십은 학문으로서 자리를 잡았고, 당신 자신이 이 분야의 대가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리더십을 기술로 본다.
▶피아노를 잘 치고 싶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려면 먼저 기초적인 기술을 배우고, 레슨을 받아야만 잘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리더십의 기초적인 기술은 배워야 한다. 하지만 더 나아가 피아노라는 특정한 분야에서 정말 특출난 재능을 뽐내고 싶다면 `배움` 이상의 어떤 것이 필요할 것이다.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나는 개인적으로 훌륭한 리더가 되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특히나 21세기처럼 정보가 오픈되고 리더십이 위협받는 시대엔 더욱 그렇다. 훌륭한 리더가 되고 싶다면, 스스로 깨우치고, 이해하고, 발전시켜야만 한다.
`배우는 리더십`의 한계는 이미 드러나고 있다. 지난 몇 십년 동안의 트렌드를 보면, 세계 유수 기업 CEO들의 교체주기가 빨라지고 있는 걸 볼 수 있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공개되는 등 리스크가 커지면서, 리더들이 전통적 방식의 리더십과 그 기술만으론 오래 버티지 못하고, 살아남지 못하게 된 것이다. 결국 답은 폴로어십에 있다. 이제 리더들은 자신들에게 도전하는 폴로어십을 배우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폴로어의 힘이 커지고 있다는 사례를 들어달라.
▶최근 방글라데시에서 건물붕괴 참사가 있었다. 10년 전에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다. 다만 10년 전에는 대다수 사람들은 그저 침묵하고, 비극적 상황을 말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했다. 그런제 지금은 어떤가. 같은 국가에서 같은 민족에게 일어난 같은 종류의 비극에 대해 대응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열악한 노동환경과 최저치에 달하는 임금 문제를 들고 나왔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용감한 폴로어`의 전형이다. 이들은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민간 부문과 공공 부문을 막론하고 모든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기술의 진보와 정보의 민주화, 문화의 진화가 이런 변화를 이끌어냈다.
-폴로어의 역할이나 파워는 점점 강해지고 있고, 앞서 사례에서처럼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하지만 부정적 측면도 있다.
▶물론이다. 미국만 봐도 그렇다. 사람들은 누구나 그렇듯 세금을 내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서비스와 복지혜택을 정부에 요구하며 잦은 시위를 벌인다. 이런 것들은 `좋은 폴로어십`이 아닐 것이다. 폴로어들의 역할과 힘이 점점 커지는 것은 민주주의의 발전과 맥락을 같이 한다. 폴로어들도 분명 자신의 결정에 책임지고, 자신이 누리는 것을 위해 일정 부분 포기할 필요도 있다. 모든 것을 누리려고 하면 안된다. 또 폴로어들이 지나치게 리더들을 압박하게 되면, 리더들은 반드시 해야만 하는 많은 의사결정을 하지 못해 결과적으로는 폴로어들에게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결국 21세기 리더십과 폴로어십의 핵심은 `균형(Balance)`이다. 리더는 폴로어들과의 약속을 이행하면서, 그들을 존중하고, 그 결과 그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협조적 관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폴로어들도 모든 것을 다 가지려고 하지 말고 의무를 다하면서 권리를 누려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21세기의 바람직한 리더십과 폴로어십의 관계는 균형에 있다.
-그렇다면 21세기의 리더에게 요구되는 것은 무엇인가.
▶어려운 질문이다. 그 이유는 한 곳에서 훌륭한 리더였던 사람이 다른 곳으로 가면 좋은 리더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맥락(Context)과 문화(Culture)에 따라 요구되는 리더십과 폴로어십이 다르다. 미국에서 성공한 리더라고 해도, 한국에 가면 실패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다음 책은 사회적 맥락과 문화의 차이에 따라 달라지는 리더십과 폴로어십에 대해 쓸 생각이다.
-앞으로의 폴로어십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는가.
▶폴로어십은 리더십을 압도할 만큼 강해질 것이다. 이유는 3가지다. 기존에는 리더들만 가지고 있던 정보가 모든 사람들에게로 확대됐다. (리더와 폴로어 간의 정보 격차가 없어지는 현상을 뜻하는) `정보의 대칭성`은 폴로어십을 강화시킬 것이다. 두 번째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발전이다.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커뮤니케이션의 발전은 폴로어들을 더 강한 존재로 만들 것이다. 예를 들어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의 몰락은 페이스북 혁명에서 비롯됐다. 마지막으로 행동주의(Activism)의 보편화다. 다른 사람들이 행동하는 것을 본 사람들은 스스로 그 행동에 동참하게 된다. 인터넷과 같은 수단은 이런 행동주의를 강화시키고 있다. 앞으로 리더들은 더 큰 위협과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폴로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폴로어십을 인정하지 않는 리더는 더 이상 리드(Lead)할 수 없는 이유다.
-현재 생존하는 사람 중 최고의 리더를 누구로 꼽을 수 있나.
▶내가 대답하긴 좀 어려운 질문인 것 같은데, 다른 방식으로 답변하겠다. 나도 강의를 나가면 사람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진다. 생존해 있는 리더 중 가장 이상적인 리더가 누구냐고.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같은 인물을 꼽는다. 바로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다. 만델라 전 대통령 외에는 사람들 대답이 제각각이다. 그만큼 성공적인 리더가 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물론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뜨기 전엔 그를 꼽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잡스는 아주 특별한 천재다. 그의 리더십 스타일이 다른 분야에 적용되긴 어렵다는 건 이미 어느 정도 증명이 됐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는 21세기라는 변화무쌍한 시대에 살고 있다. 그 안에서 세 가지 문제점에 직면하는 중이다. 역량이 부족한 리더, 선동적인 폴로어, 엄청난 속도로 변하는 상황이 그것이다. 21세기형 리더십과 21세기형 폴로어십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이유다. 21세기의 성공한 리더는 리더십은 물론이고, 폴로어십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를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은 리더들의 수명은 더욱 짧아질 것이며, 생존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 <용어설명> 폴로어(follower) : 리더에 대응하는 모든 일반인을 뜻한다. 예를 들어 CEO에게는 부하 직원이 폴로어다. 기업에는 소비자를 포함해 브랜드를 인지하고 있는 다수의 사람이 폴로어다. 전통적 의미의 폴로어는 누군가를 추종하는 수동적인 사람을 뜻했지만, 오늘날 폴로어는 매우 역동적인 의미를 갖는다. 리더의 감시자 역할을 하며, 리더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 She is… 바버라 켈러먼 하버드케네디스쿨 교수는 하버드케네디스쿨의 공공리더십 창립 멤버이자 연구소장을 지낸 리더십 전문가다.
세라로런스대학을 나와 예일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미국의 포드햄, 터프츠, 페어리 디킨슨, 조지워싱턴, 다트머스대학교와 스웨덴의 웁살라대학에서 경력을 쌓았다. 국제리더십협회(ILA) 설립에 참여했으며, 포브스닷컴이 선정한 `경영사상가 50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저서로는 `나쁜 리더십` `폴로어십`이 있으며 2012년 `리더십의 종말`을 펴내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비즈니스북`에 선정되기도 했다.
첫댓글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고 또 살다보면 작은 조직이라도 리더가 있게 마련입니다. 리더가 되기 위한 사전교육이나 훈련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하여도, 먼저 사람이 되고 환영 받는 회원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혼자 보기 아까운 글입니다. 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