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어: 팬덤

[남진희]

Comeback!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다. 여기에 ‘Well’, ‘만족스럽게’라는 단어를 붙이면 더 좋은 말이 된다. ‘Welcome back, 잘 돌아왔어’라는 뜻이다. 내가 미국에 살 때, 친구들이 멀리 여행을 다녀오면 Welcome back이라고 인사를 나누었다. 오랜만에 봐서 반갑고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의미다. 최근, 나는 최근 27년 만에 돌아온 친구를 보고 이 인사를 건넸다. 바로 대전의 마스코트 꿈돌이다.

꿈돌이는 대전 엑스포 당시, 귀여운 외관으로 나와 같은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러다 엑스포가 끝나면서 점차 인기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공식적으로 꿈돌이는 자신의 고향인 ‘감필라고’ 행성으로 돌아갔다고 했지만,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대전의 한빛탑을 청소하며 비밀스럽게 살고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더 이상 꿈돌이를 눈앞에서 볼 수 없기에 잊고 지냈다. 그러다 2020년 ‘내 꿈은 라이언’이라는 방송에 꿈돌이가 출연하며, 화려한 컴백을 알렸다. 그때 잊고 있었던 내 팬심이 다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다른 어른이들도 마찬가지였는지 꿈돌이를 활용한 상품들이 늘어났고 대전 한밭수목원에 꿈돌이가 설치되기까지 했다. 한빛탑에 살고 있다는 건 소문이 아니라 진짜였던 것 같다.

요즘, 꿈돌이같이 예전 어린이들에게 인기 있었던 캐릭터들이 화려한 컴백을 알리고 있다. ‘아바타스타 슈, 엽기 토끼 마시마로, 잔망루피’ 다들 어딘가에 몰래 살고 있었던 건지, 그때 그시절 모습 그대로 돌아오고 있다. 과거 어린이 팬덤을 등에 업었던 캐릭터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잠재 기억 속에 묻혔다. 그래도 잠재 기억이란 다시 깨어날 수 있는 것이기에 이제 어른이가 된 팬들은 어릴 적 좋아했던 캐릭터들을 그리워한다. 우리가 레트로 캐릭터를 좋아하는 까닭은 세월의 풍파 속에서도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이 이러한 마음을 저격해서 과거의 캐릭터를 다시 되살리기 시작했다.

급변하는 유행 속에서 사람들은 어릴적 즐겼던 문화에 더 개방적인 성향을 띤다고 한다. 그래서 과거의 캐릭터에 대한 ‘레트로 팬덤’은 점차 커지고 있다. 현재의 힘듦 앞에 과거는 더욱 매력적으로 비친다. 과거에 저 캐릭터를 좋아했을 때도 분명 힘들었을 테지만, 옛 캐릭터와의 재회는 아름답게 느껴진다. 인간의 기억은 과거를 ‘미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의 캐릭터들이 돌아왔을 때 우리는 ‘Why comeback?’이 아니라 ‘Welcome back’이라는 말을 건넨다. 우리의 무의식 속에는 여전히 그들을 좋아했던 마음이 남아있다.

생각해보면 난 요즘 고전적인 존재들을 많이 회상하는 것 같다. ‘오아시스, 원디렉션’과 같이 과거에 해체했었던 그룹들의 노래를 다시 듣기도 하고, ‘시네마 천국’처럼 고전 영화를 즐겨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뭉클함을 느낀다. 최근 오아시스가 15년 만에 재결합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렇게 나의 추억 속에 있던 존재들이 하나둘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돌아오는 순간에, 꿈돌이나 오아시스에게 그랬던 것처럼 ‘Welcome back’이라는 말을 건넬 것이다. 미화된 과거를 갖고 있는 이상 팬심이란 영원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대권]

현재의 힘들고 각박한 삶 속에서, 과거로의 회귀와 미화된 추억이 우리의 삶에 작은 탈출구를 준다는 내용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저도 그런 흐름 그리고 과거에 대한 추억이 때때로 그 시절을 회상하며 잠시 웃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팬심의 문제점과, 아이돌, 그리고 정치 팬덤의 주류 이야기에서 벗어나, 과거 가졌던 추억과 즐거움을 통한 '팬심의 영원성'에 대해 서술한 점에 대해 매우 흥미로웠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주제라 더욱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다만 글의 전체적인 내용은 '팬덤'에 가까운 것이 아닌, '팬'이라는 개인적 차원의 글로써 받아들어졌습니다. 과거의 자신의 팬심과 그에따른 팬덤으로 살짝 내용을 더하거나, 집단적 기억을 서술한다면 '팬'과 더불어 '팬덤'이라는 주제도 더욱 명확해 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 잘읽었습니다!

[민초]

꿈돌이라는 캐릭터가 화자에게 어릴때부터 성인이 될때까지 어떤 의미의 존재로 자리매김 해왔는지를 팬심의 발현이라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엮어 서술한 점이 좋았습니다. 특히 슈, 루피, 꿈돌이와 같이 90년대 생의 유년시절 곁에서 우리의 추억의 많은 부분을 꾸려주던 살아있는 존재로서 표현한 것도 글의 생생함을 살려주는 것 같습니다. '어른이'에게 유년시절에 대한 향수와 겹쳐져 그들을 좋아했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방향으로 기업들의 마케팅이 실행되고 있다는 점을 4문단에 더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예로들면 기업들이 현재 주력하고 있는 마케팅 분야가 실제로 '레트로 마케팅' 이라는 예시를 추가 설명하는 등으로요. 그리고 마지막 문단에서도 왜 어린시절에 대한 미화에 고전가수와 옛날 캐릭터들이 어떤 식의 영향을 주는 지 상관관계를 더 구체적인 에피소드로 설명을 더 붙여도 될 것 같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