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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 근거: 성 베르나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에 관하여(De Diligendo Deo)』 제10장~제15장
대상: 자기혐오와 교만의 양극단 사이에서 방황하며, 자아가 온전히 깨어져 하나님 안에서 영적 탈혼(Ecstasis)과 부활의 생명을 맛보고자 하는 주의 종들
서론: 사랑의 사다리가 도달한 최고의 역설
제5강에서 우리는 대가와 보상을 바라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선하심 때문에 하나님을 사랑하는 '제3단계 사랑(하나님을 위한 하나님 사랑)'을 살펴보았습니다. 대부분의 영성가는 여기서 멈춥니다. "인간이 하나님만을 사랑하면 그것으로 끝이 아닌가?"
그러나 성 베르나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그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신비롭고 아찔한 영적 절정, 즉 제4단계 사랑인 '하나님을 위하여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사랑(Amor sui propter Deum)'을 선포합니다.
"오, 얼마나 복되고 거룩한 순간인가! 인간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되, 더 이상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하나님만을 위하여 자기를 사랑하게 되는 그 지고의 경지여!" (De Diligendo Deo, 10:27)
이것은 제1단계의 이기적 자기애(Amor carnalis)로의 퇴행이 아닙니다.
내 안의 모든 이기심과 자아의 껍질이 소멸되고, 하나님이 나를 바라보시는 그 시선으로,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는 그 거룩한 뜻 안에서 나라는 피조물을 긍휼히 여기고 사랑하는 '완전한 거룩의 상태'입니다.
1. 자아의 신비적 몰입: 베르나르의 3대 비유
베르나르는 제4단계에서 인간의 자아가 하나님 안으로 빨려 들어가 하나가 되는 신비적 합일(Unitas Spiritus)을 설명하기 위해, 교회사에서 불후의 명작으로 꼽히는 세 가지 자연의 비유를 제시합니다.
[자아 몰입의 3대 비유 (De Diligendo Deo, 10:28)]
1. 포도주 통에 떨어진 물 한 방울 (Gutta Aquae)
- 거대한 포도주 통에 물 한 방울이 떨어지면, 물은 자신의 색과 맛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포도주의 붉은 색과 그윽한 맛으로 온전히 변형됨.
2. 풀무불 속의 쇳덩이 (Ferrum Igne)
- 시커멓고 차가운 철이 용광로 속에 들어가면, 불의 열기를 완전히 흡수하여
원래 철이었는지 불 자체인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투명한 불꽃 덩어리로 변함.
3. 햇살에 젖은 새벽 공기 (Aer Sole)
- 어둡고 탁한 공기에 찬란한 태양 빛이 쏟아져 들어오면, 공기는 사라진 듯 보이고
오직 태양의 찬란한 광채 그 자체가 됨.
[베르나르가 지킨 정통 신학적 경계: 범신론(Pantheism)의 격퇴]
여기서 베르나르는 매우 정밀한 신학적 칼날을 들이댑니다.
물 한 방울이 포도주가 되고, 쇠가 불이 되며, 공기가 빛이 될 때 '그 본질(Substantia) 자체가 소멸하여 하나님이 되는 것(범신론)'이 아닙니다.
물은 여전히 피조물인 물이고, 쇠는 여전히 피조물인 쇠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의지(Voluntas)와 마음이 하나님의 거룩한 의지와 사랑 안에 너무나 완벽하게 젖어 들어, 내 뜻은 사라지고 오직 하나님의 뜻만이 온 존재를 관통하는 상태'입니다.
베르나르가 말하는 신화(Theosis, Deificatio)는 존재의 신격화가 아니라, '사랑과 뜻의 완전한 일치(Consensus)'입니다.
2. "오직 주의 뜻만이 이루어지이다": 의지의 완전한 융합
제4단계 사랑의 핵심 엔진은 '자기 의지(Propria Voluntas)의 완전한 죽음'입니다.
타락의 본질은 인간이 하나님의 뜻 대신 '내 뜻대로 살겠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죄의 실체는 다른 것이 아니라 '나의 고집, 나의 선호, 나의 계획'입니다.
베르나르는 수도사들에게 외쳤습니다: "자기 의지를 불태우라. 그리하면 지옥의 불도 꺼질 것이다(Cesset voluntas propria, et infernus non erit)."
제4단계에 들어선 자의 심장은 오직 하나의 고백으로 고동칩니다.
"주여, 내게 유익하기 때문에 이 일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설령 이것이 내 육신을 찢고 내 사역을 무너뜨리는 십자가일지라도, 오직 그것이 하나님의 거룩한 기쁨이 되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내 온 영혼을 다해 열망합니다."
나의 행복, 나의 안위, 나의 사역적 성패는 완전히 시야에서 지워집니다.
오직 '하나님의 뜻이 영광을 받는 것'만이 나의 유일한 호흡이자 기쁨이 되는 경지입니다.
3. 지상에서의 한계: 영적 탈혼(Ecstasis)의 순간성과 부활의 완성
그렇다면 인간은 이 지상에서 이 제4단계 사랑을 지속적으로 누릴 수 있습니까?
베르나르는 냉정하고 정직하게 고백합니다.
"지상에서 이 상태에 머무는 것은 극히 드물며, 그 순간은 번개처럼 짧다.
