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22 21:23:52
헬스크럽 일년 회원권을 아이에게 선물 받았다
생각해보면 건강을 고려한 배려깊은 마음의 선물이다
그런데 운동과 거리가 먼 내게는 약간 부담스럽고 벅찬 숙제를 받은것 같았다
일정한 시간을 내어 재미없는 기계와 함께 보이지 않는 건강을 관리해야 하는 것 그것은 참으로 건실하고 굳은 의지력을 필요로 했다
절실한 마음도 없이 공짜로 얻어진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아깝지만 가지 않는 날이 더 많았던 헬스크럽이었다
텔레비젼이 앞에 놓여져 있는 런닝머신에서 30분 걷는것을 운동한거라 자위하며
지루하게 운동하던 어느날 아침
우연히 크럽 한켠에서 에어로빅 댄스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현란하게 몸을 흔드는 사람들
나는 조금 망설이다가 용기를 내어 댄스실 유리문을 밀고 들어갔다
쿵쿵 음악소리가 커 흥이 나고 마음도 덩달아 들뜨는것 같았다
80년초 소싯적에 3개월정도 에어로빅이라는것을 했다는 경력이 내게 더 용기를 내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때도 역시나 내가 자진해서 운동하겠다고 나선것이 아니었다
이웃집 여자가 에어로빅 할때 입는 옷을 샀는데 의욕만 앞섰지 치질이 심해서
수영복처럼 딱 달라붙는 옷을 입고 댄스를 할 형편이 아니었다고 했다
그래서 사정상 한번도 입어보지도 못하고 내게 주었다
더불어 세 달치 끊어 놓은 댄스강습비도 내가 같이 떠 맡게 되었다
우습지만 그 이유로 내가 팔자에도 없는 에어로빅 댄스를 접하게 되었다
그때가 20대 중반이었으니 겨우 걸음마하는 우리 아이를 안고 가 플로아 뒤에 앉혀 두고서 나는 어설픈 댄서가 되어 낮선 운동에 입성을 했었다
그런데 바햐흐로 세월을 흘러 맨 앞줄에서 댄스를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은
그때 그시절 내가 안고 다니던 우리 아이와 같은 또래의 나이였다
엄마 같은 수강생인 내게 딸 같은 선생님은
" 아무개씨 다리 더 펴세요"
이름을 부르며 가르쳐준다
20년이 훌쩍 넘은 세월이 흘러 다시 만나는 에어로빅 댄스 감회가 새로웠다
그렇게 뭐든 바뀌고 돌고 변해가는것 같다
댄스를 할때 가장 중요한 음악도 예전에 비해 박자가 상당히 빨라졌다
처음 시간에는 내가 젊은 사람 틈에 주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을만큼
비트가 강한 음악과 알록달록한 색상의 섹시한 운동복 따라 잡을수 없을 만큼 빠른 춤 동작이 모두 어리둥절했었다
예전에 내가해 본 에어로빅은 단순하고 체조같은 동작이 많았다면
지금은 힙합댄스를 비롯 태보댄스 밸리댄스 나이트 재즈 라틴 댄스 디스코 한국무용 요가등 다양한 쟝르의 댄스를 응용한 동작을 하고 있었다
이 나이에 내가 아이들 운동하는데 어울리지 않는 짓을 하는것은 아닌지 생각하는것도 무리가 아니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나중에 인사하고 보니 연령층이 20대부터 60세분까지 다양하다는것을 알았다
아름다운 동작으로 춤을 추는 분들은 예의 10년을 넘게 했다고 한다
어느 분야든 10년을 꾸준히 해야만 장인으로 보게 되는것 같다
신나는 춤사위로 자신을 오랜동안 꾸준히 가꾸고 돌보았다는것이 부럽기도했다
80년대 보았던 영화 플래쉬댄스에서의 여주인공처럼 음악에 취해서 흐르듯 춤을 추고 있는 그녀들이 같은 여자인 내가 보아도 멋지고 달리 보였다
춤으로 이야기하고 표현하는 그 무언가가 있는 듯했다
요즘 같이 더운 여름날 격렬한 동작으로 뛰고 움직이니 땀이 비오듯이 해서
반들반들한 비닥재에 떨어져 젖어 미끄럽다
연신 타올로 닦아도 소용없이 땀으로 젖은 바닥에 미끄러져 누구는 다리를 접지르고
누구는 팔을 미끄러지다 잘못 짚어 삐기도 하고 부상자가 나왔다
나도 땀이 안나는 체질이라고 알았는데 난생 처음으로 흠뻑 땀에 젖어 보았다
운동복이 축축할수록 내심으로 대견하며 이열치열의 참맛을 느꼈다
땀 흘려도 피부는 맑아지는 것 같고 기분이 좋다는 것을 알아 갔다
다행으로 중독성이 있어 아침마다 댄스하러 가야한다는 생각이 든다
스트레칭할때도 다리찢기 등 모든 동작이 가능 할수 있기를
선생님 따라 빠른 동작의 춤 사위도 정확히 따라 할수 있기를
그래서 음악처럼 매혹적인 춤을 출수있는 날을 기대하며
뻣뻣한 초보 댄서는 벌써 부터 부드러운 그날을 욕심 내어본다