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의 첫 모임은 하퍼 리의 <앵무새죽이기>와 함께 했습니다.
이번 모임은 김정현, 이지윤, 박서연, 성수현, 장경호, 장다혜, 조아라. 오랜만에 모든 모임원이 함께하는 즐거운 자리였습니다.
새해를 맞아 눈에 띄게 추워진 날씨에 장대동 ‘온천손칼국수’에서 따뜻하게 몸을 녹이고 인근 카페에서 소감을 나눴습니다.
하퍼리의 <앵무새 죽이기>는 미국 대공황 시기 흑인 차별이 심했던 미 남부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로, 앵무새로 대변되는 사회소외계층(빈민, 흑인 등)에 대한 편견을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그려낸 소설입니다.
📖 김정현의 소감
초반에는 살짝 지루한 감이 있어서 책 읽는 속도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모임에는 절반 정도 읽고 참석하게 되어 아쉬웠다. 소감을 쓰는 지금도 열심히 읽고 있다. 뒤로 갈수록 재미있게 읽고 있다.
스카웃의 순수한 눈으로 다양한 사건을 봤다. 왜 스카웃의 눈으로 보게 할지 궁금했다. 사건이 진행될수록 작가는 인종차별은 아이들의 눈에도 올바른 일이 아니란 걸 이야기하고 싶은 게 아닐까 했다.
그리고 아빠의 신념이 참 대단하다고 느꼈다. 변호사로, 한 인간으로 신념을 지키는 것이 멋지다. 아빠 혼자 아이들을 키우고 있어 주위에서 걱정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잘 자라겠다는 것이 느껴졌다.
평소에 읽지 않을 책인데 북톡스 덕분에 좋은 책 읽을 수 있어 감사하다.
나누고 싶은 구절
그들에겐 분명히 그렇게 생각할 권리가 있고, 따라서 그들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 줘야 해. (중략) 하지만 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살아가기 전에 나 자신과 같이 살아야만 해. 다수결에 따르지 않는 것이 한 가지 있다면 그건 바로 한 인간의 양심이다. (p200, 열린 책들)
📖 이지윤의 소감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분량에 압도되어 선뜻 시작하지 못했던 책이었다. 다혜 님의 제안 덕분에 『앵무새 죽이기』를 읽을 수 있었고, 그 점이 무엇보다 고마웠다.
젬과 스카웃이 부 래들리를 두려워하면서도 끊임없이 궁금해하고 호기심을 보이는 모습에서, 언젠가는 래들리 씨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짐작했다. 후반부에 그 예상이 맞아떨어져 흥미로웠다. 아이들 몰래 작은 선물을 남겨두고, 이웃 할머니 댁에 불이 났을 때 조용히 담요를 어깨에 둘러주며, 나무에 걸어두었던 바지를 말끔히 걸어두는 장면에서는 웃음이 나왔다. 성가신 존재라기보다는, 아이들을 향한 마음이 어딘가 귀엽게 느껴졌던 것 같다.
아이들이 점차 성숙해 가는 과정과,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끝까지 지켜 나가는 아버지 애티커스의 모습을 통해, 아이들 역시 자연스럽게 무엇이 옳은지 고민하고 배우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다른 문화권의 사람을 대하는 적나라한 태도와 차별에 대해 문제의식조차 없던 시대의 이야기를 읽으며 마음이 자주 답답해졌다. 인종의 구분이 분명했던 시기의 이야기를, 그것도 흑인 유모와 함께 자란 아이의 시선에서 풀어낸 점은 그나마 편견이 덜한 관점을 가능하게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좁은 마을이라는 특성과 당시의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면, 배심원들이 유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점을 책모임에서의 대화를 통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오래 남는 이유는, 결과가 아닌 그 상황 속에서도 양심을 지키려 했던 사람들의 태도가 있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나였다면 어땠을까? 선량한 사람을 지킬 수 있었을까?
나누고 싶은 구절
▶️ 넌 왜 부 래들리가 왜 집에서 도망치지 않는다고 생각해? 어쩌면 달아날 곳이 없기 때문일 거야....
▶️ 도대체 왜 아저씨는 가장 깊숙이 숨겨 둔 비밀을 우리에게 털어놓고 계신 걸까요? 그래서 그 이유를 여쭤봤습니다.
너희들은 어리고, 어린이들은 그걸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 박서연의 소감
삶을 살아가며,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음에도 편견과 혐오로 인해 고통받는 크고 작은 앵무새를 마주한다.
'마주한 앵무새들에게 손을 내밀 용기가 내게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멋진 사회사업가가 되고자 하는 포부를 내비치던 때도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크게 눈에 띄지 않는 회색분자로, 조용히 길게 가는 안정감 있는 삶을 살고자 하고, 깊이 생각하려 하기보다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안일하게 넘겨왔던 것 같다.
그렇게 된 데에는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고, 사유하기를 귀찮아하고 미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더 많은 애티커스가 필요하기에,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사유하는 힘을 길러야겠다 다짐했다.
