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세계사] 아랍에미리트(UAE)
英 통제받던 토후 7국이 모여 독립국가 이뤘어요
입력 : 2023.02.08 03:30 조선일보
아랍에미리트(UAE)
▲ 1971년 12월 2일 아랍에미리트(UAE)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던 역사적인 날, 사람들이 국기를 게양하며 축하하고 있어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4~17일(현지 시각) 아랍에미리트(UAE)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대통령 초청을 받아 국빈(國賓) 방문했어요. 두 정상은 '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는데요. UAE가 국부펀드 300억달러(약 37조원)를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죠. UAE는 우리와 인연이 깊은데요. UAE 첫 번째 원자력발전소인 바라카 원전은 한국형 원전이 처음 수출된 것이기도 해요.
7개 토후국 연합해 국가 만들어
아랍에미리트의 에미리트(emirate)를 직역하면 '에미르(emir·토후)가 다스리는 국가들'이라는 뜻인데요. 토후(土侯)란 '영국 보호 아래 국가를 지배하던 전제군주'를 의미합니다. 아라비아반도 동부에 있는 아부다비·두바이·샤르자·라스 알카이마·아즈만·움 알쿠와인·푸자이라 7국이 영국에서 독립하고 나서 연합한 거예요. UAE는 아랍(Arab) 토후국(Emirates) 연합(United)을 뜻합니다.
통상 7개 토후국 중 수도이자 총면적 8만3600㎢ 4분의 3을 차지하는 아부다비 에미르가 대통령을 맡고, 나머지 토후국 에미르들이 각료가 돼 UAE를 통치해요. 면적은 한반도 3분의 1쯤 되죠. 예를 들면 UAE 경제 중심지인 두바이 에미르는 UAE 부통령 겸 총리 역할을 합니다. UAE는 19세기부터 영국 보호령이었다가 20세기 독립했고 에미르가 세습제이기 때문에 아직 역대 대통령은 3명밖에 없답니다.
UAE에서는 일찍이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공동체를 형성했어요. 페르시아만(灣)에 접해 있어 메소포타미아 지역, 인도, 지중해 등지를 이어주는 무역 중계지로 발전했죠. 특히 라스 알카이마 지역은 과거 주요 항구이자 진주 채취 산업 중심지로 명성이 높았답니다.
7세기쯤부터는 이슬람교가 전파됐고 이란과 가깝기 때문에 페르시아 문화 영향도 받았어요. 여러 부족이 중심 세력으로 발전하면서 토후국들이 생겨났는데요. 18세기 아부다비에서는 바니 야스 부족이, 라스 알카이마 지역에서는 카와심 부족 등이 발흥하며 토후국으로 발전했어요.
영국 보호 아래 발전하기 시작
포르투갈 탐험가 바스쿠 다가마(Vasco da Gama)가 유럽과 인도를 잇는 항로를 개척했는데요. 이 항로를 지나면서 포르투갈은 16~17세기 150여 년간 페르시아만 일대를 지배했습니다. 포르투갈은 무력을 사용해 인도양과 오만만(灣)에 진출했고 토착 세력을 몰아낸 다음 후추와 향신료 무역을 장악했어요. 하지만 17세기 들어 포르투갈 영향력은 쇠퇴하기 시작합니다. 토착민들 저항과 다른 유럽 강대국들, 특히 영국·네덜란드와 경쟁에 부딪혀 무너진 거죠.
18세기가 되면서 영국이 이 지역 무역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는데요. 영국은 페르시아만을 인도와 연결되는 무역 거점으로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유럽 다른 국가들을 차단하기 위해 해군력을 동원했어요. 영국은 패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아랍 토후국들과 분쟁을 벌였습니다. 카와심 부족이 대형 선박을 건조하고 페르시아만에서 영향력을 확대해가자 1819년 영국군은 대대적으로 카와심 부족 선박들을 파괴하고 약탈했어요. 이후 1820년부터 아부다비·샤르자·아즈만 등 토후국들이 영국과 휴전 협정을 맺어 트루셜 스테이트(Trucial States·협정국가)로 불리게 됐어요. 이 협정은 영국이 토후국들을 평화적으로 보호하는 내용이었어요. 대신 토후국들은 해안가에 요새를 세우는 등 영국에 적대적인 행위를 하는 게 금지됐답니다.
이후 평화가 찾아왔고 천연 진주 무역과 중계무역이 활성화됐어요. 19세기 말 프랑스·독일·러시아 등 서양 열강이 페르시아만 주변으로 진출하자 1892년 토후국들은 영국과 배타(排他)협정을 맺고 영국에 독점적 지배권을 인정해줬어요. 이 협정에 따르면 제3국이 침략할 시 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있었죠. 물론 토후국들은 영국의 동의 없이 제3국가와 외교관계를 수립할 수 없었습니다. 어차피 영국은 토후국들 내정에 거의 간섭하지 않았기 때문에 각 국가 토후들은 영국 보호를 받으며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영국 철수 후 독립… 에너지 강국으로
1968년이 되자 영국은 페르시아만에서 1971년까지 철수를 마친다고 선언했어요. 이때 아부다비와 두바이 통치자가 만나 연맹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토후국들을 연합할 것을 결의합니다. 아랍에미리트는 공식적으로 1971년 12월 2일 탄생했으며 매년 이날을 국경일로 기념하고 있어요. 연방은 원래 6개 토후국으로 구성됐다가 이듬해 라스 알카이마가 합류, 일곱 번째 토후국이 되었답니다.
UAE는 건국 이후 육지와 바다 곳곳에서 석유와 천연가스가 발견됐고, 경제적으로 엄청난 발전을 이뤘어요.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여성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여성 지위도 향상됐습니다. 국제의회연맹(IPU)에 따르면 UAE는 2008년 여성 9명이 의회에 진출했고, 현재 UAE 의회 의석수 절반은 여성이 차지하고 있어요. 중동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5위 안에 드는 높은 수치예요.
UAE는 원자력·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에너지원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어요. 2009년 6월 수도 아부다비에 재생에너지 개발과 보급 확대를 위한 국제기구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본부를 유치하기로 결정했고, 같은 해 12월 재생 및 대체 에너지 분야를 개발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UAE 원자력공사(ENEC)를 설립했어요. 이때 UAE 최초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한국과 바라카 원전 사업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릅니다.
[이란과의 갈등]
1971년 영국이 철수하고 UAE가 성립되는 혼란한 시기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인근 3개 섬을 점령했어요. 그레이터 툰브(Greater Tunb), 레서 툰브(Lesser Tunb), 그리고 아부 무사(Abu Musa)라는 이름의 이 섬들은 북쪽으론 이란과, 남쪽으론 UAE와 접하고 있죠. UAE는 해당 섬에 대한 주권 회복을 주장하고 있어요. UAE는 국제사법재판소(ICJ)를 통해 영토 분쟁을 해결하기를 바라지만 이란은 이를 거부하는 중이에요. 이외에도 이란의 핵 문제와 군사 도발에 대비하기 위해 UAE는 미국·프랑스 등과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답니다.
▲ UAE 국기. /위키피디아
▲ 윤석열(가운데)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오후(현지 시각) UAE 아부다비 바라카 원자력발전소에서 열린 3호기 가동 기념식에 참석해 손뼉 치는 모습. /뉴스1
▲ 보라색 부분은 포르투갈이 16~17세기 점령했던 페르시아만 일대 지역을 나타낸 것.
기획·구성=안영 기자 윤서원 단대부고 역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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