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여름 숲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소설.
나무 사이로 잔잔히 바람이 흘러가고, 개구쟁이 어치가 날아다니고, 자잘한 풀꽃이 눈을 간지르는 풍경.
어쩌면 처음에는 지루할 수 있다.
소설이 어느 정도는 수직적인 구조로 스토리가 전개되기 마련인데 이 소설은 수평선처럼 고요해 보이니까.
하지만 은근히 스며드는 것이 있었고, 그것은 한 곳을 향해 있었다.
뒤에 가서 예상치 못한 눈물이 쏟아진다. 야속하게도 거의 끝나갈 무렵에.
이 소설은 70대 중반의 무라이 슌스케의 건축사무소에 취직한 23세 청년의 시선으로 이끌어 간다. 이 사무소는 여름만 되면 아오쿠리 마을의 숲에 있는 별장으로 이사를 가는데.. 거기서 일어나는 잔자분한 이야기가 이 소설을 주를 이루는 셈이다. 잔자분하게 가다가 눈물샘 폭발하게 하는 것. 아, 이런 스타일이 일본소설의 특징이지, 하고 마지막 책장을 넘겼다.
무라이선생이 사무소를 문닫게 될 것을 대비하여 적어놓은 편지. 열 명의 직원들에 대한 세세한 배려가 감동적이다.
페이지를 좀더 넘기면 407쪽에 이구치씨(무라이사무소의 수석 직원이랄까)가 또 감동을 준다.전 직원이 갈 곳을 정한 것을 확인한 이구치씨는 그제야 자기 일을 하게 된다고. 내가 이런 사람들을 만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해선지 그 부분에 감동을. 장인 의식과 아울러 선배가 후배에게 해주는 조언들. 거기에 담긴 진심이 너무나도 따뜻하다.
火山のふもと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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