나누고 싶은 구절
▶️ "간단한 요령만 알면 온갖 종류의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단다, 스카웃. 상대를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그 살갗 속으로 들어가 상대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아야 해."
▶️ "젬, 집이 더 작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단다. 그럼 정원이 넓어지니까. 생각해보니 철쭉 심을 자리가 늘어났구나! (…) 그러니까, 진 루이즈, 내 걱정은 할 필요 없어. 우리가 모르는 식으로 일이 해결되기도 하는 법이란다."
📖 성수현의 소감
드디어 앵무새의 정체를 확인했어요.
그리고 그 무고한 앵무새의 상징을 함께 유추하다 보니, 집단의 편견 속에 함몰되고 마는 군중 심리의 양면성까지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이야기가 깊어질 수록 혹시 저 또한 무심코 누군가에게 선입견이라는 돌을 던지지는 않았을까 물음을 담게 되었어요. 그렇게 제 안의 스테레오타입을 돌아볼 수 있었네요.
오래간만에 저의 세계의 알을 깨부시는 책을 만났어요.
나누고 싶은 구절
p. 173
난 네가 뒷마당에 나가 깡통이나 쏘았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새들도 쏘게 되겠지. 맞힐 수만 있다면 쏘고 싶은 만큼 어치새를 모두 쏘아도 된다. 하지만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된다는 점을 기억해라.
📖 장경호의 소감
앵무새 죽이기에서 스카웃이 타인과 약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키워가며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의 곁에는 진실되고 훌륭한 어른들이 있었다.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는 모두가 외면하는 사건을 맡아, 양심을 지키는 선택으로 정의가 무엇인지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유모 캘퍼니아는 차별 속에서도 아이들을 존엄한 존재로 대하며, 사랑과 책임으로 가르쳤다. 래들리는 말없이 스카웃의 편견을 흔들었다.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그는, 진실하고 따뜻한 한 사람으로 드러났다. 스카웃은 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세상을 눈에보이고 들리는대로 단순하게 판단하지 않게 되었다.
사회사업가로서 현장을 떠올렸다. 약자가 쉽게 평가되고 구조적 문제가 개인의 책임으로 전가될 때, 필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것들에 대한 빠른 판단이 아니었다. 상황과 맥락을 함께 살피며, 한 사람의 삶을 전체로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애티커스처럼 정의로운 신념으로 신뢰를 다하는 것, 캘퍼니아처럼 관계에 책임을 다하는 자세, 그리고 래들리처럼 말없이 곁에 머무는 존재가 중요하다고 느꼈다. 이 소설은 끝내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을 남겼다.
📖 장다혜의 소감
들었다 놨다를 수번 반복했던 소설을 책모임을 통해 완독하게 되었다. 책을 덮을 때까지 앵무새가 죽는 장면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앵무새는 결국 톰과 부 래들리 같은 사회적 약자였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나는 종종 이런 생각을 한다. 내가 독립투사가 될 수 있었을까?, 부정을 향해 정의를 외치는 의로운 사람일까?
모두가 NO라고 이야기하는 세상에서 YES라고 외치는 것은 나에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머리는 정의를 알고있지만, 몸은 정의 앞에서 항상 작아지는 모습에 자책을 하게 되기도 한다.
모두가 흑인은 나쁘다고 외치는 사회에서 핀치가족처럼 흑인의 편이 되어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모두가 무엇이 정답인지 알고 있지만 사회는 아주 천천히 변하거나 거의 변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은 1930년에서 100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같은 모습이라는 것이 씁쓸하게 다가온다.
나누고 싶은 구절
▶️ 누가 욕설이라고 생각하는 말로 불린다 해서 모욕이 되는 건 절대 아니야. 욕설은 그 사람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인간인가를 보여줄 뿐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는 못해.
▶️ 손에 총을 쥐고 있는 사람이 용기 있다는 생각 말고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말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바로 용기 있는 모습이란다. 승리하기란 아주 힘든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 있는 법이거든.
📖 조아라의 소감
예전부터 도서명은 알고 있던 책, 주변사람들의 추천으로 꼭 읽어봐야지 했던 책, 「앵무새죽이기」. 1월 책으로 선정되어 기쁜마음으로 제일 먼저 구입했지만, 개인적인 핑계로 읽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부끄러운 마음과 모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까 싶은 마음이 들어 참석을 미룰까도 생각했지만, 책을 읽은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 책모임에 참석했다.
여러 분들의 후기를 들으며 시대의 혐오와 편견과 배척, 그럼에도 남아있는 양심과 실천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금의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숨쉬고 있는 여러 혐오와 편견 속에 과연 나는 어떠할 것인지도 고민되었다. 대략만 들어도 이 정도인데, 책으로 읽으면 어떠할지 기대가 된다. 결론! 모임은 끝났지만, 이 책은 올해가 가기전에 꼭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