'거의 도달할 수 없으며(Vix), 겨우 한순간뿐이다(Raro).' 육체의 무거운 장막을 입고 있는 한, 우리는 곧바로 육신의 필요와 이웃을 돌보는 사역의 자리로 내려와야 한다." (De Diligendo Deo, 10:27)
[제4단계 사랑의 시간적 지평]
- 지상(Present Age):
깊은 관상과 기도 중에 성령의 강권하심으로 맛보는 지극히 짧은 '영적 탈혼(Ecstasis)의 맛보기'
- 영원한 부활의 날(Eschaton):
썩지 아니할 영광의 몸을 입고, 육체의 모든 연약함과 방해가 사라진 상태에서
영원토록 누리게 될 완전하고 영구적인 사랑의 완성
베르나르는 11장부터 15장에 걸쳐 '몸의 부활'을 열정적으로 변증합니다.
영혼만 구원받는 것은 완전한 완성이 아닙니다.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듯 우리 육체도 영광스러운 몸으로 다시 살아나, 영과 육 전인격이 온전히 하나님의 사랑의 빛에 투과될 때 비로소 제4단계 사랑의 영원한 잔치가 열립니다.
4. 사역자의 치명적 착각: 자기비하(Self-Hatred)는 거룩이 아니다
오늘날 많은 사역자가 영적 깊이로 들어가지 못하는 은밀한 걸림돌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종교적 자기혐오'입니다.
"나는 벌레만도 못한 자다", "나는 실패자다"라며 끊임없이 자기를 저주하고 학대하는 태도는 겸손이 아닙니다.
그것은 십자가의 은혜를 불신하는 또 다른 형태의 '비틀린 자아중심성(Ego-centricity)'입니다. 자아를 미워하느라 여전히 '자기 자신'에게 온 신경이 곤두서 있기 때문입니다.
베르나르의 제4단계는 선포합니다.
하나님께서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흘려 나를 사셨습니다.
하나님께서 나라는 존재를 천하보다 귀하게 사랑하십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이 사랑하시는 나를, 나 또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십자가 안에서 자아의 교만을 죽였다면, 이제는 부활 안에서 하나님이 창조하신 본래의 나를 품어 안는 거룩한 화해가 일어나야 합니다.
5. 이 시대 주의 종들을 향한 궁극적 도전: 포도주 통 속으로 뛰어들라
베르나르의 사랑의 사다리는 오늘날 지치고 상처받은 목회자들의 영혼을 향해 거대한 해방의 문을 엽니다.
'나'라는 질긴 자아의 통제권을 놓으십시오.
사역을 내 뜻대로 쥐락펴락하려는 손을 펴십시오. 당신의 사역, 당신의 미래, 당신의 명예라는 물 한 방울을 하나님의 무한하신 주권이라는 거대한 포도주 통 속에 던져버리십시오. 내 뜻이 녹아 사라질 때, 비로소 하나님의 뜻이 당신의 사역을 통해 찬란한 포도주로 흘러넘칠 것입니다.
사역의 성패에 흔들리지 않는 자유를 누리십시오.
내 이름이 높아지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사역의 규모가 작아져도,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내면의 평강은 깨어지지 않습니다. 실패 속에서도 하나님의 섭리가 이루어짐을 믿기 때문입니다.
골방에서 그 '거룩한 한순간(Raro)'을 맛보십시오.
모든 설교 준비와 목회적 계산을 멈추고, 성령의 용광로 속에 당신 자신을 철덩어리처럼 던져 넣으십시오. 차가운 이성이 하나님의 뜨거운 불꽃에 녹아내려, 영혼 전체가 오직 하나님의 사랑의 광채로만 물드는 그 황홀한 침묵의 임재를 경험하십시오. 그 한 번의 맛봄이 당신 평생의 사역을 지탱하는 영원한 동력이 될 것입니다.
[제6강 묵상과 결단의 기도]
"영원토록 타오르는 사랑의 용광로이신 삼위일체 하나님,
저는 주님의 일을 한다고 떠들면서도 여전히 '내 뜻, 내 야망, 내 사역'이라는 질긴 자아의 껍질을 움켜쥐고 살았던 완악한 자였습니다.
제 안의 상처와 열등감에 짓눌려 자기를 혐오하거나, 작은 성과에 취해 자기를 뽐내던 이 모든 왜곡된 자기애를 회개합니다.
주여, 성 베르나르가 보았던 그 지고한 사랑의 바다로 저를 이끌어 주옵소서.
거대한 포도주 통에 떨어져 흔적도 없이 녹아내리는 물 한 방울처럼,
맹렬한 풀무불 속에서 불 자체가 되어 타오르는 쇳덩이처럼,
내 완고한 자기 의지를 완전히 꺾으시고 오직 주님의 거룩하신 뜻 안에 저를 흡수시켜 주옵소서.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고백하게 하시고,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는 그 거룩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며,
오직 하나님의 영광만을 위하여 내 모든 호흡과 생명을 기꺼이 내어드리는
온전한 사랑의 연합에 도달하게 하옵소서.
우리를 자기 생명보다 더 사랑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다음 강의 안내: 제7강. 입맞춤의 갈망: "그가 내게 입맞추기를 원하니" (발, 손, 입의 3중 키스)
(제3부 아가서 강해의 거대한 바다로 진입합니다. 베르나르 영성의 최고봉인 『아가서 설교』 제1편~제8편을 펼치며, 아가서 1장 1절의 '입맞춤'을 통해 영혼이 회개의 발에서 출발하여 은혜의 손을 잡고, 마침내 신랑의 거룩한 입술과 영으로 결합하는 3중 입맞춤의 영적 순례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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